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 Want
Written by. 흑지
*
실은 아무렇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약혼이란 의미가 표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백현은 참아야했다. 경수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어쩌면 경수보다도 더 걱정을 했던 백현이었다. 이 상황이 지금 진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사사진이 떴다. 백현 옆의 여자. 그녀가 백현에게 자연스럽게 보이려 했던 팔짱이 원인이었다. 백현은 약혼식이 끝나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에서 떴다. 경수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종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종인 역시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세훈, 김종인한테 전화 좀 해봐. 도경수도 김종인도 둘 다 안 받아.”
“알 바야? 종인이가 전화 안 되는 건 조금 걱정되긴 한다.”
“…무슨 일 생긴 거 아냐? 둘이 어디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멀쩡히 집에 있는데.”
“누구 집?”
“우리 집.”
“….”
백현은 할 말을 잃은 채,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위험하다. 도경수 집이 아니라면 더더욱. 경수는 핀트가 나가버리면 이성을 잃는다. 그게 기사 사진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백현은 점점 불안에 찬 얼굴로 세훈의 핸드폰을 덥썩 뺐어들었다. 세훈이 째릿하는 게 느껴졌지만 패턴 풀어. 조급하게 말하며 다시 백현이 세훈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내가 왜. 핸드폰까지 빌려줘야 해?”
“너 도경수를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약혼까지 해놓고 불신 투성이네.”
“…종인이랑 같이 있다며.”
“…아 설마. 너 지금 말도 안 되는 상상하는 건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상상? 그래 맞다. 백현이 아무리 경수를 믿는다 해도. 경수의 집이 아닌 다른 곳은 모두 도경수에게 위험한 곳이었다. 가정집에는 어디나 있는 그 과도가 도경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건지 백현은 잘 알고 있었다. 한 두 번이 아니잖아. 아무리 정신치료를 잘 받았다고 해도 경수는…. 나쁜 아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을 죽인 아이었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은 언제가 될지 몰랐다.
“불안해, 당장 너희 집에 가봐야겠어.”
“…설마 우리 종인이가 그 쪼그마한 도경수 하나 컨트롤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 없겠지.”
백현이 맥없이 세훈의 폰을 세훈의 손에 건넸다. 하지만 세훈이 말했다. 차 따로 안타고 왔지? 백현은 부모님이 몰고 온 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따로 차가 없었다.
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훈이 내 차로 가. 하고 말했다. 백현은 애써 고맙다고 대답하지 않았다.
걱정은 되나보네. 달싹이던 백현의 입은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차로 이동하는 내내 어색한 기류가 계속됐다. 백현은 차라리 창문을 내다보며 경수를 생각하는 일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벽이 존재했다. 필요이상으로 말을 할 수 없는 벽. 그건 백현이 결코 세훈보다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자잘한 사건들과 오세훈이 스스로 만들어 낸 벽 그게 백현과 세훈을 더 멀어지게끔 했다.
내달리는 차가 세훈의 집 앞에 섰을 때 먼저 세훈이 대문을 열었고 백현이 따라 들어갔다. 사실상 세훈의 집은 처음 오는 것이었다. 현관문마저 열어젖히자, 작은 실랑이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안 된다니까. 너 진짜 혼나.”
“어차피 백현이는 모르잖아. 내가 여기 와있는지.”
“오세훈이 말했을 걸?”
“그럼 숨겨주는 게 안 되면 나 여기서 하루만 재워줘.”
“무슨 소리야. 그게 그거….”
“오늘 약혼한 애랑 철판 깔고 마주칠 자신 없으니까.”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다만, 숨겨? 여기서 잔다고? 문 열리는 소리도 못 들었는지 조금 열려있는 드레스 룸 문틈 새로 말소리가 새어나갔다. 백현은 걸음을 늦췄다. 발소리가 들렸는지 그들도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발소리 났어. 세훈이 왔나봐.”
“아, 변백현이 문제가 아니라 오세훈도 문제구나.”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백현은 괜히 흘렸던 식은땀을 닦으며 잠자코 얘기를 들었다. 변백현은 적어도 무섭진 않지만 오세훈은 무서워. 완전. 진심을 담은 그 말투에 백현은 살짝 미소 지었다. 다시 조용해졌다. 타이밍은 지금이었다.
“누구 맘대로 여기서 자고 가?”
“…허, 발소리도 없이 들어오나? 귀신처럼.”
“변백현이다.”
“그래, 내가 오면 안 될 곳이라도 왔어?”
“아니.”
“그러는 넌 여기서 뭐해 경수야?”
“다 들은 거 아니었어?”
“다 들었으면?”
“…미안.”
근데, 내가 미안하다고 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아. 경수는 불퉁스러운 얼굴로 종인의 뒤에 숨었다. 종인은 민망한 듯 괜히 뒷머리만 매만졌다. 문 앞으로 세훈이 다가왔다. 경수가 무서워하는 세훈이었다. 경수는 또 몸을 움츠리며 종인의 어깨를 붙들고 더 밑으로 내려갔다. 안 그래도 안 보이는데. 백현은 심각한 상황임에도 그런 경수의 모습에 작게 미소지었다.
“잊고 있었나본데. 이 집 김종인도 살고 있지만. 내 집인데?”
“….”
“도경수 목소리가 들렸는데. 얘, 어디 갔냐.”
“…푸흡.”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린 건 종인이었다. 세훈은 종인을 째릿 쳐다봤다. 뭐야 왜 웃어.
그리고 종인이 고개를 앞으로 꺾어 웃자. 더 당황한 경수가 두더지처럼 작게 들썩였다.
“나 화내야 되는데. 화 못 내겠어.”
세훈도 결국 못 참고 웃었다. 경수가 시뻘게진 얼굴로 종인에게서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미안. 고개까지 숙이며 옆걸음으로 게처럼 걸어가는 도경수가 백현이 걸어오자, 숨을 헙-하고 멈췄다.
“네 집에 가서 자.”
“…그래.”
“나 불편해?”
“아니.”
“그런데 왜 피하려고 해.”
“그야, 오늘 약혼했으니까.”
“그게 이유야?”
“응. 오늘은 좀 그래.”
“내가 누누이 말했지. 결혼은.”
아, 맞다. 여기 오세훈네 집이지. 백현은 성질을 죽이며 말소리를 갑자기 줄였다. 하지만 끝끝내 너랑 한다고. 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집 가서 실컷해주면 돼. 여긴 오세훈이 있고 김종인이 있고 낯간지러운 소리를 내뱉을 공간이 못 되었다.
하지만 김종인은 뭔가 깨달은 듯, 입을 막고 내적웃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그에 개의치 않고 백현은 드레스 룸 벽까지 게걸음으로 간 경수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괜찮겠다며. 믿겠다며.”
“…그래. 근데 막상 약혼했다는 기사보니까….”
“왜, 이제 보기 껄끄러울 거 같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팔짱. 다정해보여서. 그 여자랑 행복해보여서. 경수는 차마 생각속의 말을 내뱉지 못했다. 집에 가자. 백현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나랑 얘기 좀 해. 화를 내리누르며 말하는 백현의 말에 경수는 생각했다. 오히려 화를 내야할 사람은 난데. 내가 왜 이렇게 있는 거지….
*
집에 오는 택시에서 마저도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에 경수는 괜스레 입술만 짓이겼다. 백현은 작게 한 숨 쉬었다. 할 말이 많았지만 밖에서는 다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이제 딱 두 사람만 남았다.
“약혼, 네가 싫다고 하면 안할게.”
“…이미 한 거잖아.”
“약혼 깨버리면 되지. 파혼하면 될 거 아냐.”
“…그거 종인이한테 들었는데 정략결혼 뭐 그런 거라던데.”
“비즈니스가 뭐 별 거야? 난 껄끄러워도 괜찮은데 네가 안 괜찮다면”
“…괜찮아.”
“근데 왜 그랬어.”
“….”
“왜 숨고 피하려고 했어.”
“모르겠어.”
내가 알던 변백현은 나만 챙겨주는데. 아무리 정략적인 약혼이라고 하지만 그 여자는 엄연히 약혼자니까. 그 여자에게 다정하겠지. 그게 겉치레여도 표면적인 거여도 생각만으로도 질투가 나는 게 현실이었던 거다. 모르겠다는 대답을 듣고서 더 열이 오른 백현이 허-하고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경수는 이렇게 흘러가는 상황이 싫었다. 솔직하게 말해야겠지.
“솔직히 좀 질투나.”
“…질투나?”
“네가 안 그럴 거 아는데. 밖에서는 그 여자랑 약혼한 티 내야하잖아.”
“…그래서 힘들 것 같아?”
경수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파혼할게.”
약혼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아니, 고작 하루였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았는데 파혼이라니. 경수가 오히려 당사자보다 당황한 듯, 안 그래도 큰 눈을 더더욱 크게 떴다. 그래도 회사랑 관련된 거잖아. 뭐라고 말이라도 더 해보려했지만 백현의 다음 말에 경수는 작게 미소 지었다.
“나한텐 네가 가장 소중해.”
*
1월 12일, 경수의 생일이었다. 집에서 밥을 먹으며 조심스럽게 파혼할까? 물론 지금은 아니고 조금 있다가라고 얘기했다가 엄마에게 등짝스매싱을 맞은 백현은 작게 풀이 죽은 채로 경수에게 전화했다. 파혼얘기 해봤는데. 당장은 안 될 것 같아. 근데. 꼭 할게. 그리고 경수는 예상했다는 듯, 응. 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1월 12일이 되었다. 경수는 괜스레 긴장해서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대청소를 했다. 환기를 시키고 청소기를 돌리고. 집에 혼자 살면서 혼자 사는 애치곤 꽤나 깔끔하게 살아온 편이었는데. 그래도 더럽다. 별로 없는 설거지거리들마저도 물에 불려놓지 않아, 단번에 떼어지지 않았다. 경수는 불퉁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뜨거운 물에 불린지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경수는 힘으로 붙어있던 밥풀을 떼어냈다. 조금 안 있으면 백현이 올 것이다. 백현은 분명 빈손으로 오지 않을 테니까. 경수도 어서 준비를 해야 했다. 음식 할 재료가 있으면 좋으련만. 재료는커녕 칼 하나 가위하나 잡지 못하는 경수는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청소만 했다.
청소하는 데에만 시간을 얼마나 쏟은 건지 벌써 도어 록 여는 소리가 들렸다. 경수는 발 빠르게 현관 앞까지 종종걸음으로 도착했다. 역시나 백현이다.
“우와.”
절로 감탄사를 내어뱉은 건, 백현과 처음 사귀고 나서 생일 때 보았던 스파클라가 눈앞에 서 섬광을 내며 노랗게 불빛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현이 양 손에 그것을 들고 서 있었고 바로 옆에 종인이 서 있었다. 종인은 양손가득 짐을 들고 있었다.
“종인이도 왔네?”
“짐꾼으로 불려왔어.”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그냥 너 생일 축하해주러 온 거야.”
김종인이 왔는데 오세훈은? 경수는 그 생각부터 들었지만 종인의 손에 든 것이 무거워보였기에 슬리퍼를 대충 신고 종인의 짐을 현관앞에 내려두었다. 백현이 중학교 때처럼 스파클라가 타들어가며 제 손을 위협해오자, 어어. 이거 어떡하지 겁을 냈다. 경수는 재빠르게 백현의 스파클라를 뺐어들고 창문 밖 화단으로 던졌다. 거의 타들어간 스파클라는 여린 풀잎들을 태우며 점멸했다.
“예쁘긴 한데. 위험하다.”
“좋아하던 거 생각나서 들고 왔는데. 실내라서.”
“아니야. 괜찮아. 예뻤어.”
잠깐이었지만. 경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종인이 내려둔 보따리를 백현이 풀어헤쳤다. 반찬더미다. 이게 다 뭐야? 경수는 생각했다.
“너 생일이라고 부탁했어.”
“어머니한테?”
“응.”
“…와, 감동.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근데 종인이는 어쩐 일이야? 방학 내내 집에만 있다하지 않았어?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백현은 손에 든 짐이 많았다. 딱 떠오른 사람이 박찬열이었는데. 아, 박찬열 위험하지. 이 괘씸한 놈. 감히 경수를 넘봐? 본의 아니게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게 된 백현이 떠올린 건 종인이었다. 그래. 저번에 경수랑도 같이 있었고 애가 생긴 것과 다르게 성격도 유한 편이고. 까지 생각했다. 근데 오세훈이라는 벽이 있었다. 김종인 데려가려면 자동적으로 오세훈 허락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슨 수로? 백현은 먼저 종인에게 선카톡을 했다.
2014.01.11 토요일
「종인아, 너 생일 언제야?」
「갑자기 왜?」
「아니, 그냥 어제 경수 챙겨준 것도 있고 고마워서.」
「나, 삼일 뒤가 생일인데.」
「뭐? 내일 경수 생일인데. 경수랑 이틀차이네.」
「우와, 진짜 경수생일 내일이야?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줘.」
전해주긴 뭘 전해줘. 백현은 곧장 종인에게 전화했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하고. 세훈이한테 물어봐야하는데. 하기에. 힘든 거 안 시킬 거야. 조금만 경수 집에 있다가. 하고 꼭 그래야할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왔는데. 힘든 건 종인이 다했다. 백현을 만나자마자 짐셔틀이 된 것도 모자라, 백현이 밖에서 스파클라에 불을 붙이기 위해 끙끙댈 때도 종인은 짐을 내려두지도 못하고 끝까지 들고 있었다. 보자기에 싸인 게 뭐냐고 묻자, 반찬이라 했고 케이크는 쏠리면 안 되니까. 잘 들고 있으라고 했다. 아, 뻔뻔해. 케이크는 쏠리면 안 되고 반찬통은 꽉 여며두긴 했지만 혹시 샐지도 모르니 똑바로 들고 있으라 했다. 덕분에 종인은 양쪽의 짐에 신경 쓰느라 온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이런 걸 알기나. 하는지. 백현과 경수는 저 둘만의 세계에 가 있었다.
“경수야, 미역국 있어. 밥도 싸왔는데. 밥 있어?”
“응, 밥 있어.”
“다행이다. 어차피 이인분이라서.”
“아, 그래?”
“종인아, 너는 밥통에서 밥 퍼와.”
물론 네 밥이야. 아, 종인은 진심으로 잘못 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찬통을 열자, 부침개며 잡채, 햄, 스크럼블 예쁘게 깎아놓은 과일들하며. 종인은 오랜만에 보는 정성스러운 음식에 침을 꿀꺽 삼켰다.
“저기, 경수 나랑 생일이 이틀차이더라. 몰랐는데.”
“아, 진짜? 지났어?”
“아니 내일 모레.”
“헐, 진짜? 너도 왔으니까. 나도 가야겠네.”
“…아버지가 생일파티 열어주신데.”
“우와 진짜? 그럼 스케일 크겠네.”
“처음으로 해주는 생일파티라고 호텔 빌린다던데.”
난 솔직히 좀 부담돼. 종인이 말을 덧붙였다. 백현은 짐짓 어른스러운 말투로 밥부터 먹지? 밥 다 먹고 말하세요. 하고 말했다. 종인은 그제야 말을 멈추고 밥 먹는 데에 집중을 했다. 백현이 어머님 요리 잘하신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럴까? 우리 엄마도 그랬는데…. 그 생각이 들자 코가 시큰거렸다. 근데 다행이도 우리 엄마가 해준 맛은 아니네. 종인이 작게 미소 지었다.
백현의 기에 눌려 밥만 먹던 종인이 다정한 백현과 경수의 모습에 조금 심술이 났다.
“불고기도 있었어야 했는데. 미안, 어제밤에 갑자기 말했더니.”
“아냐, 맛있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경수의 볼을 두드리는 백현에 종인이 찌릿 눈치를 주며 말했다.
“애정행각도 밥 다 먹고 하시죠?”
거북하니까. 아니, 부러우니까. 아, 오세훈은 왜 저런 게 없지. 물론 오세훈에게 불만이 있진 않았다. 예전보다 변한 오세훈이 좋았고 또 제 생각해서 때릴 마음도 없으면서 네가 때려주길 원하니까. 하고 때리는 오세훈도 충분히 배려심이 넘치고 멋있었다. 아니, 근데 왜 오세훈은 다정과 무드가 없지? 장난기와 능글맞음은 넘쳐났으나, 다정과 무드가 부족했다. 난 장난치는 것보다 능글맞은 것보다. 가끔은 다정하고 무드 있는 게 더 좋은데.
뭐야 이게. 밥을 다 먹고 나니까. 치우는 것도 일이다. 빈 통이 되어버린 통을 설거지통에 가져다놓고, 남아있는 반찬들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거실에는 케이크만 달랑 남았다.
“그래서 종인아, 네 생일날 초대해준다고?”
“응. 근데 아버지 회사 쪽 그런 거로 크게 열어서 몇몇 안 친한 우리 학교 애들도 올 거야.”
“…불편하지 않을까.”
“전혀. 넌 백현이도 있고. 나랑도 친하잖아.”
친해? 우리가 친했던가. 오세훈이란 벽에 가려서 말도 몇 마디 못해봤는데. 친하다고 말하며 웃는 종인의 모습엔 전혀 거리감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친구로 생각하는 구나. 날. 경수는 어쩐지 종인에게 고마웠다.
“잠깐만 그럼. 당연히 크리스도 루한도 오겠네.”
백현이 끼어들듯 말했다. 덤으로 민석도 오겠지. 또 타오도 오겠고 그 무리의 애들이 어떤 기업의 자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백현은 짐작했다.
분명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을 거다. 크리스, 루한 그 둘의 존재자체가 이미 충분히 위협이 됐으니까. 저번에 세훈의 일도 그렇고 찬열이도….
“응, 근데 걱정 안 해.”
“걱정을 왜 안 해. 너 걔네들이랑 세훈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아는데. 아무 일 없을 거야.”
“무슨 수로 장담해?”
“세훈이가 그랬어. 싸움질하지 않겠다고 화나도 대화로 풀겠다고.”
“말이 그렇지.”
“내 생일이잖아.”
그건 그렇지만. 말이 쉽지. 백현은 작게 한 숨 쉬었다.
*
집으로 돌아온 종인이 현관 앞에 서 있는 세훈을 와락 안았다. 세훈을 얼덜떨한 표정으로 종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뭐야, 힘들었나.
왜 안기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세훈이 고개를 조금 떼어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아직 다섯 시도 안 됐거든?”
“그래도 오전에 나갔잖아.”
“그냥 점심 먹고 수다 떨고 생일 축하해주고.”
“재밌었어?”
“응.”
“근데 왜 이렇게 풀이 죽었어.”
세훈아, 보고 싶었어. 평소에는 잘 부리지도 않는 애교를 부린다. 둘이서 김종인을 괴롭히기라도 했나? 종인의 표정을 확인해보지만 그냥 피곤해보이고 풀린 눈이 평소 때와 다를 바 없다. 세훈은 종인의 등을 토닥였다. 왜 안 부리던 애교를 부려. 귀엽게.
“둘이 되게 좋아 보이더라.”
“어이구, 그래서 부러웠어?”
“아니, 난 오세훈이 있는데?”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라.”
세훈이 어떻게 했기에 좋아 보였어? 하고 되물었다. 그 멍청한 질문에 종인이 웃었다. 난 아무래도 이런 오세훈이 더 좋다.
“이렇게.”
종인은 세훈에게 가볍게 입술을 맞댔다. 떨어지는 입술 새로 작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건 종인뿐만이 아니었다.
“제대로 깨 쏟았나보네.”
“….”
“질수 없지.”
세훈은 종인에게 종인이 했던 것처럼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한 번 더 입술을 부딪쳤을 때는 자연스럽게 종인이 먼저 입을 벌렸다. 벌려진 입을 뚫고 세훈의 발간 혀가 종인의 혀를 찾아 맞부딪혔다. 부드럽게 돌리어지는 혀에 종인이 세훈을 안고 있던 손을 올려 세훈의 목을 감쌌다. 자연스럽게 발이 움직였다. 가까운 곳에서 멈추어진 발은 중심을 잃고 허공으로 붕 떴다. 소파에 자연스럽게 앉은 자세를 취한 종인이 세훈이 다시 다가오자 제가 먼저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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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준 분들이 있어.. 감동 눈물.. 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저능 오늘 세시간 만에 한글 11쪽을 살짝 넘는 분량을 쪄냈습니다. 빨리 섹인클 쓰러가야지...ㅠㅠㅠ
내가 이 피드백을 보려고.. 인티에서 글 씁니다...ㅠㅠㅠㅠ 흐그흑,ㅠㅠㅠㅠ...
근데 이번 화 대사만 주구장창있고.. 좀 대충 쓴티남..ㅠㅠㅠㅠ... 그래도.. 전 이번 화를 잘 넘겨서 기분이 조아여..!
35편 내로 끝낼 수 있겠어..!! 많아봤자.. 35편이야..
감사한 분들...하투!♡♥
판다님 72%님 심키로님 텐더님 잉여님 슈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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