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네 뒷받침을 해주던 후원자께서 마지막으로 너를 만나보기를 희망하신다.
그대로 걸어 나와.
감독관의 말에 재환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기습으로 마주치게 된 시선은 너무나도 차가왔다.
마치 살생에 자신을 이기지 못해 굶주려있는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으며, 재환은 차가운 메트리스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살랑거리며 어두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이 곳은 몇 달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재환의 독방이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쇠창살 앞까지 걸어간 재환이 잠시 망연한 낯으로 감독관의 얼굴을 주시했다.
쇠창살.
너머.
닿지 않는.
보듬을 수 없는.
가지지 못할.
나의 아름다운 세상.
재환이 단 몇 시간만을 앞두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짙은 곰팡이색의 캡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는 감독관의 모습에 약간의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재환의 모습을 예의주시하던 감독관이 열쇠를 짤랑이며 재환을 독방으로부터 풀어주었다.
재환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힘차게 균열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고마운 분이니 예의를 갖추도록.”
재환은 단절되었던 세상과의 재회에 내심 벅차오르는 기쁨을 다시 한 번 섞어마셨다.
무수한 쇠창살의 복도를 지나치며 재환은 눈을 감았다.
겪어보지 못한 태양의 광채가 자꾸만 자꾸만 두 눈을 찔러대었다.
감독관은 여전히 딱딱한 어투로 재환을 다루고 있었다.
예의를 갖추도록.
감독관의 명령조에 재환은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면으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 중년의 여성이 시야로 들어왔다.
감독관이 재환에게 의자 하나를 내어주며 자리를 떠났다.
재환의 옹골진 눈동자가 여자를 향했다.
세월에 녹아버린 여자의 어여쁜 이목구비가 그득하게 목울대를 쑤셔왔다.
불편한 침묵은 계속되었다.
여자는 무척이나 떨리고 있는 음성으로 재환에게 말했다.
왜인지 비참한 슬픔에 젖어있는 그 목소리는 똑똑히 재환에게로 전달되었다.
“…재환이니.”
“…….”
“재환이가 맞는 거니.”
“…….”
“정말 네가 맞는 거니…….”
여자가 흐느꼈다.
한바탕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한 여자의 행동에 재환은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재환이 모르는 무언가가.
천천히 균열에 빠져가고 있었다.
“나를 알아요?”
“…….”
재환이 물었다.
서투르지만 그의 것임이 분명한 한국어에 여자는 그저 시큰한 얼굴로 재환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왔어. 재환아.”
“…….”
“서른 해를 날아서.”
“…….”
“……온 거야. 내가 너한테로.”
붉어진 여자의 두 눈에 재환이 무심코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어떤 말로 어떤 표정을 지어주어야만.
여자를 달랠 수 있는 것일까.
재환이 고뇌에 빠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환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힘껏 달음질을 하고 있었다.
“…저번에 네가 나한테 준 거야.”
“…….”
“이걸 가지고 있으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했어.”
“…….”
“……네가 그랬어. 네가 그랬다니까. 재환아.”
“…….”
처절한 목소리에 재환의 숨이 가늘게 떨려왔다.
여자는 보기 싫게 찌그러진 얼굴로 재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재환의 차가운 시선이 그것에게로 내려앉았다.
재환의 얼굴이 낯설게 일그러졌다.
“……남편이 너에게 보내는 선물을 가지고 왔단다.”
“…….”
“……부디 보아주지 않으련?”
여자가 애원했다.
네가 걷는 스무살이 환한 빛의 꽃밭이었으면.
중얼거린 여자가 재환에게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돌아가는 거야.”
처음으로.
마지막으로.
울음을 그친 여자가 뱉어낸 마지막 한 마디였다.
마음이 여덟 갈래로 찢겨가는 무의식의 아픔이.
재환을 덮쳐왔다.
![[빅스] Adore Scene 2045년 4월 5일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5/3/3534276ae33d42cd90ae3ad213043e89.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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