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d_ piper
w. 달 월
-오늘도 또 길어져버린 분량... 분량이 또 낭낭해져버렸답니다^.^
-비젬은 필청! 꼭꼭 들어주시는거 알죠?!
24 -1.
“나 이제 그만할까, 몇 번이고 바보처럼 기대했다가 무너지는 거 이제 너무 힘들어. “
눈물을 잔뜩 눈에 매달고는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여주를 보니 머릿속이 백지가 된다. 무슨 일이야. 저 문장에는 목적어가 없었지만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두 눈을 가리고는 눈물을 계속 쏟아내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나는 네가 울 때마다 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러니까, "
말을 끝마치기 전에 오늘따라 유난히 더 작아 보이는 어깨를 잡아 내 쪽으로 끌어 품에 끌어안았다.
"이렇게 밖에 못 해줘서 미안해. 오늘 여러모로 힘들지. "
괜찮아. 괜찮아.
계속 되뇌며 작게 어깨를 토닥여주니 그나마 참고 있던 울음이 터졌는지 엉엉 흐느끼는 음성에 마음이 미어졌다. 그만하겠다는 말을 들으면 반가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런 식의 포기를 바란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그녀가 덜 힘들기를 바란 거였는데, 혹여나 헷갈리게 하는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했던 내 말 때문일까, 하는 생각에 그녀가 이렇게 우는 게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쓰였다. 기대했다가 무너진다는 게 뭔지 잘 아는 터라 그 마음을 잠시나마 꼭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 여주가 느끼는 아픔이 모두 내게로 왔으면, 하는 생각으로 더 세게 안아 주었다. 나는 네가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게 내 품에 안겨 한참을 울던 여주가 슥슥 제 얼굴을 닦고는 내게서 살짝 떨어진다. 조금 민망할 수도 있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와, 내 후드에 여주 얼굴 생겼다.
씩 웃으며 내 회색 후드에 새겨진 눈물과 콧물 자국을 장난스래 흔들어 보이니 하지 말라며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손사래를 치더니 민망함에 살짝 웃는다. 이제야 웃네.
"진짜 너 달래느라고 옷이 남아나질 않겠어. 그만 좀 울어라. "
"... 진짜 맨날 너 앞에서 우네. 미안. "
미안할 건 없고, 하고 여전히 추운지 제 팔을 감싸는 여주를 보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커피 캔을 꺼냈다. 얼마나 됐다고 그새 좀 식었네. 손으로 감싸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까 싶어 두 손으로 캔 주위를 둘러쌌다. 내 노력에도 별 효과가 없는 듯 한 캔을 들고 혀를 쯧 하고 차고는 여주에게 건넸다. 멍하게 캔을 쥐고는 멍하니 보고만 있는 여주에 칙,하고 캔을 따서 다시 쥐여주었다. 그제야 입으로 캔을 가져간다. 이렇게 해야 먹는다니까. 몇 모금 마시더니 좀 살겠다,하고 한숨을 내쉬는 여주다.
"왜 울었는지 물어봐도 돼? "
"... 응. 그게... "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상황을 설명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주의 이야기 끝나니 속에 무언가 걸린 듯 갑갑해졌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오해 일 수도 있는 상황인데, 일단 전정국은 내 충고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나 보다. 내가 그렇게나 말했는데. 행동 확실히 해달라고. 확신이 있다느니 뭐니 하더니 결국은 여주한테 이렇게 상처를 준 전정국이 미웠다. 아직 분수대 쪽에 있을까,싶어 그쪽을 쓰윽 보니 휑하니 서있는 분수대만이 보인다. 내가 괜히 커피를 사러 간다고 자리를 떠가지곤, 같이 봤으면 그 자리에서 붙잡고 뭐라고 라도 했을 텐데.
"근데 정말 그만 둘 거야? "
"응. 나 너무 지쳤어. 아니면 애초에 누군가를 좋아할 그릇이 안 되나 봐. "
"넌 왜 맨날 그런 식으로 말해. "
"... 내가 부족하니까. 나 자존감 완전히 바닥이지. 이런 거 싫을 텐데, 미안해. "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만 너 하나도 안 부족해. "
"... "
네가 그렇게 너를 깎아내리면 너 좋아하는 난 뭐가 되냐, 나 봐서라도 그러지 마. 미안해하지도 말고.
멀뚱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여주가 흠칫 놀라며 얼굴이 새빨개진다. 내가 내뱉고도 놀라서 잠시 아차,싶었다. 이번엔 나도 모르게 속에 있던 마음이 튀어나왔다. 근데 뭐, 이제 더는 숨길 이유는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여주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상관없었다. 다시 한번 그만 둘 거라는 말을 들으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렇게는 포기하지 않았으면,하는. 결론을 내고 관뒀으면 하는 마음인가. 또는 여주의 모습과 내 모습이 겹쳐 보여서? 아마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을 접는다는 게 그 무엇보다 어렵다는 걸 알아서 힘들까 봐 걱정이 되는 마음이 컸다. 어떤 선택을 하건, 힘든 상황에 처한 여주가 안타까웠다. 힘든 건 나 하나로도 족한데. 어느새 다 마신 캔을 쥐고 있는 여주를 이끌었다. 한층 더 매서워진 바람이 빠르게 우리 사이를 지나쳐갔다.
"이제 갈까? 아직도 집 가기 싫어? "
"아냐, 가자. 이제 괜찮아. "
매서운 바람에 손이 시린지 호호,불면서 제 손을 녹이는 여주의 모습이 보인다. 나란히 걸으니 차가운 그 손이 내 손과 살짝 스쳤다. 내 손은 따뜻한데. 그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묵묵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뿐이었으니까. 언젠가 한 번은 잡아 볼 수 있을까, 저 손을. 혼자 무의미한 깊은 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여주네 집 앞이다.
"무섭거나,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
"내가 애도 아니고, 알겠어. "
"추우니까 일단 들어가. 음식 냉장고에 넣어놓고. "
깨달았다는 듯 맞다, 상하면 어떡해. 하고는 급하게 문을 열고는 빼꼼 고개를 내밀어 안녕,하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저게 애가 아니면 뭐야.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을 떼었다.
아, 추워.
집에 들어와 침대로 파고들었다. 차가웠던 몸이 이불을 만나니 녹는 기분이다. 여주를 집에 보내고 경찰서에 신고 접수는 하고 왔지만 마음이 찝찝한 것은 여전했다. 누가 그런 짓을 벌인 것인지, 이제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그나마 오늘은 내가 근처에 있었으니 다행이지, 만일 나쁜 목적을 가지고 여주에게 접근한 거라면? 끔찍한 상상이 뒤를 이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무작정 경찰이 잡아주기를, 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싫었다. 눈을 감으니 방금 전 여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없이 슬퍼하던. 이러면 안 되는데, 그 순간 전정국이 부러웠었다. 누군가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는 뜻이 어떤 건지 너무 잘 알았으니까. 지금 여주의 감정은 내 감정과 거의 일치하는 듯했다. 그래서 여주가 쉽사리 접을 수 없단 걸 안다. 걘 자기 때문에 여주가 매일같이 운다는 걸 알까. 매 순간 여주만 생각하고 있는 나도 참 답없다.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 눈을 감았다.
24-2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꽤 시간이 간 줄 알았는데 고작 이틀째네. 다행히 이틀 동안은 여주의 집 앞에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주나 나나,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오늘도 눈을 뜨자마자 한 일은 핸드폰을 들어 연락이 온 게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 어떤 연락도 없는 핸드폰을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언제쯤 잡을 수 있으려나.
오늘은 여주랑 같은 수업을 듣는 날이다. 사실 같은 과라 대부분의 수업이 겹치긴 하지만, 오늘은 강의가 세개인데, 모두 같은 수업을 듣는다. 평소보다 들뜬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강의실로 향하는데 어떤 장면을 목격하고는 금세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여주와 전정국의 모습이 보였기에. 뭐라 뭐라 여주에게 말을 하는데, 여주의 동그란 뒤통수만 봐도 당혹감이 가득하다. 반면에 아무것도 모르는 저놈의 전정국은 실실거리며 웃고 있고. 그나저나 여주가 머리를 잘랐나 보다. 어제부터 계속 자를까 말까 고민하더니 결국 잘랐네. 미처 뒷머리는 드라이를 못했는지 살짝 뻗혀있는 머리에 웃음이 터졌다. 귀엽긴. 잠시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역시나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곤 이쪽으로 걸어온다.
"이여주. "
"어, 태형아. 언제 왔어. "
"방금. 결국 머리 잘랐네. 이쁘다. "
"괜찮아? 아직 어색해. "
응, 가벼워 보이고 좋다.
내 말에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웃음을 띠는 여주의 가볍게 찰랑이는 머리를 두어 번 정도 토닥여줬다. 뒤에는 왜 뻗혔어,하니 많이 티 나냐며 아직 고데기가 숙달이 안돼서 그렇다며 강의실로 들어선다. 힘없이 가방을 내려놓고는 머리를 매만지는 여주에 입을 열었다.
"괜찮아? "
"뭐가? "
"전정국. 아까 마주쳤잖아. "
"그냥 뭐... "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과제 했냐며 말을 돌리는 여주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전혀 괜찮지 않다는 표정이 얼굴에 한가득해서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다른 얘기를 하다가 한마디는 해야겠다 싶어 입을 뗐다.
"힘들면 그냥 힘들다고 말해도 돼. "
"..."
"좀 더 흔들려도 흔들려도 되고. 그게 정상이야. "
내 말에 하여간, 김태형 너한테는 거짓말을 하나도 못 하겠다,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여주의 모습은 내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두번째 브금이에요!(노래가 앞부분이 끊기는 거 처럼 들릴텐데 원래 음악이 그런거에요! 안심하시고 들어주세용><)
저녁 8시.
여주와 수업을 듣고 저녁을 먹고 집에 오니 벌써 이 시간이다. 평소와 똑같이 행동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기운 하나 없어 보이는 여주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서 마음이 쓰인다. 평소엔 활기 넘치고 생생한 기운이 가득한 여준데, 오늘은 그런 척하는 모습이랄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지, 정말 시간이 약인 건지 지켜봐야겠지만 내 생각에는 아마 한참 걸릴듯하다.
지잉-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010-0612-0901'
모르는 번혼데. 혹시 범인을 잡았다고 알려주는 연락일까 싶어 급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아, 태형이 형 안녕하세요. "
익순한 듯 낮고 침착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닫았다. 전정국의 목소리다. 얘가 웬일이지.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걸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정국이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아, 일단 번호는 지민이 형한테 물어봐서 알았구요. 알죠? 지민이 형. 작년에 밴드부 회장이요. "
"... 아, 아. 알지. 연영과 박지민? "
"네, 네. 다름이 아니라, 그... 여주 누나네 집 앞에 이상한 짓 한 애 있잖아요. "
살짝 머뭇거리며 말하는 목소리가 궁금증을 더 유발했다. 어떻게 아는 거지? 여주가 아까 만났을 때 얘기를 한 걸까? 그러기엔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 그 주동자라고 해야 하나, 범인을 찾았거든요. "
"... 어? 누군데? "
"일단 김세린이 시킨 거고, 이영진이라는 세린이 친구가 그런 거였어요. 그래서 그 친구는 제가 만나고 왔는데, 사과하라고 시켰고. "
"응. 근데? "
"근데, 세린이한테도 사과하라고 했는데, 제 연락을 싹 다 무시하거든요. 제가 어떻게든 데리고 갈 테니까, 여주 누나한테 가서 사과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을까 해서요. "
역시나 김세린 그 여우 같은 여자애의 짓이었구나, 이제야 밝혀진 사실에 이마를 탁,짚었다. 알겠다고 간단히 답하니 정국의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아, 근데 여주 누나는 제가 아는 거 모르니까, 제가 찾았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누나가 저한테 얘기 안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 같아요. "
"... 알겠어. 그나저나, 어떻게 안거야? "
"아, 세린이 요즘 행동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돼서 이제 좀 그만하라고 하려고 만났다가 저한테 들킨 거죠, 뭐. "
"... 아. "
"형이 말했던 대로, 이젠 정말 확실히 하려고요. 충고 감사했습니다."
정중하면서도 올곧은 음성에 잠시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자신감이 충만하네. 지금 상황은 알고 저리 당당한 걸까. 간단히 알겠다고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뭐야, 이렇게 되면 결국엔 여주가 오해하고 있는 건가? 그 범인은 들어보니 이미 정국이가 처리한 거 같고. 찝찝한 마음에 한참을 멍하니 통화 목록이 뜬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깊이 생각 말자, 하곤 여주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주. 범인 찾았어. "
"어? 대박. 경찰서에서 연락 왔어? "
"어... 그건 아닌데, 일단 잡았대. "
여주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렸다. 이래도 되는 건가. 난 뻔히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여주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마음을 접게 하는 게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야? "
"그 사람은 모를 수도 있는데, 시킨 사람이 있더라. 김세린. "
내 말에 허탈하단 듯 한숨을 내어쉬고는 말 없는 여주에 입을 열었다. 일단 내가 남자를 만나고 오겠다고. 연신 고맙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무겁게 느껴진다. 전화를 끊으니 마음이 한층 더 갑갑해진다. 그냥 말해줄 걸 그랬나. 괜찮겠지. 이 안일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듯 불과 한 시간도 안되어 여주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 김태형, 나 괜찮을까? 정말 접을 수 있을까. "
내 이름을 부르기 전의 저 짧은 정적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내게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한. 결국은 애둘러서 말을 하는 여주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 어디야. "
"... 집. "
"갈게. 좀만 기다려. "
못 산다. 진짜.
내가 뭘 어쩌겠다고 너에게 이렇게 달려가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어하는 너를 뻔히 두고 집에 있을 수는 없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겉옷도 못 챙겨 입고 나왔다. 이제는 겉옷 없이 다니기엔 조금 무리인 듯한 날씨다. 비가 온 후에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몸을 잘게 떨고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아, 진짜 이여주. 감기 걸리면 하루 종일 옆에서 간호하라고 시키던가 해야지. 그나마 집이 가까워서 다행이지. 금세 도착한 여주네 집 문을 두들겼다. 문이 열리고 희미한 웃음을 띠곤 나를 반기는 여주가 서있다. 차가운 팔을 비비며 집안으로 발을 들였다.
"추워 죽겠다. 진짜 나 감기 걸리면 책임져라. "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지. "
뭐 따뜻한 거라도 주겠다며 부엌 쪽으로 가려는 여주의 손을 잡고는 바닥에 앉혔다. 내 감기는 나중 문제고, 일단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아야 하니까.
"왜, 전정국이 또 뭐래. "
"... 자기를 계속 좋아해, 아니, 사랑해 달래. "
뭐?
내가 잘못 들었나. 뜬금없이 뭘 사랑을 해달래 걔는. 얼빠진 표정으로 되물으니 뒤에 있는 테이블 쪽을 가리키는 여주다. 그 손끝을 따라가니 장미 한 송이가 덩그라니 있다. 설마, 고백한 건가?
"야... 설마. "
"응, 나 좋아한대. 장미 주면서, 자기가 나 좋아하니까 자기 계속 좋아해 달래. "
"근데? "
"응?"
"뭐라 답했는데. "
여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른침을 천천히 삼켰다. 잠시 동안의 정적을 깨고 여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백 못 받는다고. "
"... 와. "
"안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
"... "
"태형아. 나 진짜 괜찮을까. 계속 흔들려. 근데 더는 아닌 거 같아. "
"뭐가 그렇게 아닌데. 너 감당할 수 있어? 후회 안 할 자신. "
"그냥... 그때 세린이랑 같이 있었던 거 보고, 자신이 없어, 이젠. "
후회는 이미 하고 있는 중이고.
뒤를 잇는 여주의 공허한 목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결정적인 사건은 결국에 세린이가 안기는 걸 본 그 시점 이네. 사실을 말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닌가. 그리고 사실을 말한다면 이렇게나마 내 옆에 있을 여주가 당장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직은 감당할 자신이 없어 조금은 이기적인 방향을 택했다. 조금 힘들어도 이렇게 나마 볼 수 있었으면 했다. 미안해, 여주야.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깊숙한 내 마음속 바닥에 깔아버렸다.
-세번째 브금입니다!
25.
"나, 이제 너 안 좋아해. "
나를 둘러싼 세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았다. 난 이제야 내 감정에 확신이 생겼는데 설마 했던 누나의 감정을 직접 들으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니, 안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야. 그래서 이 고백, 못 받아. "
얼빠진 내 모습에 한마디를 덧붙이는 누나의 말은 더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는 거지, 안 좋아하려 노력을 한 다라, 내가 무슨 수를 써도 나에게서 벗어나겠다는 말로 다가와서 머리가 띵했다. 내가 건넨 장미를 쥐고 있는 손이 살짝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나 이젠 내가 싫어져 버린 걸까. 정말 어제 꾸었던 꿈 대로 되어가네. 뒷모습을 보이고 내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누나가 무서웠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고백 한 후에 할 첫 데이트 계획까지 세워놓았던 나 자신이 한심했다. 이렇게나 단칼에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해봤자 시간을 좀 달라는 정도를 생각했지, 이렇게 확실하게 쳐낼 줄은 몰랐다. 내가 너무 오만했던 탓일까.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가는 누나의 모습을 어둠이 덜컥 삼켜버렸다. 허탈감에 머리를 가로등에 기대었다. 희미하게 깜빡거리는 불빛이 한층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늦었나 봐. 이젠 어떡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을 나눌 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핸드폰을 꺼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 형. 나 어떡해. "
"성공했어? 행복의 어떡해야, 슬픔의 어떡해야. "
"... 후자. "
"불안 불안하더니. 술이나 마실까? "
"응. 거기서 봐. 먼저 가 있을게. "
"... 그래. 너무 낙심하진 말고. 금방 갈게. "
쯧쯧 혀를 차는 소리를 끝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형이 생각하기엔 예정된 결말이었나보다. 별로 놀라지도 않네. 나만 몰랐네, 나만. 유난히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떼었다. 두 발에 가득 찬 모래 주머니를 찬 듯 잘 떼어지지가 않았다.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이 감정 그대로 누나를 볼 수 있을까. 혹여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았지만 캄캄한 어둠만이 있을 뿐, 그 무엇도 없었다.
"정국아. "
지민이 형의 목소리에 테이블에 처박아두었던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어, 형이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민이 형- 하고 형의 허리춤을 팔로 감쌌다. 이런 내 모습에 질색을 하며 나를 떼어 놓는 형이다.
"야, 나 오는데 사십분 밖에 안 걸렸는데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
"우음... 이만큼? "
"후, 그러니까 이러지. 이렇게 빨리 마시면 어떡해. "
테이블 왼편에 늘어놓은 술병들을 가리키며 말을 하니 고개를 저으며 오늘 작정했구나, 하고 고개를 젓는 형이다. 뭐 어때, 형이랑 마시는 데 조금 취해도 되잖아. 빈 잔을 채우려 술병을 드는 내 손에서 병을 가져가는 형이다.
"... 아, 왜애- "
"자작하면 못써. "
저렇게 말하고는 내 잔에 조르륵 술을 채우는 지민이 형의 모습에 씁쓸한 웃음이 샜다. 자작하면 못쓴다는 말은 누가 만든 건지. 누나도 엄청 자주 하던 말인데.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서도 누나의 모습을 찾은 내가 우스웠다. 자작하면 안 된다면서 자기 잔은 자신이 채운 형이 내 표정을 살핀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려고. "
"뭘 어째. 그냥... "
"포기한다고? 그게 되겠어? "
"누나가 나 안 좋아하려고 노력 중이래. 그 말은 진짜 이제 끝이란 거잖아. "
"뭐야. 되게 단칼에 거절 한 줄 알았더니만. 아니었네. "
"... 그게 무슨 뜻인데, 그럼? "
"아직 너 좋아하는데, 안 그러려고 노력한단 거잖아. 아직 좋아한다고. "
근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걔가 그렇게 말하냐.
뒤를 잇는 형의 말에 잠시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혔다. 저 말도 일리는 있는 말이네. 그러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누나가 그렇게까지 말했을까. 가득 채워진 잔을 한 번에 비웠다. 씁쓸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다, 네 업보야. 그렇다고 여기서 관두면 되겠냐는 거지, 내 말은. "
"... 그럼 어떡할까. 그냥 평소랑 똑같이 대해? "
"아니, 평소랑 똑같이 하면 어떡해. 걘 너 피할 텐데. 진짜 전정국 하나도 몰라. "
"... 그럼? "
"이제부터 돌직구로 가야지. 네가 확신을 줘야 할 거 아냐. "
"... 아. "
"근데, 많이 힘들 거 감수하고. "
지금도 힘든데.
작게 읖조리고 잔을 채웠다. 난 고작 며칠 동안 인데도 이렇게 힘든데 누나는 어떻게 버틴 걸지, 감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차라리 나는 확실한 답을 받기라도 했지, 누나가 나한테 고백했을 때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았나.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살짝 쓸었다. 지금 누나는 뭘 하고 있으려나. 멍하게 핸드폰을 꺼내 통화 목록을 보고 있던 내 모습에 형이 급하게 내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간다.
"너, 진짜 술 먹고 전화하거나 그런 거 절대 하지마. "
"와... 형 진짜 어떻게 내 생각을 다 알아? "
"너 하는 짓이 딱 보이지, 인마. "
쯧쯧 혀를 차곤 뻔하다는 듯 말하는 형의 모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형은 다 알고 있는 듯했다. 정말 이렇게 될 거도 보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평소 같으면 꾹 눌러 담고 혼자 생각했겠지만 술기운이 나를 부추겼다.
"... 그, 나 누나한테 고백하면 이렇게 될 거 예상했어? 형은? "
"살짝은?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걔 진짜 오래 버텼다, 싶었는데 나는. "
여기 안주가 맛있네, 하며 입안 한가득 소시지를 넣고 말하는 형의 말에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게. 몇 개월이야, 벌써. 내가 누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건 훨씬 되었으니 말이다. 가슴속에 뜨거운 응어리가 지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나만 몰랐던 거다. 어쩌면 계속 누나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나 보다. 바보같이. 한참을 말이 없는 나를 보곤 곰곰하게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여는 형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오늘은 일단 마셔.
듬직한 형의 목소리를 끝으로,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이 날의 기억이다. 그 이후로는 필름이 끊겼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네번째 브금이에요ㅎㅎ꼭 들어주세요!!!
눈을 뜨니 연한 하늘색의 천장이 나를 반겼다. 일단, 내 방은 아닌데. 얼마나 마셨는지 머리를 들기조차 힘들 정도로 아파온다. 후, 한숨을 뱉으니 알코올 냄새가 가득하다. 고개를 돌리니 옆에 지민이 형이 자고 있는 게 보인다. 지민이 형 집이구나. 뻐근한 몸을 일으켜 술병들이 나뒹굴고 있는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향했다. 어제 술집에서 나와서 형 집에서 2차까지 했나보다. 미쳤네, 미쳤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니 약간은 정신이 깬다. 칫솔을 을 문 푸석푸석한 내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힘을 주어서 양치를 하니 헛구역질이 나왔다. 입을 헹구고 몇 번이고 양치를 해도 술 냄새가 가시지 않는 것 같다. 찝찝한 상태로 양치를 마치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핸드폰 어딨지. 더듬거리며 침대 아래를 짚어보니 느껴지는 네모난 물체를 집어 들었다. 여기 있었네. 핸드폰을 뒤집어보니 쫙 하니 금이 가있다. 아, 떨어뜨렸나 보네. 언제 그랬지, 차근차근히 기억을 되짚어 보았지만 아무런 기억이 없다. 고쳐야지, 뭐. 화면을 켜니 통화목록 창이 떠있었다. 그리고 금이 간 화면 사이로 보이면 안 되는 이름들로 가득했다.
'여주 누나 - 오전 2:57'
'여주 누나- 오전 2:59'
'여주 누나- 오전 3:00'
아악.
끔찍한 상황에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도무지 화면을 응시할 용기가 없어 핸드폰을 뒤집었다. 근데 어쩜 이렇게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지. 미칠 노릇이네. 이마를 짚고 실눈을 뜨고는 천천히 다시 화면을 켜니 하나의 사실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세시에 건 전화는 통화시간이 찍혀 있었다. 급히 누나의 이름을 누르니, 6분가량의 통화기록이 남아있었다. 어떡해. 당혹감에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뒤에서 뒤돌아 눕는 인기척이 들리고, 이내 고개를 쏙 빼고는 내 팔에 기대어 통화목록을 보고 있는 형이 보였다.
"대박. "
"나 어떡해. "
"너 그러고 가서 몇 시에 왔어, 기억은 나냐? "
뭐야, 나 처음부터 끝까지 형이랑 있던 거 아니었어? 하고 물으니 한심하단 듯 한숨을 내어쉬고는 입을 떼려는 형의 입을 막았다.
"너 어제... "
"나 안 들을래. 내가 기억하던가 할 테니까 조용히 해줘. "
알겠다는 듯 격하게 위아래로 흔들어 보이는 형의 고갯짓에 그제야 손을 풀어주었다. 숨을 몰아쉬며 나를 째려보는 형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시계를 보았다. 1시. 아, 늦을 뻔했네. 세린이와 그 남자를 붙잡아두어야 했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코트를 주워 입고는 신발장으로 향하는 나를 부르는 형의 목소리에 잠시 뒤돌았다.
"너 이번에 정기 공연 할 거지? "
"뜬금 없이 뭔 정기 공연. "
"할 거야, 말 거야. "
"해야지, 나 간다. "
신발에 발을 욱여넣고 간단히 손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알겠다며 웃음기 가득 한목소리를 한 형이 의심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핸드폰을 들어 통화목록을 뒤적이다가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제 말은 대체 어디로 들으신지 모르겠네요. "
"... "
"지금 학교시면 잠깐 봐요. 세린이랑 같은 수업 듣는 거 아니까, 세린이도 같이요. "
"... 네. "
영혼 없이 답변하고는 툭 끊어진 전화가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일단 잡아둘 수는 있겠다는 생각으로 거의 뛰다시피 빨리 걸었다. 정문 앞에 다다르니 저 앞에 두 명의 사람이 보인다. 내가 온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인지 나를 발견하고는 자리를 피하려는 세린이를 재빨리 잡았다.
"너, 이대로 그냥 넘어가려고 하지마. "
"... 뭘 하면 되는데요. 그럼. "
"사과부터 해. 근데 대체 지금 네 태도는 뭐야. 반성하는 기미가 하나도 안 보인다? "
눈을 똑바로 뜨고는 나를 올려다보는 세린이의 모습에 화가 났다. 이제 뭐라 하기도 지친다. 이 형은 언제 오는 거야,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하니 읽었는데.
답답함에 전화를 거니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툭, 끊긴다. 뭐야, 하고 고개를 드니 맞은편에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걸어오는 태형이 형이 보인다. 태형이 형을 알리가 없는 남자는 멀뚱하게 서있고, 세린이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형을 보고는 얼빠진 표정이다.
"간만에 본다, 세린아. "
다정스러운 말과 표정 속에 간신히 참고 있는 화가 느껴진다. 세린이는 눈도 못 맞추고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있고, 그제야 눈치챈 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던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형이다.
"아휴, 저번에 보니까 달리기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육상 선수해도 되겠어. "
"... "
"그런데 그런 능력을 이딴데다가 쓰니 문제죠. "
웃음기를 머금고는 비아냥거리며 말하던 형의 표정이 일순간 차갑게 바뀐다. 매서운 눈빛이 올곧게 남자에게 향한다. 괜히 나까지 기가 죽는 느낌이다. 나와 잠시 눈이 마주친 형이 잡아놔줘서 고맙다며 내 어깨를 두어 번 정도 토닥여주더니 세린이와 남자 사이에 들어가 어깨동무를 하고는 이제 사과하러 가볼까, 하곤 씩 웃으며 그들을 이끌었다. 그 모습을 보니 누나가 제대로 사과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든다. 일단은 일단락된 느낌에 마음의 짐을 하나 정도 덜어낸듯하다. 띠링, 하고 알림음을 울리는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상망 대학교 밴드 동아리 'born singer'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연말 정기 공연에 대해 공지할 것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이번 정기 공연은 임원진들이 짠 조대로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매번 하는 분들만 공연을 하니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이 있어, 이렇게 조를 짠 것이니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변경은 불가하고, 연말 정기 공연은 꼭 참여해주셔야 하는 것 아시죠? 조 목록은 동아리방 벽면에 붙여놓겠습니다. 오셔서 확인 하고 가세요. '
-마지막 브금입니다. 진짜 다른건 몰라도 이건 꼭 들어주세요!
길게 쓰인 공지를 확인하고는 도서관 갔다가 잠깐 들러서 확인하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는 강의실로 향했다. 쓸데없이 왜 조를 임의로 짰대. 의례적으로 없던 일이라 조금 의아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어왔다. 교양에 필요한 책이 몇 권 필요해서 이리저리 찾으러 다녔다. 필요한 책 이름이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이었던가. 'ㅅ' 부분으로 오니 바로 그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맞겠지, 하고 다른 책은 없나 하고 쓱 훑어보는데 하나의 제목이 내 시선을 잡았다. '소나기. ' 고등학교 때 배웠던 거 같기도 하고. 지금 읽으면 조금 새로운 느낌 일 거 같기도 해서 빡빡한 책들 사이에서 꺼냈다. 이젠 내가 별의별 짓을 다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책들을 들고는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대로 책들을 팔 사이에 끼고는 동아리방 앞에 도착했다. 도어록을 치고는 안으로 들어가니 다들 리스트 확인을 하러 온 것인지 방 안이 북적북적하다. 그 사이에 조그마하니 익숙한 뒷모습도 보인다. 누나도 보러 왔나 보네. 두근거림과 함께 씁쓸한 느낌이 섞여 천천히 퍼졌다. 지금 가서 아는 척을 해도 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몰라서 잠시 가만히 서있었다. 사실은 나를 발견한 누나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이거 되게 무서운 거구나. 각오해야 한다던 지민의 형의 말을 떠올랐다. 그래, 각오해야지. 포기 안 하기로 했으니 다가가는 것이 맞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누나의 뒤에 섰다. 일단 목록부터 확인하고. 눈으로 빠르게 훑으니 맨 아래쪽에 위치한 내 이름이 보였다. 이번에도 마지막 무대인가 보네, 살짝 느껴지는 부담감과 함께 내 이름 옆에 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잠깐만, 잘 못 봤나. 슬쩍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똑같았다. 내 이름 옆에는 '이여주' 라는 세 글자가 위치하고 있었다. 방금 전 지민이 형의 웃음기 가득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거, 형이 짰구나. 샐죽 바보 같은 웃음이 얼굴 만연에 퍼졌다. 당장 이라도 달려가서 형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진짜 감사합니다, 형. 마음속으로 형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는데 내 아래로 보이는 누나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입술을 꾹 물고는 옆에 있는 임원진인 아이에게 나 바꿔줘, 아니면 안 할래, 하고 말하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모습에 누군가 내 심장을 쥐어짰다가 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정말 그렇게 싫은 걸까. 뒤돌아서는 누나의 눈이 나를 잠시 담고는 크게 흔들렸다.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밝은 표정은 아니었겠지. 내 눈을 피하고는 나를 지나쳐가려는 누나의 팔을 살짝 잡아 돌려세웠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웃어 보였다. 마음이 어딘가에 쓸린 듯이 아파왔다.
"나랑 같이 해줘요. "
"... "
"나 아무 짓도 안 할게. 나 좋아해 달라고도 안 할게요. "
"... "
"그냥 나 혼자 좋아할 테니까, 그러니까 같이 하겠다고 해줘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
내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내 앞에 있는 누나의 입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다릴 뿐. 맥박이 커다랗게 뛰어서 어찌나 큰지 내 귀에도 그 울림이 들렸다. 뭐라고라도 말해줘요. 꾹 물고 있던 누나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 알겠어. "
고마워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어쉬고는 이제야 제대로 웃어 보일 수 있었다. 그런 나와 눈을 맞추고 살포시 웃어 보이는 누나의 웃음은 우리 둘의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사랑하는 도짜님들 안녕하세요 달 월 입니다!
사실 어제 업로드 하고 자겠다는 커다란 포부가 있었는데... 그래서 몇몇 독자분들은 어제 올라올거라고 기다리신분들도 계실거에요...흑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할게요 ㅠㅠ 죄송해요.. 혐생에 치여 하루늦게 오게 되었습니다ㅠㅠ
그래도 이번편도 꽤.. 길이가 되지요?? 봐주세요 ㅎㅎ..(양심리스)
아, 드디어 정국이가 살짝은 달라졌죠?? 이제 자기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였어요 이제 피하지도 않고, 정면돌파하려고 노력중이에요!! 하지만 여주는 여전히 오해하고 있지만 같이 공연 준비 하면서 뭔가가 달라질까요? 아님 그대로 일지는 천천히 지켜봐주세요 히히
이번편은 태형이랑 정국이 시점으로 전개되서 왔다갔다 할때 헷갈리실까봐 살포시 태형이랑 정국이 시점시작할때 사진을 넣어서 구분했는데 그래도 전개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셨을까 걱정되네요.. 태형이는 정국이에대해 여주가 오해하고 있다는걸 알게되구 사실을 말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그냥 입을 다무는데요, 태태 나쁜거 아니지요?? 자연스러운 것이지요??ㅠㅠㅠ 이번편을 쓰는데 태형이가 왜이리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괜히막 마음이 찡해지고 막...막 뭔지 아시죠?? 엉엉....
아 그리구 드디어 세린이랑 남자를 태형이도 만나죠.. 세린이가 뭔가 더 혼나야하는데 좀 찝찝 하신가요?? 일단 태형이 한테 쫄아버린 세린이의 모습을 넣어보았습니다 우리 태태가 또 화나면 그렇게 무섭잖아요? 저라도 눈물 한바가지 쏟았을것...
살짝 고구마 전개라고 느끼실수도 있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가볼 생각 입니다! 천천히 지켜봐주세요.
아, 그리구 혹시 제 글을 보시는 도짜님들중에 고3 수험생, 재수생 여러분 수능 화이팅 입니다!! 제가 응원할게요!!!! 꼭 잘보고
다음글에서 봐요!! 모르는거 나오면 3번으로 찍으라고 윤기가 그러더라구요 히히 하띵하띵>,<
오늘도 제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 읽으며 힘 만땅 충전하고 있어요 ㅎㅎ
금방 다시 올게요 오늘도 사랑합니다♥
-맞춤법 지적 감사히 받겠습니다.
- 혹시 보고 싶으신 리퀘있다면 마구마구 던져주세요!!
-아 그리고 혹시 좋은 bgm이나 P_p 에 잘어울리는 노래 있으면 추천좀 해주세요!! 허덕이는 중 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