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밤이에요~ 일단 초록글 너무 감사드려여...(금방 사라졌지만) 제가 글 쓰면서 받아 본 두 번째 초록글이네여!
답글 다 달아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고ㅠㅠㅠㅠ 그래도 하나하나 꼼꼼히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답니다! 감사합니다!
암호닉 농염, 누나! 두 분 사랑합니다♡♥
나이는 스물셋, 나랑 같은 나이고, 이름은 루한. 눈은 크고, 쌍커풀도 있고, 코도 오똑하고, 전체적으로 그냥 미남형. 키도 나보다 크고. 갈색 머리도 찰랑찰랑 잘 어울리고. 아…. 민석이 책상에 앉아 턱을 괸 채 천장을 올려다 보며 루한을 떠올렸다.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민석이 정신을 차리며 한글2009 문서를 열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왠지 평소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일들이 생긴 것 같았다. 아니, 생겼다. 끊임없이 제게 호감을 표하던 루한은 일주일 내내 저를 쫓아다니며 애정 공세를 펼치기에 바빴다. 물론 오늘도.
[집앞이야나와]
민석이 카톡, 울리는 알림음에 메세지를 확인하자 역시나 루한이었다. 그새 아니, 근데, 아까도 봐 놓고 또 보자고? 민석은 루한에게 자취방을 알려준 것에 대해 적잖이 후회를 했다. 어제도 왔었고, 엊그제도. 자취방의 위치를 알려 준 다음날부터 루한은 빠짐없이 민석의 집 앞에 출석을 했다. 민석이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가듯 급하게 문을 열고 나왔다.
"어, 민석!"
"쉿, 조용히 해! 시끄러우면 안 돼. 매일 말했잖아."
"아, 미안. 민석 본 게 너무 좋아서."
푸흐. 스스로도 말을 뱉어놓고 간지러웠는지 루한이 웃음을 터트렸다. 민석도 그를 따라 웃으며 수줍은 소녀처럼 고개를 푹 수그렸다.
"고개 들어. 나 봐."
루한이 민석의 얼굴을 큰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쥐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가까이서 마주친 눈에 당황한 민석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둘 곳 없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집요하게 쫓아오는 루한의 눈동자를 피했다. 그러자 루한이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민석에게서 떨어졌다. 그제야 민석이 옅은 한숨을 쉬었다.
"민석아. 부끄러워?"
"…어? 뭐라고?"
"부끄럽지?"
"아, 아니, 그게…, 그…. 아! 아까 봤는데 왜 또 왔어?"
"부끄럽구나?"
아, 몰라. 동문서답에도 넘어가지 않고 집요하게 물어오는 루한에 괜히 심통이 난 민석이 은근슬쩍 제 손을 잡아왔던 루한의 손을 뿌리쳤다. 그 모습에 루한이 히죽히죽 사랑에 빠진 눈으로 민석을 보며 웃었다. 누가 봐도 저건 눈에 하트가 뿅뿅 박혀 있는 표정이었다.
"예뻐, 민석아."
루한은 그렇게 말을 하며 민석을 꼭 끌어안았다. 민석이 당황하며 루한을 밀쳐냈다.
"야, 더워!"
"쉿. 조용히 하라며."
"가, 빨리. 학교에서 봐."
"아, 왜애. 왜애애."
"잘 가, 루한! 얼른 가!"
* * *
"야, 너 요즘 얼굴 폈다? 루한이랑 잘 되냐? 난 내 친구가 국제적인 게이일 줄은,"
"닥쳐, 좀, 제발!"
준면의 쫑알거림에 진이 빠진 민석이 말을 어절 단위로 끊어 말하며 준면의 등을 내리쳤다. 그럴 때마다 억, 으악, 하는 소리를 낸 준면은 다 맞고 나서야 맞은 부위를 만지작댔다. 손이 닿지도 않으면서 낑낑대며 아, 진짜 아파, 를 연발하던 준면이 민석을 노려봤다. 아, 왜 때려! 민석이 이번에는 준면의 정강이를 걷어 찼다.
"나 안 그래도 과제 때문에 죽겠으니까 제발 좀."
"어제도 루한 만났다며. 만날 시간은 남아 돎?"
"난 과제하고 걔는 나 쳐다보고. 그거밖에 안 했어, 호구새끼야."
그제야 준면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힘들겠구나, 우리 민석이. 준면이 손을 올려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기서 거기인 키차이에 본인이 더 큰 것마냥 구는 준면이 거슬린 민석이 준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푹 찔렀다. 그에 준면이 억, 하며 옆으로 물러났다. 옆에서 김준면은 쫑알대고, 날씨는 덥고, 과제는 많고, 책은 무겁고, 방학은 언제 하는 건지…. 민석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한숨을 푹 쉬는 민석을, 준면이 쿡쿡 찔렀다.
"야. 근데 뒤에서 자꾸 너 쫓아옴."
"누가."
"네 예비 남친."
이 고자새끼가…. 민석이 짜증을 내며 준면을 밀쳐냈다. 옆으로 두어 걸음 밀려난 준면을 잠시 노려보다 뒤를 돌아보자, 정말 준면의 말대로 루한이 웃으며 서 있었다. 저건 왜 자꾸 쫓아오고 찾아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스토킹이라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왜, 또."
"오늘 과제 발표 해?"
"응, 리포트 제출도 하고."
"잘 해, 민석아."
쪽. …쪽? 민석이 눈을 크게 뜨고 루한을 올려다 봤다. 방금 제 볼에 닿은 게 루한의 입술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아니, 주변에 다른 애들도 있는데…! 귀끝이 빨개지고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민석에 비해, 루한은 너무도 태연하게 민석을 보며 웃고 있었다. 심지어 손을 올려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할 거야."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쪽팔린 마음에 괜히 짜증이 난 민석이 루한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일주일 새 루한을 보며 든 버릇이었다. 으악! 루한이 제 다리를 부여잡고 낑낑댔다. 민석은 루한을 돌아보지도 않고 씩씩대며 옆에서 킬킬대는 준면을 잡아 끌고 강의실로 향했다. 루한이 멀어져가는 민석을 보며 소리쳤다.
"민석아! 아, 그게 아니고오! 민석아!"
"시끄러워, 말 걸지 마!"
"나 너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그거 말 하려고…!"
"야!"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저를 노려보는 민석에 루한이 깨갱했다. 민석이 씩씩대며 몇 미터 앞이었던 강의실 문을 확 열어젖히고 들어가, 쾅 문을 닫았다. 루한이 잔뜩 울상이 된 채 민석이 들어가고 닫힌 강의실 문만 쳐다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 * *
후. 민석이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쉬었다. 요새 왜 이렇게 지치는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 주범이 바로 맞은편에 생긋생긋 웃으며 앉아 있는 루한이었다. 매일 루한이 점심밥을 사주겠다며 끌고 다니는 통에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학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역시 루한이 민석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오늘도 학교 앞 돈까스 전문점에서 그 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민석을 관찰 중이었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왜."
"좋아해서."
"그럼 나 좀 가만히 둬, 제발…."
민석이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칭얼대자 루한이 씩 웃으며 민석의 손을 잡았다. 징징대는 것도 귀엽고, 아까처럼 화 내는 것도 귀엽고, 어젯밤처럼 부끄러워하는 것도 귀엽고. 루한이 민석의 입가에 묻은 튀김가루를 떼 주었다. 그러자 민석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민석아, 나 싫어?"
"아니, 안 싫어."
"그럼 좋아?"
"몰라."
퉁명스러운 것도 귀엽고. 루한이 정말 행복한 듯한 웃음을 짓자, 민석이 얼굴을 찌푸리며 루한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버렸다.
"너 웃으면 존나 못생겼어."
그 말에 루한이 표정을 굳히며 민석을 바라봤다. 이러면 잘생겼지? 루한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꾹꾹 참아내며 민석을 지긋이 응시했다. 그 진득한 시선에 민석이 고개를 푹 숙이고 우동만 흡입하듯 먹어댔다.
"사귈까?"
콜록, 켁. 놀란 마음에 사레가 들고 말았다. 민석이 벌레 씹은 표정으로 루한을 쳐다보자, 루한은 여전히 덤덤한 무표정으로 민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한이 민석의 앞에 물잔을 놓아주며 다시 표정을 풀고 헤실헤실 웃어댔다. 쯧. 민석이 혀를 차며 루한이 놓아 준 물을 들이켰다.
"나 안 싫으면 나랑 사귀,"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그만 해, 좀. 사람 많은 데서 쪽팔리게."
"정말?"
"어, 정말."
쪽. 루한이 민석의 양 볼을 부여잡고 쭉 내빼어진 입술에 뽀뽀를 했다. 세상에…. 민석이 차마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고, 탁, 젓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고는 루한의 어깨를 퍽퍽 내리쳤다. 그럼에도 루한은 방실방실 웃으며 민석의 입술에 한 번 더 뽀뽀를 하고 나서야 뒤로 물러났다.
"민석 이제 내 거."
쪽팔리게 하지 말라고, 좀! 민석이 루한의 앞에 놓여져 있던 깨끗한 숟가락을 루한에게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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