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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하임 전체글ll조회 669


 

 

 

w.녹차하임

 

 

 

연습실에 도착한 루한은 다행히 민석보다 일찍 도착했다.
연습실은 이미 백현과 찬열에 의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쳐 소파에 누워 잠든 두사람을 보며 웃음을 짓던 루한은 그들이 하던 것을 마저 마무리했다.
잠시 후 잠에서 깨 눈을 비비며 일어난 두사람이 루한을 보면서 우리실력 어떠냐며 자랑하자 루한은 박수쳐주었다.
루한의 반응에 기분 좋아진 두사람이 민석에게 전화하여 빨리 오라며 재촉했다.
거의 다왔다는 말에 백현과 찬열은 문쪽에 붙어 폭죽을 터뜨릴 자세를 하고 루한은 두사람의 적극 권유로 인해 꼬깔모자를 쓴 채 케이크를 들고 서있었다.

 

 

 

 

-끼익

 

 

 

 

문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팡하고 폭죽이 터지며 백현과 찬열이 노래를 불렀다.
민석이 깜짝 놀라 멍하니 서있자 루한이 천천히 다가가 그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민석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울먹거리다 촛불을 불었다.

 

 

 

 

"김민석, 너 또 생일 잊고 있었지? 그럴줄알고 루형까지 불러서 준비했지~"

 

 

 

 

백현이 혀를 차더니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고 말했다.
찬열 역시 제일 먼저 파티하자고 한 건 자기였다면서 자랑하자 민석은 피식 웃으며 두사람 모두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멋쩍게 서있는 루한에게도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면서 꼬깔모자 잘어울려요. 하며 놀리는 여유까지 부렸다.
루한은 헛기침을 하며 민석에게 케이크를 건넸다.
케이크를 구경하던 민석은 케이크에 쓰여있는 글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이건 무슨 말이야?"
"응? 그거 니 중국이름이잖아? 자기 이름도 못알아보냐?"
"아닌데? 내 이름은..."

 

 

 

 

민석의 말에 백현과 찬열이 당황한 채 루한을 보았다.
하지만 가장 당황한 것은 루한이었다.
중국글자는 비슷한 음을 가진 글자가 많긴 했지만 이름으로 쓰는 글자는 거의 비슷하게 사용했다.
그래서 가장 많이 쓰는 글자로 추측하여 쓴 이름인데 틀렸구나 싶었다.
그래도 민석과 가장 잘 어울릴만한 이름을 골라 써봤는데 틀렸으니 입맛을 쩝, 다셨다.
민석이 종이와 펜을 찾더니 자신의 이름을 적어 세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그 이름을 본 찬열과 백현은 이런 글자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 루한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루한의 입꼬리가 씰룩씰룩거리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루한이 그리 크게 웃는 것은 세사람 모두 처음이었기에 벙져있었다.

 

 

 

 

"우민... 아니, 시우민. 그건 우민이라고만 하면 안돼..."
"에?"
"이건 시-우민이 아니라 시우-민이라고."

 

 

 

 

루한은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글자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설명해주었다.
세사람은 루한의 손가락을 따라 눈을 움직이며 설명을 듣고는 잠시 조용해졌다.
곧 찬열은 입가를 가리고 끅끅거리며 나오는 웃음을 참았고, 백현은 그대로 웃음이 터져 깔깔 웃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죽네. 푸하하하하하. 김민석 너 뭐야?! 여태껏 자기 이름을 잘못 알고있던거야?"
"끄응... 형... 그럴수도 있죠... 근데 미안... 안 웃으려고... 했는데... 크크크큭."

 

 

 

 

 

민석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싶었다.
이 사단의 원인은 민석의 흐릿한 기억에 있다.
9살의 기억, 그것도 반토막 훨씬 넘게 저멀리 사라진 기억에는 시우민이라고 불렸던 것과 어렸을 적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신 이 글자만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어린이의 사고방식으로 당연히 시-가 성, 우민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몇년동안이나 그렇게 철썩 믿고 살아왔다.
루한을 볼때마다 가끔 떠올리는 그 얼굴 역시 자신을 우민이라고 불렀던 것이 생각난 후부터는 의심조차 하지않았다.
그래서 루한에게도 시우민이라고 소개한 뒤 우민이라 불러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기억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알고는 있을까? 흐릿한 기억 속에 자신을 우민이라고 부르던 소년 역시 자신이 우민이라 부르라고 하여 그렇게 불렀다는 것을.
민석은 아직도 얼굴이 빨게지면서 열이 푹푹 나는 얼굴을 감싸쥐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저번의 이름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불거진 사건에 절망하던 민석에게 루한이 다가가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그래도 우민이라고 불러줄게..."

 

 

 

 

루한의 말이 더욱 밉살스럽게 들려온다.
한바탕 웃어제낀 덕에 배고파진 백현과 찬열이 그제야 웃음기를 가다듬고 소파에 앉았다.
민석도 루한에 의해 일으켜져 소파에 앉았다.
민석의 옆에 앉은 루한은 주머니에 들어있던 선물을 꺼내 민석에게 건넸다.
백현과 찬열이 눈을 빛내며 쳐다보았다.
아까 어딜 간다더니 저 선물을 사러 갔던건가보다.
꽤나 비싸보이는 케이스에 뭐냐뭐냐, 빨리 열어보라며 두사람이 더욱 난리였다.
민석은 부담스러워 받기 꺼려했지만 두사람의 성화에 못이겨 확인만 할 겸 케이스를 열었다.
안에 들어있던 것은 작지만 세련된 빛을 내보이는 큐빅이 박힌 반지였다.
화려하지 않고 심플한 모양의 반지라서 남자에게도 잘 어울릴 듯 싶다.

 

 

 

 

"반지?!"
"오오, 루형 지금 민석이형한테 프로포즈하는거에요?"

 

 

 

 

프로포즈라는 직설적인 단어에 민석은 눈이 커져 루한을 바라보았다.
루한이 씨익 웃으며 그렇게 되나? 하며 장난을 치자 백현과 찬열이 휘파람을 불며 장난에 합류했다.
루한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 그의 검지 손가락에 끼웠다.
약지가 아니라 검지에 끼워진 반지에 에이- 하며 두사람이 야유를 보낸다.

 

 

 

 

"일단 우정으로 시작하는거지. 열심히 살찌워서 이 반지가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지면... 진짜 프로포즈 해버릴까?"
"루한!"

 

 

 

 

또다시 루한이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자 민석이 루한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흘겼다.
민석은 쿵쾅대는 심장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반지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점차 박동수가 빨라지더니 루한이 자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줄 땐 이러다 터져죽겠구나 싶었다.
백현과 찬열이 루한을 향해 경례를 하며 앞으로 책임지고 살찌우겠습니다! 하며 장난치자 네 사람 모두 웃음이 터져버렸다.
민석은 남몰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가장 행복한 생일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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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뭘사러갔나했더니 반지를사러간거였군요! 부끄러워하는민석이나 장난치는 루한이나 둘다 너무 귀여워요ㅠㅠㅠㅠ 이번편도 역시 달달했어요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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