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에서 살아남기
03
“태권도??”
셋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엄청난 말을 들은거 같은데…
다니엘이 태권도 특기생으로 학교를 들어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실력이 생각보다 출중해서 이미 많은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는 거.
“니엘이 태권도 하는 거 보면 다들 쓰러질걸?
발차기가 진짜 죽이거든.”
성우는 마치 그 장면을 지금 보는 것처럼 키햐~하는
감탄사를 냈다. 다니엘은 머쓱한지 이마를 긁었다.
“뭘 또, 그렇게까지 말하노.”
“우와.. "
여주는 진심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부족한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을 보았을땐
순수한 감탄이 나오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의 감탄이었다.
자신은 체대에 합격한 것이 의아할 정도로 운동에는 사실
큰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도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꿈이었던 스포츠의학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1학년 때는 학부체제로 다같이 수업을 받지만
2학년 때는 세부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여주는 입시에서 실기 점수는 정말 아슬아슬했지만
성적으로 겨우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재환이는 워낙 운동을 좋아했으니까 성적과 실기 둘 다
안정권이었다. 아마 얘 같은 경우가 대다수이긴 할텐데..
“근데 왜 태권도학과 안가고 여기로 왔어??”
“아, 그거는 .. 뭐 이 학교가 좋아서.”
여주의 질문에 말을 얼버무린 다니엘은
자신의 얘기는 그만하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아 됐고, 오늘 환영회 갈거제?”
“몇시지? 7시?”
금세 신입생 환영회로 주제가 옮겨갔다.
다니엘은 자신이 주최자인마냥 꼭 빠지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들떠있는 애들을 보며 내키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자리 불편한데..
뭐 그래도 얘네랑 있다가 조용히 빠져나와야겠다.
속으로 벌써 탈출할 생각만 하고 있는 여주였다.
“이야 우리 체대 꽃들이 여기있네~~!!”
이미 술이 좀 들어갔는지 가게가 울리도록 큰 소리로
소리치는 저 선배는 누가봐도 복학생이겠거니 했다.
여자가 많지 않은 체대인데, 이번 년도에는 여주를 포함해
10명도 되질 않았다. 역대로 제일 적었다.
자신을 제외하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여학생들을 보며
여주는 한숨을 작게 쉬었다.
왜 자신이 저 곳에 없는지는잘 알 것 같았다.
이러저리 자신을 꼭 끼고 다니는 이 아이들 덕분에
묘하게 동기 여자애들에게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안그래도 남초과인데.. 재환은 이런 제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꺄항항대며 벌써 텐션이 업되있었다.
이번 새내기들 중 화제의 인물들이 한 테이블에 다 모여있으니
시선이 집중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강의실에서도 느꼈지만 이 사이에 껴있는
자신을 향한 시선들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지사였다.
여자애들보고 꽃타령하던 그 선배는 타겟이 바뀌었는지
여주 테이블로 왔다.
“이~~건 또 무~~슨 조합이야아아”
얼굴은 시뻘게가지고 말꼬리를 늘리면서 말하는게
진심으로 꼴보기 싫었다.
“여기 우리 이~쁜 후배는 벌써 이렇게에
막 남자들 후리고 다니는거야아아아?”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도 문제의
화석선배는 눈치없이 나불대고 있었다.
“능력 좋다~~~”
여주는 너무 당황하고 화가 나면
아무 말도 안나온다는 게 어떤건지 실감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에, 그리고 말도 안되는 그 개소리에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차올랐다.
여기서 울면 진짜 망하는거야. 안 돼. 안 돼.
계속 속으로 주문 외우듯이 되뇌이며 눈에 힘을 주다가
자신의 머리에 올려진 큰 손에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저기요,”
다니엘이었다.
“미친개”
“지금 너 뭐라했냐? 선배한테? 이새끼가 돌았나”
다..다니엘아 아무리 그래도 미친개라니..
아니 작지만 새끼라는 소리도 들은 거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날까봐 조마조마해져
여주는 눈물이 쏙 들어가버렸다.
어디서 많이 본 지겨운 레파토리로 소리치던 선배는
신입생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한 대 칠 기세로 주먹을 들었다.
“이게 제 별명이거든요. 선.배.님.”
“뭐, ..뭐?”
“미친개 건들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이 새끼가..”
“물어요.”
웃으면서 말하는게 진짜 섬뜩해서 여주는
다니엘의 손을 끌어내렸다. 야.. 얘 성깔 하나도 안변했네.
주먹에 힘이 들어가있는 것을 풀려고 애쓰며
여주는 재환에게 눈짓을 보냈다.
근데 이 놈의 김재환이 눈이 마주쳤는데도
전혀 말릴 생각을 안하고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그만하고 가시죠.”
민현의 딱딱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 선배도 싸울 생각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자신이 없는건지
씩씩대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여주는 어찌되었건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
짜증나기도 하고 불편해서 일어났다.
“나 잠깐만 화장실 좀”
화장실 칸막이에 들어가 잠깐이라도 그냥 앉아있었다.
무시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안좋은 소리를
그냥 듣고 넘길만한 성격은 안되기에.
“아니, 근데 그 선배가 틀린 말 한 건 없지 않니?”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함.”
이건 또.. 뭔..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가려던 여주는 다시 변기에 털썩 앉았다.
“들어온지 얼마나 됬다고 그렇게 남자애들 끌고 다니면서
뭐 공대 아름이도 아니고 “
“그니까 아, 맞다. 얘가 다니엘한테 관심있다 그랬어, 그치?”
“어. 근데 저 년이 딱 붙어있어서 뭘 할 수가 있어야지.”
“아 진짜 재수없어.”
아까 몰려있던 여자애들 테이블인가보다.
내가 뭘했다고 저런 소리를 들어야하나,
뭐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자신은 원체 사람들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이 성격 때문에 길고 긴 학창시절 동안 남은 친구는
재환과 베프 2명 뿐이었다. 워낙 자신을 잘 아는 친구들
그리고 재환이 덕분에 외로울 틈은 없었지만.
그 애들이 나가고 나니 시끄럽던 화장실이 조용해졌다.
여주는 문을 열고 나와 거울 앞에서서 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까 차오른 눈물 때문인지 살짝 번진
아이라이너를 쓱쓱 문질러 그냥 지워버리고는 다시 거울을 봤다.
“못났다.. 못났어 김여주.”
그런 소리를 들어도 어쩜 그렇게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을까.
밀려오는 자괴감에 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 술자리를 더 즐길 자신은 없었다.
자리로 돌아와보니 다니엘과 재환은 어디갔는지 보이지않았다.
조용히 가방과 외투를 챙긴 여주는 민현과 성우에게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는 다른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나왔다.
술집을 나와 자취방 쪽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어깨를 탁하고 잡았다.
최악이었던 기분이었던만큼 멍하니 걷고 있었던
여주는 진짜로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악!”
“아, 미안..”
뒤를 돌았을 땐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서있었다.
민현이었다.
“..위험하니까.”
“어? 어..”
오늘도 짧막하게 말한 민현은 여주의 옆에서 발을 맞춰 걸었다.
항상 무슨 생각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민현의 표정이었다.
사실 여주는 아까 2연타로 들었던 악의 넘치는 말들에
옆에 있는 민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으니까.
“괜찮아?”
“..응”
“…”
“아니 안괜찮아.”
응이라고 대답한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민현의 눈에
여주는 왠지 모르게 울컥해서 말했다. 안괜찮다고.
“그런 소리를 듣고 괜찮을리 없잖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
“참지 말고.”
보통 울지 말라고 달래주지 않나.. 울어도 된다는 민현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다정하게 느껴졌는지. 꽁꽁 속에 담아만 두다가
항상 곯아 터져버리는 여주였다.
바늘로 콕 찔러 터뜨리듯 울어된다는 말이
애써 참고 있었던 감정을 터뜨려버렸다.
결국 걸음을 멈추고 터져나온 눈물을 손등으로 벅벅 닦아내었다.
주책맞게 나오는 눈물이 쉽게 멈추지 않았다.
민현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흐…”
“닦아.”
요즘 누가 손수건을 들고다니나 싶었다.
그게 황민현이라면 말이 될지도..
주인의 성격을 알려주듯 깨끗하고 곱게 접혀있는 손수건이었다.
고맙다고 할 정신도 없이 받아 눈물을 닦아내곤
콧물까지 닦은 여주였다.
“고마어…”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는 여주를 보며
민현은 대답대신 살짝 웃었다.
터벅터벅 걷다보니 벌써 집 앞이었다.
한참이나 말이 없이 걸어온 둘이었다.
“나 들어가볼게. 데려다 줘서 고마워.. “
특별한 위로를 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같이 걸어준 것
뿐이었지만 그 말없는 위로가 더 고마웠다.
때론 위로하려하는 말들에 애꿎은 원망을 하게되니까.
“내일 보자.”
작게 미소지으며 돌아서는 민현이었다.
여주는 민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갔다.
민현에게 느껴지는 멀리만 했던 그 거리가 가까워진 밤이었다.
체대에서 살아남기
신입생 환영회의 타격이 있긴 있었는지 자신에게 달라붙는
시선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았다. 어차피 돌아킬 수도 없고
무시하는 수밖에 없겠지. 여주는 자신의 손에 들린
민현의 손수건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거 누구꺼냐??”
하이톤의 목소리가 안봐도 재환이었다.
“아.. 민현이.”
“엥? 아, 민현이가 데려다줬지.”
“어. 그날 너랑 다니엘이랑 없어서 인사 못하고 갔어.”
“아 그 날.. 말도 마라. 내가 다니엘 때문에 얼마나!”
“얼마나?”
못할 말이라도 했는지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재환은
자신의 입을 때렸다.
“하여간 이 주둥이가 문제지, 문제야”
“빨리 말하시지? 뭔데.”
“아니.. 너 화장실 가고.. 그 선배가 다니엘
불러냈거든 밖으로..난 걱정되서 따라가봤지.”
“뭐…?”
“아, 니엘이 한 대 맞긴 했는데.. 그래도 걔는 안때렸어!”
참으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재환은 뒷말을 강조했다.
여주는 한 대 맞았다는 말만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았다.
내가 더 억울해서 안되겠다.
“지금 다니엘 어딨어.”
제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하얀 얼굴이 보였다.
입가에 터진 빨간 상처도.
“아니 왜 맞고만 있어! 왜! 똑같이 때려줘야지!”
탓할 일이 아닌 걸 알면서도 속상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다니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우예 알았노? 김재환이가.”
“그게 중요해 지금? 왜 맞고만 있냐고!”
“내는 때리면 안된다.”
“뭐?”
“내는 유단자고 선수 아이가.”
“하..”
그러면 맞고만 있어야돼? 그놈의 유단자가 뭐라고.
그 선배는 다니엘보다 덩치도 컸는데..
자신이 더 억울해지는 거 같아 여주는 씩씩댔다.
“내 걱정해 주는 기가.”
“걱정은 무슨.”
“됐다, 이제 그 선배가 니 절대로 안건들기다.”
무슨 소리를 했는지 이제 절대 찝적거릴 일 없을거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다니엘이었다. 씩 웃다가 입가의 상처가
아팠는지 살짝 찡그렸다.
“야.. 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뭐? 어디가는데.”
다니엘의 질문에 대답도 생략한채 근처의 편의점이나
약국을 찾았다. 학관 1층에 있는 약국에서 연고를
하나 산 여주는 다니엘이 있는 과방으로 향했다.
“이거 사러 갔다왔나.”
“가만히 있어.”
손씻고 온 여주가 연고를 손가락에 짠 뒤
다니엘의 턱을 잡고 상처에 쓱쓱 발랐다.
집중한 표정의 여주를 다니엘이 빤히 쳐다보았다.
연고를 바르다 느껴지는 그 시선에 눈이 마주쳤다.
너무 가까웠다.
갑자기 느껴지는 이상한 기류에
여주는 몸을 뒤로 확 빼버렸다.
철-컥
“…”
문을 열고 들어온 익숙한 얼굴에
여주는 더욱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이 과방에는 세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안..녕?”
여주의 어색한 인사로 정적이 깨졌다.
“안들어오고 뭐하노.”
다니엘의 말에 민현은 과방 안으로 들어왔다.
뭘 놓고 갔었는지 책장에 꽂혀져있는 프린트물을 챙겼다.
나가려는 듯 문고리를 잡은 민현은 다시 멈추었다.
“아,”
“…”
“여주야.”
“..응?”
“손수건 가져도 돼.”
그 말을 남기고 민현은 과방 문을 조용히 닫고 나갔다.
손수건을 전해주려고 민현을 찾았던 것을 아는 재환이
말을 전했었나보다.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다니엘의 눈이
궁금함을 담고 있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괜히 허둥지둥대는 여주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을 뿐.
그 날의 이야기(feat.다니엘)
|
“너 이새끼 나와.”
제 자리에 돌아가서도 분이 안풀렸는지 화석선배는 다니엘에게 다시 돌아와 말했다. 의외로 다니엘은 선배를 순순히 따라나갔다. 재환은 혹시 주먹다짐이라도 할까싶어 엉덩이를 들썩이다 결국 따라나갔다.
“야, 선배가 우습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에 다니엘은 속으로 웃었다. 어깨를 팍 치는 손에 순간 욱해서 다니엘은 고개를 들어 선배를 쳐다봤다.
“꼬라보면 어쩔건데? 어? 어쩔거냐고!”
재환이 문을 열고 나왔을때는 이미 선배의 주먹이 다니엘의 얼굴을 쳤을때였다. 재환은 놀라 다니엘을 잡고 살폈다. 저 돼지새끼가.. 턱 끝까지 욕이 올라온 순간.
“됐죠. 이제.” 피하지 않고 그 주먹을 맞은 다니엘이 말했다.
“뭐?”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그 눈빛에 선배는 움찔했다.
“ 저 유단자라서 선배 못 때립니다. 가중처벌 되거든요.”
유단자 소리에 쫄기는 했는지 선배는 목을 큼큼거렸다.
“근데,” “..."
“한번만 여주한테 그런 개소리 하면 유단자고 뭐고 가만 안있는다.”
다니엘은 마지막으로 선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문다는 말 그냥 하는 소리 아니거든요.”
말리러 왔다가 이 상황을 보게 된 재환은 다니엘에 뒷통수를 날렸다. 유단자고 뭐고라는 소리는 태권도를 건다는 소린데 그게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이냐.. 재환은 다니엘을 째려보려 말했다.
“이새키 맨날 이렇게 협박하고 다녔냐?” “협박 아인데. 진짠데.” “아휴. 여전히 또라이 또라이”
고개를 흔드는 재환에 다니엘은 웃으며 헤드락을 걸었다. 여주는 몰랐던 그 날의 이야기였다. |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저 왔습니닷 ㅎㅎ
칭찬해주시니까 막 계속 쓰고싶고 그르네요???
아 그리고 여담이지만..
다니에르 부산사투리 너무 어려워여...ㅠㅠㅠ
혹시라도 독자님들 읽으실때 어색할까봐
넘나 신경쓰이는 것...........
만약에 어색한 부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해버리겠슴다^.^
신알신 많이 눌러주셔서 제가 쫌 행복했어여 힝
신알신과 암호닉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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