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아, 어디가?"
"아, 요 앞에. 빨리 갔다올게."
"...응. 빨리와."
민석이 나가고 나자 불안해진 루한이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저녁마다 항상 어디를 갔다온 민석은 돌아올때마다 항상 옅은 피냄새가 났다. 어디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태연하게 갑갑해서 산책좀 하다 왔다고 말하는 민석에 루한은 뉴스를 볼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요새 뉴스에서는 20대 남성만을 살해하고 다니는 살인범의 뉴스가 자주 나왔다. 괜히 또 불안해진 루한은 거실을 왔다갔다 거리며 안절부절 못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현관문이 열리더니 민석이 들어왔다. 루한은 민석에게 달려가 물었다.
"어, 어디갔다 왔어?"
"그냥, 산책."
"...그래?"
"응. 루한아, 배 안고파?"
은근슬쩍 화제를 돌리며 다른말을 하는 민석에 루한은 괜찮다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민석은 방으로 들어가는 루한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는 자신의 팔을 들어 킁킁댔다. ...피냄새 났나? 비염때문에 냄새를 잘 못맡는 민석은 안나겠지, 하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루한은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자마자 몸을 수구리고는 헛구역질을 해댔다. 민석의 앞에 다가가자마자 확 끼쳐오는 피냄새를 간신히 참은 루한은 식은땀이 흐르는듯 했다. 물증만 없었지, 민석이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는게 사실처럼 느껴진 루한은 온 몸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다.
민석아. 너가, 살인자야?
**********
루한은 침대에 누워 계속 뒤척거렸다. 얼마나 씻는건지 한시간째 샤워중인 민석이 신경쓰인 루한은 다시 떨려오는 손을 꽉 쥐었다. 한참을 눈만 감고 누워있었을까, 방 문이 열리고는 민석이 들어오자 몸을 확 굳힌 루한이 옆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든 민석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시간정도를 잠을 못자고 뒤척거린 루한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살짝 눈을 떴다가 들려오는 민석의 목소리에 확 눈을 감았다.
"... 루한아, 자?"
눈을 꼭 감고 자는척을 하는 루한에게 몇번 말을 걸던 민석은 루한이 깊은 잠에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주섬주섬 옷을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급하게 가디건을 꺼내 걸친 루한이 재빨리 밖으로 나가 민석의 뒤를 조용히 밟았다. 민석은 콧노래를 부르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루한이 그 뒤를 조심조심 따라갔다. 민석이 멈춘곳은 한 오피스텔이었다. CCTV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 민석이 곧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루한도 주변을 둘러보고는 민석이 올라간 곳으로 올라갔다. 그때, 복도에서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루한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코너를 돌아 복도를 걸었다. 복도의 끝에는 어디서 났는지 피가 묻어있는 칼을 들고는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는 남자를 쳐다보는 민석이 있었다. 남자는 아직 살아있었다. 루한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칼을 번쩍 드는 민석을 향해 소리쳤다.
"민석아!!"
루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민석이 든 칼은 남자의 심장부분을 끝없이 파고들었다. 루한이 입을 막고 떨리는 몸을 벽에 기대어 지탱하고 있자 민석이 재빠르게 칼을 뽑으며 루한에게 물었다.
"...루한아..?"
"민, 민석아. 이, 이리와. 응? 빨리!!"
루한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민석을 억지로 잡아 끌어 밖으로 나왔다. 오피스텔 안에서는 온갖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루한은 민석의 손목을 잡고는 제빨리 오피스텔 근처를 벗어났다. 한참을 달려 집에 도착한 루한은 신발을 벗자마자 풀리는 다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민석은 루한의 뒤에서 여전히 피범벅인 칼을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루한이 정신을 차린 뒤 몸을 일으켜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아, 왜, 왜그랬어? 응? 솔직하게 말해봐. 응? 말 해보라고!!"
"...루한아."
"응. 괜찮아, 말해봐."
"...나, 안무서워?"
"뭐?"
"내가 무섭지 않아?"
...민석아. 무섭지 않냐고 물어오는 눈을 바라본 루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민석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일단, 칼은 좀 놓고. 나랑 얘기좀 해. 루한의 말에 민석이 칼을 싱크대에 살짝 던져놓고 루한을 따라 거실로 들어섰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루한이 민석에게 물었다.
"민석아, 내가 지금부터 물어보는거 솔직하게 대답 해줘. 알았지?"
"...알았어."
"그.. 뉴스에 나오는 살인범이, ...너야?"
"....."
"응? 대답해봐, 민석아. 나 화 안낼거야."
루한의 애달픈 재촉에 민석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루한은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끔찍한 살인마가 너였니. 착잡해진 루한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한숨만 연달아 뱉어냈다. 할말이 없는 민석은 계속 루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그랬어, 응? 이유가 있을거 아니야."
"......그냥."
그냥, 이라니. 머리를 잔뜩 헤집는 루한을 빤히 쳐다보고있던 민석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체 있는 민석에게 루한이 물었다.
"민석아. 이제, 그런짓 안하겠다고 약속해. 응?"
"루한아,"
"얼른. 응? 안할거지? 다신 안그럴거지?"
"....."
"빨리 대답 해!!"
"...알았어, 미안해. 루한아."
루한은 억지로라도 받아낸 확답에 소파에 몸을 길게 기대고는 탄식을 뱉어냈다. 민석은 그런 루한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
"민석아 어디 가면 안돼."
"알았어."
"내 손 꼭 잡고 있어. 알았지?"
"응."
루한은 혹시라도 자신이 잠든 사이에 민석이 밖으로 나갈까봐 팔에 힘줄이 돋을 정도로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세게 잡혀 하얗게 변해버린 손을 슬쩍 내려다 본 민석은 루한에게 슬쩍 웃어준 뒤 눈을 감았다. 정신없이 잠을 잔 루한이 번뜩 눈을 뜨고는 옆자리를 보았다. 민석이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자고있었다.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루한이 민석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쓰게 웃었다. 그 뒤로 루한은 버릇처럼 새벽이 되면 눈을 뜨곤 했다. 그때마다 항상 옆자리를 살펴보고는 곤히 자고있는 민석에 안심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기 일수였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한동안 뉴스에서도 비춰지지 않았던 살인자의 이야기가 다시 대두되었다. 소파에 앉아 뉴스를 보던 루한은 옆에 앉아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민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민석은 루한의 시선을 느끼고는 티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나 아니야."
"응?"
"저거. 내가 한거 아니야."
"아.. 그래. 알았어. 나 너 믿어 민석아."
루한의 말에 계속 티비에 고정되어있던 민석의 눈동자가 약하게 흔들렸다.
**********
루한은 목이 마르는듯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났다. 습관처럼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바라본 루한이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현관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루한은 가디건을 걸칠 세도 없이 바로 민석을 쫓아갔다. 아무리 뛰어도 따라잡히지 않는 민석을 헉헉대며 따라간 루한은 근처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민석을 재빨리 뒤쫓았다. 안돼, 민석아. 하지마. 제발..! 루한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가게 안에서는 예전에도 한번 들어본 비명소리가 들렸다. 루한이 도착했을때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정신이 나간것처럼 이미 숨이 끊어진 시체에 칼을 넣었다 뺏다 하는 민석의 어깨를 강하게 쥐어잡은 루한이 텅 빈 민석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정신 차려, 김민석! 미쳤어? 너 정신 나갔어?!"
"루한아.. 나.."
"얼른 가자, 빨,"
민석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가게를 나가려고 하던 루한은 몰려오는 경찰차 소리에 몸이 굳었다. 민석은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몸을 덜덜 떨며 루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루한은 덜덜 떨리는 민석의 손목을 잡고는 조용히 말했다.
"얼른 가. 빨리."
"루, 루한아."
"빨리!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얼른 가."
"루한아아-"
"가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곧 갈게. 응? 얼른 가."
민석은 자신의 등을 억지로 떠미는 손길에 가게를 나서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루한은 자신을 떨리는 눈으로 쳐다보는 민석에게 가볍게 웃어주었다. 얼른 가, 민석아. 민석이 시야에서 멀어지자 루한은 시체에 꽂혀있는 칼에 잔뜩 자신의 지문을 묻히고, 온 몸에 피를 묻혔다. 시체 앞에서 두 무릎을 꿇고는 칼을 들고 얌전히 경찰들이 오길 기다린 루한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곧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루한은 두 손목에 수갑을 체운 채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이제, 괜찮아 민석아. 너만 무사하면 돼.
**********
민석은 며칠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루한에 불안에 떨다가 아무 옷이나 걸치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때 문 사이에 끼어있던 봉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석은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안에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다급하게 편지를 읽은 민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편지에는 루한의 필체로 면회 오라는 말 한마디가 적혀있었다. 민석은 편지를 들고는 바로 루한이 있을 교도소로 출발했다. 면회를 신청하고 몇분 있다가 면회실로 들어가라는 교도관의 말에 떨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였다. 면회실 유리벽 맞은편에는 그새 수척해진 루한이 민석을 향해 슬쩍 웃고있었다.
"왔어? 오랜만이야, 민석아."
"루한아.. 루한아아.."
"울지말고. 오랜만에 보는데 우는얼굴 보여줄거야?"
자신을 보며 울고있는 민석에 당장이라도 안아주고싶었지만 유리벽만 손으로 매만지는 루한이었다. 루한은 민석이 울음을 그칠때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다가 조금 진정한것같은 민석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 사형이래."
"...뭐?"
"일주일 뒤에, 사형당한대."
마치 남 얘기를 하듯이 말하는 루한을 민석이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때 면회 시간이 끝났다는 교도관의 말과 함께 사라지는 루한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민석이 정신이 나간듯 비틀거리며 면회실을 나섰다. 끝까지 민석에게 아무 말도 못해준 루한의 눈에도 살짝 눈물이 고였다. 수감실에 들어가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던 루한이 철창 밖에 서있던 교도관에게 말했다. ...화장실좀 가고싶은데. 루한을 탐탁치않게 훑어본 교도관은 열쇠로 문을 열어 루한에게 얼른 다녀오라고 말을 했다. 화장실을 가는 척 하던 루한은 그대로 교도소 밖을 나가 담장을 타고 밖으로 넘어갔다. 누군가 뒤따라오기 전에 얼른 가야했다. 루한은 도망치는 도중 벗겨진 신발을 다시 신을 새도 없이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내일 당장 사형 당한대도 좋다. 자신을 보며 눈물만 뚝뚝 흘리던 민석이 생각난 루한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기다려, 민석아. 지금 갈게. 한참을 뛰었을까, 목에서 피맛이 나기 시작한 루한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이며 자신과 민석이 살고있는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조차 아까운 루한은 금새 6층까지 뛰어올라가 현관 도어락을 열고 민석을 찾았다.
"민석아...!"
부엌이고 거실이고 여기저기 불이 켜져있는 집안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루한이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였다. 루한은 방 문을 열자 뒷걸음을 치다가 다리가 풀려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방 안에는 민석이 있었다. 천장에 목을 메달아 자살한 민석이, 있었다. 루한이 사형당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집에 와 천장에 목을 메달고 자살을 한 민석이었다. 루한은 텅 빈 눈을 한 채 부엌으로 가 식칼을 들고는 민석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민석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손목 깊숙히 칼을 찔러 넣었다.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얼굴을 한껏 찌푸린 루한은 그대로 칼을 밑으로 그어냈고 이내 흐려지는 시야에 옅은 미소를 걸고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잘 쓰면 참 좋았을텐데
제 글을 제가 망쳤네요
아오 이 똥손 ^^!
다 쓰고보니까 민석이 대사가 루한아... 루한아... 이거밖에 없는듯 ㅠㅠ..
이건 뭐 내용이 이어지지도않고... A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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