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질래? 형의 말에 난 떨궜던 고개를 들었다. 뭐라구? 순간 내 귀를 의심하고 싶을 정도의 대사에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라고…했어? 힘 없이 떨궈져 있는 형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형?
“아니…, 못 들은 거로 해라.”
“요즘 왜 그래….”
“아니라고, 아무것도.”
“자꾸 왜 그러는지 말 좀 해줘.”
“그만하자.”
“뭘? 왜 자꾸 그만 하자고 하는 건데….”
“피곤하다. 먼저 씻을게.”
잡혀있는 우리의 손을 물끄럼이 보던 형이 이내 조소를 띠우며 욕실로 들어갔다. 형의 손에도, 내 손에도 커플링은 없었다.
* * *
어쩌면 형도 나도 오래 전 부터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걸지도 몰랐다. 형은 형대로, 나는 나대로 지쳐있었으니깐. 초기에는 머리 아플 정도로 말이 많던 형이 요 근래에는 얼굴을 마주해도 아무런 말을 건내주지 않는다. 그건 내쪽도 마찬가지였다.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거지? 영원이란 말은 믿지는 않았지만, 형을 믿었으니깐 우리의 사이가 이렇게 쉽게 금이 갈 줄은 정말 몰랐다. 형도 마찬가지일까. 우리가 이렇게 식어가는 걸 형도 느끼고 있을텐데. 형은 무슨 생각을 할까. 도통 대화를 하질 않으니,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오늘은 꼭 대화를 나눠서 결단을 내려야겠다. 난 다짐 아닌 다짐을 하며 주문을 도운다는 여직원을 멍하니 바라 보았다. 아, 형이 뭐를 좋아했더라. 연인이라는 이름을 걸고서도 형이 좋아하던 음료가 뭐였는가 하는 간단한 상식 조차도 알지 못했다.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져, 그냥 핫초코를 두개 시켰다. 형이 단거를…좋아했었나? 횟수로는 이년을 사겼으면서, 간단한 정보도 모르다니. 우리가 시들긴 했구나. 어쩐지 더 실감이 나 가슴이 아려왔다. 약속 시간이 10분이 넘어가고, 20분이 넘어가고,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하려다, 지친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더 상할 것만 같아 문자를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제 와요?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문구를 꾹꾹 눌렀다. 위의 대화들을 보니, 우리는 문자를 안 한지 2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맨날 집에서 얼굴 보니, 문자 할 일이 없긴 하겠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냐? 중얼거리며 다 식은 음료를 홀짝 마셨다. 오면 한소리 해야겠다. 답장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 같아 그냥 핸드폰을 놓았다. 형은 5분이 더 지나서야 모습을 보였고, 풍기는 향수 냄새와 차림새를 보니 딱 봐도 새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인듯 보였다. 내가 모를 줄 알고? 정말 너무하네. 난 또 괜히 울컥해져 입술을 깨물며 입을 간신히 열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일이 좀 있어서. 근데 집에서 보면 되지, 왜 여기까지 부른거야?”
“형이 잘 안들어오니깐…. 그리고 들어와도 대화 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뭘.”
“바쁜 거 알잖아. 용건만 말해. 형 요즘 진짜 바쁘다.”
“…어디 가는데 그렇게 바쁜건데?”
“설명하기 힘들어. 너가 모르는 사람이야.”
“형 진짜 요즘 왜그래? 뭐가 문제야? 2년동안 잘 지냈으면서, 뭐가 문젠데.”
“누가 문제 있대? 아무 문제 없어.”
“표정에 다 써있거든? 제발 왜그래? 말이라도 좀 해봐. 내가 이젠 지겨워? 그래?”
“야 이승현. 그만해라? 사람들 다 본다.”
“형은 사람들 시선만 중요하고 난 안중요해? 너무하다 진짜.”
“2년 사귄거면 많이 사귄거잖아. 그리고 너 몰라서 그래? 나 원래 쉽게 질려. 알잖아. 내 옆에 가장 오래 있던것도 너니깐. 알지?”
“그래서 지금 나 질렸다 이거야?”
“…그래.”
“형 질렸으니깐 알아서 떨어져나가라. 이거야?”
“그래.”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굳게 입술을 깨물고 참았다. 형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고, 형은 좁히고 있던 미간을 풀더니 나에게만 보였던 얼굴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심장이 아려왔다. 그래도 형을 믿었는데. 난 결국 손에 얼굴을 묻고 울고 말았다. 소리를 내어 우는 내 모습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형은 나를 달래주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나머지는 집에서 얘기하자. 뭐가 그렇게 바쁜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를 뒤로 하고 형은 카페에서 나가버렸다. 막상 형이 나가자 내 눈물은 동이 난 듯 딱 멈춰 버렸다. 심장은 여전히 아려왔지만, 머릿속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다. 마치 이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던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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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별 뇽토리가 보고 싶어서 짧게 쓰고 갑니다
학교 끝나고 씻지도 않고 이러고 있어요. 칭찬 좀 해주시길 :>
이런 우울한 것만 올려서 죄송시럽네요
주말에는 꼭 즐거운 소재로 올게요!
늘 금스흡느등 ㅎ__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