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괜찮다니까요 형님. 굳이 데려다 주실 필요 없었는데.”
“아니야~ 콩이 얼마나 소중한데~ 혼자 보냈다가 큰일 나면 안돼지~ 저기가 집 맞지? 집에서 2차?”
분위기를 타서 2차 까지 가는데 순서가 맞긴 한데.. 그랬다간.. 분명.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허허허 아쉽지만 안되겠는데요 형님 제가 오늘 많이 피곤해서. 형님도 오늘 무리 하셨으니까 들어가 보시죠~ 차안으로 밀어 넣는다. 상민이 형님을 돌려보낸 후 한참을 집안들어가지 못하고 문앞을 왔다 갔다 맴돌았다. 후우... 그래 죽기야 하겠어?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현관문을 연다. 띠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순간 스산한 공기가 전해져 살갗에 오스스 소름이 돋는다.
“저..어기”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쇼파에 앉아 열심히 뭔가를 뒤적거리고 있는 형의 모습이 보인다. 크흠흠.. 크흠. 나 왔는데... 형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아무 대꾸 없이 할 일을 하던 형은 손만 들어 올려 손짓을 한다. 슬금 슬금 다가간다. 엄지손가락 끝으로 제 턱을 슬슬 매만지며 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나한테 할 말 없어? 나직이 묻는다.
“미리 연락 했잖아 오늘.... 회식해서 늦을 거라고. 형도 알았다고 했고.”
내가 말하는 동안에도 내 쪽을 보지 않는다.
“아 됐어. 내가 왜 죄지은 것처럼 이러고 있어야 돼는데?”
돌아서는 내 손을 휙 잡아당긴다. 순식간에 쇼파에 내가 누워있고 형은 위에서 날 올려다 보고 있다. 죄 지은게 없어? 내려다보며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꿀꺽 침이 넘어간다. 그..그..그래 나 죄 지은거 없어.
“내가 그랬지 일찍 들어오라고. 상민이 형이랑 술 마시는거 별로 탐탁지 않다고.”
그리고 형은.... 그리고...형은.. 음 그러니까...
***
“그 다음은 뭔데?”
내가 묻는다. 형은 눈을 가늘게 뜨고 팔짱을 끼며 으음..... 말꼬리를 길게 늘인다. 어.. 음. 그게.. 음.. 아마. 그러니까 그.. 다음에 난 너한테... 어.. 그러니까. 이유를 설명할 거야 상민이 형과 술을 마시는게 왜 별로 탐탁지 않은지. 그리고.. 그 다음엔... 그.. 다아..음은...
“봐봐 내가 그랬잖아. 형이 나쁜 남자는 무슨.”
평소에 둘 다 tv를 볼 기회가 적다. 어쩌다 같이 휴가가 생겼을 때 빈둥거리며 영화를 보는 정도? 이번에도 영화를 봤다. 거기에 나쁜 남자 수준을 벗어나서 집착에 끝을 달리는 소름 끼치는 나쁜 놈이 나왔다. 그 놈을 보더니 욕하는 나를 보며 영은 대뜸 말했다 ‘너 내가 저러면 어떻게 할거야?’ 난 바로 코웃음 쳤다. 누가? 형이? 나한테? 반사 적으로 코웃음이 나왔다. 노골적으로 낄낄거리는 내 태도에 형은 어쭈 나 한다면 하는 놈이다. 허세를 떨었다.
그래 어디 형이 어디까지 나쁜 남자 노릇할 수 있나 보자. 어떤식으로 집착하려고? 스토리를 읊어 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오올... 그럴사 한데? 생각했다. 그것도 잠시 봐봐 거기 까지가 형의 한계라니까. 도입부에서 막히잖아 도입부에서. 그런 주제에 뭐? 나쁜 남자는 개뿔. 형은 투덜 거린다 그럼 넌 그 다음 어떻게 할껀데? 넌 나보다 나을줄 아냐? 자존심을 부린다. 나? 당연히 형보단 났지. 나라면 말이지...
***
“내가 그랬지 일찍 들어오라고. 상민이 형이랑 술 마시는거 별로 탐탁지 않다고.”
형의 커다란 손이 내 목을 움켜쥐...
***
“에이.. 그건 아니다.”
“뭐야! 아직 문장 하나 끝나지도 않았어. 뭐가 그게 아니야?”
형은 영 찜찜한 표정으로 에이.. 아무리 그래도 목을 조르는건 아니지.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게임 관련해선 가차 없는 주제에 이럴 때는 마음 약해서 이렇게 나온다. 아까 저 놈이 하는거 못 봤냐? 목 조르는 정도는 약과다. 자기 말 안듯는 다고 칼까지 휘둘렀잖아. 아예 시도를 말던가. 내 투덜거림에 그제야 아.. 알았어. 계속해봐 그 다음은? 내 말에 귀 기우린다.
***
내 목을 움켜쥐고.
“넌 내꺼라고 했지. 내가 말 한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돼 알았어?”
***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내 손발 오그라들다 못해 문들어지는거 보고 싶은 거지 너?”
...에라 나 안해! 못해! 형이 손발 오그라들면 난? 방금 대사 읊은 난? 내 손발은 오죽 하겠냐?! 어?! 때려쳐 에초에 설정부터 이상했어. 순두부 마냥 물렁한 주제에 치명적인 남자가 되겠다는게 가당키나 하냐?
“..아니... 그건.... 만약에 내가 그렇게 나간다고 쳐. 네가 순순히 고개 끄덕이겠냐?”
“아니지 바로 아구창 날리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만약에 형이 그렇게 나오잖아? 그럼 보통 영화 속에선 그렇거든 파들 파들 떨면서 혀..형 왜 그래? 이러지마. 그럼 형은 내 반응에 더 신나서 달려드는 거지. 다음에 또 내 말 안들으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나 한테 상민이 형 번호 있는거 알지..? 같이 촬영하고 있는 것도 알고? 우리 사이 형이 알게 되더라도.. 지금처럼 널 대해줄까? 비열한 협박도 하면서. 그럼 나는 안돼! 그러지마! 제발 그러지마.. 난 빌겠지. 그건 영화 속 얘기고 나라면.
***
“다음에 또 내 말 안들으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나 한테 상민이 형 번호 있는거 알지..? 같이 촬영하고 있는 것도 알고? 우리 사이 형이 알게 되더라도.. 지금처럼 널 대해줄까?”
난 무덤덤하게 형을 빤히 올려다 볼 거야. 물론 떨지도 않겠지. 팔짱을 끼고 띠거운 눈으로 이 손 안치우냐? 말하겠지.
“임대갈 취했냐?”
“내가 지금 취한 것처럼 보여?”
“어.”
단호하게 대답하고 킁킁 술냄새를 맡아. 아.. 술은 안마신 것 같은데.. 냄새 상태 보니 상했내. 완전히 맛이 갔어. 정상이 아니야. 내가 그랬잖아 음식 좀 가려 먹으라고 어디서 뭘 먹었길래 상태가 이래? 이마에 손을 짚고 와.. 열도 안나. 멀쩡하게 맛이 가면 그게 더 심각한거 알지 형? 쯧쯧..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몰라. 형. 일단 방에 가서 코 자자. 어? 어이구~ 상태 안좋은 임요환 어린이. 코 자고 내일 같이 병원에 가자. 손을 잡아끌고 방안으로 들어 갈거다.
***
“나도 너 충분히 괴롭힐 수 있거든?”
형이 이상한 부분에서 발끈한다. 얼씨구 그냥 괴롭히는 거랑 나쁜 남자랑 같냐?
“그럼. 너 지금도 나 괴롭히잖아. 아.. 내가 잘못 생각했다 형 이미 나쁜 놈이었구나? 현역때부터 나 지긋지긋 하게 괴롭혔지?”
생각해보니까 그렇다. 형 얼마나 나 힘들게 했냐? 그거 줄줄 읊어줘? 스토리 새로 짤 것도 없었구만 형은 그때부터 나쁜 놈이었고 날 괴롭히는 놈이었어. 암 그렇고 말고. 그리고 집착도 쩔었지. 지니어스 안에서도 그래 형 얼마나 나 귀찮게 졸졸 쫒아다니면서 못 살게 굴었냐?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좀 다른... 아 몰라 그래 나 꽃 병풍 민폐 케릭터에 멍청한 동네 바보라서 분위기 잡는거 못한다 됐냐?”
“...설마.. 형 삐진거야?”
삐지긴 내가 애냐? 대꾸 한순간부터 형은 그냥 삐진 거야. 너무 심하게 놀렸나? 요즘 느낀 바가 커서 고분고분하게 굴다가 오랜 만에 놀려서 그런지 형의 입이 평소보다 더 나온 것 같다.
“에이... 분위기 잡긴 하지 집중할 때는. 내가 그랬잖아 그때 나오는 눈빛 좋다니까.”
같이 쇼파에 앉아 있다 벌떡 일어나 방으로 가는 형의 뒤를 졸졸 쫒는다. 뒤에서 꼭 안고 천하에 홍진호가 아양이라는걸 떤다. 나도 많이 죽었다. 형한테 이러고 이러고 있다 내가. 이것만 봐도 인간 승리지 안 그러냐 형? 형은 어떻게 좋은데 방문 앞을 막고 서서 말한다. 벌써 까먹었어? 그땐 좀 섹시 하다니까. 나쁜 남자 하고 싶다던 형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씩 웃는다.
“얼굴 근육 풀어지는거 봐라 그렇게 좋냐?”
“..네가 뭘”
“이제와서 표정관리 해봤자거든. 그래 좋겠지 당연히.”
아 왜 자꾸 휘둘리는 걸까 홍진호 한테 나도 좀 휘둘러 봐야 돼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는다. 얼씨구. 뭘 모르시는 구만. 형의 볼을 잡고 들어올려 입을 맞춘다. 침대에 털썩 누우며 나 형 좋아해. 말한다. 형은 내 옆에 툭 누우며 얼만큼? 무시무시한 질문을 한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내 입에서 좋다는 말이 튀어나갈 만큼 됐냐? 대답한다.
“봐봐. 천하의 홍진호 입에서 이런 말이 막 나가게 할 만큼 형은 날 충분히 휘두르고 있다니까?”
“그런가?”
“그렇지.”
그렇지 암. 그건 그래 수긍하더니 또 갈대 마냥 마음이 바뀌어서 그래도.. 나 그때처럼 해보고 싶단 말이야.. 나 기억 잃었을 때 기억 나지? 그때처럼 좀 너한테 모든 사랑과 관심을 받을수 있도록 휘둘러보고 싶다 이거지. 형만의 판타지를 꿈꾼다.
“그때로 충분하지 않아?”
맨 정신으로 나한테 그걸 바란다고....?
“에이 무슨 소리~ 부족해 부족해.”
“참나. 그럼... 음...”
그래 내가 아무리 태도를 고쳐먹으려고 마음 먹었다지만 당장은 못하고 둘이 상상하는거 정도야... 해주지 뭐. 형하고 어울리는 다른 스토리가 있으려나.... 그래! 그럼 이런 느낌은 어때?
***
“콩 넌 내 말을 어겼어. 오늘 하루동안 이 방안에서 절대로 나갈 수 없어.”
눈을 뜨자 내 손 발이 꽁꽁 묶여 있...
***
“...야 그건 악당이고”
“여기서 너 끊어 봐라. 나 정말 안한다?”
나쁜 남자 하고 싶다는 놈이 또또 이러지.
“..아..알았어. 계속해봐.”
***
묶여있다. 입에 있는 이건 뭐지? 읍! 읍! 이거 풀어줘! 말하는 나를 보고 형은 비릿하게 웃는다. 늘 바보처럼 실실 거리던 얼굴이 아니다. 소름이 오싹 돋는다. 찬찬히 다가와 내 얼굴을 들어 올린다.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와 함께 얼굴을 매만지며 진호야...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알려줄까? 귓가에 자그맣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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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 보고..... 음.. 집착하는 임이라.........
혼자 생각하다 보니 이런 쪽으로 풀리더라구요 ㅋㅋㅋㅋ
원하시는 방향이 전혀 아닌것 같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콩과 순두부에서 캐릭터가 확실히 잡혀버려서
이 이야기가 아니라 번외 같은 느낌으로 써보고 싶긴 합니다.
연휴라서 ㅠㅠㅠ 간만에 찾아왔네요.... 기다리신 분이 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있다면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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