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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속의 여인 」
우리들은 장난을 치며 저벅저벅 길을 걸어 분식집에 도착했다. 가게 아줌마는 우릴 보더니 반갑게 웃으셨다.
"너희들 왔구나. 뭐 먹을거니?"
"라면이요!"
박흥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뭘봐? 하는 입모양을 하자 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밀어버렸다. 와, 나 저걸 진짜 마빡을 파버려?
"야. 라면먹고 남순이네 집 가자."
"우리집인데 왜 니가 초대를하고 지랄?"
"나랑 지훈이 오늘 알바가야되는데? 라면먹고 바로 가야되."
"니들은 우리가 라면친구냐?"
내가 라면을 먹다말고 젓가락으로 둘을 삿대질해가며 말했다. '아, 몰라. 오정호 그 새끼가 또 사고쳤단말이야.' 이지훈은 박흥수와 하나 남은 단무지를 가지고
젓가락 싸움을 하다 결국 뺏기면서 말했다.
"그럼 어쩔수 없지."
야. 박흥수. 우리집인데 왜 니가 지랄인데? 난 애초부터 니들 초대한적이 없는데 뭐가 아쉬워. 더블 2형제는 알바 늦겠다면서 허겁지겁 먹고서는 가게 밖을 나가버렸다.
대체 우리 왜 만난거야.
"야. 우리 이제 어디가?"
"몰라. 넌 이게 먹은거냐. 팍팍 좀 먹어라."
젓가락으로 내 그릇을 탁탁 치며 흥수는 잔소리를 해댔다. 박흥자 아줌마. 우리는 이지형제가 뛰쳐나간뒤 한참이 지나서야 가게 밖을 나왔다. 아까부터 하늘이
어둡더니, 결국 와장창 비가 쏟아내렸다.
"많이도 오네…."
흥수는 옆 편의점에가서 우산을 사오겠다며 달려갔다. 장맛비라 굵고 세다…. 생각없이 시계를 보고있자 내 어깨를 툭치며 가자. 하고 웃는 흥수가 보였다.
"뭐야? 내꺼는."
"이거 같이 쓰면되지."
"왜 그것만 샀어?"
"같이 쓰고싶어서."
미친놈. 반사적으로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능글맞아. 한것도 없는데 벌써 어두컴컴해졌다. 비가와서 더 어두워져서 길가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우리는 말도 없이
우산 손잡이만 가운데 두고서 어둡고 좁은 골목을 걸었다. 아까 박흥수랑 장난치면서 걷다가 달리는 차가 튀긴 물을 나 혼자 왕창 뒤집어 써버려 찝찝해 죽겠다.
근데 얘는 뭐가 좋은지 배실배실 웃고만 있었다. 나는 갑자기 멈춰서서 야. 근데 우리 어디가? 하며 흥수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박흥수가 웃다말고
정색을 해보였다. 아, 시발. 하며 중얼거리는데 난 뭔 조울증이라도 걸린 줄.
"야. 미친, 아…."
"왜. 뭔데?"
난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못참겠어.
"그러니까 뭐가 못참겠냐고. 시발새끼야 말을 좀 알아먹게 해봐."
난 짜증나는 표정을 한가득 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전처럼 벽으로 날 몰아세워버렸다. 또 등짝을 부딪혀버렸다. 화났나? 그때와 똑같은 장면. 하지만 달랐다.
내 어깨를 세게 움켜잡았던 손이 지금은 내 얼굴을 부여잡고 있었다. 또 뭔데….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박흥수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입술 박치기를 해버렸다.
아, 시발.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이였다. 좁은 골목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이 새끼 알고보니 존나 로맨틱한거 좋아하나?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박흥수 선수새끼. 내 입안에서 혀로 자꾸 장난을 쳐댔다. 날 쳐다보는 그의 눈이 다정하고 행복했다. 절망과 절규에 싸여있던 흥수의 눈이 이젠 내게 외쳤다. 사랑해.
"너 원래 젖으면 이렇게 존나 막 섹시하고 그랬냐?"
"아, 미친. 입방정 닥쳐. 사람이라도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안왔으면 된거지. 이 골목길 어디에 작은 카페같은거 있다고 하던데 없다. 큰길로 나가자."
내가 보기엔 이 짓하려고 여기 들어온것 같애. 난 중얼거리며 흥수의 손을 잡았다. 어느새 큰길로 빠져나와 거리가 반짝거리며 밝아졌다.
"안 춥냐? 캔커피 좀 뽑아올게. 우산 들고 있어."
"꺼져. 니가 들고 가, 여기서 기다릴게."
"지랄 떨지말고 들어라?"
우리는 서로 우산을 양보한답시고 옥신각신거렸다. 결국엔 내가 이겨서 박흥수는 고집만 존나게 쎄다면서 억지로 우산을 쓰고 사라졌다. 내가 한 고집 하는걸 이제야
알았냐.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게 서있는데 어디선가 웅성거리고 찢어지는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화재. 건너편 악기상가에 큰불이나서 건물이 온통 불바다가
되버렸다. 구조되어 보이는 여자는 온 몸에 화상을 입은채로 힘겹게 소리를 질렀다. 내 피아노, 내 피아노….
"엄마…."
엄마. 나는 멍하니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걸음을 향했다. 숨도 제대로 쉬질 못한채로 향했다. 불? 엄마? 난 그 지옥같은 곳으로 홀린듯이 걸어나갔다. 여자가
절규했다. 그 여자의 얼굴 속에서, 우리 엄마를 보았다. 활활 타고있는 불이 가득한 방안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날 바라보던 그 얼굴. 난 얼마 걷지못하고 길바닥에
고꾸라졌다. 저 여자가…. 엄마가, 뜨거운 불이. 내 목을 졸라 숨이 가빠오는 것 같다. 찬란함에 물든 피아노 소리가 내 귓가를 때렸다. 듣기 싫어. 듣기 싫어….
나는 손으로 귀를 막아버렸다. 절규하는 여자에게서 난 우리 엄마를 보았고, 나를 보았다. 숨을 못쉬겠어…. 점점 가쁜 숨소리가 턱 끝까지 차올랐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부여잡았다.
"야, 시발. 괜찮아? 정신차려봐!"
흐어어…. 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호흡을 해댔다. 콸콸 쏟아지는 빗방울도 날 한심하다는듯이 발길질 하는 것 같다. 그 방문앞에서 넌 엄마라고 소리치며 아무것도
못했다고, 네가 네 엄말 죽인거라고…. 박흥수는 날 안았다. 하지만 난 함께 그를 안아주질 못했다. 내 머릿속에선 그저, 죽어가는 우리 엄마. 그리고 아무것도 못하고
불길 사이에서 한심하고 잔인하게 서있던 내 모습만 돌고 돌았다. 흥수는 날 안고서 괜찮아, 괜찮아…. 하며 등을 토닥였다. 이 비가 저 불을 어서 없애버리길 그저
바랄 뿐이다. 날 원망하던 그 눈초리들까지. 난 눈을 감았다. 119에 전화를 하는 흥수의 목소리를 끝으로 난 의식을 잃었다. 차라리 검은 어둠이 내 끝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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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개 & 쓸데없는 내용 죄송해여... 브금은 두개입니다 ㅠㅠ 글 하나에 두가지 분위기가 섞여버려서 브금이 난감... 제 글읽는 속도에 맞춰서 브금 분위기를 바꿨는데
안맞으면 ㅋ...두번죄송......흡...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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