Bodyguard
w.클로이(Occulumency)
08
[부서져라, 쓰러져라, 잊혀져라, 삐뚤어져라, 무너져라, 사라져라, 헤어져라, 망가져라, 넘어져라. 그렇게 거칠게. 이기는 법을 배워라. 이 남자처럼. 바삭바삭이 느낌. 고론키 더 룰. 고론키]
"컷! 다시 갈께요."
코디들이 나의 메이크업을 수정해주기 위해 달려왔다. 카메라 너머 루한, 경수, 종대의 얼굴도 보인다. 오랜만의 스케줄이었다. 드라마와 영화 종영 후 바로 휴식기를 가지려 헀다. 스토커의 만행 때문에 휴식기를 조금 이르게 가지긴 했지만. 2주 동안 집에서 먹고 놀고 대본검토 등도 하며 휴식기를 즐겼다. 얼마 전에는 루한과 민망한 일도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민석, 어제는 당황했죠? 미안해요.'
라고 살짝 웃으며 사과하는 루한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주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두국을 끊이고 있었다. 마음이 풀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 하지만 요즘도 그때의 민망한 일을 생각하면 저절로 이불킥을 하게 된다는것은 안 비밀이다. 루한과의 관계는 그 사건 전과 같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더욱 돈독해졌다. 루한이 나를 더욱 잘 챙겨 주기도 했고, 서로 성격이 잘 맞았던 터라 한 집에 사는 것이 익숙 해졌다.
"민석이 형, 빠빠빠 해봐요"
"빠빠빠"
"고로치! 아 형 그리구 좀 더 바삭하게 먹어봐요. 고론키는 바삭거리는 맛이니까. 오키?"
"오키."
휴식기 후 처음 잡은 스케줄은 광고 촬영이었다. 수많은 광고제의들이 있었지만, 간식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론키 광고를 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몇 번째 NG를 내고 있는 장면은 고론키를 바삭! 소리나게 먹으며, 카메라에 강렬한 눈빛을 쏘아야 하는 장면이었다. 강렬한 눈빛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연기파 배우니까. 그런데 바삭!이 문제였다. 내딴에는 바삭해 보이게 먹었지만 감독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 촬영 들어갈께요. 하이, 큐!"
[부서져라, 쓰러져라, 잊혀져라, 삐뚤어져라, 무너져라, 사라져라, 헤어져라, 망가져라, 넘어져라. 그렇게 거칠게. 이기는 법을 배워라. 이 남자처럼. 바삭바삭이 느낌. 고론키 더 룰. 고론키]
'바삭!'
"컷! 좋았어! 40분 쉬는시간후에 다음 마이크 쥐고 노래하는 씬 갈께요. 준비해주세요."
"네"
나는 루한, 경수, 종대, 백현이가 있는 쪽으로 갔다.
"야 나 아까가 더 바삭했던 것 같은데?"
"저도 그 생각했어요. 감독 이상해."
"형, 일단 대기실 가서 의상 갈아입고 거기서 놀아요. 배쿄니 추워"
"아 얘 미쳤나봐. 왜 때문에 애교질이야."
"종대씨 날 가져."
"아 왜에에에에에 난 너 싫어어어 "
"형들, 가요. 저 둘은 정상이 아니야."
"경수 너랑 동갑맞니?"
"루한이형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돼지이이이. 내가 새벽에 연애상담도 해줬는데에에에. 근데 그 사람이 누군데? 나도 아는 사람이야? 아 왜 말 안해주냐고오오오"
"뭐야루한이형 좋아하는 여자 있었어?"
"형 뭐에요. 저랑 민석이형이랑 맨날 같이 있으면서 말도 안해주고."
"야 너 좋아하는 사람있어?"
"뭐야 형도 몰랐어요?"
루한은 당혹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나랑 맨날 같이 있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그럼 그때는 나한테 왜 그런겨. 뭐야 얜!!!! 사람을 들었다 놨다 요물이네, 이거.
"ㄷ....다음에. 다음에 잘되면 내가 먼저 말해줄께."
"아 뭐야 김샌다. 알겠어"
"형, 예뻐요?"
"노 코멘트"
"아, 이거 안 낚이네."
그렇게 우리는 투닥거리면서 대기실로 향했다. 백현이의 박찬열 옷을 협찬받으러 갔을때 있었던 썰을 들으며 바닥을 보며 걷고 있었다.
"어, 민석이 아니야?"
나를 부르는 소리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하얀 얼굴, 아나운서 같은 말투. JM엔터테이먼트 실장이었다. 솔직히 이 바닥 활동을 하면서 한번쯤은 마주칠 것이라 생각은 했었다. 그때는 담담히 마주해야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어서 자리를 피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 사람의 표정, 그때 그 말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 여전히 내게 영향을 미쳤다. 분함, 공포, 두려움 등의 감정이 온 몸을 지배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 옆에 서있던 루한이 그런 나를 눈치챈 모양이다. 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누구십니까. 뭐하시는 분이십니까. 신분을 제시하십시오."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JM엔터테이먼트실장 김준면]
그는 루한에게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명함을 건냈다. 명함을 읽어 본 루한이 내 옆으로 와서 섰다. 아직까지 떨고 있는 나의 등을 살살 쓸어주었다. 표정을 보니 긴장을 풀으라는 것 같았다.
"어휴 민석아. 오랜만이네. 이런데서 보니까 반갑다. 거의 5년만이지? 악수나 하자."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나는 그의 악수를 거절했다. 대신 반갑다는 듯 웃으며 연기를 했다. 이것도 일종의 연기수업이라 자위했다. 그는 무안해진 손을 거두며 대답했다.
"이 주변에서 종인이 촬영이 있어서. 장 감독님 좀 뵐겸 해서 왔지.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될줄은 몰랐네."
김종인. JM연습생으로 있을 당시 최고참 선배였다. 비록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일찍 들어왔다는것 하나로 아니, 내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것 하나로 나를 깔보던 그 놈. 내 머리를 툭툭치던 그놈이었다. 데뷔했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김준면이 가장 아끼는 아이였다. 키커, 잘생겨, 연기잘해. JM에서 푸쉬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김종인은 아직 잭팟을 못터트리고 있었다. 그러니 빵 뜬 내가 아쉬웠겠지.
"스토커한테 당했다면서? 상처는 괜찮은 거니?"
"어휴 그럼요. 이렇게 팔팔한걸요?"
"몸 조심해. 스토커 아직도 안 잡혔다면서? 또 당할라."
"저기 김실장님 안녕하세요. EXOP 실장 김종대 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우신건 알겠는데 저희가 지금 광고 촬영중이어서 좀 바쁘거든요. 다음에 또 뵙죠. 형 가요."
"그래 민석아 다음에 또 보자."
"또 보긴 무슨 . 뭔 개수작이야."
그렇게 경수가 김실장에게 한마디 하는 것으로 그와의 만남은 종료되었다. 아무렇지 않은척 그를 스쳐지나갔다. 걸음도 평소와 같이 조금은 느긋한 걸음으로 빠르게 그에게서 멀어져 갔다. 대기실 문을 열고 한발짝 들어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떨림이 조금은 안정되었지만, 그래도 걱정되었는지 복도에서부터 내 어깨를 감싸고 걷던 루한이 힘이 풀려서 쓰러지려는 나를 잡았다. 그리곤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어 나를 들어올리고선 의자에 앉혔다.
"괜찮아요?"
"괜찮아 다리에 힘풀린거뿐이야."
"아오 그 개새끼. 진짜 그놈이 개새끼야."
"야도 경수 너 말 완전 잘했어."
"나 사실 말하고 나 한대 때릴까봐 쫄았잖아"
"쯧쯧 쫄보"
"솔직히 지금 저러는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잖아. 있을때 잘하지. 우리 형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어휴 내새끼들 형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형이 엉덩이 토닥토닥해 줄까?"
"형, 그건 거절."
"단호한 것들. 단체로 단호박을 삶아 먹었나."
솔직히 김준면의 얼굴을 다시 마주하면서 화가나지 않았다면 비정상이다. 하지만 묘한 승리감도 느껴졌다. 넌 원석을 발견하지 못한거야. 니가 그렇게 아끼던 김종인보다 내가 더 떴잖아. 나는 원래 떴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굳이 말하자면 좋아하지 않는다. 과시해서 좋은 것이 뭐 있나. 인기라는 것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것을. 하지만 김종인, 김준면에게 만큼은 과시하고 싶었다. 너희가 버린 내가 이만큼 컸다고. 변한 외모도 이바지했지만 나는 내 연기력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나는 데뷔전에는 시상식에서 구구절절 사람이름을 언급하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감독님, 제작진, 코디들, 회사식구' 이렇게 뭉쳐서 이야기 하면 될것을 왜 일일이 이름을 부를까 하고 의문을 가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데뷔를 하고 활동을 하며 그 이유를 알았다. 4년 동안 나를 이만큼 크게 해준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면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작년의 경우, 내가 '대세'라고 불리는데까지는 내 노력도 있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믿어주고 푸쉬해 주었기 때문이다. 시상식에서 한명한명 이름을 호명하는 것 가지고는 감사함이 표현이 안되었다. 지금 내 기분이 딱그렇다. 경수, 종대, 백현이,크리스. 데뷔전부터 나를 지켜봐왔고, 나의 진가를 알아봐준 사람들이다. JM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다. 내편에 서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삶의 진정한 의마를 알게 되었고, 나의 일에 대한 열정을 키워갈 수 있었다. 영원히, 영원히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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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면너.......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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