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우 우지호 second |
지훈은 보란듯이 가장 푹신한 방석 위에 앉아 다친 발목을 핥고있는 고양이를 턱을 괸채 빤히 바라보았다. 가정부가 발목에 칭칭 둘러놓은 붕대는 이미 저 고양이의 날카로운 이빨에 다 뜯겨 쇼파 구석에 쳐박혀있는지 오래였다.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인냥 고고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꼬왔지만, 이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커다란 귀를 축 늘어트린 채 눈치를 살살 보는 것이 퍽이나 귀여웠다. 그러나, 그 순간 뿐이였다. 잔뜩 기가 눌린 고양이의 모습이 귀여워 지훈이 손이라도 내밀라치면 털을 잔뜩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그르렁 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안건들게. 안건든다니까? 지훈은 그럴때면 양 손을 들어보이며 항복의 자세를 취했다. 그러다가도 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 화들짝 놀라 경기 일으키듯 발버둥을 치며 경계하는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훈은 한참동안이나 무얼 생각하는가싶더니 지호를 냅두고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지호는 눈을 도로록 도로록 굴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방 쪽에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자그마한 창문이 보였다. 저거다. 지호는 살며시 몸을 일으켰다. 다친 발목이 아직도 욱씬거리기는 했지만, 이 까짓 상처는 하루정도 푹 쉬면 금방 나을 것이라 신경쓰지 않았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려던 지호는, 지훈이 방 안에서 다시 나오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고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등 뒤로 손을 숨긴 지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지호에게 다가왔다. 지호는 잔뜩 겁을 먹은 채 지훈을 올려다보다가, 자신의 앞에 내밀어지는 손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 보다는, 그 손 위에 얹어져있는 동그랗게 말린 털실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몰랐다.
「갖고싶지.」
지훈은 어젯 밤의 라이터 사건으로 이미 지호의 취향을 파악한지 오래였다. 엄마의 방에 들어간 지훈은 반짝이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하고 둘러보다가 엄마가 뜨다 만 목도리가 협탁 위에 얹어져있는 걸 발견했다. 엄마의 취향답게 검은색 털실에는 반짝이들도 잔뜩 묻어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털실을 낚아채서 이렇게, 지호에게 내밀고 있는 것이였다. 지호는 뭐에 홀린 것 마냥 경계도 풀고 천천히 지훈의 손으로 다가갔다. 지호가 입으로 물기에는 조금 큰 털실이였다. 지호는 주춤거리면서 조심스레 앞발로 털실을 툭, 건드렸다. 지훈은 그 모습을 마냥 즐겁게 바라보다가 살포시 지호의 앞에 털실을 내려놓았다. 지호는 곧바로 털실에 매달려 뒹굴기 시작했다. 단순한 지호는 털실을 끌어안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다!
그 후로 지호는 마냥 지훈이 좋아, 지훈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졸졸 따라다녔다. 심지어는 지훈이 화장실에 들어갈때도 따라들어가려고 해서 한참동안이나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지훈은 그런 지호ㅡ고양이ㅡ가 싫지는 않았다. 결국, 그 날 지호는 지훈의 집을 탈출하는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옆에 꼭 달라붙어 침대 위에서 밤을 보냈다.
「도련님, 학교 갈 시간이에요.」
지훈은 한참이나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다 지호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김치찌개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져있었다. 허기가 졌다. 지훈이 지호를 쇼파 위에 내려다두고 슬며시 일어나자 지호도 발딱 일어나 곧바로 지훈의 뒤를 쫓았다. 가정부는 곧바로 김치찌개를 국그릇에 덜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사모님과 사장님은 아침 일찍 나가셨어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 위에 앉았는데, 아까처럼 뒤에 지호가 달라붙지 않는다. 이상하게 여긴 지훈이 고개를 돌리니 싱크대 앞, 가정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고개를 치켜들고 반찬을 덜어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호에게 달린 9개의 꼬리 중 유난히도 한 꼬리가 살랑거렸다. 배고픈가. 가정부가 냉장고에서 멸치를 꺼내들자 지호가 파드득거리며 달려든다. 재빨리 지호를 제지한 지훈이, 찬장에서 삐삐ㅡ지훈이네 집 개ㅡ의 사료를 꺼내들었다. 먹으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료를 한웅큼 쥐어 지호의 입 앞에 갖다대었다. 처음엔 관심이 조금 있는듯, 냄새를 킁킁 맡아대던 지호가 사료 한 알을 입에 물더니 곧 이어 아드득 소리를 내며 사료를 씹었다. 그러나 곧 캭캭거리며 사료를 입에서 뱉어냈다. 지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저를 올려다보았다. 감히 나한테 이런 걸 먹여? 지호의 눈빛이 말하고 있었다.
「그럼 고양이 사료가 없는데 어떻게 해.」
지호를 고양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지훈은 지호의 맘을 알아챌리가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지호를 들여다보던 지훈은, 문득 지호의 꼬리가 궁금해졌다. 이번엔 9개의 꼬리 중 3개의 꼬리가 요리조리 흔들리고 있었다. 이거‥ 전 주인이 털을 뭉쳐서 일부러 이렇게 만든건가? 가정부가 멸치를 덜어 식탁 위로 올리더니, 밥을 한 공기 가득 퍼다준다. 이러면 동물 학대 아니야? 지호의 꼬리에 손을 대려하자 가정부가 말한다. 도련님, 식사하세요. 지훈이 꼬리에 손을 대기도 전에 지호가 먼저 식탁 의자 위로 뛰쳐올라갔다. 가정부는 화단에 물을 주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뭐, 뭐야. 너?」
지훈은 멍하니 지호를 바라보았다. 지호는 허겁지겁 숟가락으로 머슴밥을 퍼먹고 있었다. 곧바로 김치찌개에 입을 댔다가 아. 뜨, 뜨! 거리면서 입을 떼고는 호 하고 식혀서 다시 입으로 집어넣었다. 순식간이였다. 지호가 밥을 다 비운 것은. 그리고 자그마한 하얀색 고양이가 갑자기 커지더니 검정색 반팔 티 차림의 한 남자로 변한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였다. 지훈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지호는 정신줄을 전혀 잡질 못하고있는 지훈을 슬쩍 바라보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 지호야. 우지호.」
지호가 눈을 꿈뻑거렸다. 얌생이처럼 쭉 찢어진 눈매. 똑같았다. 더군다나 갑작스레 사람으로 변하느라 꼬리를 숨기지 못한 지호의 뒤에는 9개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배고파. 밥, 더 줘.」
입에 묻은 밥풀이나 떼고 말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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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망고 |
천년여우 우지호 ♥떡덕후님♥ ♥바게트님♥ ♥주황님♥ ♥뽀뽀틴님♥ ♥규요미님♥ 암호닉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항상 쓰면서 생각하는데 분량이 조금 짧은 것 같기도.. 늘려야할까나요☞☜ 의견을 들려주세요!
첫화에 덧글 달아주신 9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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