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형 이게 진짜 온천이죠.”
“촌스럽긴.”
“한국에 있는 건 다 짭이고, 이게 찐이잖아요. 와- 진짜 신기해.”
“잘나셨어.”
형은 나를 보며 픽 웃더니 먼저 탕 안으로 몸을 담궜다. 힘을 쓴건지, 돈을 쓴건지 아니면 타지의 가수라도 연예인 우대인건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값 좀 하게 생긴 진짜 온천 안으로 나도 몸을 담궜다. 유명한 온천이라고 해서 사람 북적 거리는 넓고 동그란 탕을 상상했는데, 의외로 너무 한적하고 넓은 규모라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시선들을 즐길 생각으로 챙겨온 선글라스가 어쩐지 민망해져 할아버지 둘과, 우리 둘 밖에 없는 공간을 스윽 훑었다.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요?”
“비싸니깐.”
“그렇게 비싸요? 형 너무 무리한 것 아녜요?”
“좋은 곳이니깐, 무리해서라도 같이 와 보고 싶었거든.”
너랑. 형은 눈을 감고 어깨를 돌리며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궂이 헤어지고 나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뭔데. 어쩐지 신경쓰이는 말에 난 형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차라리 사귈때나 데려오지. 괜히 둘만 있어, 어색해지는 분위기에 난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정신없이 움직였다.
“정신 사납다, 쫌.”
“알겠어요. 그냥 둘만 있으려니깐 어색해서.”
“나 불편하지.”
“뭐…. 그냥.”
왜 이새끼가 이런곳엘 데려오나 싶지, 막. 형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나를 확 바라보았다. 정곡을 제대로 찔르는 형의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아니긴 무슨? 너 표정에 딱 그렇게 써 있거든? 왠 어울리지 않은 친절이야? 이렇게. 형은 물을 손가락으로 튕기며 장난을 걸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웃으며 넘겼을텐데, 어쩐지 표정이 제대로 펴지질 않아, 그냥 형의 장난스런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헛기침을 하며 스트레칭을 하는 형의 모습에 정신이 깨 그런 거 아닌데…. 하고 뒤늦은 대답을 던졌다. 형은 내 얼빠진 표정에 얼굴을 망가트리며 활짝 웃더니 자신의 얼굴을 쓸어 내렸다. 그 익숙한 모습에 심장이 조금 뛰다, 말았다. 반응을 하는 심장에 내가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숨이 막혀왔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뜨거운 온도의 탕이 문제인지, 이 차가운 분위기가 문제인지. 아니면 둘 다 문제인지.
“내가 널 여기 왜 데려 왔냐면.”
“네?”
“사과하고 싶어서.”
“무슨….”
“너한테 그렇게 몹쓸 짓 했으면서도, 나 지금 너한테 고백할꺼거든.”
“에? 뭐라구요?”
“그리고 네 대답이 어떻든, 키스할꺼야. 여기서, 지금.”
알겠지? 형은 나를 보며 씨익 웃더니 금세 확 다가왔다. 탕 안으로 들어가 있던 축축한 손을 내 얼굴에 얹고는 얼굴을 마주 대었다. 한다? 키스. 얼이 빠져있는 내 뒷통수를 쓰윽 쓸며 다정하게도 물어왔다. 결국 그런 모습에, 심장이 완전히 뛰고 말았다. 나에게는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결코 피하지 않았다. 입술이 닿고 혀가 느껴졌다. 당황을 하며 도망 가야 할 상황이였지만, 어쩐지 마음이 편했고 늘 하던 일 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심리람…. 혀를 섞으면서도 형의 심리와 내 심리에 대한 깊은 궁금증이 일었다. 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떨어졌다. 형이 스윽 떨어지더니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가까운 형의 표정을 심취하며 눈을 감았다. 혀를 섞을 때 보다 말을 섞을 때가 더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키스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내가 키스한다고 했잖아. 왜 안 피해?”
“피해야 하는 거 였어요?”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혹시…너 나 좋아해?”
“글쎄요. 싫진 않으니깐 받아 줬겠죠.”
“그럼 우리 다시 사귀는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이상한 사람이네. 내 대답에 뭐가 좋은지 활짝 웃는 형의 발그스름한 뺨을 보며 내 뺨도 저렇게 귀여운 빨간색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손을 들어 내 뺨을 만져보았다. 탕의 온기때문인지, 키스의 열기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뜨거웠다. 눈을 감고 볼을 매만지고 있는데, 별안간 형이 나를 꽈악 끌어 안았다. 맨 살에 직접적으로 닿는 몸의 감촉에 놀라 슬쩍 몸을 뒤틀자, 뒤늦게 내숭 부리지 말라고 다그치며 내 허리를 더욱 꽉 끌어안는 형의 손길이 느껴졌다.
“사람들이 봐요.”
“어때서. 우리 안 유명해. 괜찮아.”
“전 유명 하거든요?”
“착각은 자유다. 근데 너 커플링 버렸냐?”
“안 버렸을 껄요? 형 설마 버렸어요?”
“아니. 오늘 가져왔어. 네꺼랑 같이.”
“그러면서 뭘 물어봐요. 근데 내꺼 어디 있었어요? 찾으려고 해도 없던데.”
“찾았었냐? 왜? 팔으려고?”
네. 난 형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하자, 형은 픽 웃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숨을 몰아 쉬었다. 뭐해요, 야하게. 바로 느껴지는 숨에 어깨를 떨며 피하자 형은 크게 웃으며 허리를 안고 있던 손으로 어깨를 꽉 잡으며 물었다.
“더 야한 거 할까?”
“여기서요?”
“아니. 내가 방도 잡아 놨는데.”
“대박. 준비 철저하게 했네요? 완전 늑대같다.”
“나가자.”
“형 얼굴 지금 완전 야동 처음 본 청소년 같은 거 알아요?”
“그래 알아. 그러니깐 찍자고, 야동.”
동문서답을 하며 형은 내 손을 꽉 잡고 급하게 탕에서 나왔다. 내가 못 산다니깐, 정말. 탕에서 나가자 마자, 다짜고짜 직원을 찾아 예약해 두웠던 방 키를 달라며 고집을 피우는 형의 얼굴이 불안한 사람 같아서 웃음이 삐져 나왔다. 나랑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산만하게 구는 형의 허리를 쿡 찌르며 묻자, 내 손을 확 힘주어 잡으며 안 그래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 하고는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귀에 속삭여 준다. 미치겠다니깐, 진짜.
“근데 나 준비 안 했는데.”
“안에 다 있겠지.”
“와 봤어요?”
“…그게 중요하냐?”
“아니라곤 안 하네.”
“여기는 처음이야.”
“참나. 여기는? 그럼 다른 호텔은 와 봤다 이거네? 누구랑요? 언제요? 나랑 헤어지고 나서요? 아님 그 전에?”
“사귀자 마자 질투야, 흥분되게.”
“변태같다, 진짜. 또 그냥 넘어가려고 그러죠?”
여기서 키스 하기 전에 입 닫아라, 애기야. 형은 방긋 웃으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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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빠주의 |
얄밉죠 !!!!!!!!!!!!!!!!!!!!!!!!!!!! 완전 얄밉죠 !!!!!!!!!!!! 사실 쓰고 있어요 !!!! 근데 막혀서 일단 이것만 올립니다 ㅜ_ㅜ 다 쓰고 블로그에 올릴게요 !!! http://blog.naver.com/c_g_v2014 ... 사랑합니다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