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requiem(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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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은 상당히 들떠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의 외출이었을 뿐만 아니라, 택운과의 필요에 의한 쇼핑이 아닌 마음대로 이곳 저곳을 들리며 자유로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쇼핑은 한달 전 케이티와의 쇼핑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신경질적으로 눈두덩이를 짓누르는 택운의 손목에는 이미 많은 갯수의 쇼핑백이 걸쳐져 있었다.
“이건 어때? 엔은 레오랑 반대로 피부톤이 어두워서, 음… 확실히 애시드컬러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내가 어두운게 아니라, 레오가 하얀걸로 해달라니까? 나는 까맣지 않아, 엠마.”
“글쎄요….”
“아니야! 엔이 까만거야!”
“별빛이랑 헨리, 엔 상처받았어.”
“이거 주세요.”
학연에게 머스타드 컬러의 니트를 들이밀던 엠마는 니트를 직원에게 건내며 이것도! 하고 똑같은 디자인의 그레이 니트를 집어들었다. 자신을 3인칭화 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학연을 바라보며 택운은 짜증스레 얼굴을 구겼다.
“별빛! 이거는 어때?”
“이거요? 좀 저한테는 안 어울리지 않을…까요?”
“아니야, 그럴리가! 별빛이는 몸매가 예뻐서 뭐든 잘 어울려, 걱정마.”
별빛이 겸연쩍게 웃어보였다. 미친. 별빛에게 레오파드 무늬의 탑드레스를 추천해주는 엠마를 바라보며, 택운은 당장 이 미친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레오….”
“응? 메리 졸려?”
메리가 조그마한 손으로 눈가를 부비며 택운의 재킷을 잡아당기자, 택운이 메리를 가볍게 안아들고는 물었다. 메리가 택운의 목을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택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엠마, 메리 졸린가봐. 이 정도면 충분하지않아?”
“메리 졸려? 어머, 메리 이리 줘.”
“라운지로 갈까?”
“그래요. 좀… 좀 쉬는게 나을듯하네요….”
택운이 양 팔목에 걸쳐진 쇼핑백을 흔들어보였다. 한 손은 헨리의 손을, 다른 한 손에는 쇼핑백을 가득 쥐고있는 학연의 손을 내려다보며 별빛이 말끝을 흐렸다. 정신 없이 쇼핑을 즐기느라 잊고있었던 택운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엠마에게 메리를 건낸 택운이 자신을 한껏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메리를 안고는 학연과 헨리를 이끌고 저 앞을 걷고있는 엠마에, 별빛은 택운과 단 둘이 남겨졌다.
“저… 아저씨….”
“……….”
“미안해요. 너무 오랜만이라 신이 나서,”
“그래서, 아예 내 존재는 잊을정도로 그렇게 신이 났어?”
“그, 그런게 아니라아….”
별빛은 분명 높은 굽의 펌프스 힐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나는 키차이에 택운을 올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입술을 오물대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중인 별빛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택운은 가까스로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아내었다. 웃음을 참아내느라 구겨진 택운의 미간에 별빛이 안절부절 못했다. 별빛이 고개를 푹 숙였다.
“…화났어요?”
“……….”
“미안해요. 앞으로는 아저씨 옆에 꼭 붙어있을…”
쪽. 작게 웅얼대는 별빛의 말랑한 볼을 붙잡은 택운이 별빛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런 택운의 입맞춤에 화들짝 놀란 별빛이 택운을 올려다보며 큰 눈을 두어번 빠르게 깜빡였다. 택운은 웃고있었다. 택운의 커다란 두 손에 완전히 덮여진 얼굴이 금세 빨갛게 달아올랐다.
“귀엽다.”
“……….”
“화 안 났어.”
“……….”
“대신, 또 그러면 그때는 화 낼거야.”
“……와….”
“가자.”
택운이 은근슬쩍 멍하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별빛의 손을 잡았다. 자신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택운을 올려다보던 별빛의 얼굴이 한순간 확 구겨졌다. 완전 속았어! 별빛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눈썹을 뉘이며 택운을 쏘아보았다. 별빛의 손을 잡은 택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씨, 이거 놔요.”
“싫은데.”
“완전, 진짜… 아으!”
“어차피 밖이니까 이 이상은 안할게.”
“…세상에….”
“엠마 때문에 모닝키스도 못했잖아.”
“아저씨,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글쎄?”
“……….”
“내가 원래는 뭐 어떤 사람인데?”
별빛이 입을 한 일(一)자로 꾹 다물었다. 이 잡힌 손을 빼내려 부단히 노력해봤자 절대 놔주지 않겠지. 별빛이 팔기장이 약간 긴 네이비 색상의 가디건 소매를 접으며 단념했다. 별빛은 포기가 빠른편이었다. 체념한건지 자신이 이끄는대로 끌려오는 별빛에 택운이 푸스스 웃었다. 자신의 손에 완전히 덮여있는 꼬물대는 조그마한 손도, 발그레한 얼굴도 귀여웠다.
택운은 말 수도, 웃음도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덕분에 학연부터 시작해 택운을 귀찮게 하는 존재들이 꽤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것이 익숙해지며 택운은 전혀 그들을 개의치않아 했었다. 별빛에게 보이는 택운의 모습들은 상당히 예외적이었다. 보스, 혹시 양극성 장애 있어요? 아니면 이중인격인건가-. 킬킬대며 내뱉었던 잭의 말은 장난조였지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며 학연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었을 정도로, 별빛을 대하는 택운의 모습은 특별한 케이스였다.
“가자. 기다릴거야.”
택운이 해사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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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룩 남겠네. 재환이 검은색의 재킷에 튄 피를 신경질적으로 닦아내었다. 조잘대던 남자의 입이 타의에 의해 강제로 다물려지고, 창고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피가 안 튄다는 점에서는, 총보다 칼이 더 좋은데 말이야.”
높다란 천장을 가진 꽤나 큰 규모의 창고 안에, 재환이 중얼댄 혼잣말이 크게 울려퍼졌다. 조용하고 좋네. 관자놀이에 구멍이 뚫린 채 바닥에 엎어져, 꿀렁꿀렁 검붉은 피를 토해내는 남자를 재환이 삐딱하게 선 채로 내려다보며 입 안쪽의 살들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재킷 안 쪽에서 담배를 찾아 입에 문 재환이 불을 붙였다. 내리깐 눈이 얕게 파르르 떨렸다. 움푹패인 눈가를 오른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왼손으로는 로즈무늬가 새겨져있는 지포라이터를 딸깍였다. 눈가가 아릿했다. 또다시 도진 불면증 덕에 채 두시간도 잠들지 못하고 내내 침대 위에서 뒤척인 오늘 새벽이 떠올라 재환은 미간을 구겼다.
“인페르노….”
재환이 허리를 숙여 죽은 남자의 셔츠 깃을 지포라이터로 치워냈다. 남자의 목에 새겨진 조그마한 악마 날개를 바라보던 재환이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짜증나.”
인페르노를 상징하는 문양. 재환이 씹힌 발음으로 웅얼대고는, 불결하다는 듯 저멀리 지포라이터를 내던졌다.
“보스.”
“어, 수고했어.”
창고 안으로 들어오던 체이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진동했다. 체이스는 코를 막으며 창고 입구에 서 서 창고 내부를 쭉 둘러보았다. 텅 빈, 횡한 내부에는 재환과 죽은 남자의 시체뿐이였다.
“저, 보스.”
“어.”
짧게 대답한 재환의 시선은 여전히 죽은 남자에게 고정 된 상태였다.
“왜?”
“이런식으로 인페르노를 도발하는게 과연… 옳으신건지 저는…,”
체이스의 말에 재환의 코가 눈에 띄게 씰룩였다.
“너, 오른손잡이인가?”
”예.”
체이스의 대답과 동시에 재환은 뒷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총을 체이스의 왼쪽 팔을 겨냥했고, 쏘았다. 하아, 후우ㅡ 재환의 숨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체이스는 비틀거리며 타들어가는듯한 고통에도 신음 한번 내지 못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바싹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재환이 총을 쥔 손의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입가를 닦아내었다.
뚜벅뚜벅, 구두의 뒷굽이 바닥과 마찰하는 소리가 다시금 조용해졌던 창고 안에 가득찼다. 재환이 체이스의 앞에 멈춰섰다. 재환은 체이스의 얇은 턱을 붙잡아 억세게 들어올렸다. 강제로 마주하게 된 재환의 눈은 무척이나 까맣고, 진해서 마치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고 체이스는 생각했다.
“다음에는 팔이 아니라, 니 그 주둥이에 이 금속덩어리를 쑤셔넣을거야.”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딴 소리, 절대 하지마.”
알겠어? 재환이 낮게 으르렁댔다. 온몸을 벌벌 떨어대는 체이스의 모습이 제법 불쌍할법도 하건만, 재환은 오히려 더욱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거칠게 체이스의 턱을 놓으며 재환이 차분하게 숨을 골랐다.
재환은 누군가가 자신의 어떠한 행동을, 혹은 말을 틀렸다. 옳지 못하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애초에 이러한 일을 하며 옳네, 아니네 하는 것도 웃기는 짓이라고 재환은 생각했다. 네가 그래서 그러는거야. 어린 날의 재환이 무수히 들었던 이야기였다. 아버지가 아꼈던 백색의 도자기를 깨트렸었던 날, 네가 그래서 아버지가 너를 싫어하는거야! 재환은 재수 없는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에 손 끝을 바르르 떨었었다. 재환은 그 이후로 누군가가 자신을 가르친다는 것이 죽도록 싫었었다. 누구도 자신의 위에 두고싶지 않았다. 지들은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옳다고? 건방진 물음을 가까스로 목구녕 깊숙이 쑤셔넣은 그때, 재환은 고작 13살이었다.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창고 문 앞으로 미끄러지듯 멈춰섰다. 체이스는 어느 새 땀 범벅을 한 채였다. 팔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켜내는 가엾은 체이스를 바라보며 재환은 쯧, 혀를 찼다. 아무렇지도 않게 재킷 소매를 정리한 재환은 차량의 뒷문을 열어 올라탔다.
“수고했어.”
“예, 보스.”
“참, 내가 현명한 선택을 했었어.”
“……….”
“점점 더 실력이 느네…. 지금도 최고의 스나이퍼인데 말이야.”“…감사합니다.”
재환이 푹신한 카시트에 편안하게 몸을 뉘였다. 나른한 표정을 짓고있던 재환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상혁과 백미러로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나는 니가 정말 좋아.”
“……….”
“내가 무슨 짓을, 어떠한 일을 벌이든.”“……….”
“너는 날 비난하지 않을거잖아.”
그렇지, 혁아? 재환의 웃음이 푸스스, 허공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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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맛이 갔습니다. 포맷을 해야한다네요. 후.. 내 빅스 영상.. 사진.. 음성.... 글....시놉들...☆★.. 아, 그래도 노트북 삽니다! 공부로 딜을 해서 사기는 했지만 글만 찔듯한..
자필로 공책에 새벽에 써서 급하게 피시방에서 옮기는지라 굉장한 정말 쓰레기를 생산해냈네요.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이렇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거는 뭐.. 최악이네요. 밤을 지새고 나와서 눈은 감기지, 아침부터 좋지 못한 일이 좀 생겨서.. 근데 소리꾼님이 제 글을 보신다는데 어떡해요. 너무 설레서 황급히 써온다는게 그만. 예..처참하네요. 너무너무 졸려서 제정신이 아닌지라, 나중에 수정.. 아마 99퍼의 확률로 글을 수정하러 올 듯 싶네요.
..민망해라. 정말, 정말, 이게 뭘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나이가 어린지라 그걸로 위안을 삼고 싶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네요.
망측해라
+)위에는 쓰면서 내가 배알이 꼴렸고, 밑에는 진짜.. 진짜 마음에 안 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