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은 수업이 끝나자 마자 벌떡 일어서는 성규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공강 시간에 동기들 끼리 밥 한번 먹자는데 바쁘다며 몇 일째 내빼는 성규가 영 마음에 안 드는 호원이였다. 평소에 조용한 성격의 성규지만 너무한다는 동기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고 과 대표로서 책임감이 막중한 호원이 팔을 걷어부치고 성규에게 사정했다. 옷 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호원을 보던 성규의 눈매가 풀린다 싶었더니 금새 마음을 다 잡는 듯 가방을 꼭 쥔 성규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호원의 팔을 떼어낸다. 미안, 내가 오늘은 진짜 안돼.
"오늘도 성규는 불참? 우와, 진짜 너무한다. 공강 시간에 뭐가 그렇게 일이 많길래."
성규와 친해지고 싶었던 모양인지 입이 툭 튀어나온 동우의 어깨를 호원이 다독인다. 냅둬, 아웃사이더로 산다는데 우리가 어쩌냐. 호원의 말에도 기분이 풀리지 않은 동우의 칼질에 사방으로 돈까스 소스가 튀어다닌다. 역시나 튄 소스를 직격탄으로 맞은 남자가 냅다 전공 서적으로 동우의 머리를 때려버렸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벙 찐 동우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호원의 모습이 공포 영화가 따로 없다. 물론 소스가 튄 아이보리색 니트를 잡아 쥔 남자의 눈빛도 한 몫 했지만.
"실수로 소스 좀 튄 거 가지고 사람 함부로 치는 건 어느 나라 법입니까?"
최대한 화를 눌러담은 티가 나는 호원의 말에도 소스가 튄 니트만 보던 남자가 바닥에 떨어진 전공 서적을 주워 호원의 품에 던져 버린다. '경제법'. 법학과 학생임에 틀림 없는 전공 서적에 호원의 낯빛이 파리해졌다. 굼뱅이 앞에서 주름 잡은 꼴이라니. 호원의 품에 안긴 전공 서적을 다시 빼앗은 남자가 유유히 뒤를 돌아 식권 판매대로 향하고 낮게 욕을 씹던 호원에게 미안,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호원보다 먼저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동우가 흠칫 뒤로 물러 섰고 뒤이어 호원의 눈도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미안. 우현이가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은가봐. 내가 대신 사과할게."
성규에게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아이보리색 니트가 새삼 이상하게 느껴지는 동우였다. 것보다 공대생인 성규가 법학과 전공 서적을 한가득 안고 서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까지 해보여 동우와 호원은 괜찮아, 하고 손사래를 쳤다. 그새 식권을 산 우현이 멀리서 성규를 불렀고 다급하게 뛰어가는 성규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와버린 동우의 손을 호원이 꼭 잡았다. 왜 그래. 호원의 말에 다시 웃는 동우의 이마가 붉었다.
"근데 우현이라는 애 진짜 힘세다. 이마 진짜 아파."
화장실로 들어 온 우현이 신경질적으로 물을 틀었고 그런 우현의 눈치를 보느라 성규는 안절부절 못하고 무거운 전공 서적을 들었다 올렸다 할 뿐 이였다. 소스를 닦아 낸 우현이 거울을 통해 똑같은 옷을 입은 성규를 봤다. 그리고는 성규의 어깨를 거칠게 벽으로 밀치고 덜덜 떨리는 성규의 얼굴을 양 손으로 부여잡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네가 뭔데 나 대신 사과를 해."
"미안……."
"네가 나 좋아한다고 뭐라도 된 기분으로 내 옆에 붙어다니는 거면 그만 해라. 기분 더럽거든."
"난 그냥……."
"아 됐고, 너 그 옷이나 벗어봐. 더러워서 이건 못 입고 다니겠다."
성규가 대답도 하기전에 전공 서적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성규의 옷을 끌어내리는 우현의 눈이 매서웠다. 성규의 옷으로 바꿔 입고 전공 서적을 챙긴 우현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갔고 시계를 확인한 성규가 우현의 옷을 집어 들었다. 공강 시간이 끝나가고 수업 시간이 꽤 가까워져있었다. 우현의 옷 주머니에서 툭 떨어지는 물건에 성규가 비실 새어나오는 웃음에 입을 막았다. 이런 굴욕을 당하면서 우현의 옆에서 숨 죽이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을 때도 있었지만 이런 사소한 희망이 성규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깨 결림에 좋은 파스. 집에 가서 붙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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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뵙는 금반지 입니다. 현성에서 대학물을 잘 못 본 것 같아서 자급자족으로 한 편 써 봤슴돠.
맘에 드시는 분이 있으시걸랑 신작 알림 눌러 주쎄요. 아마 단편이 될 것 같은데 아직 구상도 안 해봐서ㅋㅋㅋㅋ 너무 계획 없이 적었네요.
어쨌든 다음에 또 뵙는 분 계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ㅂㅂㅂㅂㅂㅂㅂ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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