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시절에 나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친해진 동기들의 말에 줄곧 잘 넘어갔다. 교양은 이거가 좋다고 하더라, 그 전공 교수님은 점수를 잘 안주니 족보가 필요하더라, 등의 말을 듣고 살았다. 그렇게 해서 동기들과 같이 신청한 교양이었다.
2학점짜리 교양이었다. 아무래도 경영과 관련된 교양이어서, 경영과 학생들이 많이 듣던 교양이었다. 그 교양은, 개인과제만 있기로 소문났었던 교양이었다. 그러나 담당 교수님이 바뀌었던 것인지, 올해부터 개인과제를 조별과제로 바꾸겠다고 수업 첫 날에 교수님이 말씀을 하셨다.
“조원은 임의로 제가 짰습니다. 앞에 명단 띄울게요.”
김여주, 황민현, 김재환.
교수님은 스크린 화면에, 조별 명단을 띄우셨다. 교수님이 조를 짜신 걸 보면, 조 당 4명씩 배정하셨는데, 우리 조만 3명이었다. 수강 인원이 홀수여서 그랬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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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름이 여주였구나. 만나서 반가워요.”
그게 황민현과 두 번째 만남이었다.
황민현은 다정한 사람이다.
w. 황다정 베이커리
“교양 별로였어?”
뒤에 있던 강의가 끝나고, 다니엘에게 연락을 했다. 강다니엘은 마치 연락을 기다린 사람처럼, 내 연락에 바로 전화가 왔었다. 다니엘은 같이 저녁을 먹자고 이야길 했고, 나는 다니엘의 말에 거절할만한 이유가 없어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렇게 다니엘과 만나서, 학교 근처의 고깃집에 왔다. 하도 많이 와봐서, 다니엘은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다니엘은 내 앞에 비워져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며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다니엘의 말에 고기를 굽다, 멈췄다. 별로인거 맞겠지.
“…응. 별로야. 교양 과제가 미술 전시회 관람이 말이 되는 건지.”
“그래도, 학교랑 커넥하면 좀 싸지 않을까?”
순간 다니엘의 말에 소름이 돋아, 계절이 춥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팔을 한번 쓰다듬었다. 다니엘은 내 반응을 힐끔 보더니, 웃으며 다시 말했다.
“영 아니겠다 싶으면, 재수강 해. 계절 학기를 듣던가.”
고기 타겠다. 다니엘의 마지막 말에 나는 고기를 뒤집었다. 고기를 다 먹고, 술병이 늘어날 때까지 나는 이야길 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니엘이 알고서, 어떤 반응을 내보일지는 몰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고기를 다 먹고, 고기 집에서 나, 나는 다니엘을 바래다주었다. 다니엘은 자신이 데려다준다고, 극구 사양을 했지만 나는 이번 새 학기가 되면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니엘은 학교 기숙사였다. 내 자취방은 학교를 지나쳐서 가기 때문에, 그게 더 효율적이었다. 나의 계속되는 고집 아닌 고집에, 다니엘은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편의점 들렸다 가자.”
“뭐 살 거 있어? 난 살 거 없으니까, 갔다 와.”
응. 다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편의점을 등진 채, 밖에서 기다렸다.
몇 분 뒤, 다니엘은 편의점에서 나왔고, 다니엘의 손에는 봉지가 들려있었다.
“젤리 샀어?”
“아, 응. 다 먹어서.”
다니엘은 자신의 팔목에 봉지를 끼우고, 제 코트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다니엘은 학교를 도착할 때까지,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나는 그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추워서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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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음 안 되겠다, 진짜.”
그렇게 길을 걷던 다니엘은 학교로 가던 길에, 크게 넘어질 뻔했다. 아직 녹지 않은 얼음길에,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다니엘은 절대로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그 넘어짐도 내가 붙잡아서, 넘어지지 않았던 거였고. 나는 그런 다니엘에게 한 소리 하려다, 말았다.
뭐가 그리 좋다고, 웃는지.
다니엘과 장난 아닌 장난을 치다보니, 어느덧 학교에 도착을 했다. 나는 다니엘을 학교 정문으로 살짝 밀며, 이야기를 했다.
“조심히 들어가.”
“너야말로 조심히 가.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연락하고.”
“너가 내 남자친구야? 민현 선배도 그 정도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능력 특집을 했던 적이 있었다. 초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예능을 찍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하고, 그랬었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진짜. 있을 수 없는 초능력을 간절히 바랬던 적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 당시, 예능을 보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나를 바라보던 다니엘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고, 나는 다니엘의 표정을 보며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 생각들이었다.
“뭐?”
“어? 아니야….”
춥다. 아직 3월임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인 탓에 입김이 계속해서 나왔다. 괜히 눈치가 보였다. 나는 내 코트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다니엘은 나를 한참 바라보다, 제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다니엘의 손에는 음료 한 병이 들려있었고, 다니엘은 그 병을 나에게 하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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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여주야. 가는 길에 손이라도 따셔야지.”
베지밀 한 병이었다. 다니엘이 건넨 베지밀 한 병은, 날씨와 맞지 않는 따뜻함이 있었다. 아까 편의점을 들린 이후부터, 다니엘이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것도. 너 술 조금이라도 마시면, 다음 날 고생하잖아.”
다니엘은 자신의 팔목에 매달려있던 봉지를 나한테 건넸다. 나는 다니엘에게서 봉지를 건네받았고, 봉지 안을 보았다. 온갖 회사의 숙취해소 음료수와, 초콜릿 우유 등 해장에 좋다는 것들로만 가득 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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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술을 그렇게 마셨어. 뭐가 그렇게 속상했어, 여주야.”
“…말하면 다 들어줄 거예요?”
“들어보고. 그래서 뭐 때문에 그렇게 마셨어요, 김여주씨. 다음날 얼마나 고생하려고.”
다니엘의 말을 듣자, 문뜩 떠오른 생각들이었다. 나는 다니엘에게 고맙다며, 인사하고 뒤를 돌아섰다. 오늘따라 자취방으로 가는 길이, 더 쓸쓸하기만 하다.
황민현은 다정한 사람이다.
“여주야, 오늘 강의 몇 시에 끝나?”
“…저 6시 쯤 끝날 것 같아요.”
“그럼 끝나고,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우리 과제 이야기 좀 하게.”
문자로 연락하면 되잖아요.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말들을 삼켰다. 선배는 내 끄덕임에, 환하게 웃으며 조금 있다 **카페에서 보자고 이야길 했다. 여전히 예쁘게 웃으시네.
그렇게 만나게 된 선배였다. **카페에 들어서자,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있는 선배가 시야에 가득 찼다. 나는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있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고 카운터로 가려고 했다. 선배는 어느덧 주문을 마쳤는지, 손에는 진동 벨을 들고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카페라떼 하나요.”
“네, 4000원입니다.”
“괜찮겠어? 너, 커피 마시면 속 뒤집어지잖아.”
나는 카페 메뉴판을 보고서 메뉴를 골랐다. 내가 고른 메뉴를 이야기하자, 카페 알바생은 가격을 이야기했다. 옆에서 내 주문을 들은 선배는,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다급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커피를 좀 많이 마셨더니, 괜찮더라고요.”
선배는 내 말을 듣고서, 눈은 걱정된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이내 자신의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어색하지?”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선후배 사이인데요, 뭘.”
시간이 좀 흐르고, 나와 선배가 주문했던 음료가 나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음료를 입에 대고 있었다. 선배 역시 자신이 시킨 음료를 마시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선배의 말에 사레가 걸릴 뻔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웃었다.
“근데 미술관 여기,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선배는 내 말에 유자차를 한 입 마시고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서 선배는 자신의 휴대폰을 나에게 건네주며 이야기했다. 나는 선배의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선배가 보여준 건, 자신이 캡쳐해놓은 화면이었다. 미술관의 위치는 학교에서도 가까웠고, 가격도 괜찮은 편인 것 같았다. 나는 선배에게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며, 말을 꺼냈다.
“괜찮은 것 같아요. 여기로 가요.”
“괜찮지? 재환이도 여기 가봤었는데, 좋았대.”
“재환이가요? 재환이가 미술도 좋아했었나.”
“신기하지. 나도 이번에 알았어. 근데 따지고 보면, 재환이가….”
선배는 말을 하다, 유자차를 삼키는 것으로 자신의 말을 마무리 지었다. 나는 선배의 뒷말을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았다. 나와 선배가 사귀게 된 계기가 재환이 때문이었으니까. 그거 이야기하려고 했던 거겠지.
그렇게 다시 찾아온 침묵이었다.
나와 선배는 한참동안 각자의 음료만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배가 내 학교생활에 대해서 물어봤고, 나는 선배의 말에 대답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커피를 다 마셨다. 내가 빈 컵을 트레이에 내려놓았을 때, 선배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여주야, 나 학생회 회의 때문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나는 선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자신이 벗어놓은 코트를 걸치며, 트레이를 가져가 정리를 했다. 딸랑.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나와 선배의 사이에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선배는 자신의 코트를 고쳐 입으며, 나에게 말을 건넸다.
“근데 아쉽다. 일부러 여기 온 거거든.”
“네?”
![[워너원/강다니엘/황민현] 황민현은 다정한 사람이다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01/01/6/1c55398c536c34cbf77850680d4cc535.gif)
“여기 자몽청이랑 레몬청 맛있는 걸로 소문난 곳이래. 둘 다, 너 좋아하는 거잖아.”
멈칫. 순간 선배의 말에 가방을 고쳐 매던 내 손은 멈췄다. 아까 **카페에서 만나자는 선배의 말에, 의문을 가졌었던 나였다. **카페는 도보로 30분 거리에 위치해있었고, 학교 앞에 카페는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유가 있겠거니 싶어서 알겠다고 한 거였는데. 왜, 학교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 카페에 오자고 했는지 드디어 알 것 같았다.
선배 성격 상, 또 인터넷을 한참동안 찾았겠지. 선배가 말하지 않아도, 선배의 행동이 눈앞에 훤히 보였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 작가의 말 |
내용이 왜 이렇게 애매한곳에서 끊기는지,,ㅠㅠㅠ 약간 에피소드+이야기 전개 하고 싶어서, 과거랑 현재랑 교차하면서 글 내용을 적고 있는데 너무 복잡한가요?ㅠㅠ 흑흑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 받고 있습니다♥ 마구마구 신청해주세요!^0^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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