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형! 어디예요!
"병원."
-안 돼요! 당장 나와요!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되오니…."
-형 목소리 다 티나요. 빨리 나와요.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뚜뚜뚜-"
뚝.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성열은 휴대폰을 패딩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비틀거리
며 걸음을 옮겼다. 아직 잠들 시간이 좀 남아서 그런지 병원은 아직도 시끌시끌
했다. 눈이 감기는 걸 일부러 치켜뜨며 들어선 병원. 성열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명수의 병실로 향했다. 취해서 몸을 좀 가누기 어려울 뿐이지 머리는 말짱했다.
꼭 명수에게 전해줄 것이 있었다. 성열은 그것을 품 속에 넣고 비틀비틀 간신히
명수의 병실 앞에 도착했다. 명수의 병실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한치의 고민도
없이 병실에 들어서자 우현과 웃으며 장난을 치고있는 명수가 보였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성열을 보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명수
는 성열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야."
명수와 우현은 성열이 많이 취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반쯤 풀린 눈으로 성열은
품속에 조심히 안고있던 것을 꺼냈다. 그 것은 조그만 말티즈였다. 명수는 그
것을 본 순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거 너가 데려가."
성열의 품에 안기려는 강아지를 성열은 명수의 품 안에 넣어주었다. 강아지는
추운지 명수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우현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해하며
성열을 쳐다보았다. 명수는 멍하니 성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흐릿한 장면이
머릿속에 아른거리는데 그게 무엇인지 보이지 않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성열은
강아지를 말없이 내려다보다가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느끼고는 얼른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명수는 이유는 모르지만 성열을 쫓아가야할 것 같아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우현은 말없이 명수의 슬리퍼를 가져다주었다. 명수는 슬리퍼를
끌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그런데 성열은 온데간데 없다. 벌써 사라진 건가
하고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계단을 내려가는 성열을 보았다. 명수는 성열
에게 뛰어갔다. 심장이 쿵덕쿵덕 뛰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누군가 자신의 손
목을 잡아채는 느낌에 성열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당사자
가 명수인 것을 알고 성열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바꿨다.
"놔."
"미안해."
명수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성열은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뭐가 미안한데?"
"모르겠어. 그냥 미안해."
이유가 없이 그냥 미안하다? 성열은 어이가 없어 픽하고 웃었다. 명수는 아무것
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머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것을 기억하는 자신의 가슴을 따르고 싶었다.
"병신 새끼."
그렇게 말하는 성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명수는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았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그리고."
"…."
"고마워."
.
.
.
3달 전. 성열이 그간 모아왔던 용돈으로 하얀 새끼 말티즈 한 마리를 분양받아
왔던 날.
"존나 귀엽지?"
강아지를 분양받아 왔단 소리를 듣고 학교가 끝나자마자 성열과 함께 성열의 집
에 들른 명수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만지작만지작 대며 강아지에게서 시선을 떼
지 못하였다. 성열은 그런 명수를 뿌듯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 주라해도 안 줄거야."
"나 주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런 말을 내뱉은 명수는 성열을 보고 헤헤 웃어보였다. 성
열은 그런 명수에게서 강아지를 빼앗은 뒤 경계의 눈빛을 지으며 말했다.
"내 꺼야."
"너랑 존나 안 어울려. 넌 뱀 같은 거 키워야 잘 어울릴 것 같아."
"뭐?! 내가 얼마나 귀엽고 순수한데."
"웩."
명수는 토하는 시늉을 하고는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성열은 명수를 쏘아보
다가 강아지를 안아 얼굴에 부비적댔다. 명수는 성열쪽으로 몸을 돌려 누워 턱
을 괴고는 말했다.
"근데 갑자기 왠 강아지?"
"그런 게 있다."
"왜. 뭔데."
"몰라도 돼."
성열은 강아지에게 사료를 부어주며 그렇게 말했고 명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꼭 저렇게 별것도 아닌 거 같고 대단한 비밀인 양 티낸다."
"대단한건데?"
"그래? 뭔데."
"시크릿."
"개새끼."
성열은 강아지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명수는 흥미를
잃은듯 다시 천장을 보고 누워 눈을 감았다. 성열은 그런 명수를 내려다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궁금해?"
"아니. 안 말해줘도 됨."
"왜. 말해줄게."
"안 들어."
"왜에!"
반대쪽으로 돌려눕는 명수 옆에 엉덩이를 끌고와 앉은 성열은 명수를 쿡쿡 찌르
며 말했다. 명수는 귀찮다는 듯 성열의 손을 연신 쳐냈다. 성열은 그런 명수의
손을 덥썩 잡고는 말했다.
"저 강아지 키우다가 나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그 사람한테 줄 거야."
"무슨 소설 쓰냐?"
"존나 로맨틱하지? 내 외모와 어울리게."
"지랄. 저리 꺼져."
"아- 왜!"
"아악, 간지러!"
"야."
"어."
"근데 강아지도 방귀 뀌냐? 존나 똥냄새 난다."
"존나 똥냄새 나는 게 당연하지. 니 옆에서 똥이 널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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