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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Spring Crocus) 전체글ll조회 1902l 2
15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레이트 데인. 15, 15+ < D - 49 > | 인스티즈







***





< D - 49 >


“고기 먹고 싶다아…….”


양반 다리를 하고 쿠션을 안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몸무게를 보고서 다이어트 하겠다고 선언한 날이 어제인데. 내 입이 잘못했다. 세상에는 맛있는 게 많고 그걸 포기하는 건 죄다. 고개를 거세게 끄덕였다.



“진짜 변했다니까.”


고기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전정국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신기한 생물체이기라도 한 듯이 쳐다보면서. 나에게 고정된 그의 시선이 왠지 부담스러워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가 내 정수리 부근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



“저녁으로 고기 먹어. 다이어트인가 한다고 굶지 말고.”


그가 문으로 걸어가는지 작아지는 발자국 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외출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같이 고기 사러 가자고 할랬는데. 괜히 섭섭했다. 어디 가 길래.


“어디 가?”

“누굴 도와주기로 해서.”

“누구?”

“이름이 윤주였나.”

“윤주?”


뭐야, 나 말고 아는 다른 여자도 있어?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라니. 그에게도 사생활이 있는 게 당연하지만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이 별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아무런 언질을 주지도 않았잖아.


“도와준다고?”

“응.”

“왜?”

“부탁하니까.”



대수롭지 않은 어조에 더 심통이 났다. 도와달란다고 순순히 도와주는 성격도 아니면서. 천하의 전정국이 토하나 달지 않고 도와주는 여자는 어떤 여자려나. 고기 생각이 사라졌다. 안 먹어. 오늘 말고 내일 먹을래. 쿠션에 턱을 짓누르며 신발을 신는 전정국을 흘겨보았다. 내게 시선 한 번을 주지 않는 녀석은 다녀온다는 말을 남기고는 집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났다. 


진짜 갔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있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짝사랑했다는 거 다 거짓말이 분명하다. 짝사랑한 여자 앞에서 다른 여자를 그냥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도와주러 간다는 이야기를 해? 서러워서 살겠나 진짜. 이렇게 된 거 나도 친구나 만나야지. 핸드폰을 뒤적였다. 남친은 없으니 남자사람친구나 만나야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여자애라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카톡을 읽자 그 아쉬움은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클럽에 가자니. 당연히 콜. 가지고 있던 쿠션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화장대 앞으로 갔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분홍색 립을 바르고 있자 초인종이 울렸다. 전정국이라고 생각해 재빨리 연 문 앞에는 강우가 있었다. 하긴, 전정국이면 초인종을 누를 리가 없다.


“누나 오늘 예쁘네요.”


강우가 내 얼굴을 스윽 보고는 그 나이 때의 남자아이처럼 장난스럽게 말했다. 강우의 말이 진심인지 그저 인사치레로 건넨 말인지 몰랐지만 기분은 좋았다. 공들여서 화장하길 잘했어.


“석진 형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요.”

“아……. 미안.”

“누나는 약속 있는 거 같긴 한데 정국형도 나갔어요?”


강우가 우리 집 안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전정국 생각에 잠시 사그라졌던 심술이 다시 올라왔다. 완전 빨간색으로 입술 다시 칠해야지. 옷도 좀 딱 붙는 걸로 입어야겠다.


“전정국도 오늘은 어딜 가셨네.”

“어쩔 수 없죠.”

“강우야, 잠시만 들어와봐.”

“왜요?”


강우에게 옷 두 벌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몸매가 드러나는 분홍색의 민소매 원피스였고 다른 하나는 안이 살짝 비치는 재질의 흰색 오프숄더 셔츠와 검은색의 짧은 h라인 치마였다.


“누나 어디 가는 데요?”

“그건 비밀이구.”

“그걸 알아야 골라주죠.”

“그런가?”

“그래도 굳이 꼽자면 제 취향은 두 번째요.”

“이거? 왜?”

“누나 화장에는 저게 나을 거 같아서.”



강우가 날 다 꿰뚫어보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딜 가는 지 아는 듯한.



“볼 일 끝났으면 가볼게요.”

“아 그래. 고마워.”


강우가 신고 온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가고 분홍색 원피스를 다시 옷장에 집어넣었다. 강우가 말한 옷은 침대에 둔 다음 입술을 조금 더 붉게 물들였다.




























***





“바쁘다고 튕길 줄 알았는데. 너 맨날 의대생이라면서 공부해야한다고 요즘 우리랑 안 놀아줬잖아.”

“오늘 작정했냐? 옷에 힘줬네.”

“그 동안 잘 지냈나 보네. 살 올랐어.”


내가 오기 전부터 모여 있던 친구들이 나를 보고 저마다 한 마디 씩을 하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살이 올랐다는 말에 친구를 장난스레 째려보았다. 내 표정에 친구는 새삼스레 뭘 그러냐며 대응했다. 그렇지, 우리 사이에 새삼스럽게. 나도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새내기 때 들은 교양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저마다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만남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건 언제 만나도 항상 즐겁다는 것이었다. 이 중에 아직 학교를 다니는 건 나를 제외하고는 휴학을 했던 다른 친구 한 명이었다.



“너 이제 방학도 끝나는데 오랜만에 재밌게 놀아보자.”

“당연하지.”



오늘 밤은 내 모든 열정을 다해서 놀아버리리라. 맥주병을 땄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흥이 슬슬 올랐다. 몸을 움직이자 높은 구두 굽에 발목이 멋대로 움직였다. 너무 높은 걸 신고왔나. 그래도 어쩌겠어. 오랜만에 신은 힐이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후끈한 열기에 잔뜩 신이 났다. 이 맛에 클럽 오는 거지. 사람들과 살갗을 부딪혀가며 몸을 흔들었다. 은근한 손길이 내 엉덩이 주변을 스쳤다. 그 손들을 즐기기도 하고 피하기도 하면서 리듬을 탔다. 노래 몇 곡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땀을 식힐 겸 화장실에 가려고 2층으로 올라갔다.


땀에 무너진 화장을 다시 고치고 입술을 덧바른 다음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높은 힐에 적응한 발목은 또각또각 맑은 구두 소리가 나게끔 일정한 속도로 움직였다. 화장실 밖은 여전히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스테이지로 내러가기 전에 친구들이 있는 곳을 찾으려고 아래를 두리번거렸다.



“누구 찾아요?”


낯선 남자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숨을 들이쉬자 남자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관심 없거든요.”


남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눈으로 친구들을 찾으며 말했다. 전정국 때문에 남자라도 꼬셔보자고 오긴 했지만 아까 내 몸을 배회하던 기분 나쁜 손들 덕에 흥미가 싹 가셨다.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레이트 데인. 15, 15+ &lt; D - 49 &gt; | 인스티즈


“내가 관심이 있어서요.”


남자가 내 쪽으로 한 발 더 가까이 왔다. 짙어진 향에 몸을 뒤로 했다.



“눈길 한 번을 안주네.”


계속 말을 걸어오는 남자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테이지에서는 보지 못한 남자였다. 깜빡이는 조명으로 보이는 그의 인상은 조금 차가웠다. 옆으로 시원하게 빠진 눈매와 얄쌍한 턱선, 하얀 피부가 그의 차가운 인상을 거들었다.



“남자친구 있어요?”


예의바른 미소를 짓고 매너를 지키며 물어오는 남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같이 술 한 잔 정도는 할 수 있을만한 호감이 들었다.



“없어요.”


말을 하면서 전정국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말을 들은 남자의 입 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그럼 나랑 한 잔해요.”





***





남자의 말투나 몸짓에는 매너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딱히 웃긴 말이 아니어도 눈웃음을 지어주고 내가 취할까봐 걱정해주기도 했다. 바르게 자란 사람 같았다.



“친구들한테 안 가 봐도 괜찮아요?”

“아마도요. 각자 알아서들 즐기고 있을 친구들이라서.”

“저도 친구들한테 끌려오긴 했지만 오길 잘한 것 같아요.”



남자가 입으로 잔을 가져갔다. 술을 마신 남자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러면 안 될 것 같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계속 같이 있으려니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지금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닌데 심장이 조마조마했다.



“저기…….”


이제 가봐야겠다는 말을 하려고 입을 열자마자 내 셔츠 안으로 액체가 스며들었다. 옷이 젖었다. 그가 놓친 술잔으로 인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


그가 테이블 위의 티슈를 뽑아 건네주었다. 티슈를 받아들어 축축해진 셔츠를 꾹꾹 눌렀다. 남자가 고의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손목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는데. 실수였다면 보통 바닥에 쏟아지니 치마가 젖을 텐데 쇄골 근처 셔츠가 젖었다. 나에게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건네는 남자를 보면 오해인 것 같기도 하고. 대충 옷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봐야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세탁 비라도 드리고 싶은데.”

“괜찮아요. 술은 잘 마셨어요. 가볼게요.”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에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젖은 셔츠가 무척 신경쓰였지만 마땅한 방도도 없으니 어쨌든 집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친구들에게 먼저 가야겠다는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화면이 밝아지자 확인 못한 카톡 알림이 보였다. 석진 오빠였다. 카톡 확인을 위해 화면을 누르는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차갑게 귓가를 맴돌았다.



“더 놀지 그래.”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레이트 데인. 15, 15+ &lt; D - 49 &gt; | 인스티즈



걸음을 멈추고 느리게 뒤를 돌아보았다. 차가운 음성의 주인이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원래 긴장해 있던 상태에서 그를 마주하자 심장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정국이 성큼성큼 다가와 내 셔츠의 젖은 부위를 매만졌다.



“나는 이제 시작인데.”














15+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레이트 데인. 15, 15+ &lt; D - 49 &gt; | 인스티즈





***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주시하던 그가 내 팔을 잡아채더니 날 테이블로 데려갔다. 행동 하나 하나가 모조리 거칠었다. 의자에 푹 기댄 그가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술을 들이켰다. 석진 오빠의 연락을 좀 더 일찍 봤더라면. 강우가 그 때 눈치 챈 게 틀림없다. 그의 달싹이는 눈썹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별 다른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그의 얼굴에서도 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화가 난 거다.


손목이 잡혀 움직일 수도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정국을 가만히 보고 있기만 했다. 마스카라를 두껍게 바른 속눈썹의 무게가 눈꺼풀을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었다.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어두운 조명 밑에서 보이는 정국의 얼굴이 섹시해 보이면 미친 걸까. 인정하기 싫지만 이 상황에서도 그의 외모는 빛을 발했다. 테이블에 있는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몇 모금을 마시고 쳐다본 그의 얼굴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취기 때문이야. 말없이 뚫어져라 보는 그의 시선을 받아내는 얼굴이 뜨거웠다. 그의 손에 아직도 붙들려 있는 내 손목으로 시선을 옮겼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을 꽉 주는 정국으로 인해 반대쪽 손으로 술을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맛있지도 않은 알싸한 액체는 목구멍 뒤로 잘도 넘어갔다.



“하…….”


그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뜨거운 숨이 가득 섞인 소리를 냈다.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눈꺼풀을 들어 정국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따지고 보면 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 우리가 같이 살기는 해도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좀 놀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이쯤 되니 나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정국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움직이는 그의 시선을 따라 도착한 곳은 축축하게 젖어버린 쇄골 근처였다. 아까 그 남자와 있던 걸 혹시 봤을까. 봤다고 해도 뭐가 문제야. 나는 당당하다고.



“뭘 봐.”


정국을 향해 말했다. 말하고 바로 후회했다. 그의 눈빛이 더 어두워지고 특유의 분위기가 우리의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그냥 입 다물고 있을 걸.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내 쇄골 근처에 머물러 있었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셔츠는 젖은 탓에 옷 속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기분 더럽네.”


그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비틀었다. 기분 나쁠 이유가 뭐야. 빠른 비트의 클럽 음악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사이의 시간은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아까 내 입술이 닿은 술잔을 가져간 그가 남은 술을 모조리 마셨다. 빈 잔을 보며 표정을 잔뜩 찡그린 그가 겉옷을 벗어 내 앞을 덮어주었다. 



“가려.”


나는 괜한 오기가 생겼다. 뭣도 아닌 우리 사이를 혼자 옭아매고 있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더운 날에 나를 덮은 그의 체취가 스며든 그의 옷도 싫었다. 무엇보다도 이 상황에서 전정국을 갈망하는 내가 싫었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내 마음 구석에 자리 잡은 이 알 수 없는 감정의 파편은 제 구역을 조금씩 넓히더니 이제 내가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애타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항상 여유로웠다. 그러면서 클럽에 있는 나를 보고 이러는 건 뭐하자는 거야. 나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으면. 불공평하다. 게다가 날 짝사랑했다고 말했으면서. 그와 내가 뒤바뀐 것 같다. 그를 밀어내기 위해 일부러 그에게 잡힌 내 손목을 빼내려고 힘을 주었다.



“놔.”


나도 화가 났다는 의미를 눌러 담은 말이었다. 애매한 사이는 싫다. 끝이 있는 사이는 더 싫고. 내 눈을 또 한 번 빨아들일 듯이 보던 그가 손에서 힘을 뺐다.



“...그래.”


내 귀에 선명히 들리는 착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이러니까 정말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몸에서 긴장을 놓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의 늪에 빠져버릴 만큼 위태롭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전정국 한 명만이 눈에 밟힌다. 주먹을 말아 쥐자 빨갛게 부풀어 손목이 더 부었다. 그와 더 이상 함께해서는 안 돼. 들켜버릴 것만 같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마음속으로 욕설을 지껄였다. 한 걸음 씩 멀어지는 여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온 몸 깊숙이 침투하는 술기운 때문이었다.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술을 마신 탓에 여주의 생각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힘겹게 읽은 생각은 끝이 있는 사이가 싫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아예 그녀의 생각을 모르는 게 나았다. 왜 하필 그런 생각을 할 때 읽어서는. 잡은 손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네가 정말 기억을 못 해낼까봐 불안해 미칠 지경인데 내 맘을 알긴 할까. 영원히 살아서 시간 개념조차 없던 나인데 너를 다시 만난 이후로는 시간이 빨리 흐르는 걸 몸의 모든 감각을 통해 느끼고 있다. 머리가 지끈 거린다. 그녀를 잡고 싶은데 감성에 이끌려 술을 많이 마셔버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일전에 경찰서에 갔을 때 구슬린 한 인간의 강아지 산책을 시켜주기로 해서 오늘 해주고 온 것뿐인데 그 사이에 여주가 집에서 사라져 혹여나 무슨 일이 또 생겼나 걱정했던 정국이었다. 그 경찰 놈이 늦게 오지만 않았어도. 이름이 윤수랬지. 다시는 도와주나 봐라. 도움받기 죽기보다 싫은 석진에게 어쩔 수 없이 여주의 행방을 물었다. 물음에 대한 답은 석진의 옆에서 정국의 말을 함께 들은 강우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여주 누나 오늘 클럽 가는 것 같았는데.’


강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국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운전대를 잡은 정국이 차를 거세게 몰았다. 대한민국을 다 뒤져서라도 여주를 찾으리라. 결심은 거창하게 해도 여주를 찾는 건 쉬운 일이었다. 눈 한 번 깜빡이면 인간들이 다니는 좁은 땅덩어리 정도는 훤히 보였다. 여주가 남긴 기운을 따라 클럽 안으로 들어선 정국은 불쾌함을 느꼈다. 저 안에 여주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자 감정을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타들어가는 속과는 달리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평온해보였지만.



평소보다 진하게 화장을 하고 몸선이 드러나는 여주의 모습은 예전과 비슷했다. 입술은 또 왜 그렇게나 붉은지. 정국이 자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민과 노닥이는 여주를 보고 있으려니 절로 술에 손이 갔다. 술이 인간이 아닌 저에게는 독과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독배를 들었다. 의지할게 필요했다. 여기서 감정을 터뜨려 버리면 그녀가 또 무서워할 테니까. 술에 기대어 속을 삭혔다.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속을 뭉개뜨리는 건 여전했다. 야속하게도 이런 건 하나도 안 변했다.


잘 참고 있었던 감정이 억지로 누르고 있던 손 틈 사이로 삐져나온 건 지민이 실수로 가장한 고의가 눈에 들어온 그 순간이었다. 여주가 그 이후로도 지민과 계속 있었다면 정국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는 여주를 따라 가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술기운이 전신을 잠식해왔다. 또 이렇게 늦게 들어가다가 이상한 놈이 들러붙으면 어떡해. 겨우 남은 힘을 쏟아 부어 자리에서 일어난 정국이 위태로운 발걸음을 옮기더니 끝내 비틀거리며 다시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들려오는 욕에 흠칫 놀라 앞을 지나가던 인간 하나가 정국을 쳐다보았다. 정국이 그 인간을 붙잡았다.


“핸드폰.”

“네?”

“빌려 달라고.”



인상을 쓰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정국의 기에 억눌린 사람이 정국에게 손을 달달 떨며 핸드폰을 건넸다. 흐릿하게 보이는 화면에 번호를 꾹꾹 눌렀다. 신호음이 이어지고 석진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왔다.


- 여보세요.

“정여주 좀…….”

- 전정국?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정여주가 먼저 갔어.”

- 여주 말고 너 말이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정국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었다. 말의 내용이 논리적이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했지만 대충 여주를 부탁한다는 것 같은데 지금 부탁을 받아야할 사람은 여주가 아닌 정국으로 느껴졌다. 핸드폰 너머에서 불규칙적인 정국의 숨소리를 들은 석진이 무언가를 깨달았다. 여주를 데리러 클럽에 간 정국이었다. 설마.



“...너 술 마셨어?”



석진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정국이었다. 핸드폰을 떨구고 쓰러진 정국을 보고 놀란 핸드폰 주인의 음성이 석진의 귀에 들렸다. 통화를 끝낸 석진이 작게 혼잣말을 했다.



“멍청한 자식.”









오랜만입니다. 독자님들ㅠ
이제 혐생이 끝나 또 폭풍 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오늘 편은 구독료를 없앴습니당
이제 완결까지 쭉쭉 달려요~!!
항상 감사합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W. 사프란(Spring Cr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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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Spring Crocus)
헐 오늘 구독료 없는 날이군요...ㅋㅋㅋ
독자님들 보고싶었어요ㅠ

6년 전
독자1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
6년 전
독자2
아 작가님 너무 좋아요...... 8ㅅ8 너무 너무 반가워요 어린이날 선물 받은 것 같아요ㅠㅠㅠㅠㅠ 향기입니다! 정국이 성격 너무 좋아요... 무심해 보이지만 결코 무심하지 않은ㅠㅠ 여주가 그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었으면 8ㅅ8 정국이는 오로지 여주만 생각하는데, 오해가 쌓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흑흑 여주가 질투하는 것도, 지민이와 함께 있으면서 바람을 피는 듯한 느낌에 불편해하는 것뚜 너무 귀여워요...... 화난 꾸기도 TㅁT 다 너무 좋아요! 정국이에게 별일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석진아 와주라주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237.228
작가님!!!!! 데이지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ㅠㅠ 보고 싶었습니다 ㅠㅠ 자기 전에 잠깐 들어왔는데 이렇게 ㅠㅠ 올라와있다니 ㅠㅠ 현생에서 치인 거 다 풀리는 기분...❤ 오늘도 역시 짱입니다! 집에 여주가 없어서 정국이가 걱정 엄청 했겠죠!? 우리 여주 그것도 모르고... ㅠㅠ 정국이는 Only 여주인데! 이직 여주가 정국이 마음을 백퍼센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나저나 정국이도 취하긴 하는 군요!? 악마라서 안 취할 줄 알았는데... 어쨌거나 둘 사이의 오해가 잘 풀려서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여주가 얼른 정국이를 기억해 줬으면 하기도 하구요! 아무튼 오늘도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
6년 전
독자3
꿀레몬청입니다! 작가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8ㅅ8 폭풍 연재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악마한테 술은 독이구나 독배였구나... 근데도 잔뜩 마시고 결국 쓰러져버리다니ㅠㅠ 석진아 어서 와서 도와줘ㅠㅠ 오해와 불신이 쌓이기만 하는데 언제쯤 행복해지려는지 8ㅅ8 매번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 감사해요!
6년 전
독자4
10041230

헐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
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독자5
작가님 혹시 지금도 암호닉 받으시나요?!?ㅠㅠㅠ
6년 전
사프란(Spring Crocus)
네 신청해주세요!
6년 전
독자7
[갤3]로 신청할게요!!!❤️
6년 전
사프란(Spring Crocus)
넹!!
6년 전
독자6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 우리 정꾸마음을 여주가 몰라줘서 맘아프네요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아 진짜 너무 재밌어요ㅠㅠ 왜 이렇게 섹시한거야 엉엉
저 작품 보면서 암호닉 처음 신청 해봐요
[고라니]로 암호닉 신청이요! 이렇게 하는거 맞죠 ㅠㅠ?

6년 전
독자9
정국이도 술을 마시면 취하는군요!! 뭔가 섹시하네요.......따흑
5년 전
독자10
으앙 둘이 삽질(?) 진짜 어쩜 좋아요 ㅠㅠㅠㅠ 정국이 와중에 여주 걱정 크으,,,
5년 전
독자1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윤수야 ㅠㅠㅠ윤수라구 ㅠㅠㅠ잘보고가요
5년 전
독자1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국이 실화입니까 말하는 거 넘모 슬퍼서 웁니다 울어...
5년 전
비회원78.31
청록입니다!! 저도 현생에 치이고 치이다 이제야왔어요ㅠㅠㅠ염치없지만 이제부터라도 계속 달리려고요ᅲᅲ못 봤던 동안 정국이랑 여주랑 오해가 쌓였던 게 터진 것 같아요 여주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는데 마지막 정국이 시선으로 보니깐 또 안쓰럽고... 독배를 마셔서 괜찮을까 모르겠어요 이런 상황을 여주가 알아야하는데...그러니깐 빨리 다음 화 읽으러 가야겠어요!!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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