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lter
쉘터(부제:루민아들 경수)
w.클로이(Occulumency)
01
민석과 루한, 그들은 나의 가족이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친구이기도 하고 흔히들 말하는 엄마, 아빠가 되기도 한다. 41살. 결코 어리지 않은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 오이 안먹는다고오오오오"
"그 나이 먹고 편식하고 싶냐? 먹어."
"민석, 매정해."
"그럼 내가 '자기야 편식은 나쁜 거니까 다 먹어야 돼' 이런 식으로 따스하게 말 할 줄 알았냐??? 어??"
"22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석은 냉동만두야."
"우리가 얼굴본지 벌써 22년이나 됐어?"
"우와!!! 투투네?? 우리 만두, 우리 민석이. 이리와 한 번 안아보자"
"뭐래 능글맞아가지곤. 오이나 먹어"
"만두야 그러면서 왜 안겨?"
"닥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투닥거리고, 그들이 처음 만났던 19살과 같았다.
"민석 오늘 밥은 뭐에요?"
"김치찌개랑 계란말이랑 단호박 샐러드."
"헐 이거 봐 경수가 부르니까 뿌리치고 가는 거 봐. 오늘은 대답을 들어야겠다. 나야, 경수야."
"어휴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빨리이이이 대답해. 나야 경수야!!!!!"
"루한 유치해요. 밥 먹어요."
"응. 우리아들, 단호박 샐러드 먹더니 아주그냥 단호박이 됐네?"
"정신연령만 놓고 보면 루한 니가 경수보다 어린 거 같아."
"젊게 살면 좋지 뭐."
"아, 루한 내일 쇼핑하러 가요. 나 사고싶은게 생겼어요."
"뭔데, 뭔데?"
"그건 내일 갈 때 말 해줄게요."
"어, 경수야 난 내일 같이 못가겠다. 마감 날 다돼가서 점검해야 될 것 같아."
"그래요? 그럼 루한이랑 둘이서 가야겠네요. 루한 다 먹었어요?"
"그래 가자."
"둘 다 잘 갔다 와."
"민석! 집 잘 지키고 있어."
"다녀올게요."
"그래그래."
나와 루한은 집을 나섰다. 지하주차장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루한의 회사가 학교 가는 길에 있었기 때문에 루한이 늘 학교까지 태워다 주곤 했다.
"경수야."
"응?"
"너 민석이 내일 집에서 못 나가는 거 알고 그런 거지?"
루한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항상 미친개구리 같은 표정을 짓고 멍청한 짓을 하며 나와 민석을 웃게 해주지만, 사실은 머리도 좋고 눈치도 빠른 루한이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조금 있으면 민석이 생일이잖아."
"역시, 루한. 섬세해요."
루한은 한국인으로 귀화한 중국인이었다. 북경 김씨, 김루한. 내 나이 때쯤 가족끼리 이민을 왔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지하2층입니다.]
문이 열리고 차를 향해 걸어갔다. 얼마 전 루한이 벤츠에서 출시된 S클래스를 보고 반했다며 민석과 한마디 상의 없이 사버렸다. 덕분에 민석과 루한은 크게 싸웠었다. 하지만 루한이 경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민석은
'그래14년 탔으면 많이 탔지. 잘 바꿨네'
라는 말과 함께. 차 문을 열며 루한이 물었다.
"뭐 사주려고?"
"아직 고민 중이에요. 돈은 모아놨어요."
"모자라면 말해 내가 보태줄께."
"싫어. 비록 용돈이지만 내 돈으로 사주고 싶단 말이에요."
"어이구 우리 아들 다 컸네. 어휴 내 새끼."
"나 지각해요. 빨리 가요. 루한도 지각하겠네."
"알겠어. 안전 벨트매고."
"응."
**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알겠지?"
"응응"
교문 앞에 도착한 나는 내려서 조수석 창문을 열고 나를 보고 있는 루한과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아빠 뽀뽀."
"학교 앞에서 무슨 뽀뽀에요."
"이봐 이봐. 넌 성격이 민석이를 똑 빼닮았어. 이렇게 차갑게 굴기 있기야? 어....어!!!가는 거야????"
무시하고 뒤돌아서서 3발정도 걸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뒤돌아 가서는 얘기했다.
"집에서 해줄게요. 루한 잘 갔다 와요."
"응응 나중에 집에 올 때 조심하고."
"아, 루한 직원들 앞에서는 웃지마요. 미친 개구리 같애"
"너는 못하는 말이 없어. 나 삐짐 흥. 간다."
"가요."
그렇게 루한을 보내고 교문을 통과했다. 루한을 보고 있으니 41살의 아저씨 같지 않은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경수...도경수!!!!"
뒤에서 시꺼먼 생명체가 나를 불렀다. 김종인이다. 유일하게 복잡한 우리 집을 알고, 또 이해해주는 아이.
"야 너 탔냐? 겨울인데?"
"뭔 개소리야."
"오늘 평소보다 두 배는 까만 거 같애."
"아니라고. 난 까만 게 아니라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는 거라니까. 섹시하잖아."
"네네, 너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박수를 쳐드려요."
"아오 비꼬지 마. 졸업하면 미백할 거야. 비타민 주사 맞을 거라고."
"주삿바늘 무서워하는 니가? 되겠냐?"
"할 수 있어 왜이래. 오늘도 루한 차타고 왔어?"
"응응"
"어휴 루한은 사기캐야. 어떻게 41살이 저래?,잘생겼지, 능력 있지, 성격 좋지. 키도 루한 정도면 뭐..."
"그렇지? 내가 봐도 그래."
"어휴, 우리 경수는 요로케 작아서 어쩐데? 키 클 수는 있겠냐?"
"닥쳐라 민석이 남자는 군대 가서까지 키 큰다고 했어. 또 고등학교 가면 키 크겠지."
"야 신빙성 없는 말이야 그거. 민석 키 봐바."
"우리 민석 욕하지 마 이 나쁜 새끼야."
"어휴 니 얼음주먹 누가 감당 하냐. 쪼끄만한게 힘만 세가지고. 빨리 들어가자. 늦겠다."
"야 근데 민석 다음주에 생일인데 뭐사줘야 되지?"
"들어가서 얘기해 새끼야. 종치잖아!!!!!! 아 너때메 지각이잖아."
"아 그럼 나 버리고 뛰등가!!!! 니 긴다리로 뛰어가라고!!!!!!"
"야 내가 의리의 김종인 아니냐"
"뭐래 헛소리 할 거면 꺼져. 난 뛴다."
"야 혼자 뛰기 있기냐? 다리도 짧은게"
"넌 들어가면 뒤졌어 새끼야."
김종인이랑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전혀 친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그랬다. 하지만 그와는 내가 병을 앓고 있을 때 친해지게 되었다. 의사도 처방을 못 내리고, 시간만이 약이라는 그 병. 중2병에 걸렸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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