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공커] 에그몽 [ 21 ]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2/0/420a03c2b357584ebd465a4221be92f4.jpg)
장례식 준비를 하며 이것저것 심부름을 하던 동우가 몰려오는 졸음을 쫓으려 잠시 병원밖을 나와 벤치에 앉았다. 바쁘게 움직여서 그런지 자꾸 눈물을 흘리시는 친척분들과는 다르게 동우는 꽤 덤덤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느라 쑤셔오는 팔을 툭툭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쑤셔왔다.
" 뭐하냐,여기서. "
" 어,형 !"
호원이 심드렁하게 물으며 벤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했다. 명부필에 대해 물어봐야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질 않는다. 호원이 주저하고 있을때 동우가 무언가 생각난 듯 서둘러 주머니를 뒤졌다.
" 잠시만요. 형 만나면 주려고 갖고 다녔었는데. "
" 어..."
동우가 내민 건 자신의 명부필이였다.
어떻게 돌려줘야할지 생각했었는데 딱 만났네요. 호원이 받아든 명부필을 손 안에서 몇 번 돌려봤다.
" ..너 이름이 뭐냐. "
" 저요 ? 아,전 장동우에요..형 이름이 뭐에요 ? "
" ...... "
호원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명부를 꺼냈다.그리고 명부필을 뚜껑을 빼고 조심스럽게 명부에 가져다댔다.
" 동우야. "
" 예 ? "
" 날 너무 원망하진마."
'장기영'이라는 이름위에 굵은 명부필을 대고 힘주어 긋자 검붉은 획이 그어졌다.
*
" 좋냐. "
" 어.엄청나게. "
명수의 지갑이 또 털렸다.그 말은 성열의 품에 먹을거리가 잔뜩 들렸단 얘기다.
" 내 등골이 휜다,휘어... "
말은 그렇게해도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성열을 보니까 뭔가 마음이 훈훈하고 흐뭇하다.
" 야,차온다. "
음악이 쿵쾅거리는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오자 성열이의 팔뚝을 잡은 명수가 얼른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 아 ! 핫바 떨어졌어 ! "
성열이 울상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핫바를 가리켰다.넌 차에 치일 뻔 했으면서 핫바가 중요하냐. 명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성열의 손에 있는 봉투에서 새로운 핫바를 꺼내 포장을 뜯고 성열의 손에 쥐여줬다.그제서야 표정이 좀 밝아졌다.
" 식충이."
" 죽을래."
엉덩이를 걷어차려하자 날쌔게 피한 뒤 실실 웃는다. 그렇게 투닥거리며 늦은 밤거리를 걷는데 술집 앞에서 환한 불빛을 내고 있는 검은색 승용차가 보였다.
" 어 ? 저거 아빠차인데... "
명수가 익숙한 자동차 넘버를 확인하고 다가가려다가 발을 우뚝 멈췄다. 운전석에 타있는 남자는 아버지가 분명했지만 조수석에 탄 여자는 낯설었다. 굽슬거리는 웨이브에 찐한 화장을 하고 푹 패인 옷을 입은 여자는 익숙하게 웃으며 명수의 아버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자신의 어깨에 기댄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던 명수의 아버지가 차 앞에 우뚝 서있는 명수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라며 얼른 운전석에서 내렸다.
" 며,명수야.. "
" ...... "
굳은 얼굴로 차안을 노려보던 명수가 그대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 어 ?! 야 ! 김명수 ! "
핫바를 입에 문 성열도 서둘러 명수를 따라 달렸다.
*
원래 하루 분량이 끝나면 바로 복귀하는 호원이였지만 오늘은 좀 더 인간세상에 남아있기로 했다.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게 한숨만 픽픽 나온다. 아마 동우때문인게 분명하다.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역할이지만 마음이 편하지않다. 늦은 밤 공원 벤치에 앉아 수많은 이름이 적히고 그어졌던 명부를 착잡하게 한 장 한 장 넘겨보는데 누군가가 히끅히끅거리면서 호원이 앉아있는 벤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끅... "
동우다.
손등으로 눈을 비벼대며 다가온 동우가 우연인지 인연인지 호원이 옆자리에 앉아 울음을 참으려는듯 끅끅 거렸다. 몸을 숨긴 상태라 말은 건넬 수 없는 호원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나란히 벤치앉은 동우와 호원. 결국 동우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냥 소리없이 우는 게 아니라 엉엉거리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호원이의 마음이 심란했다. 처음부터 몸을 숨기지 않은 상태였다면 동우에게 위로라도 해줬겠지만 지금은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정말 아기처럼 운다. 결국 동우가 울음을 멈출때까지 동우의 옆자리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
아파트 앞 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명수와 성열이 그네에 나란히 앉았다.
명수는 시무룩한 얼굴로 신발 앞 코로 흙을 문질거렸고 성열은 갑자기 조용해진 명수의 분위기에 덩달아 시무룩해져 손에 핫바를 든 채 타고 있는 그네를 흔들거렸다.
" 김명수야."
" ...왜."
" 갑자기 왜 이렇게 시무룩해 ? "
" 넌 몰라도 돼,인마..."
왠지 다른 때보다 아버지가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더 길다했다. TV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였는데...
한숨을 쉬며 계속 흙만 헤집어댔다. 핫바를 한 입 깨문 성열이 명수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 ...집에 안 들어갈꺼야 ? "
" 몰라...답답해...그냥 다 마음에 안 들어. "
" 뭐가 마음에 안 들어 ? 벽지 ? 장판 ? 아니면 소파 ? "
" ...됐다,됐어. "
" 아이,진짜..."
'집에 가자.' 명수가 그네에서 일어나자 '뭐야,방금까지 마음에 안 든다면서'하며 성열도 서둘러 일어났다.
" 김명수야. "
" 왜 불러,자꾸. "
" 답답해 ? "
" ...그래,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
" 쯥...기다려봐. "
남아있던 핫바를 우적우적 다 씹어먹고 막대기를 봉투안에 넣은 성열이 손을 탁탁 턴 뒤 명수의 뒤로 가 섰다. 그리고는 뒤에서 와락 안았다. 일명 백허그. 갑자기 등뒤에서 안아오자 깜짝 놀란 명수가 자신의 가슴팍을 꽉 조인 성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뭐,뭐하는 거야. "
" 답답한 거 풀어주려고. 넌 진짜 영광인 줄 알아라."
" 무슨... "
명수를 뒤에서 꼭 안은 성열이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성열과 명수. 발 밑으로 거리의 야경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으악 ! 야 ! 자,잠깐만 ! 너 나 놓치면 진짜 죽는다 ! "
" 놓치면 너가 먼저 죽을껄. 걱정마. 안 놓치니깐. "
명수를 안은 채로 밤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은 적응된 명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 와,대박. 진짜 하늘을 나는 것 같아 ! "
" 무슨 소리야. 넌 지금 날고 있어. "
" 아...그렇지. 아무튼 ! "
" 에이,너무 느려. 좀 더 빨리 날아도 되지 ? "
" 우왁 ! "
성열이 좀 더 속도를 내자 명수의 웃음소리도 더 커졌다.
" 근데 너 지금 몸 안 숨겼잖아 ! 사람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 "
" 높이 날아서 아마 새인 줄 알꺼야. "
성열의 말대로 거리를 지나던 사람은 순식간에 하늘 높이 지나가는 명수와 성열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만약에 본다해도 누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 성열아 "
" 응."
" 진짜... "
최고야.
명수가 가슴팍에 있는 성열의 손을 꼭 잡았다. 왠지 떨어질 것 같아서...는 핑계.
*
" 내일 복장검사있으니까 알아서 잘 챙겨입고오고 다들 동우가 이틀째 안 나온 건 알고 있지?"
" 네 !! "
" 동우 없으니깐 재미없어요 !! "
동우가 없는 교실은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처럼 생기가 없었다. 그 특유의 숨넘어가는 웃음소리가 들리지않으니 뭔가 밋밋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수업때마다 꼭 한번씩 동우의 빈자리에 대해 묻곤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우의 짝꿍인 우현이가 매우 심심했다. 평소에는 시도때도 없이 장난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동우가 없으니 내내 잠만 잔다.
" 동우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마 다음주부터 학교에 나올꺼야. "
" 아아... "
책상에 엎드려서 졸고 있던 우현이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왠지 전화를 해도해도 안 받는다했다. 오늘 아침에도 집에 찾아갔었는데 집안에서 정적만 흘렀었다. 우현이 서둘러 명수에게 카톡을 날렸다.
*
" 어디가는거야 ? "
" 희망병원. "
" 거기는 왜 ? "
" 동우네 할아버지 돌아가셨거든. "
" 아... "
옷을 갈아입고 명수와 병원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혼자 가도 됐지만 왠지 성규를 데리고 나와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 성규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데리고 나왔다.
" 동우네 할아버지 천국에 가셨겠지 ? "
" 응.그러셨을꺼야. "
버스에서 내리자 병원 입구에 서있는 명수가 보였고 그 옆에 나란히 어두운 계열의 남방을 입고 있는 성열도 보였다.
" 왠 커플룩. "
" 옷이 남방밖에 없어서... "
명수와 성열은 커플룩이라는 말에 크게 신경쓰지않는듯 보였다.
우현이 성열과 명수의 남방퍼레이드를 보다가 문득 자신과 성규의 옷차림을 보며 생각했다. ' 커플룩으로 맞추고 올 걸.'
" 아,그리고. 우리 엄마 잉란.찾았어."
" 뭐 ? 언제 ? 진짜야,성규형 ? "
" 으응. 근데...여기에 한 달 동안 더 있기로 했어.. "
" 왜 ? "
성열이의 말에 우현이 대신 대답했다.
" 나 김성규랑 사귄다. "
" 뭐 ?! "
명수와 성열의 동시에 뜨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 명수는 사귀는 상대가 남자라는 사실에 경악했고 성열이는 상대가 인간이란 사실에 경악했다.
" 야,우현아. 진심이야 ? "
" 어.진심. "
" 성규형,진짜야 ? "
" 으응... "
우현이 씩씩하게 웃으며 성규의 손을 잡아들었다.
*
" 야,장동우 ! "
" 어 ?! "
생수박스를 옮기던 동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라며 생수박스를 떨어트렸다. 우현과 명수,그리고 성규와 성열까지 4명이 우르르 동우에게 다가오고있었다.
" 너네..."
" 야,서운하게 전화도 안 받고. "
" 어,어.미안...근데 성규형까지 오셨네요...그리고... "
동우가 성열을 보며 묻자 옆에 있던 명수가 간단히 ' 이성열.우리랑 동갑'이라고 소개했다. 바닥에 흩어진 생수들을 주어담은 우현이 박스를 번쩍 안아들었다.
" 이거 어디다가 놓으면 돼 ? "
" 저기 냉장고앞에.. "
" 우린 뭐 할 꺼 없어 ? "
" 괜찮은데... "
" 자꾸 서운하게 할래?그냥 가기전에 얼른 부려먹어.성규형이든 성열이든."
미안한 기색을 보이자 명수가 동우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그제서야 밝게 웃는다.
*
우현과 성규는 무거운 음료수 병과 그릇들을 나르고 있었고 명수와 성열이는 음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다만 자꾸만 성열이가...
" 야,이성열.그만 좀 줏어먹어. "
" 이거 먹으면 안돼 ? "
" 아니..그건 아닌데...내가 나가서 더 맛있는 거 사줄께.지금은 먹지마."
" 알았어... "
말은 그렇게 하면서 땅콩 몇 개를 입안으로 털어넣는다.
*
오늘이 짧으면 내일이 길고
오늘이 길면 내일이 짧고!
아시죠잉!?!?!
사랑해여,에그몽 독자여러분!!!
에그몽은 매일 8~10시사이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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