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해코] 불륜미수 정한해×우지호×표지훈 핏 좋은 교복에 슬림하게 빠진 몸매, 곧 죽어도 간지 타령하며 자연갈색이라 우기던 인위적인 갈색 머리. 그런 지호를 앞에 두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하던 지훈이 키위주스 안의 얼음이 녹아 무너지는 청명한 소리에 눈을 반짝였다. 덕분에 빨대로 딸기스무디를 빨아올리던 지호의 손이 미끌려 컵이 테이블 위로 툭 떨어져버렸다. 가만히 컵을 내려다보던 지호가 눈을 들어올려 지훈을 바라보자 지훈이 싱긋 웃었다. 축구부랑 무슨 얘기를 하셨다고? 별 얘기 안 했는데. 그니까 그 얘기가 뭔데? 아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 좀 전, 점심시간 요새 전국 체전에서 승승장구한다고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축구부 중 좀 잘생겼다 하는 정한해인가 뭐신가의 앞에서 실실 눈웃음까지 치면서 즐겁게 담화를 나누던 걸 포착해서 짜증이 치솟은 지훈은 너무나도 당당한 지호의 프라이버시 발언에 빠직 하고 핀트가 나가버릴 뻔 한 것을 겨우 참아냈다.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눈치 챈 지호가 싱긋 웃으며 컵 깨질라, 하고 한 마디를 내뱉으며 스무디를 쭉 빨아 들였다. 쟨 뭐가 저렇게 여유로워? 불만이 살짝 쌓여갈 때쯤 지호의 빨대에서 공기 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쉽다는 듯 쩝 하고 입맛을 다신 지호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저래봬도 남자라고 목선이 잘빠진 게 목젖이 꽤나 섹시하다. 지훈이 한숨 같은 날숨을 훅 내뱉고는 보란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래도 지호의 시선이 따라오는 게 기분을 붕 띄워 줬다. 나중에 봐. 그래 그래. 계산은 네가 하고. 그래 그... 뭐? 야 나 지갑 없어! 지호의 애처로운 외침이 지훈의 등짝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다. 될 대로 되라지. 저 게이새끼. 지훈은 속으로 지호를 씹으며 신발끈 끊어져라 쾅쾅 바닥을 밟아댔다. *** 아 씨발. 뭐라고? 순한 얼굴의 지훈에게서 그런 욕설이 나올 거란 걸 미리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는 듯 친구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지나고 남은 쉬는 시간동안 짜증나리만큼 지루한 야자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귓가에 우지호란 이름 석 자와 입에 담기조차 싫은 축구부의 그 새끼의 이름이 섞여 들어오길래 옆에 있는 친구를 불러다 일을 물었더니 들려오는 소리가 아주 가관이다. 정한해가 우지호가 마음에 들어서 따먹으려고 안달이라느니, 하는 자극적인 토픽은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우지호가 그걸 즐기고 있는 것 같다는 그 친구의 주관 담긴 귀띔이 지훈의 머릿 속 나사 하나를 아주 깔끔하게 뽑아주신다. [우리지호자습실로와요] [10분안에와] 카톡을 보내고 그 옆의 숫자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지훈이 시계를 슬쩍 훔쳐보곤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10분만에 안 오기만 해 봐라. 씨발년. 좆을 물어 뜯어 버릴까. *** 자습실 문이 꽤나 조심스레 열리길래 좀 찔리는 게 있긴 하나보다 싶어 좀 웃음이 났는데 문이 열리자 보이는 꼴이란 한해가 지호의 어깨를 손으로 감싼 전형적인 게이의 모습이었다. 헬로~ 하고 여유로운 인사를 건넨 지호가 한해의 손을 슬쩍 밀어내고 지훈에게 다가간 순간 지훈의 주먹이 퍽 하고 지호의 뺨을 쳤다. 살벌하게 돌아간 얼굴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실실 웃음이 새어나가는 게 보였다. 한해가 깜짝 놀라 지호를 돌려 세우자 어느새 웃음기를 싹 지운 자그마한 얼굴에는 붉게 손자국이 어려 있었다. 저 여우새끼. 지훈이 콧웃음을 치고는 지호에게서 한해를 떼어냈다. 우지호한테 손 대지 마. 벙찐 한해를 두고 지호를 데리고 자습실을 빠져나가는 발걸음이 꽤나 당차다. 뭐 하는 짓이야? 지호의 웃음기 섞인 말에 대답도 안 한 채 지훈은 성큼성큼 발을 옮겼다. 우지호 넌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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