裸像나상 w. 허리표
때는 남북전쟁 중. 북한군의 포로가 되어 끌려가는 형제(우지호, 표지훈) 에 대입해서 읽어주세요 :)
저는 알고있는 작품이라 그걸 배경으로 썼던 게 화근이 되어, 어려워하시는 분이 생겨 죄송할 따름입니다.ㅇ<-< 그런 취미는 없지만 밟고가세요
오늘도 지호는 울었다. 밤이 깊도록 어머니까지 불러가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뚝뚝 흐르는 것을 지훈은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다. 조금 모자라고 조금 어린 형이지만 제형이라, 하지만 시간이 되도록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지훈은 감시병과 다른 사람들의 지친 눈빛이 신경쓰였다. 우는 소리를 멈추지 않는 형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울었다. 남모르게 소리를 죽여 흐느껴 울었다. 그저 지호의 설움과 울음을 따라 울 뿐이었다. 한켠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우는 지호가 부럽기도 했다.
밤의 감시는 날씨와 같이 날카로웠다. 그러면서도 눈이 내렸다. 시하얀 첫눈. 지호는 울음을 그치고 불쑥,
"아, 눈 내린다. 눈이, 눈이. 벌써 겨울이 다 되었지."
물론 감시병들의 감시가 심해 지훈의 귓가에 직접 속삭이지 않았다. 혼잣소리인 척 하는것을 주변의 거의 모두는 들었다. 몇은 하늘을 바라보고 몇은 고개를 떨구었다. 지호는 고개를 들었지만 지훈은 고개를 더 깊숙히 묻었다.
"저것 봐, 저기 저기. 에이, 모두 잠만 자."
지훈의 허리를 숨겨 찌르면서 지호는 또 몇시간을 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높은 언덕하나를 또 지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갔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을 뿐이었다. 산도 들판도 눈에 덮여 있었다. 경비병들의 겨울 복장을 바라보는 지호의 얼굴에는 천진한 애들 같은 선망의 표정이 어려 있곤 했다. 지훈은 날로 날로 풀이 죽어 갔다.
어느 날 밤이었다. 일행도 경비병들도 모두 잠들었을 무렵, 지호는 또 지훈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즈음에 와선 늘 그렇듯 별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새끼 생각이 난다. 맘이 꽤 좋았던 놈 있잖아."
"…."
지훈은 부러 암말도 하지 않았다. 허리도 뭣도 건들지 않으며 지호는 다시 또 말을 꺼내었다.
"난 원래 다리가 안좋은데, 너도 알아. 알잖아. 요새 좀 이상한 것 같아아."
하고는 살가이 웃는다.
지훈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 없이 지호는 쓸쓸하게 웃으면서 두 팔로 지훈의 어깨를 천천이 그러안으며,
"지훈아, 하아. 조금 추운 것도 같다."
"……."
"있잖아아, 엄마는 날 늘 불쌍히 여겼다, 응. 그랬다. 지훈아, 지훈아, 내 다리가 좀 이상한 거 같다…."
"……."
지훈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지호는 별안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지훈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 쳐다보더니,
"왜 울어, 왜 울어. 왜, 왜. 뚝 그쳐라, 왜 울어어…."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또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지호의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절룩거렸다. 원체 건강한 부분이 없는 몸은 숨이 차기도 하다. 주위의 경비병들은 그런 지호를 흘끔 곁눈질 해 보았다. 눈이 그치고 사나워진 날씨만큼이나 사납게 바뀐 패들이다.
그날 밤 지호는 지훈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지훈아, 너 집에 가거든 말이야, 집에 가거든……."
하고는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꼬리를 접으며,
"내가 뭐라고 해, 너가 집에 갈 땐 나도 갈 텐데. 그러지? 내가 정신이 없어."
또 한참 뒤엔 지훈의 어깨를 그러안으면서
"야, 지훈아."
하고 지훈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쳐다보기만 했다. 젖은것도 같은 눈이 말갛기만 하다.
바람이 세었다. 더럽게 밟힌 풀 위를 덮은 눈이지만 초라한 들판이 멀게도 펼쳐져 있었다.
지훈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왜 울어, 왜. 응?"
하고 제 편에서 더 웃으며 또 울었다.
며칠이 지날수록 지호의 걸음은 더 절룩거려졌다. 행렬 속에서도 별로 눈이다 뭐다를 지껄이지 않았다. 평소의 지호답지 않게 꽤나 어두운 낯색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경비병의 눈길을 피하기만 했다. 이젠 밤에도 지훈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것저것 중얼거리지지 않았다. 그러나 먼 개 짖는 소리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지훈은 또 참다못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지호는 왜 우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지훈은 그런 지호가 서러워 더 더 흐느꼈다.
그날 밤, 바깥엔 함박눈이 내렸다.
지호는 불현듯 지훈의 귀에다 입을 댔다.
“너, 무슨 일이 생겨두 날 형이라 그러지 마, 응?”
여느 때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울지도 마, 모르는 체만 해, 꼭.”
지훈은 부러 큰 소리로,
“하, 눈이다.”
지호가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미 지호는 그저 꾹하니 굳은 표정이었다. 지훈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지호를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대고,
“형, 혀엉, 정신 차려.”
몇번을 닦아낸 눈물로 손이 젖었다. 응? 응? 되물으며 얼굴을 더듬는 손이 차다. 지훈은 지호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이마에 입술을 부비고, 까칠한 뺨에 부비고, 턱에 부볐다. 응. 응. 제 머리를 그러안는다. 지훈은 식은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짙은 체향이 끝에 닿는다.
"지훈아, 지훈아아."
눈물을 제 이름으로 바꾸어 뱉는다. 목소리가 슬퍼 지훈은 지호의 입술을 막았다. 차가운 공기 하나 스밀 틈 없이 잔뜩 물었다. 으, 하고 목울대가 울리는 것을 손가락으로 만지자 몸을 떤다.
"형아아…."
내내 눈물을 쏟으며 제가 애처럼 말려들었다. 지호는 마냥 형으로 꼬옥 끌어안았다. 틈많은 상의로 집어넣은 손이 납작한 배를 만진다. 지호의 얼굴로 물이 툭툭 떨어진다.
언젠가 활짝 젖혀진 가슴팍에 잠깐 잠깐 입을 맞춘다. 지훈의 어깨를 밀어내며,
"지훈아 하지말아, 하지말아."
하는 것을 눈으로 덮었다. 단단히 선 돌기를 물고 굴리고 씹으며 눈물을 떨구었다. 멈추지 않는 울음이 어떻게 시작했는지도 잊었다.
마른 엉덩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잘게 떨리고 있는 다리가 그저 서럽다. 지훈은 제 허벅지 위로 지호를 앉혔다. 가볍게 안겨오는 몸은 분명 성인의 것. 여태까지 하지말아, 하고 칭얼거리는 것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지훈은 눈가를 지호의 가슴이 부비었다. 제 목덜미로 팔을 두른다.
"지호형, 형."
"응. 응."
지호형….
매달리는 제가 괴롭힌다는 사실도 모르는 바보가 슬프다. 지훈은 가여운 다리를 몇번 쓸었다. 크게 오르락거리는 가슴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지호가 눈물 없이 울었다.
"내가 미안해, 내가."
내가 미안해.
*
이튿날, 한낮이 기울어서 어느 영 기슭에 다다르자, 지호는 지훈의 허벅다리를 쿡 찌르고는 걷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호의 걸음걸이를 주의해 보아 오던 한 사람이 뒤에서 총을 휘둘러 쏘았다.
지호는 앉은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사람은 총을 어깨에 둘러메면서,
“며칠 더 살아보겠다고 기를 써, 기를 쓰긴.”
뜨거운 피가 눈을 덮었다. 흐드러진 머리 위로 보드라운 눈송이 하나가 내려앉았다. 지훈의 눈길이 제 형을 뚫은 총에 향하였다. 눈물은 어젯밤 모두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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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시간 나상 읽으면서 피코 대입 병신지호 좋아요 ㅠㅠ
불마크 넣으려다 말음. 삼삼하게 읽어주세요
+암호닉 아직 다시 안받아요 ㅠㅠ 답글도 못달아드려서 죄송함이라는 것이 퍽ㅋ팔한다 |
N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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