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필청
오늘도 차였습니다.
-그리고 내일도 차일 예정입니다.
지민이에게 급하게 윤기선배한테 가야 하겠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떼어 왔던 길로 돌아갔지만, 가던 중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지금 윤기 선배를 만나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른다. 급한 마음에 지민이에게 말만 하고 금방이라도 윤기 선배에게 가야만 할 것 같아서 발을 뗐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나였다. 심지어 윤기 선배가 나를 만나줄지 안 만나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무턱대고 윤기 선배에게 가야 한다고 했지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것은 참 내가 봐도 무모한 짓이었다. 아까부터 선배에게 톡을 보냈지만 이미 씹힌 지 오래였다. 전화라도 해야 할까 싶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들어 전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들려오는 신호음은 내 심장을 떨게 하였다.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
"여보세요? 윤기선배?"
"........."
여보세요를 두어 번 했는데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잘못 걸은 건가 싶어서 귀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려 봤지만, 이 번호는 윤기 선배 번호가 맞았다. 나는 한 번 더 윤기선배를 불러보았다. 그러자 한참 뒤에 윤기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윤기선배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기 선배는 근처 농구장에 있으니 그쪽으로 오라고 내게 말했다. 한껏 낮게 깔린 윤기 선배 목소리에 긴장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농구장으로 가는 도중에 윤기 선배가 그동안 내게 배려해주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떠오름과 동시에 그동안 내가 윤기선배에게 실례를 범한 것도 까지 떠올라 미안함만 잔뜩 들었다. 매번 지민이와 내 얘기를 들어준 것도 윤기선배였다. 가끔은 현주도 귀찮아하는 내 짝사랑 얘기인데, 윤기선배는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에게 지민이와 그 이외의 것을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학교 선배라는 타이틀을 떠나 그와의 인연을 끊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은 무조건 내가 미안해야 하는 부분이고 사과해야 할 부분이었다. 나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가방을 고쳐매며 생각하였다.
농구장은 실내 농구장이 아니라 야외 농구장이었다. 멀리서 윤기 선배가 보였다. 흰 티에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는 농구공을 던지는 그였다. 내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내가 온 줄 알았는지 던지려던 농구공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는 그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의 눈을 자세히 보지 못하고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고 그 옆에는 농구공을 내려놓았다. 마치 할 말이 있다고 했으니 한번 지껄여보라 하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의 앞에 서서 발만 동동 굴렀다.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었다. 옆에 앉아서 얘기하면 너무나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앉아있는 그의 앞에 서서 어찌할 줄을 모르자 그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매서운 눈으로 말이다.
"할 말 있다며."
"그게요....그게...죄송해요, 일단. 맨날 선배만 보면 지민이 얘기만 하고..."
"하고. 또?"
"또...? 또....윤인하 선배 그니까 안 좋게 헤어지신 거 같은데 괜히 제가 얘기 꺼내서 죄송해요"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내가 잘못한 것들을 나열했다. 두서도 없었고 마치 초등학생이 반성문을 쓰듯 말하는 것처럼 정말 뜬금없는 말들의 나열이었다.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던 윤기선배가 언제 싸늘했냐는 듯이 푸하하- 웃으며 나를 보고 자지러지듯이 웃기 시작했다. 나는 상황파악이 안 되어 멍청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윤기선배는
"사실 네가 죄송할 건 아니지. 박지민 얘기하는 것도 네 맘이고,"
"......."
"윤인하 얘기하는 것도 틀린 말 아니지. 헤어진 것도 맞고 안 좋게 헤어진 것도 맞으니까. 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어"
"근데 오늘 하루종일 답도 없으시고 화나신 거 아니었어요..?"
"네가 재밌길래. 답 안 해주니까 불안해하는 네가 너무 재밌길래 장난 쳐본 거야."
화는 사실 아주 아까부터 풀려있었다며 바닥에 내려놓았던 농구공을 들고는 집으로 갈 준비를 태연하게 하는 윤기선배에 이번에는 내가 화가 날 것 같았다. 나는 애가 타며 같이 있자는 지민이의 달콤한 유혹도 거절하고 온 건데 모두 연기였다니. 나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랬다니 나의 미안했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그러자 윤기선배는 이제 내 눈치를 보는 듯했다.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와, 지금 제가 어떤 제안을 거절하고 여기로 온 줄 알아요?"
"뭔데."
"지민이랑 같이 있었던 말이에요! 지금 그거 거절하고 온 건데 진짜 너무하네 이럴줄 알았으면 오지 말걸 그랬어. 오지 말고 지민이랑 있을 걸 그랬네"
"...야, 화났냐?"
아뇨. 라고 말했지만 누가 봐도 나는 삐쳐 보였다. 아니 이건 진짜 삐칠만하다. 지민이가 먼저 자기 집에서 공부하자고 했는데. 이런 기회는 정말 흔하지 않은데 나는 어깨를 축 내리며 윤기선배에게 온갖 투정이라는 투정은 다 부렸다. 그러자 윤기선배는 내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내 눈치를 살펴보며 한 손엔 농구공을 한 손은 머리에 가져다 대곤 긁적긁적했다. 투정부리는 내가 당황스러운 듯 보였다.
"야, 그렇다고 나 화 안 났던 건 아니다"
"네네 그러시겠죠~"
나는 농구장 빠져나오기 위해 윤기 선배보다 먼저 발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뒤에서 따라오지 않고 가만히 내 뒷모습만 보고있던 윤기선배가 화가 안 났던 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뒷말을 이어 붙였다.
"나도 너한테 관심 있어."
뜬금없는 그 말에 나는 터덜터덜 가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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