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고 싶다 " " 꽃구경 갈까? " " 벚꽃? 그래! "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느덧 달력도 뜯어내고 다시 꽃피는 봄이 되었어. 남들과 다를 바 없이 너의 무릎에 누워서 멍하니 티비를 보던 홍빈이도 너의 한마디에 바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해. 한층 가벼워진 옷차림과 발걸음으로 손에는 컵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들고 벚꽃잎이 날리는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새 의식하지않아도 비슷한 발걸음과 자연스러운 팔짱에 넌 그저 미소만 띄웠어. " 벚꽃은 진짜 예쁘다. " " 뭐, 나는 안예쁘다는 소리로 들린다? " " 너도 예뻐. 니가 제일 예뻐. " " 헝가리도 되게 예쁘던데. 오빠가 사진 보내준거 보니까. " " 많이 보고싶지? " " 엄마는 좀.. " " 워워. 이런 분위기 싫다. 나도 한 입. " " 너 민트초코칩 싫어하잖아. 치약맛 난다고. " " 먹어볼래. 아아 " " 아맞다. 내가 어디서 그런 말을 봤거든? 스무살 봄에는 사랑이나 시련이 찾아온다고. " " 그럼 우린 사랑이네. " " 그런가. 아 뭐 그런 뜻을 담은건 아니었는데. " 능청스럽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너의 입술에 쪽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는 홍빈이의 입술에서 방금 먹은 민트초코 향이 나면서 촉촉하게 네 입술을 적셨어. 마치 새로 산 립밤처럼. " 스무살 기념 뽀뽀. " " 암튼, 사귄다는 말 하지도 않았는데 뽀뽀는 졸라 해대요. " " 그래. 내가 뽀뽀 좀 한다는데. 불만 있냐? " " 널 누가 말리냐. " 알싸한 꽃향기가 눅눅한 봄바람에 실려 코끝을 간지럽혀도 그와 손잡고 걷는 이 순간은 그저 행복하기만 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눈 앞에 작은 카페가 보여. 스타벅스나 그런 곳이 아닌 그냥 동네 카페. " 커피 마시고 가자! " " 그래그래. 마시자. "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빈 틈도 보이지 않고 빽빽하게 채워진 피규어들이 예전 추억을 되살렸어. 한때는 너도 엄청나게 모았었거든. " 녹차라떼 한 잔이랑 딸기스무디 한 잔이요. " 너는 말하지도 않았는데 홍빈이가 알아서 니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까지 사왔어. 보통 오랫동안 친구였거나, 좀 오래 썸을 탄 사람들이 연인이 되었을때는 너무 서로를 잘알아서 헤어진다며 항상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너였지만 겪어보니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느끼며 그들이 말했던‘질리는 연애’보다는‘더 완벽한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이홍빈과 함께 하는 새로운 일기장을 하루하루 써나가는 너야. 책장이 빽빽하도록 피규어를 모았던 이유. 어쩌면 외로웠던 것일지도 몰라. 늘 뜻대로 되지않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안전하지 못한 사랑보다는 그저 니가 만드는 대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피규어가, 말도 하지 않고 마음도 없는 그런 피규어가. 그땐 외로워서 모았는지도 몰라. 하지만 그는 다르잖아. 네 머릿 속에 항상 그려진 그의 이미지처럼, 툴툴대고 가끔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마음이 있는 그는. 피규어와는 다르니까.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만났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렇게 스무살의 봄은 산뜻하게 다가와 사랑을 꽃피웠어. 절대 시들지 않을 것만 같은 꽃을. - 끝을 향해 달려가니 이제 슬슬 불맠이 나올때가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