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는 날아오는 벚꽃 잎에 잠시 두 볼을 감싸쥐었다. 기승을 부리던 꽃샘 추위도 물러가고 본격적으로 봄을 알리는 봄 바람이 성규의 마음을 헤집었다. 사소한 실랑이를 벌이며 성규 앞을 지나치는 고등학생 커플이 귀여워 성규는 괜히 웃음이 났다. 무섭게 잡아둘 때는 언제고 벌써 일주일 째 우현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덕분에 공강 시간이 제 시간이 된 성규는 산책까지 할 여유가 생겼다. 혹시나 우현의 전화가 올까 손에 잡은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버릇이 생기긴 했지만 성규는 나름의 방식으로 우현의 옆자리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그런 줄 알았다.
"나 오늘 힘 좀 줬는데 어때? 완전 훈남 냄새나지 않냐?"
깔끔한 아이보리색 셔츠에 남색 가디건을 걸친 호원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동기들을 괴롭혔다. 호원의 행동에 평소같았음 벌써 욕을 했을 동기들이 오늘은 헛기침과 함께 웃어 넘긴다. 날이 날이니 만큼 오늘은 참아주겠다는 무언의 약속 같은 것 이였다. 공대 사내들의 마음은 부풀어 날아갈 지경이였다. 과팅으로 한껏 들떠 있는 동기들과 달리 강의실 맨 뒷 줄에 엎드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성규 옆으로 동우가 자리를 옮겼다.
"주선자가 이렇게 시묵해져있음 분위기 죽는다?"
아프지 않게 성규의 등을 친 동우가 호원의 부름에 금세 앞 줄로 쫓아 내려간다. 약속 시간이 4시 였으니 아직 1시간 남짓이 남았다.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고 동우에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미 성규를 포함한 인원 수로 맞췄다는 법학과의 말에 성규는 과팅에 끼여질 수 밖에 없었다. 성규가 나가지 않았을 때 짝을 찾지 못한 한 사람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자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동병상련에 외면할 수 없던 성규였다. 그저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만 해주다 시간 맞춰 양해를 구하고 집에 가 잠이나 잘 생각이였다.
"자, 갑시다!!!!!"
호원의 외침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난 동기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강의실을 나섰다. 꼭 갯벌 위를 걷는 듯 한 느낌에 운동화를 내려다 본 성규가 동기들의 뒤를 따랐다
와플이 딱딱했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와플에 성규는 한 쪽 눈을 구겼다. 생크림을 아무리 발라도 딱딱한 게 입천장을 홀랑 까일 것만 같아서 성규는 포크를 내려 놓았다. 이가 약해졌나. 위 아랫니를 소리나게 부딪혀 보는 성규를 보던 여자가 냅킨을 건넸다. 손에 묻은 생크림을 그제서야 깨달은 성규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유분기가 남아 미끌대는 손을 냅킨으로 계속해 닦던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비누 거품을 내 씻어야 기분이 개운해 질 것 같았다. 등 뒤로 들려오는 동우의 커다란 웃음 소리에 성규가 뒤를 돌아 보려던 순간, 매캐한 담배 연기가 성규의 시야를 가렸다. 카페 화장실은 금연 이였다. 눈 앞을 가린 연기를 손으로 저어 없애던 성규가 뒷걸음질 쳤다. 화장실 벽에 기대있던 우현이 성규를 보자 애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현의 발 근처에 떨어진 수 많은 담배 꽁초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성규는 혼란스러워졌다.
"………………."
"………………."
목을 옥죄어 오는 침묵에 성규가 등을 보이자 우현이 성규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밟았다. 무릎을 굽혀 그대로 운동화를 벗어 낸 성규가 맨발로 화장실을 나섰다. 운동화가 벽에 부딪쳐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소리에도 성규는 돌아보지 않았다. 맨발을 한 성규의 모습에 놀란 동우가 뒤를 따라와도 성규는 아무 말 없이 앞으로 걸어갈 뿐이였다. 제 풀에 지친 동우가 다음에 얘기해줘, 하는 한숨 섞인 소리와 함께 성규를 지나쳤고 성규는 그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돌아서, 돌아서, 겨우 여기였나. 성규가 자신을 책망했다. 달리고 달려 우현의 집 앞에 서 있는 자신을 책망했다. 성규가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건지 전공 서적을 잔뜩 들고 서 있던 우현이 성규에게 전공 서적을 안기고는 집 안으로 사라졌다. 노트 귀퉁이를 찢은 쪽지 위 급하게 쓴 듯 날아가는 우현의 글씨가 결국 성규를 울렸다.
'책이 두 권이나 늘어서 니가 존나 필요한데 어떡하라고'
나쁜 새끼, 나쁜 새끼. 우현의 집 앞에서 우현의 책을 끌어 안고 우현의 쪽지를 보며 우현을 원망하는 성규의 울음은 멈출 줄 몰랐고 우현의 방에 불도 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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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과 같은 편입니다. 우현이 너무 성규를 고문하네요 희망을 주면서.
실제로 주변에 성경 같은 친구있으면 머리를 다 쥐어뜯어서라도 말리고 싶드아.ㅠㅠㅠㅠㅠ
제가 좀 평소보다 연재가 늦었습니다ㅠㅠㅠㅠㅠ 기다려주신 분들 죄송해요. 면목이 없슴니돵.
조별 과제가 저를 놔주지 않네요^^ 제가 성규고 조별 과제가 우현이임^^
아!!!!!!!!!!!!!! 그리고 잠깐이였지만 저번 글이 초록글의 위엄을 토했습니다!!!!!!!!!!
모두 댓글을 달았던 그대들 덕분인걸 저는 압니다!!!!!!!!!!!
S2이번에는 더 많은 분들이 손으로 댓글 하나 남겨주길 바래요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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