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씨발, 내가 그 게이새끼 때문에 게이가 됬다는 거 아니야…."
"민석! 밍쏙!"
민석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의 인영에 몸서리를 쳤다. 씨발, 어머니…, 저 게이새끼를 제발 제 곁에서 떨궈 주세요. 달려오다 못해서 펄쩍 펄쩍 뛰어와 안기다시피 한 루한에 의해서 민석은 뒷걸음질쳤다. 아, 정말 무서운 새끼다. 존나 강적이야. 민석은 23년 인생에서 제일 큰 강적을 만났다. 발음은 짱깨라 그런지 어눌한 앞니 빠진 5살짜리 발음같고(는 오로지 민석만의 생각. 루한은 생각보다 한국어를 매우 잘했다.) 정신연령은 어디 뒤통수를 깨져서 덜 자란 애새끼마냥도 못했다. 근데, 제 나름대로 15년을 공부에 투자해 왔는데도 이런 모자란 애새끼조차 상대를 못하다니, 민석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참회를 맛보았다. 아, 씨발 하느님…, 도대체 어떻게 하시면 제 앞에 이런 새끼를 내려주실 수가 있죠? 제가 그렇게 잘못했나요? 23년 살면서 하느님 한번 안 믿은건 정말 죄송한데, 이건 너무 심하시잖아요…, 오늘부터 믿을게요, 그러니까 이 새끼 좀 떼어내 주세요. 민석은 오늘도 간절하게 빌었다.
"오, 밍쏙도 이 강의 들어?"
"왜?"
"나도 이 강의 듣거든! 우리 천생연분? 맞나? 하튼 우리 천생연분이야!"
"아, 그런데 오늘부터 안 들을거야, 이 강의."
"…왜?"
왜긴 왜야, 니 새끼가 듣는 강의니까 그렇지. 너랑 같은 강의를 들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 너랑 같은 강의를 들으면, 하곤 민석은 생각에 잠겼다. 한 달 전쯤, 대출을 하려 친구 대신 온 루한은 강의실에서 민석을 발견하곤 시무룩한 표정을 반색하고는 민석에게 달려들었다. 민석, 너도 이 강의 들어? 하곤 옆에 앉은 루한은 강의 시간 내내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책에 필기를 하는 민석의 모습을 옆으로 엎드려서 관찰하다가도, 꼬물거리는 민석의 손이 귀엽다며 앙, 물려고 하질 않나. 민석은 그런 루한을 보며 식겁했다. 존나 무서운 새끼, 사람까지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민석이 강의를 안 듣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밝았냐는 듯 시무룩해진 루한이 벤치에 앉고는 턱을 괴었다. 그럼 나는 그 시간에 뭘 하지. 뭘 하긴, 평소대로 수업 들어. 매몰찬 민석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나 평소에도 민석 봤는데. 아! 순간적으로 골이 아파오는 듯한 띵함에 민석이 뒷목을 잡았다. 이 새끼랑 같이 있으면 평소보다 50년은 빨리 죽을 거 같아요, 엄마…. 이러다 엄마 아들 엄마보다 먼저 하늘나라 가면 어쩌지. 뒷목을 잡고 벤치에 기댄 민석이 뒤에서 들려오는 말들에 표정을 굳혔다.
"아, 그 김민석, 그 선배?"
"어, 존나 게이라며? 어휴, 난 게이 처음 봤잖아. 개깜놀!"
"도대체 뭐 어떻길래?"
"몰라, 씨발. 그냥 서로 비비고 난리도 아니더만."
"아, 뭐 그런게 다 있어. 커밍아웃도 제대로 하네."
저, 저 썅년들이…! 민석은 마음같아서는 머리채를 잡아서 학교 정문에 딱 걸어놓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옆에서 여자들을 눈빛으로만 찢어 죽일듯이 살벌하게 바라보는 루한에 고개를 숙였다. 내 대학 생활, 이제 사요나라…. 4년 전만 해도 파릇파릇하고 예쁘장한 후배 한 명 데리고 나도 연애 하고 캠퍼스를 돌아다닐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짱깨 한 명이 잘못 꼬여서 내 대학 생활도 망했다, 싶은 민석이 결심했다는 듯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학교 건물로 향했다. 어디 가, 민석! 혹시나 자신 때문에 민석이 화났나 싶어 애타게 부르는 루한을 뒤로 하고.
"휴학하려구요."
"휴학신청서 쓰시고 주시면 되요."
민석은 자신의 손에 들린 하얀 A4용지를 허탈하게 바라봤다. 이 얇은 종이쪼가리에 이제부터 내일 내 인생이 바뀐다. 휴학 하면 뭐하고, 다시 복학하면 학교를 남들보다 더 많이 다니고…. 휴학 사유에 '스토킹' 이라고 쓴 부분을 빤히 바라보던 민석이 손에 쥔 얇은 모나미 볼펜으로 그 부분을 북북 지워버리고는 다시 썼다. '인생에 대한 참회.'
…그래, 나는 저 루한이란 놈의 짱깨새끼 때문에 내 대학생활을 망쳤다. 김루한인지 장루한인지, 인정하긴 싫어도 한국말은 잘 한다. 그런데 저 새끼만 아니었어도 염병, 나는 대학 생활을 잘 마치고 취업도 잘 해서 인턴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민석이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이불에 몸을 되감았다. 아, 폭신해라. 내일은 공강이니까 일찍 안 일어나도…, 아 맞다 나 휴학했지. 다시금 시무룩해진 민석이 애꿎은 이불만 잘근잘근 씹다가 밖에서 개념없이 쿵쿵대는 소리에 미간을 확 찌푸리고는 이불을 벗어던지고 일어섰다. 어떤 새끼야. 존나 개념리스.
"누구세요."
"밍슥!"
"…?"
"밍쏙! 민석!"
아, 골이야….민석은 이마를 부여잡고서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그래, 내가 저 새끼를 만나고 나서 되는 일이 없었지. 모두 쟤 때문이야. 그치, 하느님? 뒤에서 하도 쿵쿵대느라 등이 자동안마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대로 잠들어 버릴까, 하기엔 너무 시끄러운데. 민석은 일어서서 문을 세차게 열었다. 아니, 너는 또 왜?
"너, 울어?"
"민…,석…."
아니, 울어야 할 건 난데, 넌 또 왜 울어? 어이가 없어진 민석이 허탈하게 한숨을 한번 폭, 쉬고는 루한을 집 안으로 들였다. 안 그래도 복잡한 사람 집에 와서, 다짜고짜 울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응? 어쨌든 저쨌든 루한이 마음에 안 드는건 마찬가지로 똑같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고 계획 없이 들이대는 것 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분위기도 모르고 갑자기 울기나 하고. 남자가 찌질하게 말이야. 소파에 같이 앉아있다가 뭐 마실거라도 내줘야 하나 싶어서 일어나려던 민석이 옆에서 들려오는 작은 루한의 목소리에 몸을 굳혔다.
"나, 민석 진…짜, 좋아…했는데."
"……."
"민석은…, 그것도 몰라주…고."
"……."
"그런데…, 오늘은 좀 미안해."
괜히 이새끼 저새끼 하면서 밀어냈나, 싶었는데 미안하다는 루한의 뜬금없는 소리에 민석이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 제 나름대로는 다정하게 말하려 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차마 제 성격은 버리지 못해서 까칠하게 나간 민석의 말에 움찔한 루한이 말을 이었다. …민석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내가 자꾸 비비고 그래서….
루한은 오늘 낮에 들었던 여자들의 대화에서 민석에게 미안함을 느낀 듯 싶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오로지 루한, 자신만의 일방통행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쌍방통행인줄로만 보여서, 괜히 민석을 욕보이게 한 것이 미안했다. 스트레이트인 민석에게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들이댄 것도 얼마나 많이 부담스러웠을까 싶어서 미안했고. 혼자서 생각에 잠기다 괜히 감성이 자극되어 빵 터진 루한이 참다 못해 민석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건 무슨 석고대죄야 뭐야…. 생각보단 가벼운 말에 민석이 살짝 웃었다. 뭐야, 이거.
"민석은, 나 싫지…?"
"…어?"
대뜸 나온 루한의 말에 당황한 민석이 말을 더듬었다. 평소같으면 당연한거 아니야, 이 게이새끼야! 하곤 뒤통수를 후려칠 민석이었는데, 아무 말도 않는 민석에 살짝 얼굴에 화색이 돈 루한이 다시 한번 물었다. 나, 싫어? 다시 공격된 연타 공격에 말을 잃은 민석이 어버버댔다. 아니…, 그러니까 싫은 건 아닌데…. 막상 돌직구에는 약한 민석이라 차마 대답을 못한 민석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했다.
"아니, 너 안 싫어. 그러니까 우리 연애해."
"어?"
이건 너무 급한 전개인것 같지 않아? 나는 이런 말을 바라고서 물은 게 아닌데…. 당황한 루한에 눈을 질끈 감은 민석이 루한의 볼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오늘부터야. 니가 내 앞에서 징징대는 것도 존나 미안하고, 이렇게 대학교에서 존나게 썩어갈 바에는 니 새끼랑 연애하는 것도 괜찮다 싶고. 아, 어머니. 아들은 이렇게 매일 욕하던 후로게이가 되었습니다….
"민석…. 이건 너무 빠르…,"
"그래서, 씨발. 싫어?"
어떻게 내 자존심을 걸고 말한 건데, 싫어, 이 개새끼야? 싫다고 말하면 넌 인간도 아니야, 씨발놈아. 싫다고 말도 하지 않은 루한에게 상스런 말을 내뱉은 민석이 뒤로 돌아 팩, 하곤 엎드렸다. 그래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게이 눈에는 게이만 보이나, 하튼 우리 민석이 예뻐죽겠다! 어화 둥둥 우리 민석.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루한이 엎드린 민석의 위로 엎드려 허리를 껴안았다.
"밍쏙! 워아이니!"
뭐래, 미친놈이. 외국어 중얼거리고 지랄이야. 귀끝까지 빨개진 민석의 부끄러움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뭐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여이런글...후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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