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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선] 우리에게 끝은 없다 1 4 | 인스티즈







세상에서 가장 슬픈 폭력








 대중 사우나실이 있는 온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늘지고 습기찬 숲길을 따라 숲 너머의 산 속에 있는 호젓한 모텔로 걸어갔다. 몇 마디 이야기만 하고 이내 돌아나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차를 모텔까지 몰고 가 은밀한 주차장에 세워놓기가 싫었다. 두 번쯤 든 적이 있었던 모텔의 삼층 방에는 김창수가 먼저 와 있었다. 나는 문 앞에서 숨을 가다듬었다. 새벽에 눈을 뜬 후부터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다짐한 말이 하나 있었다. 이제 그 말을 할 차례가 된 것이었다. 단 한 번도, 나는 당신을 사랑한 적은 없었다. 모든 것은 그냥 혼란이었다. 이 지경에 와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도 있었다. 이를테면, 나를 사랑했던가 하는 따위 질문.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고도 작별을 견딜 수가 있을까….


 그러나 방 안에 들어서자 모든 것은 예상과 달라져버렸다. 낭자한 꽃무늬 커튼을 친 방은 어두웠고 김창수가 격렬하게 끌어안았다. 나는 밀쳐내려고 그의 가슴을 밀다가 그의 등을 몇 번 쳤다. 그는 나의 행동에 상관하지 않고 나를 끌어안고 밀며 방바닥을 비척비척 걸어다녔다.



“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야?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고 ”



 김창수는 괴롭게 내뱉으며 나의 옷을 벗겨냈다.



“ 인생을 바꾸는 것 따윈 평생 한 번이면 충분해. 다시 혼란을 겪고 싶지 않아. ”



 그의 입술이 머리카락과 귀와 목께에 스쳤다. 김창수가 나의 목을 데이도록 뜨겁게 물었다.



“ 그만하자. 그래. 이제 그만 게임을 끝내자. 이렇게 빠르게 끝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난 게임 이상은 원하지 않아. ”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나의 몸 속으로 손을 넣었고 나는 저지할 수 없었다. 우리는 불이 붙은 듯 흥분해 있었고 섹스는 갑작스럽게 끝났다. 우리의 두 몸 사이엔 따뜻한 물을 쏟은 듯 땀이 흥건하게 고였다. 나는 수건을 물에 적셔 다리 사이를 닦고 그의 몸을 닦아주었다. 나는 여전히 흥분이 식지 않아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입속에 뭔가를 가득 베어 물고 싶었다. 욕망 때문에 이로 그의 살을 찢고 싶었다. 뭔가로 내 몸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 나는 그의 배 위에 등을 대고 천장을 향해 누우며 중얼거렸다.



“ 난 지금 당신 살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인육을 먹는 사람처럼… ”



 그가 팔을 뻗어 나의 몸을 돌렸다. 나는 그의 손을 들어 나의 입안에 넣었다. 나는 손가락과 손톱을 적셨다.



“ 난 당신이 아직 필요해요. 벼랑에서 밀려 떨어지는 것같이 무서워요.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 제발 아직은 나를 피하지 말아요. 아직은 다른 여자 만나지 말아요…. ”

“ 왜 내가 너를 피하고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다른 여자를 태우고 다니는지, 그걸 몰라? ”



 김창수가 숨을 쉴 때마다 나의 몸이 오르락내리락했다. 평화로웠다. 이런 시간에도 바깥엔 시간이 흘러가겠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고 어떤 아이는 울고 어떤 아이는 웃겠지. 숲에는 찬란한 빛의 낙엽이 떨어지고 마른풀들이 바람에 기울어지며 스산한 소리를 내고 철새들은 산을 넘어 날아가고 개미들은 땅속에 집을 짓고 나비는 바다를 건너가겠지… 한참 뒤에 김창수가 말했다.



“ 이 순간보다 더 나은 순간이 있을까… 너 때문에 내 인생에 혼란이 와. 지금의 내 삶은 너무 이기적이고 무가치한 먼지 같아. 어리석은 덫인 줄 알면서도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의 몸에서 내 아이를 낳고 날만 새면 튀어나가 돈을 벌고 한밤에 가족이 잠든 곁으로 돌아가 웅크리고 잠드는 이타적인 삶이 갑자기 전율이 일 지경으로 위대하게 느껴지는 거야. ”

“ 여전히 빈정대네요. ”

“ 이젠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이제 와서 투항할 순 없어. 가정이란 참 이상해. 아이는 성장하고 부모는 죽어가고, 탄생이 있고, 장례식이 있고, 부부는 점점 육친처럼 동질화되어가고 그러니 혼외정사와 배반의 욕망은 번성하고 아이들은 저항하고 어른들은 통제하고 형제끼린 경쟁하고 반목하고… 눈먼 에너지들의 맹목적인 충돌이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몰라. 생명이란 원래 혼돈 속에서 태어나는 법이니까. 아무리 인문화되어도 결국은 연속성이라는 일종의 광기와 같은 비이성적인 번식 욕망의 지배를 받은 카오스야. 난 이 생을 믿지 않아. 근본적으로 생은 파괴적이야. 살아있는 모든 것은 패배자의 운명을 타고난 거지. 난 그걸 오래 전에 알아버렸어… ”

“ 그것만이 우리에게 허용된 삶이라면, 그것밖에는 없다면요. ”

“ 그러니 차라리 비현실적인 방법을 택한 거야. ”

“ 언젠가, 기운이 빠지면 당신도 이 생을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 아니면 자살하든지… ”

“ 너가 나를 그렇게 잘 아나… ”



 그가 갑자기 나의 어깨를 물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털고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나의 이가 깊숙이 더 깊숙이 내 살속에 박히도록….



“ 나도 너를 먹을 수 있을 거 같아. ”



 그가 다시 나의 다리를 벌렸다.



“ 언제 만날까요?… 약속을 해줘요. ”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물었다. 그는 나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가파른 호흡으로 속삭였다.



“ … 모레. 그래. 모레 오후 세시 휴게소에서 봐. ”






 오후 다섯시였다. 모텔 앞에서 김창수를 보내고 나는 숲의 어두운 오솔길을 따라 대중탕이 있는 온천장으로 내려갔다. 차 앞으로 다가갔을 때, 불에 당군 꼬챙이같이 내 몸을 꿰는 팽팽한 시선을 느꼈다. 나는 의식적으로 발등만 내려다보며 걷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김주영이 서 있었다. 얼어붙는 것 같았다. 김주영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웃으려 해도 얼굴 근육이 멋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흥분했을 때면 늘 그렇듯이 김주영의 눈 밑이 무섭도록 붉었다.



“ 거기서 뭐 했어? ”



 너무 낮아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나뭇잎을 거칠게 훑어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화장이 함부로 지워지고 정염의 피로로 흐릿해진 나의 얼굴을 차갑게 훑어보았다. 두 눈이 공중에 멈춘 돌처럼 단단했다.



“ 산책. ”

“ 산책, 그냥 숲길을 걸었다고? 언제 왔어? ”

“ …… ”



 김주영은 나의 가방을 휙 낚아챘다. 나는 가방 끝을 쥔 채 황급히 말했다.



“ …삼십 분쯤 전에. ”



 그가 하, 하고 웃었다.



“ 난 세 시간 전에 여기 왔는데… 그때부터 네 차가 서 있는 걸 보고 있었어. ”



 나느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 네가 거짓말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네가 거짓말하면 나도 민망해지거든. 나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일찍 들어왔어. 들어가는 거 알리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안 되더라. 들어오다가 뜨거운 사우나를 하려고 여길 들렸는데, 네 차가 있더라. ”



 그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 빨리 목욕을 하고 너를 만나서 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씻었지. 목욕하고 나오니까, 아직 네 차가 있었어. 같이 가려고 좀 기다렸지. 삼십 분이 지나도 안 나오길래 목욕탕 직원에게 너를 좀 불러달라고 부탁했어. 직원이 조금 있다가 나오더니 어린 남자애도 없고 젊은 여자 손님도 없다고 하더라. ”



 그의 눈이 굳어졌다. 그는 가방 안을 거치게 뒤지기 시작했다.



“ 그래서 집엘 가봤어. 집엔 포크레인 기사가 새참 안 주냐고 화를 내고 후는 커다란 거실에 쪼그리고 누워 잠들어 있었어. 너 언제 갔냐고 물으니까, 후를 내려놓자마자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곧바로 나가더라고 하더라. 그래서 후를 침대에 눕혀놓고 다시 와봤어. 그리고 한 시간 동안 다시 기다린 거야. 네가 어디에서 올지 오리무중이었는데… 놀랍게 거의 세 시간 만에 모텔로 가는 숲길에서 나오더라. 그 숲길 너머엔 모텔밖에 없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 대체… ”



 그는 나의 목에 난 자주색의 흔적을 노려보았다. 가방의 안쪽 지퍼를 열었다. 나는 가방을 뺏으려 했다. 그가 나를 밀쳤다. 가방에서 선글라스와 립스틱, 펜과 지갑 따위가 떨어졌다. 그는 가방을 거꾸로 들고 흔들더니 안쪽의 지퍼를 열고 손을 넣었다. 그의 손에 세 통의 편지가 잡혔다. 그는 편지를 한 통 뜯었다. 나는 내 차의 문을 열고 타려고 했다. 그는 나의 팔목을 한 손으로 쥐고 사이좋게 읽어보자는 듯 봉투에서 꺼낸 편지를 내 눈앞에 펼쳐 보였다.


 ‘ 남편이 내 위로 몸을 겹칠 때 나는 뾰족한 곳에 올려진 물그릇처럼 위태로워요. 쏟아지는 물처럼 입 안에서 터져버릴 것 같은 당신의 이름. 이 손길이 이 무게가 이 숨소리가 이 냄새가 당신것이라면… 나는 손으로 입을 가려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당신의 손인지, 남편의 손인지 혼란스러운 광능에 빠져드는 나 자신의 욕망이 두려워요. 그래요. 바로 이것이 죄이겠지요. 이제 남편과의 섹스와 당신과의 섹스 중 어느 것이 더 부정한지 분별할 수가 없어요. 당신에게 나를 절대적으로 허용하고, 당신의 절대적인 허용을 받고 싶어요. 가장 깊은 곳까지 영원히, 나 아니면 누구도 아닌, 당신 아니면 누구도 아닌 배타적인 관계로서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왜 나를 피해요? 이것이 당신이 게임을 끝내는 방식인가요… ’


 그는 편지들을 구겨쥔 손으로 나의 뺨을 내려쳤다. 그리고 자신의 차가 있는 곳까지 가 차 안에 밀어넣었다. 그의 몸이 진동기처럼 부르르르 떨리고 있었다.






 포크레인 기사는 가고 없었다. 연못은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그저 푹 파여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무슨 재앙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도 나에게 일어난 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정한 아내들이 어떻게 되는지, 그 남편들은 장차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 그 여파는 생의 어느 선까지 미치는지. 그들의 아이의 생은 어떻게 변하는지, 때로 남편들은 부정한 정사를 한 아내들을 살해하기도 한다. 혹은 그 간부를 살해하기도 한다.


 김주영은 방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후가 잠들자 나는 후의 곁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정이 되자 김주영이 방문을 열더니 나를 끌어내 차에 태웠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달리기만 했다. 차는 너무나 빨리 달리는 것 같았다. 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마지막 나뭇잎을 떨어뜨리기위해 부는 깊은 가을의 차갑고 거센 바람이었다. 그 시간에 시골길은 다가오는 차 한 대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리고 금세라도 몸을 일으켜 달려들 듯한 검은 산과 검은 숲, 길가의 집들… 구름과 바람에 날리는 듯 빠르게 지나가는 별들. 별들이 너무 밝아 하늘은 밝은 잉크빛이었다.


 나는 김주영 어깨에 손을 올리고 싶었다. 상처를 입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길 위로 날듯이 빠르게 차를 몰았고 나는 공포에 질리고 있었다. 어촌 마을 앞 좁다란 해안길을 한참 동안 달리다가 고기잡이배를 만드는 작은 조선소를 지나 작은 방파제 앞에서 김주영은 차를 세웠다. 무심코 방파제 쪽으로 눈을 돌린 나는 아, 하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거기 방파제 어둠 속에 일고여덟 마리쯤의 검은 엽소 무리들이 두 눈에 일제히 푸른빛을 담고 서거나 앉거나 옆으로 누워 있었다. 한결같이 다 자란 성숙한 염소였고 몸이 유난히 검고 커다랗고 표정이 태연한 염소들이었다. 그들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듯 한결같이 나를 바라보았다. 초록의 발광체들이 바람 속에서 파르르 떨렸다. 염소들의 눈은 단번에 부정을 저지른 아내인 나의 상화을 비현실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아득해졌다. 상관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주영도 염소 때문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차를 뒤로 빼내 그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차가 곁을 지나가는 동안 염소들은 일제히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누구야? ”

“ …… ”

“ 어떤 놈이야 ”



 그는 다음 마을의 방파제에 차를 세우고 물었다. 그가 거친 동작으로 나를 차에서 끌어내 방파제로 데리고 가 바닥에 앉혔다. 그때 나는 알았다. 김창수에 대해 절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 내 인생 전체가 흔하고 불결하고 우스꽝스러운 추문이 되버린다는 것을.



“ 너에게 최소한의 양심이나 나에 대한 눈곱만큼의 예의가 있다면 지금 당장 말해. ”



 김주영은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음성은 평소보다 약간 더 울적할 뿐이었다.



“ 누군지 말할 수 없어. 제발 묻지마. ”

“ 그래? 그럼 다른 걸 물을까? 얼마나 된 거야? ”

“ …오 개월. ”



 처음엔 마치 장난처럼 그의 손바닥이 나의 얼굴을 힘없이 한 번 두드렸다. 그리고 두번째엔 조금 더 세게 쳤다. 세번째엔 악력이 가득했다. 나는 얼굴을 바닥에 부딪치면서 쓰러져버렸다. 그는 쓰러져 누운 내 곁에 앉았다. 그리고 침착하고 울적한 음성으로 다시 시작했다.



“ 어떤 놈이야. 말해. 말 안하면 죽여버릴 거야. ”

“ 이러지 마. 그냥 나를 버려… ”

“ 차라리 같이 빠져 죽자고 해라. 어느 놈인지 말해. ”



 거의 한 시간 동안 그런 식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나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가 나를 죽일 만큼 나에 대해 절대적인 어떤 의미가 남아 있었던가. 우린 서로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아직도 이토록 치명적인가. 사랑을 잃고 무표정하게 살아온 우리의 삶, 이미 서로의 수결이 훼손되어버린 뒤에도 무엇이 남아 있어서 이토록 힘이 드나. 그에게 이런 아픔을 느낄 열정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 그가 뺨을 내려치는데도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은 가짜 같았다. 그리고 살의를 불러일으키는 그 열정의 정체도 의심스러웠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이었다. 불과 며칠전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었는데…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어떤 이유로든 김주영이 나를 죽이고 싶은 열정이 진심이라면 기꺼이 그의 손에 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추상적이었다. 그는 바람난 아내의 현장을 덮친 익명남편의 역할을 맡아하고 있을뿐인 것 같았다.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었다. 그의 분노마저 신뢰할 수 없었다.



“ 말해. 왜 말하지 않는 거야. ”



 그는 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잉크빛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내 눈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나를 죽일 만큼 고통스럽다면 죽여도 좋아… 하지만 넌 나를 죽일 만큼 고통스럽진 않아… 그가 손을 놓자 나는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집에 돌아와 그는 나를 다시 끌어내렸다. 김주영은 나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어쩌다가 이 낯선 마을에서 이런 모습으로 뒹굴고 있는가. 왜 아직도 함께 있는가. 내 육체의 아픔보다는 다치고 있을 김주영의 마음이 더 가슴에 사무쳤다. 흡사 참수당한 김주영의 목을 치마 속에 싸안고 뒹구는 것만 같이. 김주영 역시 어느 순간부터 화를 내고 있지 않았다. 그 역시 일생에서 가장 슬픈 날처럼, 일생의 마지막 날처럼 절망적으로 솜방망이같은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집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정신이 빠르게 혼미해졌다. 김주영이 내 곁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았다.



“ 믿을 수가 없다. 너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왜 그랬어. 왜 그런 짓을 했어. 너한테 좋은 것들 다 해주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넌 그럴 애가 아닌데. 대체, 정말 너를 모르겠다. 사람이 뭔지 모르겠어. ”



 김주영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고 나에게 음성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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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흐헐...젤리에요 드디어 김쭈가 알아버렸네요...헣헣......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이번펵역시잘봤구요 다음편도기대하겠습니다
11년 전
독자2
셋다 너무 안쓰러워요ㅠㅠㅠ 김주영이 서있다고 했을때 숨멎는줄 알았어요ㅠㅠㅠ
11년 전
독자3
켓ㅋ 들켰당ㅋ
11년 전
독자4
헐 들켰네.. 다들 너무 불쌍하네요ㅠㅠㅠ 어떡해ㅠㅠㅠ 이번편도 잘 읽고갑니다!
11년 전
독자4
드디어 들켰네요.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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