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며칠 후 루한의 카페는 문을 닫았다.
밴드스케줄이 빡빡한 편은 아니었지만 대학생인 세사람으로 인해 연습시간이 들쭉날쭉했다.
일정한 영업시간을 맞추기엔 무리가 있었고 안그래도 크리스의 보챔에 질려가던 참이라 큰맘먹고 가게를 내어주기로 했다.
갑작스레 마음을 바꿔 가게를 내놓자 크리스는 무슨일이냐며 물었지만 루한은 굳이 별말 하지않았다.
이제 뭐할꺼냐는 질문에 그저 빠오즈랑 놀꺼야.하는 이상한 소리만 하여 크리스를 당황케했다.
루한은 생각난김에 크리스에게 시간이나 내보라며 말했다.
"그건 왜?"
"벌써 잊었냐? 소개시켜달라며"
"아! 그때 그?"
이제야 보여주는거냐, 나야 언제든 오케이다하는 크리스에 루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하고 가게를 슥 둘러보았다.
그가 가게에서 챙긴것은 많지않았다.
피아노는 내일 집으로 옮겨질것이고 꼭 필요한 짐 몇개만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 크리스가 벌써 가게? 하고 물었다.
몇시간 후 연습실로 들어가야하는 루한은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발길을 돌렸다.
재미없긴, 중얼거린 크리스는 이미 꽤 거리가 멀어진 루한의 뒷모습에 대고 외쳤다.
"루한! 내일 늦지말고 와라!"
크리스의 외침이 루한에게 들린건지 안들린건지 반응없이 걸어가자 크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는 루한의 현재모습이 매우 답답했다.
귀한 능력을 이런 카페에서 펼치는 것억 만족하며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빠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능력을 아는 한사람으로써는 안타까울뿐이었다.
카페를 핑계삼아 내놓으라 재촉한 것도 그가 어서 본업으로 돌아가 예전의 영광을 누렸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몰라주고 여전히 저렇게 느긋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는 루한을 떠올리며 크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다 크리스의 눈에서 묘한 빛이 났다.
아직 얼굴을 보지못했지만 루한을 미묘하게 바꾸어 놓은 그사람이 생각났다.
이번에 소개받는다면 꼭 제편으로 만들어 루한을 반드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심산이었다.
루한 몰래 얼굴도 모르는 민석을 꼬셔낼 계략을 세우는 크리스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루한은 집으로 가던 중 반가운 얼굴과 마주했다.
그를 발견하자마자 타고있던 택시에서 내려 빠른걸음으로 다가갔다.
"우민!"
"어? 루한!"
"어디가는 길이에요?"
"여기 근처에 볼일이 좀 있어서요... 루한은요?"
나이를 알고난 후에도 서로 말을 놓지 못하던 두사람이었다.
루한이 전에도 잘 챙겨주었지만 약간 거리가 있었다면 어느샌가부터 전과 좀 달리 오래알던사이 마냥 민석을 알뜰히 챙기고 편하게 대해주었다.
루한은 바로 말을 놓을수는 있지만 민석이 쉽게 말을 놓지못해 루한 역시 민석이 편하게 할때까지 기다리며 아직 존대를 하있었다.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나마 호칭이 편해진 것 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만남에 기분이 좋아진 두사람은 활짝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볼일을 다 마치고 돌아가던 중이라는 민석의 말에 루한은 자신의 집에 같이 가지않겠냐고 물었다.
루한의 초대에 민석의 눈이 잠시 커졌지만 금새 신이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루한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자 민석이 쪼르르 쫓아와 루한의 옆에 붙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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