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4.5 | 인스티즈](http://img829.imageshack.us/img829/4936/29818292.jpg)
일본 단어 ツンデレ(츤데레) 에서 유래된 말로, 많은 사람들 앞에선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만은 유독 태도가 바뀌는 캐릭터를 말한다
Simon Dominic - 끈 (No more) (feat. Junggigo)
[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4.5 |
"남우현…."
병실 앞 문에 적혀 있는 녀석의 이름을 조용히 입 밖으로 꺼내 보았다. 어색하다. 남우현이라는 세 글자가 이렇게만치 어색해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건가 싶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 손에 들었던 죽 봉투를 한 손에 고쳐 잡고 병실 문고리를 쥐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기범의 시야에 어깨에 붕대를 칭칭 감은 우현이 담겼다. 땅바닥만을 빤히 노려보고 있던 우현이 제 앞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둘의 시선이 맞닿아, 기범은 순간적으로 놀라 죽통을 떨어트릴 뻔했지만 곧 우현에게 여유 남짓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먼저 우현에게서 시선을 거둔 기범이 죽통을 판자 위에 올려두고 제 겉옷을 주섬주섬 개어 걸었다. 안 자고 있었네. 우현의 노골적인 시선을 애써 피한 채 기범이 입을 열었다.
"피곤하면 좀 자 두지." "애초에 잘 생각은 없었어"
"죽 사왔어. 식기 전에 먹어" "응."
고맙다는 말이 내심 듣고 싶었지만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제게 해 줄 우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범은 별 반응 없이 병실 침대 앞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의자에 앉아 마주한 우현은 내심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티 내지 않으려고 애 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아까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성규를 마주쳤었던 기범은 우현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지 곧장 짐작할 수 있었다. 김성규인 줄 알았는데 내가 왔다, 뭐 이거겠지. 씁쓸했지만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기범은 죽통을 열어 우현이 먹기 좋도록 그릇에 죽을 덜곤 하던 대화를 마저 이었다.
"누구 기다려?" "왜?" "초조해 보이길래." "아, 어."
기범은 우현의 대답에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를 죽 사이에 꽂은 그릇을 우현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짧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 우현이 수저를 들고 조금씩 죽을 떠먹기 시작했다. 그런 우현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 보다가, 문득 기범은 제 배 역시도 허기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우현이 다쳤다는 소리를 전해 들은 후부터는 허겁지겁 뛰어 오느라 한 끼도 못 먹었던 것 같다. 꼬르륵. 그 사실을 알아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범의 배에서 결국 신호가 울렸다. 숟가락으로 죽을 휘젓던 우현이 소리가 남과 동시에 기범에게 시선을 두었다. 풉. 우현의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어색했던 병실을 메웠다. 그리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다, 우현은 자신이 먹던 그릇을 기범에게 내밀었다.
"아냐 괜찮아. 나 안 배고픈데…." "지랄 한다. 얼른 먹어 까불지 말고" "나 진짜 괜찮아" "먹기 싫음 버려. 난 안 먹는다"
자기는 안 먹을 테니 니가 먹던 말던 알아서 해라, 식인 우현의 태도에 결국 기범은 별 수 없이 두 손으로 그릇을 건네 받았다. 진짜 먹어도 돼? 하고 묻자 이내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웃음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기범이 쓰게 웃으며 결국 제가 사온 죽을 떠 먹었다. 괜히 무안해져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밥 먹다 머리 긁는 사람이 어딨냐며 채근하는 우현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수저를 들었다.
"근데 넌 어떻게 알고 여길 찾아왔냐?" "너 옛날부터 사고 칠 때마다 이 병원 왔었잖아."
내가 보호자로 등록되있어서 너 여기 오면 나한테도 연락 와. 기범이 죽을 떠먹다 말고 오물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아, 그러냐. 몰랐다는 듯 우현이 휘어지도록 접었던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우현의 모습이 귀여워서 순간적으로 잘못 삼킬 뻔 했다면 거짓은 아닐 터. 기범은 죽을 떠 먹는 그 순간까지도 우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 했다. 잘생긴 거 아니까 그만 봐. 우현의 개드립에 피식 웃으면서도 기범은 끝까지 우현의 얼굴을 주시했다. 저번에 우현이 술 취해서 제게 했던 말이 자꾸 환청인지 모르게 들려왔다. 기범은 제 귀를 간지럽히는 그 때의 기억들을 떨처 내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술김에 한 말이였을 거야. 기범은 애써 자신을 위로하곤 우현을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
"김성규."
켁. 갑자기 우현의 입에서 들려온 김성규라는 세 글자에 기범은 먹던 죽을 뱉을 뻔 했지만 이내 태연한 척 답문해왔다. 김성규?
"김성규. 기다리고 있었어" "여기 온대?" "명수가 연락했으니까 올 거야."
적어도 내가 아는 김성규라면, 올 것 같아. 확신에 찬 우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기범이 못내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땐 술김에 뱉은 말인 줄 알았더니, 정말로 하루종일 김성규 생각이구나. 이렇게 우현이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다는 건 아마 이례적인 일임이 분명했다. 하긴 아까 전 마주쳤던 '김성규' 라는, 그러니까 남우현이 좋아하는 김성규라는 인물은 제가 봐도 남우현이 좋아할 만 해 보였다. 의도치 않게 냉랭해 보이는 긴 속눈썹이나, 특유의 약간 갈라진 듯 한 미성이나. 그래. 기범 자신도 엘리베이터 입구 앞에 선 순간 녀석이 김성규일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으니까.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김성규에게 매달리는 우현이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기범은 먹던 죽 뚜껑을 닫곤 결국 봉투 안으로 다시 넣었다.
"더 먹지 그래?" "속이 안 좋아."
"… 질투 안 나?" "뭐?"
뜬금없는 우현의 말에 당황한 기범이 되물었다. 질투?
"내가 김성규 얘기 하면, 질투 안 나느냐고."
나. 많이 나 우현아. 그건 니가 더 잘 알 텐데.. 속으로 하고 싶은 많았지만 결국 기범은 마음 속으로 그 모든 말들을 꾹꾹 묻었다. 재차 말하지만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기범은 어느새 땀이 축축하게 배인 제 양 손바닥을 바지에 스윽 닦았다.
"안 나." "장담해?" "응. 그리고…,"
어차피 김성규는 여기 안 올 거야. 기범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우현이 한 마디라도 더 뱉으면 왠지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결국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바람 좀 쐬고 올게. 되도 않는 핑계를 두고 기범은 결국 병실을 나왔다.
오랜만에 갖춰 입은 제 코트 주머니 안에 손을 넣자 언제 샀는지 모를 담배 한 갑이 쥐어졌다. 덤으로 라이타까지. 벌써 20분 째 병원 앞 의자에 홀로 멍하니 앉아 있던 기범이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였다. 입술 새로 투영되는 쓴 담배 연기가 제 몸 구석 구석 배겼다. 으으, 쓰다. 기범은 오랜만에 맛 보는 담배 연기에 눈썹을 미세하게 떨었다.
차라리 오늘 김성규를 안 마주쳤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기범은 병신 같은 제 운을 탓하며 희뿌연 연기를 공중에 뿜어냈다. 하얗게 사라지는 연기가 꽤나 우습다. 차라리 오늘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김성규 역시도 여태 우현이 좋아해 왔었던 개년들 중 하나와도 같은 존재로 치부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었을 텐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성규는 여태 제 길을 가로막았던 다른 개년들이랑은 확실히 달랐다. 순수한 척 물어오는 그 목소리도, 게슴츠레 뜬 두 눈도, 어딘가 모르게 무기력한 행동도. 정말 우현이 앞으로 계속해서 김성규만을 쫒을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혹 그렇게 된다면,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걸까. 자꾸만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여기서 뭐 해요?"
남우현 안 보호하고. 혼자만의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쯤 뒤에서 들려오는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에 기범은 재빨리 뒤를 돌았다. 뭐야. 누구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 앞엔 아까 보았던 김성규가 서 있었다. 기범은 가뜩이나 구겨진 얼굴을 더욱 찡그렸다. 아까 전에 갔으면 그걸로 끝이지, 왜 다시 찾아온 거야. 마치 눈엣가시 보듯 성규를 쳐다보다 이윽고 기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꽤나 퉁명스러웠다.
"왜 다시 왔어요." "확신이 생겼거든요"
그런 기범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규는 아주 유하게, 기범의 퉁명스런 질문을 맞받아쳤다. 남우현은, 저를 역겨워하지 않을 거에요.
"저 남우현 보고 갈 거에요." "……." "어차피 병실까진 안 찾아 갈 테니까, 추우면 들어가 계세요"
부드러우면서도 냉철하게, 성규가 기범에게 마지막까지 말을 건네곤 쌩하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성규가 제 시야에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 기범은 손에 쥐었던 담배를 저도 모르게 툭, 하고 떨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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