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태양이여. 그 작열하는 불같은 손길로 이 몸을 녹여주오.
흔적 없이 사라져버려도 괜찮으니 나를 잡아주오. 내 사랑하는 태양이여.
"........말도 안돼"
손끝에서 시작된 한기는 내 방을 모조리 얼리고나서야 끝났다.벌벌거리며 떠는 두 손을 잡고 신에게 빌었다.
제발 이 모든게 꿈이라고 대답해달라고. 그저 난 아주 무서운 악몽속에 헤매이고 있는 거라고.
"씨.발 이러는게 어딨어.아직.....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이러는 순간에도 그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얗고 차가운 내 손을 잡아주는 까맣고 뜨거운 손, 둥근 어깨, 조금은 높은 목소리가 택운아 하고 부르는 모습이 머리속에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
흑백영화가 아닌 아주 생생한 컬러로.....
나의 바람과 달리 방안의 끔찍한 냉기는 나를 감싸돌았다.
온기란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뿐이였고 그 물방울들도 흘러내리며 얼음으로 변해갔다.
그 속에서 나는 지독한 운명과 함께 얼어갔다.
"정택운 군의 케이스는 아주 특별합니다. 가끔 집안에 컨트롤러가 없어도 능력이 발현되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가 나오긴 합니다만.....대부분 아주 미약한 능력이죠. 그런데 방을 얼려버린 정도면......연구소에 일단 가봐야 알 듯 합니다."정신을 잃었나보다.
정상으로 돌아온 내 방에는 누군가가 어머니와 대화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럼.....택운이를 데려가시겠다는 건가요?안되요. 안됩니다. 우리 택운이는 아주 평범한 아이에요. 제발......"
희미한 시야 속 어머니는 얼굴을 양손에 묻으신채 울고 계셨다. 울지마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정부 규정상...."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썼지만 뇌를 갉아먹는 듯한 고통에 다시 깊은 세계로 끌려가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였다.
몇시간이 흐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내 운명의 수레바퀴가 재.수없는 방향으로 돌게 되버렸다는 거였다.
몸을 겨우 일으켜 방밖으로 나가니 짙은 어둠속 누군가의 인영이 보였다. 어머니였다.
"택운아....."
여느 때와 같이 나를 부르는 따뜻한 목소리였지만 물기가 어려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네."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시며 이 상황을 설명하셨다.
"이 세계에는 두가지 사람이 있어. 컨트롤러와 노멀. 신문에서 컨트롤러에 대해 나온 거 기억나니? 평범한 사람과 다르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을 컨트롤러라 하는데 택운이 니가....."
어머니는 목이 메이시는지 잠시 말을 멈추셨다.
"컨트롤러라 하는 구나. 얼음을 다루는.....그래서......"
결국 어머니는 눈물을 터트리셨다.
"그래서..... 일주일 뒤에 그 곳으로 가야한다더구나. 그런데 그 곳에 가면 다신 만날 수없다고...
어떡하니......엄마는 아직 우리 택운이 보낼 준비가 안돼있는데...."
컨트롤러. 그리고 그 곳.
단 한번도 내가 그 곳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17년동안 평범하게 살아온 내게 그 세계는 머나먼 이야기였다.
당황스러웠지만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껴안고 등을 두드려드렸다.
"엄마. 울지마세요. 걱정마세요.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요. 그 안에 다른 방법이 생각날수도 있잖아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머리속은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착잡했다.
그리고 그 속에 학연이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저 심연속으로 가라앉아버릴것같다는 두려움에 눈물이 흘렀다.
열일곱. 나는 아직 겁많은 어린 소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