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필터링으로 인해 제목이 두개인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원제는 뭘 봐, 병신아가 맞습니다
03. 뭘 봐, 병신아
w. Lafleur
두번, 그리고 이틀. 병신을 두번 가까이에서 봤고, 온갖구멍으로 오롯이 빨려들어 갈 것만 같던 가까운 그 거리에서 얘기한지 이틀이 지났다. 나는 이틀동안 복도를 거닐때도, 화장실을 갈때도, 땡땡이를 치러 옥상을 갈때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병신의 얼굴이 둥둥 떠다녔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날 이후로 그 하얀 얼굴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을 뿐이다. 푹 숙이고만 다녀서 근 반년간 잘 알아보지 못했던 그 얼굴이 왜 요 이틀간 생각이 나는지 그저 주위를 두리번 거릴 뿐이였다.
" 뭐하냐?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
당신은 혹시 서큐버스(succubus)라고 아는가? 잠자는 남자와 성교를 함으로써 정기를 얻어 살아가는 마녀를 말한다고 한다. 혹시 병신은 내가 학교에서 그리고 집에서 맨날 쳐자는동안 나를 홀려 나와 섹스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더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도 아닌 선선한 바람아래 복날의 개 마냥 축 늘어져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시 마녀와 잠자리를 갖기 전까진 난 이대로 피가 말라 죽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야- "
" 왜 "
" 아니다 "
" 왜그래? 너 이상하다 오늘 "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소심한 남자였을까? 혹시나 싶어 물어보려던 말을 다시 입안으로 침과함께 삼켜버렸다. 우리학교에서 아마 병신의 안부를 관심갖는 사람은 나빼곤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물어보려던 말을 혀를 말아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또 저번처럼 관심있냐는 헛소리를 듣고싶지 않아서 말이다. 난 지금 병신에게 관심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광무새끼때문에 그래? "
" 그새끼? "
아 맞다. 한광무새끼를 깜빡잊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의로 그자식을 피해다닌건 아니지만 그 날 옥상에서의 일 이후 한번도 그자식을 마주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광무새끼가 학교에 나오질 않기 때문이다. 그자식이야 학교에 나오던 말던 내 관심밖이였지만 내 주된 관심은 어째서 병신까지 같이 보이질 않느냐는 것이였다. 단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 우연까지 용납되질 않는다. 씨발, 머리가 아프다.
" 야야, 그새끼 가출했데 "
" 그래서 "
"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운도좋다 오세훈? "
이새끼는 내가 지금 광무새끼한테 쫄아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나보다. 머저리 새끼. 그깟놈한테 쫄거였으면 쪽팔려서 학교 그만뒀다. 오세훈 인생에 남에게 무릎꿇는 일이라곤 없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다. 한대를 맞았으면 짱돌로 내리쳐야한다고, 자고로 사내새끼는 그래야 된다고 키우신 분이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가 광무새끼한테 쫄리가 있나. 지금 심정같아선 한광무새끼가 나타나기만 한다면 병신에게 손도 못대게 아예 확 밟아버리고 싶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신과 한광무새끼가 같이 가출을 했을꺼란 위험한 상상을.
" 여보세요? "
- 야 큰일났어! 태공새끼들 떴어! 지금 희수랑 나랑 경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쪽수 딸려!!
" 뭐?! 아 씨발, 광무새끼도 없는데!! 어딘데?!! "
나이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클럽노래가 변백현 새끼의 폰에서 흘러나왔다. 벨소리 하고는. 얇게 눈을 흘리며 폴더를 열어 귀에 갖다대는 백현이 자식을 노려봤다. 이미 수업시간이 시작된 뒤라 혼자 교실에 들어가기도 뭐해서 변백현 이새끼의 통화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옥상에 끌고가서 담배나 태울 생각이였다. 딱딱한 시멘트 벽에 어깨를 비스듬히 기대어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굳이 대화를 엿들으려던건 아니였지만 이새끼는 공공매너도 모르는지 통화음량이 존나 커서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상대편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나도 듣게 되었다.
" 알았어, 애들 데리고 갈께. 좀 막고있어봐 병신새끼야!!! "
듣자하니 종대새끼 목소리였다. 보아하니 어디 당구장에서 한가롭게 내기당구나 치고있다가 시비가 붙어서 옆학교 새끼들이랑 싸움판이 벌어진 거겠지. 나도 해봐서 안다. 그거 영화에서는 졸라 멋있게 나오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이 큐대로 맞기는 하냐? 안맞아본 사람은 모른다. 큐대로 대가리 한대맞고 꼴받아서 다마로 그새끼 이마를 박살낸 적이 있었다. 현실은 그렇다. 영화에선 치고 박고 우아하게 싸움질 할지 몰라도 현실에선 큐대로 대가리 까고 다마로 이마 부수고. 그게 다다. 괜히 우스운 마음에 혼자서 킥킥 웃다가 이내 급하게 폴더를 접고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변백현의 목소리에 옛날기억 저편에 옮겨졌던 초점을 다시 변백현 새끼에게로 옮겼다.
" 왜그렇게 보냐 "
" 한번만 도와줘라 응? "
" 나 아부지한테 뒤진다 "
" 너 옛날에 존나 날렸던거 다 알거든? 그러니까 이번에 한번만 도와줘라. 광무새끼도 없어서 우리 쪽수 완전 딸려 "
" ..씨발 "
" 오세훈. 가는거다 오케이? "
간만이였다. 나를 강인하게 키우긴 했지만 양아치로는 키운적 없다는 아부지의 한마디에 곧장 주먹질을 접고 전학을 왔다. 그리곤 비록 착실하게 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주먹질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철없던 그때로 돌아가 주먹질을 할 때가 왔다. 빌어먹게도 사나이의 우정이란게 뭔지 사나이란 전제조건이 붙는 '우정'이란 그 작은 한단어에 다시 주먹이 쥐어졌다. 그래, 난 대한민국의 건장한 사나이 오세훈이니까. 오늘만이다 젠장.
*
다들 한껏 당구장에 쳐박혀 시시껄렁하게 큐대나 휘두르면서 19살 양아치들처럼 싸우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변백현 이새끼는 나를 한낮 뻥 뚫린 대로로 데리고 갔다. 미친새끼들. 시민들한테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할꺼 아니야.
" 배..백현아!! "
구희수, 도경수 그리고 김종대. 1차로 시비가 붙었던 우리애들은 이미 얼굴에 피떡칠을 하고 거만하게 필터를 태우고 있는 태공새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늘따라 백현이새끼들 친구들이 실성을 했는지 다들 수업을 쳐듣고 있는 바람에 그나마 옥상에서 땡땡이치고있던 박찬열새끼만 하나 건져왔다. 태성공고 새끼들은 다섯명. 미친놈들 세명이서 다섯명하나 처리도 못했냐 쪽팔리게. 왠지 애들싸움에 끼어든 기분이다. 뭐, 나도 어른은 아니지만 말이다.
" 뒤질래?!! 니가 내 친구들 저렇게 만들었냐?!! "
" 변백현 이 좆밥새끼야, 너도 저렇게 만들어줄까? "
" 너 이 씨발.. 다뒤졌어!!! "
변백현 이새끼가 맨날 기집애처럼 종알거리긴해도 그거 달린 사내새끼의 가오가 있는 놈이다. 타이를 느슨하게 푸르며 필터끝을 튕겨내는 상대편의 비아냥에 그놈은 앞뒤 보지않고 가로수 밑에 가지런히 세워져있던 벼룩시장 신문대를 뽑아들어 태성공고 새끼에게 달려들었다. 별다른 싸울거리를 가져오지 않은 싸움이 시작된 그 타이밍에서 뭔가 쓸만한 것이 없나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박찬열 이새끼도 싸움판에 뛰어든 뒤였다. 에이 씨발 모르겠다. 그냥 몸으로 부딪히자.
광무새끼의 빈자리가 부담이 됐는지 처절하게 발악하는 변백현과는 달리 나는 느긋하게 교복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손가락에 끼워 입술에 갖다 물었다. 내가 라이터불을 갖다 붙이고 끼어들기 전까지 2 대 5로 진행되던 싸움이였다. 이제 막 라이터를 켜서 불을 갖다붙이려던 참이였고 그리고 서서히 몸을 풀려던 참이였다. 나의 거만하고 방관자적인 싸움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앞서 싸움판에 끼어든 두명을 반 죽여놓다시피 한 다섯명의 조무래기들의 열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향했다. 뭘 야려봐 씨발놈들아
" 이새끼좀 봐라 "
대가리 격인지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고 팔자걸음으로 건들거리며 넙치같이 생긴 새끼가 내 입에 물린 담배를 툭 쳐냈다. 그 반동에 입술사이에 끼워져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존나 넙치같이 생긴 그새끼는 야릇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손을들어 내 볼을 툭툭쳤다. '꼽냐 씹쌔야?'야비하게 뱉어내는 그 목소리에 뒤에 일렬로 죽 늘어선 네명의 새끼들은 뭐가 우스운지 지들끼리 배를잡고 낄낄거린다.
" 아악!! "
다시 교복 안주머니를 뒤져 담배곽을 꺼냈다. 산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한개피밖에 남지 않았다. 요즘 옥상에 올라가 병신을 기다리는 일이 부쩍 잦아진 탓이였다. 마지막 남은 돛대를 입에물자 어이없고 가소롭다는 듯이 넙치새끼가 피식대며 넙죽거린다. 그 모습이 가소로워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석을 내려다 봤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라이터를 켜 담배불을 붙였다. 길게 한모금 쭈욱 빨아들이고 정면을 향해 연기를 후우 내뿜었다. 연기를 잔뜩마신 넙치새끼가 면상을 찌푸린다. 씨발 존나 못생겼네. 그 생김새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입술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담배를 빼어 넙치의 인중에 지져 담뱃불을 껐다. 아 씨발 짜증나 돛대였는데. 집에 가는길에 담배나 하나 사가야겠다.
인중에 보기좋게 담배빵을 당한 넙치녀석은 쪽도 못쓰고 바닥에 자빠져서 빌빌댔다. 너무나 손쉽게 나가떨어짐에 흥미를 잃었다. 작정하고 나온것도 아니고 변백현 새끼한테 끌려왔기 때문에 이새끼들에게 악감정은 없던터라 바닥에 엎어져있는 넙치새끼의 팔만 지긋이 밟았다. 아까 내 볼을 툭툭 쳤던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가 죄다 지같이 생겼다. 못생긴 손마디를 보고있자니 갑자기 내 시야에 잡혔던 희고 고운 병신의 손가락이 생각났다. 그때 미처 잡지 못한게 갑자기 후회가 됐다. 갑자기 병신의 손을 잡고싶은 충동이 들었다. '아아악!!' 넙치새끼의 비명소리에 문득 들었던 병신의 생각을 다시 접었다. 다시 만나면 병신의 손부터 잡아야 겠다.
" 으윽, 씨발!! "
넙치와 같이온것으로 보이는 네명의 조무래기 새끼들이 내가 땅을보고 넙치의 손을 밟고있던 그 타이밍을 노린건지 변백현새끼가 아까뽑은 땅에 떨어져있던 벼룩시장 가판대를 들어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자식들도 이미 우리애들에게 여러번 밟힌뒤라 힘이 잔뜩 풀린건지 그닥 세게 내려치진 않았지만 뒷통수를 강타한 얼얼한 느낌에 넙치의 손을 밟고있던 발을 들어 그대로 뒤를 돌아 벼룩시장 가판대를 들고있는 새끼의 가슴을 발로 겨냥했다. 그새끼는 으윽, 하는 신음을 내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개새끼. 골이 띵했다. 욱하는 마음에 그새끼를 미친듯이 밟았다. 누구에게 맞아본적이 처음은 아니였지만 너무 오랫만인 생소한 느낌이였다. 꼭지가 풀려 미친듯이 그새끼를 밟는 나를 보고 넙치를 포함한 나머지 네명의 녀석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을갔고 바닥에 엎어져있던 백현이와 찬열이도 비틀거리는 몸을 옮겨 나를 뜯어말렸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우리를 보고 슬슬 피했다. '아 씨발 이것좀 놔보라고!!' 발악을 하며 내팔을 잡고있는 새끼들을 뿌리쳤다.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지금. 아무도 나를 제어할수 없다. 미친개 오세훈.
하아하아, 거친숨을 내몰아 쉬고 내 밑에서 피떡이되어 헤롱거리고 있는 태공새끼의 얼굴에 침을 찍 뱉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던가? 똑같이 대가리를 몇번 차주려던 참이였다. 우리를 보고 피하는 행인들 중에 유난히 흰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반동을 이용해 대가리를 차기 위해 한껏 뒤로 뻗었던 발을 다시 제자리로 맞췄다. 그리고 몸을 돌려 흰 얼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뒤에서 백현이새끼가 부르는것이 들렸다. 아랑곳없이 병신을 향해 달렸다. 숨이 찼지만 쉬지않고 계속 달렸다.
" 하아..하아, 야 병신!! "
" 어..어? 아..안녕.. "
날씨가 더운지 병신은 하얀 반팔을 입고 복숭아뼈까지 오는 약간은 짧뚝한 검은색 트레이닝바지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까만 뿔테안경을 쓰고있었으며 학교가아닌 길거리에서도 고개를 푹 숙이며 걷고 있었다. 이틀동안 쌓아뒀던 여러가지 감정이 폭발하면서 급한마음에 병신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의 고함에 병신은 깜짝 놀란건지 어깨를 움츠리며 또 찐따같이 말꼬리를 흐린다. 오랫만에 보는 병신은 여전히 답답해 미칠지경이다.
" 너 왜 학교 안나와 병신새끼야!!! "
" ..어? 그..그게.. "
슈퍼를 다녀오던 길이였는지 손에는 까만 봉다리가 들려있었다. 오른손엔 까만 봉다리를 들고 왼손엔 아무것도 들지 않은 병신이 갑작스레 물어오는 자신의 근황에 적잖아 놀란건지 두 손을 괜시리 꼬물락거린다. 아마 병신은 자신이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을 꺼라고 생각했나보다. 내가 아무도냐 병신새끼야?
" 피.. "
" 뭐? "
" 이..이마에서 피나.. "
학교를 왜 안나오냐고 물었더니 이마에서 피가난단다. 내가 지금 너 학교에 왜 안나오냐고 물었지 내 이마에 피나는거나 쳐다보라고했어? 아 씨발 답답해 미치겠네.
" 학교나와 "
" ..어? "
" 내일부터 당장 학교 나오라고 "
열받는 마음에 이마에 묻은 피를 교복마이로 대충 쓰윽 닦아내곤 화내듯이 병신에게 역정을 내고 뒤를 돌아 저벅저벅 걸어갔다. 더 있다간 정말로 병신을 어떻게 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어떻게가 키스든 섹스든 주먹질이든, 하여튼 병신에게 손을 대는일을 말이다.
" 나.. 학교 못가.. "
" 뭐? "
희미하게 들려오는 병신의 목소리에 십분전 상황처럼 또다시 그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몸을 뱅그르르 돌려 병신을 향해 섰다. 다섯발자국 남짓 되는 거리였지만 병신의 목소리는 지랄맞게도 너무나 작아서 내가 두발자욱 다시 앞으로 걸음을 내딛어야 했다.
" 나.. 학교 못간다구.. "
" 나오라면 나와 "
" 강무없으면.. "
분명히 병신의 입에서 강무라는 말이 나온것 같다. 우리가 부르는 광무새끼도 아니고 한강무도 아닌 그냥 강무. 한광무새끼가 뭐가 어쨌다고?
" 강무없으면.. 학교 못가..미안해.. "
뭐라고? 뭐가 미안한건데 씨발!!
*
칠년전 써뒀던 글이라 많이 어색하네요. 미리 써놓은 분량이 많지 않아
코멘트가 많이 달린다면..........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단독] "햇님도, 단골손님이었다"…입짧은햇님 주사이모 의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