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방탄소년단과는 상관없는 픽션임을 안내드립니다-
"얼쑤-!"
누가 보아도 흥겨워 보이는 악공들과, 저마다 재주를 뽐내고 있는 기생들, 광대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이 곳은 그 이름하여,
창덕궁(昌德宮)의 연회장이었다.
왜 이리도 연회장이 떠들썩하냐 묻는다면, 바로 오늘은 조선의 국본인 세자와, 세자의 하나뿐인 여인이 될
세자빈의 가례날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자는 이런 연회가 익숙한 듯 술을 조금 마시고 있었고, 반대로 세자빈은
모든 것이 낯설고 놀랍다는 듯한 표정에 시종일관 긴장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얼쑤, 광대 올라갑니다! 신명난다!"
그 때, 다소 얼어붙고 긴장된 분위기를 깰 아주 좋은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외줄의 신선'이라 불리는 그, 지민이었다.
지민은 세자와 세자빈이 앉은 곳을 바라보며 술을 마신 다음, 모두에게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음악 역시 지민의 분위기에 맞추어 점점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그 때-
고조된 음악을 가르며, 바닥으로 울컥, 피가 쏟아졌다. 그리고 꽃 한송이가 힘없이 줄에서 떨어져내렸다.
[피해자]
이름: 박 지민
나이: 23세
사망 추정 시각: 1790년 사월 열사흘(4월 13일), 미시(未時) (오후 1시~3시)
특징: 몰락 양반 출신으로 광대가 되었으나, 풍류를 즐길 줄 알고, 무엇보다 줄타기 실력이 뛰어나
'외줄의 신선'이라 불리며 왕에게서까지 극찬을 받았다.
[용의자들]
이름: 김 석진
나이: 30세
특징: 종6품 장악원 주부(主簿), 3대가 대대로 문관 출신인 가문의 차남이다.
평소에도 그가 재인청 사람들을 하대하고 무시하였다는 증언을 확보하였고,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지민과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한 듯 하다.
"뭐 이렇게 되면 재인청도 기가 한 풀 꺾이겠죠. 가뜩이나 웃음파는 광대놈들이 전하의 신임을 얻는 게 꼴같잖았는데."
이름: 김 태형
나이: 23세
특징: 조선의 국본(國本), 즉 세자이다. 애초에 감정이란 걸 갖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인 것마냥 냉정하다.
그런 그가 미소를 보일 때는 세자빈 홍씨 앞에서 뿐.
지민이 죽을 당시에도, 한 치의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세자빈 홍씨의 눈을 가려주었던 사람이 바로 그였다.
"유감입니다. 좋은 날에 이런 변고가 생긴다는 것이."
이름: 정 호석
나이: 25세
특징: 장악원 악공(해금 연주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밥벌이가 마땅치 않아, 부업으로 새끼줄을 꼬아 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한다.
그가 죽은 뒤로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가, 최근에야 정상으로 돌아온 듯 하다.
하지만 그 전과는 달리 말을 더듬고, 몹시 주저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제, 제가 그때 지, 지민이를 잡...았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죽, 는... 일은 없었을까요?"
이름: 전 정국
나이: 약관(弱冠), 갓 스무 살
특징: 재인청 소속 광대이자, 지민의 의동생, 세자빈 홍씨의 의붓 남동생.
'외줄의 신선'이 지민이라면, '외줄의 선녀'는 정국이라는 찬사가 재인청 내부 뿐만 아니라 궁 내에도 가득했다.
지민을 형으로서 존경하고 따랐으며, 의붓 누나인 세자빈 홍씨와도 애틋한 사이이다.
"지민 형은 꽃처럼 잠시 머물다 저 세상으로 갔네요,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 빈자리를 견디며 살아가야 할까요."
[증인, 증언자, 사건의 축]
세자빈 홍씨. (본명 홍 연화)
조선의 세자빈, 그러나 천인의 딸이고 장악원의 기생이었던 신분이기에 '홍천출'로 불리며 궁녀에게까지
멸시를 당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초탈한 듯 꿋꿋하고 강인한 성격의 여인.
"너무 큰 상심을 겪어 이젠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 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초월한 마음으로 오라버니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고 싶어,
작지만 아는 대로 도움을 드리고자 증인으로 나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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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수사관님들, 소인 다모 윤 필자(筆子)라 하옵니다. 궁 안에서 너무 거대한 사건이 발생한 듯 하여,
제 선에서는 도무지 해결이 안 날듯 해 수사관 나리들을 소집하였나이다.
혹여 저와 함께 이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고 싶다면, 지금부터 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