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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필터링으로 인해 제목이 두개인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원제는 뭘 봐, 병신아가 맞습니다 

  


 

 

 

 

04. 뭘 봐, 병신아

w. Lafleur

 

 

 

 

 

 

 

 

 

 

죽여버릴꺼야 병신새끼. 오늘도 병신은 학교에 나오질 않았다. 그날 죽여버리겠다는 등, 패버리겠다는 등 갖은 협박과 괴롭히지 않겠다, 그러다 출석일수 모자라서 짤린다 등등 온갖 회유책을 써봤지만 병신은 끝끝내 학교엘 오지 않았다. 미친년, 나도 오는 학교를 니가 왜안와? 생각해보니 죽여버리겠다는 말은 너무 심했던것 같다. 병신의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차 그렁그렁 할 지경이였으니 말이다. 나야말로 개또라이에 완전 병신이다. 어떻게 그렇게 심한말을 할 수가 있었지?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 어이 "

" 왜 "

" 너, 병신 어디사는지 아냐 "

 

 

 

'그건 왜?' 책상에 추욱 늘어져있던 변백현새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왔다. 병신을 만났던 그날 온갖 협박과 회유책이 먹히질 않자 병신의 집까지 따라가 억지로라도 병신을 끌고올 작정이였다. 그런데 병신새끼도 은근히 졸라 독했다. 집까지 따라가겠다는 나를 구태여 말리며( 말린다고 듣던 내가 아니지만 ) 지 뒤를 따라오는 나를 끝끝내 따돌리며 휑하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씨발, 사나이 가오가 있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었다. 그래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변백현 새끼한테 물어봤다.

 

 

 

" 몰라 "

" 에이 씨발, 니가 아는게 뭐냐 "

 

 

 

하긴. 변백현 새끼뿐만 아니라 전교를 이잡듯이 샅샅이 뒤져봐도 병신의 집을 아는새끼는 단 한명도 없을것이다. '야 근데 그건 왜물어본건데' 변백현새끼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건데 어째 더 귀찮은 일이 생긴 기분이다. 괜한 짜증이 밀려와 상체를 일으켜 여전히 옆구리를 찔러대는 변백현 새끼에게 역정을 버럭 내주고 다시 책상위로 엎어졌다. 만사가 귀찮다. 눈과 귓구멍을 닫아버렸다.

 

 

 

" .....같던데 "

 

 

 

'뭐?' 귀차니즘에 의해 닫혔던 귓구멍으로 소리의 한자락이 실려왔다. 다시 몸을 벌떡 일으켜 변백현새끼를 바라봤다. '아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몸을 튕기며 일어나자 깜짝 놀란 변백현새끼가 그날의 훈장처럼 감고있던 붕대묶인 오른손을 들어 등을 퍽 내리쳤다.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변백현새끼를 야리자 금세 깨갱하며 '뭐'라고 소심하게 물어온다.

 

 

 

" 뭐라고? "

" 잘은 모르겠는데 한남동에 있는 달동네에 산다고 한것 같기도 하고.. "

 

 

 

'뭐?달동네?' 목소리 톤을 높여 재차 되물어오자 영민이새끼는 '아몰라, 나도 들은거라서'라며 귀찮은듯 책상에 엎어진다. 달동네? 그 존나 높고 가파른 그곳? 와 미치겠다. 너 그런데사냐? 병신이 그런곳에 산다는 말에 머리가 벼룩시장 가판대로 한대 쳐맞은듯 잠시 띵해졌다. 내가 병신에 대해 모르고 있던 사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사실들은 너무나 슬펐다. 병신의 이름도, 광무새끼가 없으면 학교에 못나온다는 사실도, 병신이 달동네에 산다는 사실도. 이 사실들은 너무나 슬픈 것들이였다.

 

 

 

 

 

 

 

 

 

 

*

 

 

 

 

 

 

 

 

 

 

씨발 뭐가 이렇게 높아. 한남동에 있는 달동네라는 말만 듣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무작정 병신을 찾아왔다. 요즘은 오히려 내가 더 병신같은 기분이다. 우리나라 빈부격차가 졸라심해서 한남동 달동네에 사는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한마디만 듣고 바로 달려오다니 말이다. 나도 단단히 미쳤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병신같은 짓만 골라 할수 없으니 말이다.

 

하나,둘,셋.. 계단이 존나 많기도 하다, 세어도 세어도 끝이 없다. 여기에 오기전 변백현 새끼한테 왜 달동네가 달동네냐고 물어봤더니 달까지 닿을것 같이 존나 높아서 달동네란다. 이러다가 죽기전에 하느님도 만나 볼 수 있을것 같다. 숨이 턱턱 막혀와 반밖에 못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잠시 그자리에 멈춰서서 등을 돌려 한눈에 보이는 서울의 도심을 내려다 보며 담배를 입에 갖다 물었다.

 

 

 

" 후우.. "

 

 

 

땀이 베어난 한숨을 내쉬며 담배연기를 하늘로 내뿜었다. 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파란하늘의 구름한조각인냥 곱게 걸려 허공에 흩어진다. 병신은 왜 이런곳에 살까. 가뜩이나 잔뜩 말라서 존나 비리비리하게 생긴놈이 말이다. 문득 병신을 우리집에 데려다 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뭐 썩 좋고 으리으리하진 않지만 적어도 여기보단 높지않고, 여기보단 힘들지 않을테니 말이다. 병신을 만나면 보쌈을 해와야 겠다는 양아치같은 발상이 들었다.

 

 

 

" 이봐.. 학생 "

 

 

 

누군가 교복을 입은 나의 뒷모습을 보고 학생이라 불렀나 보다. 입에 물고있던 필터를 빼내에 발끝에 놓고 지져껐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보니 허리가 잔뜩 구부러진 백발의 할머니가 한손엔 지팡이를 짚고, 한손엔 쾌쾌해보이는, 다소 무거워보이는 짐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 쿨럭.. 늙은이가 기력이 없어서 그러는디.. 이 짐좀 들어 주면 안될까..? "

 

 

 

백발의 할머니는 힘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심하게 기침을 쿨럭거리며 수전증이 있으신듯 손을 떠셨다. 그 모습에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라 흔쾌히 짐을 받아들었다. 이런걸 보고 지나칠 쌩양아치는 아니다. '주소가 어디신데요?'있지도 않은 친절함을 내보이며 입꼬리를 경련이 나게 올리자 할머니는 때가묻은 너덜너덜한 종이쪽지 한장을 내밀었다. 실눈을 가늘게 뜨고 주소를 봤지만 암만봐도 저기가 저기같고, 여기가 거기같다. 에라 모르겠다. 할머니가 가르키는 대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달동네는 생각보다 꽤 비좁았으며, 생각보다 험준했다. 할머니가 가르켜준 골목골목을 비집고 들어갈때마다 온통 담이 허물고 지붕끝이 낮은 집들 뿐이였다. 땀인지 눈물인지 알수없는 물기가 얼굴 선을 타고 흘렀다.

 

 

 

" 고마우이, 학생 "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헤집고 들어가니 잔뜩 녹슨 파란색 철문이 보였다. 할머니는 여기가 자신의 집이라며 여기까지 짐을 들어줘서 고맙다며 짐을 건네받았다. 나는 할일을 했을 뿐이라며 범생이만이 짓껄일 수 있는 모범생틱한 멘트를 내뱉고 뒤를 돌아섰다. 이젠 어디로 가야하지. 아참, 혹시나 싶어 이 마을에 산다던 김루한이란 학생을 아실까 싶어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들어가기전에 다시 몸을 돌려 할머니에게 질문을 하려던 참이였다.

 

 

 

" 몸도 안좋으신데 어딜 다녀오셨어요 "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익숙한 얼굴. 두개의 시선이 키작은 할머니를 넘어 공중에서 얽혔다. 병신과 나는 그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병신은 찐따같은 말투를 내뱉지도 않았으며, 병신같이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입을 오물거리시며 병신에게 뭐라고 말한것 같은데 병신은 나를 보고 놀란건지 할머니의 말을 듣지 못한듯 했다.

 

 

 

" 어? 여..여긴 어떻게.. "

" 할머니 짐 들어드렸어 "

 

 

 

여기저기가 잔뜩 모나고 떨어진 돌계단을 이따금 밟아올라 다시 파란철문앞에 섰다. 병신은 나를보더니 다시 찐따처럼 말끝을 흐렸고, 병신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할머니는 병신의 물음을 듣곤 이내 뒤에 바짝 서있는 나를 힘겹게 보시더니 '이 학생이 이 늙은이 짐을 들어다 줬다'라며 쭈글쭈글한 손으로 고맙다는듯 연신 등을 두드리셨다. 마치 귀여운 손자를 대하듯 말이다. 그에 따라 나는 내가 할머니의 손자라도 되는 마냥 아까처럼 입꼬리가 경련이 날만큼 웃어보이며 '할머니 저 착한짓 했으니까 안에들어가서 물한잔만 얻어마셔도 되죠?'라며 가증을 떨었다. 병신의 눈이 '안돼'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할머니는 나를 귀여운 손자로 여기듯 친히 대문까지 열어주시며 병신을 보고 '학생한테 뭐 마실것좀 내와라'라며 대문안으로 들어가셨다.

 

할머니를 따라 들어선 대문안은 밖과 별 다를바가 없었다. 굉장히 좁고 후졌으며 방도 하나밖에 안되는 듯 보였다. 좁은 마당엔 깨진바가지 몇개와 녹이슬어보이는 수도꼭지가 전부였으며 문도 조선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종이로 발라진 뭐 대충 그렇게 생긴 문이였다. 집이 존나 코딱지 만했다. 멀찌기 서서 고개를 휘휘 돌리며 집안을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자 할머니는 밖이 덥다며 안으로 들어오라는듯 방문가에 앉아서 손짓을 하셨다. 내친김에 방이나 들어가보자 싶어 긴다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비싼 나이키 운동화를 바닥에 대충 훌러덩 벗어놓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 여기.. "

" 학생.. 이것밖에 쿨..럭, 줄게 없어서 어쩌지..? 늙은이가 보다시피 변변치 않아서 "

 

 

 

곧이어 들어온 병신이 이빠진 컵에 냉수한잔을 따라왔다. 평소같았으면 예의도모르는 양아치마냥 눈쌀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나 했을텐데 드디어 사람구실을 하는듯 '아니에요 괜찮습니다'라며 형식적인 멘트를 내뱉고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리고 컵의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물을 한모금 들이키며 아까와같이 방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병신의 어릴적 사진이 걸려있었고, 철지난 옷가지들 몇벌 그리고 교복이 걸려있었다. 그게 전부였지만 방안이 워낙 좁은 탓인지 그것조차도 비좁게 느껴졌다. 너무 대놓고 보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병신은 할머니 옆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내내 불안해했다.

 

 

 

" 여긴 이 늙은이 손자.. "

" 아 알아요, 학교 친구에요 "

 

 

 

'그려?' 할머니가 몽땅 삭은이를 내보이며 기력없는 웃음으로 웃으셨다. 하긴 병신에게 친구가 있을리가 없었겠지. 그래서 짐들어준 착한 학생이 병신의 학교 친구란 말에 유난히 더 좋아하시는듯 했다. 그리고 친구란 말에 병신도 적잖아 놀란듯 보였다. 왜, 친구 싫냐? 그럼 애인할래?

 

 

 

 

 

 

 

 

 

 

*

 

 

 

 

 

 

 

 

 

 

할머니에게 병신의 착한 친구로 찍힌 나는 손자처럼 나를 챙겨주시는 할머니 덕분에 병신의 집에서 해가 저물때까지 머무를 수 있었다. 병신은 해가 저물때까지 편안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거렸지만 나는 좁고, 냄새나는 그곳에서  마치 내 안방마냥 편안히 누워 오랫만에 보는 병신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후덥지근한 날씨 못지않게 내 시선이 따가웠는지 병신은 안절부절 하지못하며 작은 손으로 티셔츠를 펄럭이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 벗어- "

" ..응???? "




'더우면. 그냥 벗으면 더 좋고'라는 시덥잖은 농담에 가뜩이나 하얀 병신의 얼굴이 더 사색이 되었다. 사내새끼가 뭘 놀라고 그래 라며 여린 어깨를 툭쳤다. 나오라는 학교는 왜 안나왔는지, 한광무 그새끼가 없으면 학교에 왜 나오지 못한다는건지 묻고싶은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안절부절 못하는 병신의 모습이 귀여워 그런 말은 일단 삼켜두기로 했다. 기어이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하얀 신기루처럼 또 사라져버릴까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 루한아.. "

" 네..에.. "

" 요..밑에..김씨아저씨..알쟤? 이것좀 어여 드리고 온나 "




바스락 거리는 까만봉다리를 든 할머님이 굽은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병신의 손에 봉다리를 들려주었다. 그러곤 나를 보고 ' 친구놈도 같이 다녀올텨? '라는 물음에 ' 아니에요- 전 여기서 루한이 기다리고 있을께요 '라며 긴손을 휘적거리며 얼른 병신의 등을 떠밀었다. 병신은 그제 보았던 짧둑한 트레이닝 바지를 여미고 자리에서 사뿐히 일어나 조그마한 목소리로 ' 다녀올께.. '라며 방을나섰다.




" 에휴.. 불쌍한 내새끼.. "

" ....... "

" 즈그 애미가 지어준 이름이여. 지 애미닮아서 얼굴도 하얘서 새벽에 태어났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새벽에 태어난 사슴이란 뜻이여"

" 벼..아 아니 루한이 어머님 아버님은 어디 가셨나봐요..?











*


4편과 5편사이에는 번외편이 추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병신의 숨겨진 비밀이라고 할수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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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왕ㅠㅠㅠㅠㅠ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더군다나 세루 작가님이라니,,ㅠㅠ 은혜로운 금손에 추천추천!!!! 할머니는 루한을 데려다 주었네요ㅠㅠ 고마우신 할머니- 세훈아 착한일하면 이렇게 루한이도 만날수 있는거야ㅠㅠ 우왓,,,루한이가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밝혀지는 건가요~! 너무 기다려집니다>_< 어서 5편으로 가요- 슈슈슝!!
11년 전
대표 사진
Lafleur
항상댓글감사드려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저야말로 너무 감사드려요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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