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윤팀장은 인기쟁이예요
팀장님과 싸운 일은 몇번 없는데요, 오늘은 그 몇번 없는 싸움에 대해 얘기해보려해요. 부끄럽지만, 팀장님이 대부분 저에게 맞춰주기 때문에 싸우는 일이 적은 것이라 말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웠던 이유는, 바로 팀장님이 인기가 많아서 였어요.
오랜만에 나서는 데이트라 방방 들떴던 날이었어요. 또 누구 반하라고 옷은 또 이렇게 이쁘게 입고 나온건지, 저 멀리서 봐도 잘생김이 뚝뚝 흘러넘치는 거예요!....그래서 입이 제멋대로 뇌에 있는 말을 그대로 뱉었는데요, 팀장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 반하라고 이쁘게 입었지.' 하고는 내 손을 잡아채서 휘적휘적 걸어나갔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심쿵을 날린 팀장님 귀는 새빨개져 있었어요.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푸스스 웃고는 걸음을 맞춰서 걸어나갔지요. 그나저나 시선들이 많이 느껴지는 게, 또 팀장님을 향한 다른 여자들의 시선이겠지요. 어딜 가든 내 남자친구를 향한 다른 여자들의 시선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어떻게 여자친구인 제가 있는대도 이토록 대놓고 쳐다보는지 모를 일이었어요. 처음에야 그냥 역시 내 남자친구! 하며 웃어넘겼지만, 계속되니 점점 지쳐갔어요. 아, 물론 팀장님은 잘 몰라요. 다른 데는 눈치도 좋은 사람이, 꼭 이런 데는 눈치가 없네요. 물론 제가 잘 티내지 않아서도 있겠지요. 한 두번 투정부린 적은 있지만, 심각하게 얘기한 적은 없어요. 그도 그럴것이, 팀장님이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다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창피하잖아요.......
그나저나 아까까지만해도 방방 들떴던 마음이 착 가라앉아 버렸네요. 내 마음과 달리 틱틱 나가는 말투에 나조차도 놀랄 정도였지요. 오빠는 아까와 다른 내 모습에 당황한 듯 했어요.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대답도 해주지 않아서 팀장님 나름대로 화내지 않으려 참고 있는 거 같았지요. 근데 어떻게 말해요..속 좁은 여자로 보이면 어떡하구요.? 이런 내 모습에 싫증이 날 지도 몰라요. 카페에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떤 여자가 주춤주춤 우리 테이블로 오더니 오빠에게 말을 걸었어요.
"아 저...혹시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럴 줄 알았어요. 이렇게 제가 옆에 뻔히 있는데도 자주 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아요. 이럴 때 마다 내가 여자친구로 안보이니까 같이 있어도 번호를 묻는 게 아닐까 싶고, 여동생쯤으로 보이나 하기도 하고..여러모로 제가 작아지는 기분이었지요. 또 성격좋은 오빠는 허허 웃으며 여자를 돌려보내는데요, 저는 그것조차 맘에 들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하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아, 그러지 마시고 한번만 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제 스ㅌ.."
"앞에 애인 앉아있는 거 안보입니까? 좀 가세요."
"아.."
여자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가버렸어요. 예상치 못한 오빠의 반응에 놀란것도 잠시, 이제는 지친다는 표정으로 제게 말을 해왔어요.
"언제까지 말도 안하고 있을건데? 오랜만에 만나서 뭐하자는 거야. 내가 이러면 어떻게 해줘야해?"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였어요. 근데 누가 제 입에 풀이라도 바른 듯 한마디도 벙긋할 수 없었어요.
"나 먼저 갈테니까, 다시 말할 생각 들 때 연락해."
그러고는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다 제가 자초한 일인데 너무 서러운 거 있지요.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쉽사리 그 무엇도 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도 안잡히는데다가 정말 화가 많이 나보이는 모습에 더더욱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러고 있기를 한참,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서 깜깜해졌을 때가 되서야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지요. 머릿 속은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집에 가자는 생각으로 카페 문을 딸랑 열고 나왔어요. 카페에서 집까지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서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뒤에서 자꾸 인기척이 나는 것이 너무 무서운거예요. 물론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프로 쫄보인 저에게는 벌써 8시뉴스 속 주인공이 제가 되어서 방영되고 있었지요. 덜덜 떨면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는데요.
"오..빠, 있잖아."
[..]
"어, 누나!"
수화기 밖에서 다른 목소리가 저를 불렀어요. 누구지, 하고 돌아보면 같은 층에 사는 고딩이 보이네요?
"누나. 어디갔다가 이제 들어와?"
"어..어."
전화가 끊어진지도 모르고 그렇게 친한 척을 하다 집까지 도착했어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고맙다는 말을 겨우 전할 수 있었지요. 이 아이와는 몇번 안면만 있을 뿐, 이름도 나이도 몰랐어요.
"누나 괜찮아요? 무서워보여서 일단 친한척 했어요. 불편했다면 미안하구요."
"아냐..덕분에 잘 왔어.고마워. 근데 이름이 뭐야?"
"저 지훈이요. 그리구,"
지훈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제 어깨를 돌려세워 품 안에 넣었어요. 잠깐 놀랐지만 익숙한 냄새에 안심을 했지요. 네, 팀장님이었어요. 집에서 여기까지 뛰어온 모양이예요. 쉽게 숨을 고르지 못하는 모습에 또 미안했지요.
"너, 괜찮아?.."
"응...미안"
팀장님은 마른세수를 한번 하더니 지훈이를 쓱, 쳐다봤어요. 되려 허둥대며 아까의 상황을 설명했지요. 너무 무서워서 오빠한테 전화걸었는데 지훈이가 같이 와줬다, 전화는 끊긴 지도 몰랐다...대충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훈이에게 고맙다며 번호 좀 줄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아니 아까까지는 번호를 따이고 다니더니 이제 번호를 따고 다니네요. 휴...
"고마워. 이 누나 밤 늦게 다니고 하면 일러줘.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소고기.?"
"그래. 소고기"
"전재산을 들고오셔야겠네요."
저 빼고 쑥덕거리더니 지훈이는 먼저 올라갔구요. 저는 오빠와 공원에 왔어요. 제가 먼저 입을 열기 전에는 얘기 안 할 것 같기에 눈 딱감고 더듬더듬 이야기를 해나갔어요.
"아니..오빠가 너무 잘생겼잖아."
아, 이게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구, 여자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아..
그리구 내가 있는데도 막 걔네들이 번호 묻구..내가 여자친구로 안보이나 싶구..
오빠 잘못은 아닌데, 아니지 잘못이야.
앞으로 막 수염도 기르구 막 머리도 까치집 짓고 나와."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저를 보더니 오빠는 말없이 저를 꼬옥 껴안아줬어요. 아, 저는 오빠가 안아줄 때가 제일 좋아요. 넓은 품이 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감싸주는 게 너무 좋은 거 있지요? 또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어요.
"여주야, 나는 너가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
이렇게 서운한 것도, 원하는 것도 말해줘야 내가 고치고 또, 알지.
근데 그래서 아까 말을 안하고 있었던 거야?...너무 귀엽잖아 여주야.."
그러고는 심장을 움켜쥐는 제스쳐를 하기에 눈을 게슴츠레 뜨고 쳐다봤지요. 오빠는 한참을 저를 안고 부둥부둥 했어요. 앞으로는 내가 철벽남이 될게!하면서 중간중간 다짐들도 하는데, 아, 저도 심장 움켜쥐고 싶은데 말이예요.
지훈이는 제 정보를 팔아넘기는 대신 소고기를 얻었다고 하더라고요. 괘씸한 것. 엄연히 더 가까워야 할 사이는 저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예요. 고기와 맞바꾼 이웃주민간의 정 정도가 되겠네요. 근데 요즘은 오빠가 너무 지훈이에게 치대서 걱정이예요. 지훈이가 귀여운 건 알겠는데, 저 이제 남자한테도 질투를 느껴야 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긴 연휴 푹 쉬셨나요?
저는 출근합니다....빠빠ㅃ바ㅃ빨간날 끝났네 허니~~
+)
지훈이와 지성이의 관계성.jpg
저는 뭘 했다고 소재가 안떠오르지요.?
쉰다고 쉬었던 것도 있지만, 소재가 안떠오른 탓도 있네요..
보고싶은 소재가 있다면, 자유롭게 써주세요!
제가 소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예요...
윤팀장의 밥알님들 [쿠쿠] , [0308],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