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녹차하임
며칠남지 않는 정기공연을 위해 네 사람은 연습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어떤 날은 연습실에서 밤을 새고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시 연습에 매진할만큼 모두 열심이었다.
루한의 키보드가 합류하면서 원래 자주 연주하던 곡도 모두 어레인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고,
새로운 곡도 몇개 추가하여 거의 대부분의 곡을 새로 익혀야하는 상황인지라 부담이 컸다.
그러나 네 사람의 입가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루한과의 호흡도 꽤 잘 맞아서 한 곡을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편이었다.
가끔 루한에게 정신이 팔려 엇나가는 민석이었긴 했지만 귀여운 수준에 그쳐 오히려 보는 사람은 엄마 미소가 지어질 때가 많았다.
공연에 연주할 곡리스트가 모두 정해졌지만 백현은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마음에 걸렸다.
4시간의 긴 연습을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루한과 민석은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찬열은 요새 빠진 폰게임을 하느라 정신없었다.
옆에서 간간히 들리는 찬열의 비명에 루한과 민석이 관심을 보였고, 어느샌가 세명이 머리를 맞대고 찬열의 폰에 집중했다.
백현은 아직도 드럼 앞에 뚱하니 앉아 스틱만 만지작만지작거렸다.
- 챙, 챙...
라이드심벌을 톡톡 건드리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백현은 의문이 쉽게 가시지 않자 짜증이 일었다.
쾅! 하고 심벌을 강하게 치며 화풀이를 하는 백현 덕에 게임에 집중하던 세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백현을 바라보았다.
"뭐,뭐야? 드디어 돌았냐?"
"백현아, 왜그래?"
물어봐도 대답없이 팔짱을 낀 채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이기만 하는 백현에 세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다 어깨를 으쓱거렸다.
-똑 또도독 똑
문 쪽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이번엔 네 사람의 눈이 문으로 쏠렸다.
하지만 노크만 하고 조용하자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려던 순간,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노랫말이 들려오자 민석이 푸핫, 웃었다.
찬열과 백현도 익숙한 멜로디에 킥킥 웃었다.
루한 역시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저 노래는 많이 들어봤다.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섬세하게 문에 입을 대고 노래하는 부분까지 따라하는 예상되는 방문자에
백현이 흠흠, 목을 가다듬더니 엘사의 톤으로 하지만 가사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말했다.
"꺼져. 첸첸"
"Okay, bye..."
끝까지 노래를 패러디하고는 잠잠해진 문너머였다.
네명이 언제 들어오려나 문을 빤히 바라보고 있어도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에 진짜 갔나 싶었다.
문 앞에 있던 민석이 문을 천천히 열자 왁! 하고 나타난 이는 백현과 찬열의 소꿉친구인 종대였다.
갑자기 나타난 종대에 의해 짧은 외마디를 외치며 눈을 꿈뻑이고는 놀랐잖아,하며 종대의 어깨를 툭 쳤다.
종대는 민석의 반응이 귀여웠던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우와! 나 귀여운 미니형이 문열어준거야?"
"윽, 종대야. 형 숨막혀..."
종대가 민석을 꽉 끌어안더니 제 머리를 민석의 어깨에 묻고 부비적거렸다.
그에 루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자 루한의 눈치를 보던 찬열과 백현은 볼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점점 루한에게서 어두운 기운이 스물스물 나오는 걸 보니 슬슬 떼어놓을 때가 온 것 같아 백현은 종대에게 말을 걸며 시선을 끌었다.
"김종대. 이시간에 어쩐일이냐?"
"아, 박찬열이 아직 연습실이라길래 야식 사들고왔는데... 저 이쁜사람은 누구?"
백현의 물음에 그제야 민석을 놔주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이 사온 야식봉투를 들고 흔들어보이더니 연습실 소파에 팔짱낀 채 앉아 자신을 노려보는 루한을 발견하고 물었다.
찬열이 야식을 테이블에 올려놓자마자 신나게 포장을 뜯었다.
민석은 루한과 종대 사이에 만들어진 묘한 기류에 슥 찬열쪽으로 붙어 야식뜯기를 도왔다.
설명해줄 사람이 백현밖에 남지 않자 종대는 백현에게 시선을 주었다.
백현은 조용히 종대를 탐색하는 루한과 찬열이 건네준 떡볶이를 받아먹는 민석을 차례로 보더니 퉁명스레 대답했다.
"민석이 애인."
"켁, 크흡, 변백현!!!!!"
"뭐?!"
백현의 대답에 민석은 깜짝 놀라 먹던 떡볶이가 목에 걸려 기침을 하더니 꽥 소리를 질렀다.
루한도 조금 놀라긴 했지만 싫지않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는 민석의 등을 조심조심 두드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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