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포 주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선 단골소재로 등장하지만 현실에서 보기 힘든 증상이 있다. 난 살면서 이걸 보게 되기라곤 상상도 못했다.
“형... 괜찮아?”
“어. 왔구나. 응 괜찮아.”
“...나 누군지 기억은 나?”
“너도 보자마자 그 소리냐?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내가 널 잊어버리겠냐? 알지 홍진호.”
형은 에그 새끼~ 내가 어떻게 널 모르냐? 헤드락을 건다. 아니. 그거 말고. 다른거 날 알고 있는거 말고 다른거. 나 아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주변에 다른 선후배 친구 놈들이 있었기에 묻지 못했다. 사람 일 한치 앞도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에이 나는 아니겠지 하는게 사람의 심리인거다. 나에게도 한치 앞도 모르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형도 집이 있고 나도 있다지만 어느 순간 형이 우리 집에 완전히 정착해 버렸기에 그 쪽을 정리하고 아예 우리 집에 들어왔었다. 형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입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속으론 안심했었다. 계속 그 집이 신경쓰였었기 때문에. 형이 아직도 날 믿지 못한 다는 뜻 같았고, 내가 밀어내거나 달아나면 미련 없이 떠날 공간 같았다. 어딘가로 달아날 여지를 완전히 정리하고 나서도 우리 생활에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심적인 느낌이 달랐다. 이대로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이상한 기분.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젯밤 눈이 많이 왔고 형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전 같으면 눈이 많이 와서 형네 집으로 갔겠구나.. 생각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새벽 형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놀란 나에게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니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라 했다. 차 상태를 봐서 가벼운 찰과상으로 끝난게 신기하고 감사한 사고였다. 하지만 하늘은 형의 몸은 보호해준 대신, 기억을 앗아갔다.
“그러니까 지금 00년생이 중학생이라고? 세상에.”
몸은 지금 그대로 기억 만 과거로 돌아간 형은 자신이 기억과 다른 세상에 대해 알아 가는 중이었다. 그러는 동안 형과 인연이 있는 많은 이들이 왔다 갔다. 형이 세운 기록을 읊어주는 녀석들, 형의 뼈 아픈 기억을 꺼내 내가 그랬단 말이야? 어리둥절해 하는 형을 놀리는 녀석들 까지 다양한 놈들이 왔다 간 후 형은 퇴원할 수 있었다.
"어쩐지 나 입원하고 하루도 안 빠지고 오길래 이놈이 왜 이러나 했더니. 우리 같이 살았구나.“
형이 입원해 있는 동안은 형이랑 나랑 같이 산다는 말을 하지 않다가 퇴원을 하면서 알렸다. 집으로 온 형이 집안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방이 하난데? 같이 잤어?”
“그럼. 같이 잤지 각방은 싫다고 찡찡거린거 믿기진 않았지만 형 쪽이었어.”
그런데 어떻게 기억을 못하냐? 비난이 담긴 나의 말에 형은 아 그래...? 내가 그랬단 말이야? 픽 웃어 넘긴다. 그냥 웃어 넘길 맨트가 절대 아닌데 말이지. 가볍게 여기다 큰코 다친다고. 하아. 형이 병원에 있는 네네 고민했다. 형한테 우리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말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말하는 쪽이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억을 잃을 꺼면 나한테 호감이 생길 쯤 부터 잃던가 아예 그런 기미도 안보일 적으로 돌아가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야 근데 너나 나나 이 나이까지 결혼 안한거야? 와.. 30넘어 너랑 살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응?”
형이 그런 소리 하면 안돼는거 모르지? 이 나이까지 내가 이러고 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게 바로 임요환 당신이라고. 당신만 없었어도 난 아마 결혼을 했을지도 몰라. 와.. 나 답답해 미치겠네. 앞뒤 생각 말고 확 질러 버려? 뭘 어떻게 질러야 돼는데? 아오.. 형은 순진 무구한 얼굴로 눈을 깜빡인다. 나 때문이라고...? 왜? 내가 설마 네 여자친구라도 뺏었냐? 속 뒤집어 지는 소리를 해댄다. 처음엔 날 놀리려고 그러는게 아닐가 까지 생각했다. 저 맹한 얼굴이 말한다. 이 상황은 100% 현실이라고.
“너 여자친구 있었잖아.”
여차친...? 아.. 그래 그랬었지. 이쯤 있었지. 와 다 잊고 있었는데...
“헤어진지가 언젠데”
“그럼 지금은?”
여기 아무도 없어요? 지 애인이 너 애인 없어? 라고 물어 볼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건가요? 대답 대신 뭐 씹은 심정으로 빤히 본다. 내 얼굴이 모든걸 말해 줬는지 형은 어색하게 웃으며 허허 미안하다 야. 내가 눈치도 없이 아픈델 찔렀구나? 어깨를 툭툭 친다. 당신 지금 나한테 뭐가 미안한지나 알고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 형이 미안해 하는건 지금 나한테 전혀 미안한 부분이 아니야.
“그럼 나는?”
듣자 듣자 하나까. 잘하면 지난 애인 연대기 알려달라고 할 기세다? 어?
“아.. 하긴. 있으면 나 병원에 있는 동안 연락 한번 안 할리 없지.”
했거든! 했다고! 연락만 했냐? 나 매일 너 옆에 붙어 있었잖아! 요즘 방송 때문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방송 끝나자 마자 달려오고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도장 찍고! 매일 매일 착실하게 간병해줬잖아! 에휴.. 열네 뭐하냐.. 내 혈압만 오르지. 속으로 끊임없이 꿍얼거리는 내 어깨위에 형이 휙 팔을 둘러 당긴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더니 뭐 이렇게 변한게 많냐? 나 완전 선사시대 사람 된 기분이잖아. 핸드폰도 잘 모르겠고. 내 직업도 바뀌었다 그러고 모르겠는거 투성인데, 진호 네가 옆에 있으니까 든든하다.”
내가 옆에 있어서.. 든든하다는 말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난 지금 형이 내 옆에 있어서 답답하고 속상하고 속 터지기 일보직전이거든. 보통 영화에서 보면 한 번 더 큰 충격을 받으면 돌아오던데.. 밤중에 확 침대 밑으로 굴러 버려? 오죽하면 내가 이런 말도 안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형을 집에 놔두고 낮에는 방송이다 뭐다 바빠서 하루 종일 밖으로 나돌아 다녀야 했다. 방송이 끝나고 핸드폰을 키니 형한테 메시지만 20통이 넘게 와있고 전화도 10통화 넘게 와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긴 건가 싶어 형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이야?”
“어? 무슨 일? 없는데? 뭐 나한테 무슨일 생겼데?”
“아.. 놀래짜나! 전화랑 문자 많이 와이써서!”
“어이쿠 그래써요? 넌 어떻게 발음이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냐? 어렸을 때야 귀엽다고 하는데 지금 나이에 그럼 욕먹는다?”
실실 쪼개는 목소리에 안심이 된다. 평소처럼 받아치지 않고 하아 내쉬는 안도의 한숨에 형은 와.. 너 전 같으면 바로 덤벼들었을 텐데 반응 없는 거 보니 철들었구나? 속없는 소리다. 아 됐어 끊어. 전화를 끊고 무슨 용무기에 그렇게 까지 연락은 해댄 건지 메시지를 확인한다.
‘요즘 게임들은 스케일이 다른데? 너 뭐 하는거 있냐? 롤...? 이거 어떻게 하는 게임이야?’
‘너 했다는 프로그램 보고 있는데 올.. 역시 홍진호 꽤 잘하던데? 근데 난 바보 같이 저기서 뭐하는 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냐 나 너한테 무릎 꿇은 거냐? 아 미치겠네ㅋㅋㅋ 나 왜 저렇게 바보 짓하고 있냐 저기서?’
‘콩콩콩콩 아이스크림 사러 베스킨 갔는데 신세계다 신세계’
‘만화책 빌리러 왔는데 원래 보던게 완결까지 나왔길래 빌렸는데 ㅋㅋㅋㅋㅋ 다 내가 봤던거라고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빌렸어’
대체로 이런 소소한 놀라움과 감탄 신기한 발견에 대한 문자였다. 처음엔 뭐야 이것들 황당하고 이것 때문에 내 간 떨어질뻔 한거야? 억울했는데 읽다보니 정신연령은 20대 초반인 형이 귀엽게 느껴진다. 어이구 20짤 갓 넘은 요환이 한테는 이런것들이 다 신세계고 즐거운 거구만. 하긴 나도 서울 갓 상경 했을땐 모든게 신기하고 놀라워서 어리버리한 말도 많이 했으니까. 상경만 해도 컬쳐쇼크 받는데... 시간을 거스른 형 같은 경우엔 갑자기 미래사회로 넘어온 느낌이겠지.
형이 좋아할만한게 뭐가 있을까... 우리가 20살 초반 무렵엔 먹을 수 없었던 걸 고민하다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은 신나서 책을 읽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와.. 이런것도 생긴 거냐? 진심으로 놀라워하는 모습에 형이 사고가 나고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웃을 수 있었다. 아.. 어쩌면 좋냐 임요환. 양 볼을 잡아 쭉 늘린다.
“아아.. 어쭈 이게 빠져가지고 형한테”
“그렇게 따지면 지금 정신 연령은 내가 형이다 임대갈”
“..죽을래 너? 어?어? 뭐어? 임대갈? 콩 따위가 나한테 뭐라고?”
형과 투닥 투닥 거리며 먹고 마시고 놀다가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었다. 형은 침대에 눕자마자 잘 자라. 한마디 하고 잠들었는데.. 난 형이 잠들고 난 뒤에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늘상 형이랑 꼭 붙어 잔건 아니지만 이렇게 무미 건조하게 잘 자라 한마디 하고 자는건 낮에 진탕 싸웠을 때 뿐이었는데...
형의 팔베개가 없으면 잘 수 없어. 이런게 전혀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굉장히 그립다.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형이 뒤척이며 내 쪽으로 돌아 눕는다. 너무 평온한 얼굴. 남은 이렇게 뒤척이고 있는데 세상모르게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섭섭하고 서운하고. 짜증도 좀 나고.. 형 잘못은 없는데 말이지. 양 볼을 쭉 늘인다. 코끝을 잡아 흔든다. 으으으 형의 미간이 좁아진다. 이거 좀 재밌는데? 쿡쿡쿡 찔러대며 끙끙거리는 형을 보고 큭큭 거리다 잠든다.
늦은 시간 잠들어서 인지 기상 시간이 늦었다. 아.. 몇시야? 꾸물꾸물 일어나 옆자릴 보니 형이 없다. 잠이 완전히 깨지 않아 제정신이 아니었다. 실눈을 뜨고 침대에서 나와보니 부엌에서 형이 왔다 갔다 하며 아침을 차리고 있다. 와.. 오늘 형 아침 담당 아닌데 웬일이래? 형에게 평소처럼 등짝에 얼굴을 부비며 허리를 안았다.
“일찍 일어났네?”
잠이 그득 묻은 목소리로 묻는다. 평소면 네가 늦게 일어난거지. 말하면서 돌아서서 뽀뽀를 한다거나. 빨리 일어나라고 볼을 잡아 뎅긴다거나.. 리액션을 취할텐데 이상하게 뻣뻣하다. 뭐야? 오늘 왜 이래? 목덜미를 앙 물어버린다. 형은 우아아악 하는 괴상한 비명과 함께 손에 들린 그릇을 떨어뜨린다.
“..야아! 자..장난이 심하잖아.”
얼굴은 물론이고 귓불까지 벌게진 형이 손으로 내가 문 곳을 마구 닦아내며 소리친다. 장난? 장난이긴 한데 심해? 뭐가..? 아.. 맞다...아.....아...맞아..형.. 그래.. 그랬었지. 아.. 멍청한 홍진호.. 형.. 지금 20대 초반이지? 잠결에 대단한 실수를 하고 말았다. 그걸 잊어 버리다니. 밥을 먹는 내내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하.... 그냥 물기만 할껄 혀로 핣는건 좀 많이 자극적.. 이었겠지? 아오.. 내가 왜 그랬을까.
밖으로 나가면서 쇼파에 앉아 어제 빌려온 책을 읽는 형에게 쭈뼛쭈뼛 다가갔다. 아.. 저 형.. 그러니까... 음.. 아침에.. 그건 말이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는 나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책으로 얼굴을 가린 형이 말한다.
“됐어. 장난 칠 수도 있지. 지금은 그러고 노나 보지? 익숙하지 않아서 놀랬을 뿐이야. 잘갔다 와라.”
그래 우리 지금은 그러고 놀아. 장난이기도 하고.. 근데.. 그게.. 형이 생각하는 가벼운 장난은.. 절대 아니거든? 하아. 할 말은 많은데 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끙. 집으로 돌아갔을 때 형은 어제보다 날 반기지 않았다. 뭔가 그 순간부터 나한테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걸 숨기려고 연기 하려는게 다 보였다. 이 시기에 임요환은 능글 능글 거리려는 싹이 보이던 시기였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싹인 지라 제대로 숙성된 능글거림만 보던 내 눈엔 어설픈 깔짝거림이요 허세로 보일 뿐이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참다못해 파닭과 맥주를 준비했다. 이럴땐 정면 돌파지. 할 말 있는게 빤히 보이는데 아니 그런거 없는데? 대답한다. 없긴. 요즘 고민 있는거 다 알거든. 퇴원하고 나서 원래 친하게 지내던 형들한테 연락 자주 했다면서 나한테 했던 것처럼 -이 부분에서 좀 서운했음. 나한테만 귀염 떠는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다들 어린 임요환 귀여워 죽겠다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점점 연락도 줄고. 요즘은 잘 돌아다니는 것 같지도 않고 집에 만 콕 박혀있고.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고.
“괜찮아. 뭐든 말해봐. 어?”
아무리 물어도 그런거 없어 잡아뗀다.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 작정하고 술을 먹였다. 어느 정도 들어가자 드디어 입질이 오기 시작한다. 있지.. 고민 있어. 헤헤 웃는 형을 계속 채근했다. 옳지 잘한다 옳지 옳지 고민이 뭔데 어?
“그게... 말이지... 콩콩. 진호야.”
“어. 말해.”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고... 설마 나...? 그 날 이후로.. 실수 안하고 조심하고 있었는데? 내 눈빛이 잡아먹을 듯 했던건가...? 그것 까진 어쩔 수 없으니까. 30대 임요환과 20대 임요환이 주는 갭이 귀여워 하는 얼굴 표정은 통제 가능한데 눈까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음흉한 나의 눈을 보고 나도 기겁했었지.
“처음에 일어나자 마자 나 보고 은퇴했다고 해서 안 믿겼거든. 너 밖에 나가있는 동안 해봤는데 정말 예전 같지 않더라. 기분 진짜 이상했어. 아.. 정말 지금 난 내가 기억하는 내가 아니구나. 얼굴도. 몸도. 능력도.. 내가 알던 내가 아니니까... 임요환 이라는 이름을 검색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모르는 임요환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어.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도 아는 나를 지금 나는 모르는 것잖아.”
어디서 오는 두려움인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은 내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내 관계를 떠올릴까만 생각했는데. 형.. 입장에선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겠구나. 나라도 무서울 거다. 20대 초반이면 한창 게임에 몰두하고 승승장구 하던 땐데, 갑자기 은퇴를 했다니. 형이 알던 것과 너무 다르니까.
“...그날도. 너 나한테 장난 쳤을 때. 너도 눈치 챘지 너한테 내가 거리감 느낀거. 근데. 그거.. 그게 네가 장난을 쳐서 거리감 느낀게 아니라. 이상하더라고. 내가 모르는 시간이 너랑 내 사이에 있었다는 거잖아. 다른 녀석들이랑도 마찬가지고. 내가 혹시 무슨 실수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 모르겠다. 다 복잡해졌어.”
이번 시간을 통해 형. 많이 놀라고 당황한 것 같은데.. 나 한테 거리감 두지마. 우리는 형이 생각한 것 보다 좀 더 많이 친해졌을 뿐이야. 이렇게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이런 깊은 애기를 하게 될 줄이야. 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 맘도 심란해져서 형의 맘을 캐기 위해 마시지 않던 술을 들이킨다. 형을 안심 시키기 위해 그땐 그랬지. 지금 임요환이 살고 있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형한테는 현재 진행형이고 나에게는 과거의 추억인 인들을
“맞아 그때.. 아.. 정말 너 왜 그랬냐?”
“그야.. 나도 어렸으니까 욱 한거지 그냥”
“어쭈 너도 어렸으니까? 아.. 하긴. 그렇게 생각 돼나 보지? 그 나이쯤 되면 그런 순간에 욱하는 감정들은 다스려지고.. 그냥 넘어가게 되고?”
“..뭐. 다 그런건 아닌데 혈기 왕성하게 뭐만 하면 욱 하고 승부욕 발동하곤 그런건 좀 덜해지더라”
10대엔 20살 쯤 돼면 어른이겠지 했는데 30살이 내가 보기엔 20대 홍진호가 그렇게 어른은 아니었어. 분명 40대 홍진호가 뒤돌아보면 지금의 나도 썩 어른으론 안보이겠지만. 30대의 나이에 20대의 혈기왕성한 기억을 탑재한 형이 헤에.. 신기하다. 나도 그렇게 돼려나? 아니.. 나 그랬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글쎄다. 형이 그렇게 어른스러웠던가..”
“..어쭈 너 일부러 나 놀리는 거지? 나 어떤데 어?”
“음.. 형이 어떻냐면.”
임요환이 어떻냐면... 20대였을 때에 비해서.... 어떻냐고.. 물으면.. 힐끗 형을 본다. 내가 이렇게 쳐다보면 20살 임요환은 왜? 뭐 할 말 있어? 고개를 갸웃 거린다. 30대의 임요환은 실실 웃으며 왜왜 콩 무슨 일이야? 어깨에 팔을 걸치거나 손으로 볼을 쭉 잡아 당기거나 하면서 묻겠지. 음.. 그리고 내가 이렇게 빤히 보고 있음 20살의 임요환은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물어 보지만 30살의 임요환은 주둥이부터 들이 대고 떨어져서 무슨 일이야? 세삼 또 반한거야? 능글 댈거다. 그렇게.. 비교하고 생각하고... 떠올리니..
“....아.. 보고 싶다.”
“어? 누구?”
“임요환.”
무슨 소리야 묻는 대신 어색하게 웃는다. 아.. 말실수 한건가. 가뜩이나 불안해하는 사람한테. 방금껀 실수 실수. 형도 좋아. 그냥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하니까.. 보고 싶어서. 시무룩해하는 형에게 말한다.
“...됐어. 이해해 그래서 보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인데?”
“어떤 사람 이냐면...”
하나하나 형에 대한 말을 꺼내 놓는다 칭찬 반 비난 반 시기 반 존경 반 부러움 반 하찮음 반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보며 알아온 것들을 늘어 놓는다. 형은 경청하며 킥킥 웃는다. 아 그랬어? 와 그건 좀 심했다. 맞장구 치면서. 이상하게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또또 또 뭔데? 형이 자꾸만 묻는다 내가 뭘 또 했는데. 응? 요즘 포커 한다면서 그건 잘하고 있어? 방송 보니까 다른 게임은 영 못하는 것 같던데 나 잘하는거 없는거 아냐? 농담도 섞어가면서.
“형? 잘하는거... 많지”
“뭘 잘하는데?”
“뭘 잘하냐면....그래 그거 잘한다.”
“뭐?”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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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뜬금없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임이 항상 들리대는 역이여서 역전되는 것도
보고싶고ㅋㅋ 콩이 어쩔줄 몰라하는것도 보고 싶어서 한번 써보고 싶은 소재였는데
정말 뜬금포라서....ㅋㅋㅋㅋ
마무리를
"어..? 꿈이였어?"
로 할지 말지 고민중입니다...ㅋㅋㅋㅋ
혹시 "어? 꿈이었어?" 허무해서 싫으신 분들 계시면 말씀해 주세요 ㅋㅋㅋ 그럼..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가 될것같습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부족한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댓글 보면서 힘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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