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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전체글ll조회 674





소나기 1998
Couple 카이X디오/카디
Name Han Byeol
BGM 이루마 ‘Love Me’
















05












 종인은 경수네 집 앞에서 시끄럽게 굴었던 것을 후회했다. 오늘도 경수가 아파서 학교를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전해 받은 종인이 안쓰러운 눈으로 경수의 책상을 쳐다보았다. 칠판에 적힌 글씨들을 공책에 필기하느라 꼬물꼬물 움직이던 경수의 하얗고 작은 손이, 공책과 칠판을 바쁘게 번갈아보던 예쁜 눈이 생각나 종인은 힘없이 책상 위로 엎드렸다. 얼마나 아프길래 이틀 내리 결석일까. 종인은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포근한 구름이 맑은 하늘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위로 경수가 날렸던 종이비행기가 그려졌다. 종인이 큰 한숨을 쉬며 어깨를 툭 떨구었다. 
 종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고 싶어하는 걸 경수는 알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신이 왜 경수를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알고 지낸 지는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인데 뭐가 그렇게 애달픈건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뫼비우스 띠 처럼 결론은 계속 경수가 보고싶다는 것만 나왔다. 애초에 이유 같은건 상관없는 그런 그리움이었다. 종인은 양 손으로 제 머리를 감쌌다가 뒤늦게 수업에 집중하였다. 경수와 함께 수업을 듣는거다, 그렇게 속으로 상상하며.





 이틀 뒤.
 종인이 학교에 가기 위해 징검다리 앞에 막 도착 했을 때였다. 징검다리 앞을 누군가 앉아서 막고 있었다. 종인이 실눈을 뜨고 익숙한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등을 보인 채 앉아있는 건 경수였다. 종인의 눈이 금방 커다래졌다. 안 그래도 야윈 등이 얼마나 더 아담해졌는지 책가방이 경수의 등을 다 감추고도 남을 정도였다. 아팠다는 말을 굳이 실감하고 싶지 않은데 그의 뒷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픈 사람인 것을 티내고 있었다. 괜히 마음이 시큰해져 종인은 제 입술을 깨물다가 걱정스러운 마음과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경수에게 냉큼 뛰어갔다.



 “경수야! 도경수!”



 경수가 종인의 부름에 흠짓, 몸을 움츠렸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일어섰다. 종인의 입꼬리는 올라가서 내려 올 줄을 몰라했다. 경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학교 나와도 돼?”
 “응.”
 “안 아파? 학교 안 가고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



 경수가 뒷머리를 조금 긁적이더니, 혀를 빼꼼 내밀었다가 수줍게 말했다.



 “그냥……너 기다렸어.”
 “나를? 왜?”



 종인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경수는 대답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경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종인이 눈만 깜빡이다가 이내 경수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간 이유였다.



 “짜식……. 오래 기다렸어?”



 경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방금 왔어.”



 사실 경수는 혹시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종인과 만나지 못 할 까봐 사십 분이나 징검다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일부러 종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런 생색을 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다고 조용히 넘어가 줄 종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 리 없는 종인은 한 번 더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고 난 후, 경수와 함께 징검다리를 건넜다. 종인은 행여나 경수가 발을 잘못 디딜까 싶어서 경수의 뒤에 바짝 붙어 손을 잡고 건넜다. 종인의 철저한 보호 아래 경수는 여느 때와 같이 무사히 징검다리를 모두 건넜다.





 아주 오랜만에 ─어찌보면 그리 오랜만도 아니건만─ 경수와 수업을 듣게 된 종인은 기분이 좋아 다른 때와 달리 발표도 나서서 하고, 칠판에 적힌 문제들을 풀어보겠다며 손도 번쩍번쩍 들기도 하였다. 경수는 옆에서 멋진 발표도 하고, 어려운 문제도 맞춰서 자리로 돌아오는 종인에게 그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건치가드러나도록 훤히 웃으며 종인은 경수의 박수를 받았다. 뿌듯함이 포만감을 이루었다. 
 다른 때라면 졸면서 수업을 들었을 국어 시간도 쌩쌩한 기분으로 듣던 종인은 수업이 끝나는 걸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자 졸린 눈을 비비는 경수를 쳐다보았다. 경수의 가느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종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제 사물함으로 향했다.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꺼내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닥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여서 종인은 눈썹 사이를 조금 찡그렸다. 종인은 체육복을 반듯하게 접고 입고 있던 교복 상의를 벗었다. 속에 하얀 면티를 입고 있어서 벗는 것 쯤이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벗은 교복 상의를 반듯하게 접어 놓았던 체육복 위에 올려놓고 종인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졸린 눈을 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 경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경수가 물음표를 띈 얼굴로 종인을 쳐다보았고, 종인은 경수의 책상 위를 치운 후 가지고 온 체육복과 교복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손바닥으로 그것을 토닥거리며 종인이 경수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수업 시작 하면 깨워 줄게. 자.”



 경수가 눈을 느리게 떴다, 감았다를 반복했다. 종인은 입꼬리를 올려 웃고 경수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감쌌다. 그리고는 그대로 체육복과 교복으로 만든 베개 위에 살며시 경수를 뉘였다. 종인은 경수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교과서 두어 권을 포개 놓은 뒤 고개를 경수 쪽으로 향한 채 누웠다. 경수가 눈을 감고 피실피실 웃었다. 눈을 감은 모습 조차 예뻐서 종인은 한동안 경수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눈을 깜빡이는 것 조차 잊은 듯 경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어느새 잠이 들어서 색색 소리를 내는 경수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경수의 집 앞에서 종이비행기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느꼈던 그 간지러움이 느껴져 종인은 제 팔을 긁었다. 간지러움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종인이 경수를 감상하느라 쉬는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다. 쉬는 시간이 끝남과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퍼졌다. 조금 깊게 잠든 건지 경수는 종소리에 눈을 뜨지 않았다. 종소리에 분주해진 교실의 소란스러움이 이렇게 가득한데, 경수는 계속 눈을 감은 채였다. 종인은 몸을 일으키려다 분주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누워 경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선생님에 아쉬움이 가득 담긴 손길로 경수를 깨웠다.




 
 오늘은 다른 날 보다 왠지 더 꿀맛 같이 느껴지는 점심 시간. 익숙해 질 법도 한데 아직까지 부러움의 눈을 받는 경수의 도시락 뚜껑이 열렸다. 퍼지는 고기냄새에 교실 아이들이 힐끔힐끔 경수에게 시선을 보냈다. 경수가 조용히 밥을 먹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시선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종인의 도시락 위로 제 반찬을 덜어내었다. 밥 한 술을 뜨려다 말고 종인이 경수를 쳐다보면 그런 종인이 새삼스럽다는 듯 경수가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점심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오후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교실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오후의 첫 번 째 수업은 미술이였다. 교탁 위에 도화지를 올려놓은 미술 선생님이 반장을 시켜 아이들에게 도화지를 나누어주었다. 



 “다들 도화지 받았지? 서로 짝꿍을 마주보게 책상 옮겨.”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허둥지둥 앉은 상태로 책상을 돌렸다. 종인은 제 책상을 먼저 돌리고 낑낑거리며 책상을 돌리는 경수에게 팔을 뻗어 돌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자, 나눠준 도화지에 저번에 말해 준 수행평가 대로 이제 부터 짝꿍 얼굴을 그린다. 실시.”



 짝꿍의 얼굴을 서로 마주 본 아이들이 야유를 보냈다. 선생님은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아이들의 야유가 수그러들자 말을 이었다.



 “나중에 다 그리면 누가 그렸고, 누구의 얼굴인 지 맨 아래에 이름 써 넣어라. 대충 대충 그렸다가는 아주 짠 점수를 맛보게 될거야. 그럼 다시 실시.”



 야유는 보냈지만 수행평가란 소리에 아이들이 너도나도 필통에서 연필과 지우개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못나게 그리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은 인상까지 써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려나갔다.
 종인은 그림에 딱히 소질이 있는건 아니지만 화가 못지 않은 진지함으로 경수를 그리려 쥐고 있던 연필을 세로로 들어 한 쪽 눈을 감았다. 종인의 머리카락부터 슥슥 그리고 있던 경수가, 종인이 하는 짓을 보고서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종인은 흔들리지 않고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제스쳐를 한껏 취하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연필을 놀렸다.
 경수는 흐릿하게 스케치를 하고 종인의 얼굴과 제 그림을 번갈아보며 선을 따기 시작했다. 짙은 쌍꺼풀진 눈을 그리고, 오똑한 콧날을 그리고, 도톰한 입술까지 그리고나서 경수는 다시 종인을 쳐다보았다. 그림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잘생긴 종인이 손에 턱을 괴고서 경수를 보고 있었다. 경수는 가만히 자신을 보기만 하고 있는 종인을 보고 종인의 도화지를 보았다. 도화지 위가 깨끗했다. 
 아까 화가마냥 연필을 들 때는 언제고……? 경수가 종인에게 눈으로 물었다.



 “아, 나는 다 그려서 엎어 놓은 거다.”



 경수의 눈이 조금 커졌다. 벌써 다 그렸냐는 물음이 담긴 걸 알아차린 종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멀었냐?”



 종인이 궁금하다는 듯이 경수의 도화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종인의 도화지만 보다가 경수는 연필로 얼마 남지 않은 부분의 선을 후다닥 따고, 맨 처음 그리기 시작했던 종인의 머리카락을 그려나갔다. 한 올, 한 올, 위에서 아래로 연필 선을 죽죽 내려 긋기도 하고 살살 칠해 색도 입혀가다보니 어느새 종인의 얼굴이 모두 그려졌다.
 종인이 고개를 앞으로 내밀면서 경수가 그린 그림을 쳐다보았다. 얼핏 보았지만 경수의 그림 실력이 느껴져 종인은 입술을 동그랗게 말고 오오, 소리를 내었다. 그런 종인을 한 번 힐끗 보고 경수가 뿌듯해하며 도화지 맨 아래에 종인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경수 너는 그림도 잘 그린다. 내가 그리 잘생겼나? 엄청 멋지게도 그려놨네.”



 경수는 제 도화지 위를 손으로 조금 문지르다, 종인의 도화지를 슬쩍 잡아당겼다. 그에 종인이 얼른 손바닥으로 도화지 위를 누르더니 어색하게 입꼬리를 잡아당겨 웃었다. 



 “니 그림 보고 나니까 내껀 피카소 보다도 못 그린거 같다. 보지 마라.”



 경수가 한 번 더 종인의 도화지를 살짝 잡아당겼다. 종인이 불안한 눈을 하였다.



 “너 삐질 거 같다.”



 경수는 고개를 저었다.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종인은 도화지 위에서 손바닥을 천천히 뗴어냈다. 경수가 냉큼 종인의 도화지를 빼앗아 오듯 가져와 종인이 그린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



 경수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삐죽삐죽한 머리카락은 그렇다치겠는데 눈코입을 왜 이렇게 그려놨는지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커다란 동그라미 안에 까만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눈과 일직선 하나만 쭉 그어내린 코. 그리고 제일 이해가 되지 않은 하트모양 입.



 “거 봐라. 보지 말라 그러니깐…….”



 경수가 한 쪽 입꼬리만 씰룩대며 종인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그렸으니 빨리 그렸겠지. 경수가 한숨을 포옥 쉬고서 종인에게 도화지를 돌려주었다. 종인이 경수의 눈치를 보며 도화지를 건네받았다. 경수가 더 그릴 것도 없는 제 그림에 연필을 몇 번 놀리더니 주변을 정리하고 도화지를 미술 선생님에게 제출하였다. 자리로 돌아오는 경수를 멍하게 쳐다보다 종인도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나 도화지를 제출하였다. 자리로 돌아 온 종인이 괜히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적였다. 경수는 그런 종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우개 가루가 돌아다니는 책상을 손으로 청소하였다. 그림 하나 못 그렸다고 이러는건가. 종인은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경수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술 선생님이 도화지를 걷어가면서 미술 시간이 끝나고, 남아 있던 오후 수업을 마친 후 하교 시간이 되었다. 경수는 아이들이 모두 나가기를 조용히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왠일로 창가에 몸을 기대어 운동장을 내려다 보지 않는 경수를 보며 책가방을 다 챙긴 종인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저기, 경수야.”



 종인이 불러도 경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종인은 다시 의자에 앉으며 경수의 팔을 붙잡았다. 경수가 표정을 찡그렸다. 종인이 그 표정에 화들짝 놀라 경수의 팔에서 손을 떼고 급히 변명을 둘러대었다.



 “야, 내가 원래 그림에는 영 젬병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그렸는데. 진짜 난 최선 다 한거야.”
 “…….”
 “맘 같아서는 진짜, 그 뭐야, 누구였더라……그, 네, 뭐더라. 네…….”
 “…….”
 “아! 네모라르도 디카프리처럼 그리고 싶었는데. 그게 뭐 마음대로 돼? 내 손이 영 따라주질 않는데. 응? 그러니까.”



 종인이 양 손을 정신사납게 흔들었다. 경수가 인상을 한 번 쓰고서 종인을 쳐다보았다. 허공을 가르던 종인의 손과 이어가려던 말이 동시에 뚝 멈추었다. 경수가 오후 수업 내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드디어 열었다.



 “다시 말 해 봐. 누구 처럼 그리고 싶었다고?”



 종인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네모라르도……디카프리. 야, 나 이거 진심이다. 정말로.”



 이 때, 경수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봤던 경수의 웃음들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웃음소리였다. 이렇게 크게 웃는건 처음이라 종인이 당황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경수는 배를 붙잡고 책상 위에 엎드려 어깨를 털면서까지 웃다가 허리를 펴고 끅끅대며 그새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종인은 여전히 굳어있던 상태였다.
 경수의 웃음소리가 조금 잠잠해지나 싶더니, 굳어버린 종인을 보고 한 번 더 웃음이 터진 경수가 마구 웃어댔다.



 “야, 뭐? 네모? 네모라르도? 푸하!”



 뭐가 그렇게 웃긴건지 눈을 질끈 감아가면서 배를 붙잡고 웃던 경수가 드디어 겨우 진정을 하고 웃는 것을 서서히 멈추었다.



 “아, 진짜 살면서 들은 말 중에 제일 웃겼다. 네모라르도 디카프리.”
 “그게 그렇게 웃겨?”
 “종인아,”
 “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따라 해 봐.”
 “뭐라?”
 “빨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네모….”
 “네모가 아니라 레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경수가 종인을 향해 한 번 씨익, 웃고 뒤늦게 가방을 챙겼다. 갸웃거리며 경수가 가방을 싸는 걸 보던 종인이 말했다.



 “삐진거 풀렸나.”
 “응?”



 다 챙긴 가방 문을 닫으며 경수가 되 묻자, 종인이 진지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삐진거 풀렸냐고.”
 “나 삐진거 아닌데.”
 “그림 못 그렸다고 삐진거 아니였어?”



 어린 아이같은 발언에 가방을 메려던 경수가 책상 위에 가방을 도로 내려놓고 대답했다.



 “무슨. 내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여?”
 “……뭐, 좁아 보이는건 아니고.”



 종인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경수는 다시 가방을 메고 교실에서 나왔다. 종인이 경수의 뒤를 따랐다.





 개울가 징검다리에 도착한 둘은 사이좋게 다리를 건넜다. 등교 때 처럼 경수가 앞서 건넜고, 종인이 경수의 뒤에 바짝 붙은 채로 건넜다.
 징검다리를 중간 쯤 건넜을 때, 경수가 말했다.



 “근데 종인아.”
 “응, 왜.”
 “내가 눈이 그렇게 생겼어?”
 “응?”



 경수의 뒤에 바짝 붙어서 가고 있던 종인은 느닷없이 가던 걸음을 멈춘 경수때문에 본의 아니게 경수와 한 징검다리 위에 같이 서게 되었다. 뒤로 물러나면 되는데 하필이면 뒤에 있는 징검다리가 물 속에 잠겨있는 징검다리라 그러지도 못했다. 그 징검다리 뒤로 물러설까 했지만 경수가 천천히 뒤를 돌아서서 종인을 똑바로 쳐다보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다.
 경수가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고 눈 앞에 가져다 대고서 눈을 깜빡였다.



 “미술 시간에 이렇게 그렸잖아. 내 눈.”



 경수의 말에 종인이 어깨에 힘을 탁 풀고 투덜거렸다.



 “……뭐야. 삐진거 맞네.”
 “안 삐졌다니까.”
 “근데 이제 와서 그걸 물어보냐.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는 그림은 영 젬병이라 니 눈이 자꾸 계속 움직이는데 똑같이 그릴 수가 있어야 말이지. 예쁜 눈 더 예쁘게 그리고 싶었는데……어쩌겠냐. 내 그림 실력이 그런걸.”



 예쁘다는 발언에 경수가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표정을 지을 뻔 했지만 애써 숨기려 든 얼굴이었다. 경수가 지그시 자신을 내려다 보는 종인에게 두 번 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코는?”
 “코?”
 “이렇게 선만 그어놨던데.”



 손가락을 들고 코 앞에 놓으며 경수가 묻자, 종인이 눈을 또르륵 굴려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코는 그리기 어렵잖아.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봤는데 안 예쁘게 그려져. 그래서 그냥 쭉 그었는데.”
 “치……. 그럼 입은?”
 “입?”
 “입도 그리기 어려웠어?”



 경수는 종인이 그려놨던 것 처럼 손으로 하트를 만드려다가 왠지 부끄러운 탓에 내켜지지가 않아 모양 만드는 것을 관두고 물었다. 종인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모르냐. 너는 입이 하트 모양이다.”
 “전혀 모르겠는데?”
 “넌 거울도 안 보고 살아? 너 웃을 때 입이 하트 모양된다. 이렇게.”



 종인이 손가락으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고, 경수의 입 앞에 가져다대었다. 경수의 입술에 종인의 손가락이 살짝, 아주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닿은 것에 놀란 경수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깜빡였다. 종인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닿았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사람 마냥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경수를 오히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경수가 고개를 내리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겼다. 단지 그의 손가락이 입술에 닿은 것 뿐인데 귀까지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종인이 눈치없이 그런 경수의 얼굴을 움켜쥐고 걱정스레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얼굴이 엄청 빨갛다, 너.”
 “…….”
 “아파?”



 아프냐는 물음에 경수가 자동반사적으로 종인의 손을 쳐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쳐낸거라 쳐놓고 경수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단지 종인에게 더이상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음에 그랬던건데. 조금은 세게 손을 쳐낸거라 종인이 화라도 낼까 싶어 경수가 안절부절 하였다. 손을 쳐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는데, 종인이 다시 경수의 볼을 감싸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경수의 고개를 위로 들게 하였다. 불쌍한 강아지처럼 울상을 짓고 있는 경수에게 미소를 띄우며 종인이 말했다.



 “팔팔하네. 다행이다.”
 “……미, 미…….”
 “얼굴이 갑자기 빨개지길래 놀라서. 안 아픈 거 맞지?”



 경수가 마른 침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은 경수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냈다.



 “그럼 됐어. 얼른 가자. 동네 사람들 올라.”



 종인이 경수의 등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경수가 천천히 몸을 돌리고 남은 징검다리를 건넜다. 
 징검다리를 모두 건넌 둘은 인사를 하고 서로의 집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경수가 가방 끈을 고쳐메고 걷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등 뒤에서 종인이 걷는 소리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섞였다. 나뭇잎들이 노래하 듯 바스락거렸다. 경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나뭇잎 노래가 멈추고, 경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



 종인이 경수를 향해 서서 경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주친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뭐야. 가다 말고 뒤는 왜 돌아 봐.”
 “그러는 넌.”



 종인이 개구지게 웃으며 손으로 경수에게 어서 가라는 듯 손짓했다. 경수도 종인에게 손을 팔랑였다.



 “잘 가.”
 “응.



 종인이 먼저 등을 돌려 걸었다. 종인의 등을 조금 바라 본 경수가 다시 집 방향으로 걸었다. 기분이 좋았다. 일부러 놀려주려고 종인의 그림을 본 후에 삐진 척을 하였더니 곧이 곧대로 반응했었던 종인이 떠올라 경수가 혼자 쿡쿡 웃었다. 유명한 미술 화가 이름도 잘못 알고 있는데 진지하게 변명하던 귀여운 모습도 떠올랐다. 가는 길이 즐거워 질 것 같아 경수의 웃음이 끊이 질 않았다.
 그 때 였다.



 “도경수. 뭐 그렇게 혼자 웃으면서 가냐.”



 가까이에서 들리는 종인의 목소리, 어느새 허리를 감싸고 있는 종인의 팔. 경수가 놀랄 틈도 없이 종인은 경수를 안았다가 놓아주었다. 경수가 얼른 뒤를 돌고 어느새 뒤에 따라 붙은 종인에게 높은 소리를 내었다.



 “까, 깜짝이야. 뭐야, 왜 안가고……?”
 “그냥.”



 종인이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놀랐으면 미안. 안아달라고 그러는 거 같아서.”
 “뭐? 누가!”
 “조심히 가. 내일 학교에서 보자.”



 경수의 반박에 대답은 하지 않고 종인은 그대로 뒤를 돌아 뛰어갔다. 더이상 가다 말고 뒤를 돌아보거나 알게 모르게 뒤따라와 백허그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 분명하게 담겨있는 뜀박질이었다. 놀란 경수의 가슴은 진정 될 줄 몰라하고 펑펑 뛰어댔다.



 “씨이…….”



 입은 비죽 거리며 투덜거리는 경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경수는 조금씩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종인을 한 번 쳐다보고 발걸음을 떼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즐겁게해주는 종인이 있어 경수는 혼자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안녕하세여 한별이에여

초록글도 부럽지 않고, 열 독자를 거느리는 작가님도 부럽지 않아요. 전 그저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답니다

댓글을 원하지 않느냐구요? 저도 사람인데 원하지 않을리 있겠습니까 전 다만 제 글을 읽어주셨다는 그 자체로도 만족을 하는거에요

소중한 글이라고, 이 글을 읽게 되어서 좋다는 그 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신거 헛되이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기대에 조금 더 부응하는 한별이 될게요

글 솜씨가 많이 좋진 못하지만 읽어주신 여러분께 여전히 감사하며 다음 글로 찾아뵐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오늘 내용 되게 이상하네요 엄청 창피함 뎨둉


대표 사진
독자1
작가님 저 오늘 정주행했던 독잔데요ㅜㅠㅠㅠㅠ 신알싱도 처음 했거든ㅇ요 신알신은 좋은 거였어요 바로바로 쪽지도 오고! ㅠㅠㅠㅠ 저 오늘밤도 한껏 설레다 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진짜 설렌다니까요ㅠㅠㅠ 내용 전혀 안 이상해요!! 설레...설레요...학... 제 몸의 세포가...하...하...작가님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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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
정주행 해준것도 너무 고마운데 바로 댓글까지 써줘서 너무 고마운거 알아요 몰라요 늦은 시간이라 별 기대 안했는데 내 마음을 다 설레게 해주네 고마워요 예쁜 독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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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ㅠㅠㅠ작가님이 더 예뻐요ㅠ퓨ㅠㅠㅠㅠㅠㅠㅠ 글 써줘서 진짜 고마워요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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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헉 갑자기 안는 거 너므 심장어택 아닌가여ㅜㅜㅜㅜㅠㅠㅠㅜㅜ 보다가 설렘사로 죽을 뻔 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담담하게 이야기 푸시는 거 ㅇ완전 잘하시는 것 같아여!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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