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어. 먼 훗날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마지막 선물로써 죽음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는걸 말이야 . 그래도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는 현재를 더 사랑하니까 괜찮아. 너는 어때? 택운아?열여덟에서 열일곱.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년동안 나는 죽지못해 살았다. 일년사이 달라진건 많았다. 둘이 걷던 골목길을 혼자 걷고 둘이 나눠먹던 아이스크림을 혼자 먹는 것. 이런 사소하게 달라진 것들이 나는 괴로웠다. 명치끝이 답답했고 자주 체했다. 체할 때마다 내 손을 부여잡고 바늘로 따주며 천천히 좀 먹으라던 택운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방구석에 쳐박혀 꾸역꾸역 눈물을 삼켰다. 이유라도 말해주지 그랬어. 듣지도 못할 혼잣말을 중얼대며 나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방안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부모님은 나와 꽤 친하게 지내던 윗집 동생 재환이를 집에 자주 불렀다. 나와 택운이 사이를 그저 친한 친구로 알고있던 재환이는 친구와의 이별에 괴로워 하는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형. 택운이 형 잘 지내고 있을거에요. 혹시 나중에 다시 만난다면 좋은 모습 보여줘야되지 않겠어요? 기운내요."열리지 않은 내 방문 앞에서 재환이는 끊임없이 나를 위로했고 누군가 기댈 사람이 필요했던 나는 그 내미는 손길에 나 홀로 빠져버린 고독과 고통의 심해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뭍으로 완전히 나온 날은 내가 택운이를 가슴에 잠시 묻어두기로 한 날이였다. 잠시만 안녕. 택운아. 다시 만날 때까지만 묻어놓을께. 가끔 미.치도록 보고싶을때만 열어보고 숨쉴께. 잠시만, 아주 잠시만 안녕.....1년만에 나온 바깥에서 가장 먼저 만난건 그 사이 나 보다 훌쩍 커버린 재환이였다. "일년만의 탈출 축하해요! 학연이형! 뭐하고 싶은거 없어요?"여전히 밝은 미소와 기분좋은 웃음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를 안정시켜주고 잡아주던 택운이와 다른, 웃음이 터지게 했던 그런 존재. 재환이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재환이의 도움으로 학교도 다시 복학하고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다시 택운이를 만난다면 나 이렇게 잘 살고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기에. 그렇다고 복수하고 싶은건 아니였다. 그러기에는 나는 택운이를 너무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시간은 빨리 흘러갔고 재환이는 내 곁에 항상 있었다.그렇기에 재환이도 날 떠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어느 여름날,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하고 모니터를 바라보니 조금 낯선, 제복을 입고 있는 재환의 모습이 보였다."뭐야? 웬 제복이야? 그 캐리어는 뭐고?"당황해서 그 큰 캐리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재환이 대답했다."어.....학연이형....나는 말하고 가야 될것겉아서.....인사하러왔어요....나 연구소 가요..."연구소? 무슨 소리지?"형이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말 안했어요. 나 어제 드디어 능력이 터졌어요. 음....멋지게 말하면 라이트닝? 한국말로 번개. 아 번개라 그러니까 촌스럽다.그쵸?"재환이는 뒷머리를 긁적대며 말했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그니까....나 컨트롤러에요. 우리 집안 대대로 물려내려오는....그래서 연구소 가야 한다는 거에요."아...안돼....이제 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는데....다급히 재환이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안가면 안돼? 재환아? 응?"당황한 듯 한 재환이는 나를 끌어안으며 토닥였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 그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나도. 가기 싫어 차학연씨. 거기 가면 언제 나올지 모른데..그래도 지금 보다 더 멋진 사람되서 형 앞에 나타날게요. 택운이형 소식도 알려줄게요."택운이? 정택운? 오랜만에 듣는 그 이름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택운이 소식이라니...그게 무슨 소리야?택운이가 연구소에 있다는거야? 빨리 대답해봐. 재환아!"높고 빠른 목소리에 재환이의 눈이 커졌다.".....뭐야? 형? 모르고 있었어요? 난 택운이 형이 말해줬다고 생각했는데? 택운이형 컨트롤러돼서 연구소 간거잖어요? 어! 형! 어디가요!"
재환이를 남겨두고 미.친듯이 택운이의 집으로 뛰어갔다. 눈물이 흘러 앞이 흐릿했지만 손등으로 거칠게 닦으며 이를 악물고 달렸다. 진실을,진실을 알아야했다. 택운아. 왜 말안했어. 왜 너혼자 안고 간거야.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리움을 품에 안고 나는 그 집으로 달려갔다.
요기까지는 독방에 올렸던 거에요 ㅎㅎ
지금 계속 쓰고 있는데 음.....1주일에 한번에서 두번정도 올리려구요^^
잘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