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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 우리가 있던 시간 完 | 인스티즈






*


“이거는 형이 보관해요.”

“…”


원식이 학연에게 건내는 것은 다름아닌 첫 1위를 해 받은 트로피였다. 빅스의 이름으로 함께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받은 값진 상이었다. 원식은 괜스레 그때의 일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벌개진 두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침묵이 이어졌다. 자신의 짐이 가득 든 가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홍빈은 원식의 팔을 이끌었다. 보조개가 깊게 패여 웃는 모습이 예쁜 홍빈은 학연앞에서 그 어느때보다 행복하다듯이 웃어보이고 있었다. 당연 그 미소가 거짓이겠지만, 학연은 그 미소마저 좋았다. 현관으로 향하는 둘을 보며 왠지 모를 허한 마음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멤버들이 한명, 한명 나갈때마다 숙소는 왠지 허전하기 그지 없어보였다. 여섯으로 가득했던 온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니, 공기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형, 나중에 저 술 한번 사줘요 꼭.”

“내 전화 피하지말고,”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가던 원식은 유하게 웃으며 꾸벅 허리를 숙여 학연에게 인사했다. 그동안 고생많았죠? 고마웠어요. 정말. 수고도 많이 했고. 원식의 진심어린 말에 학연은 또 한번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야했다. 재환이 옆에서 웃으며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마지막이라는것이, 학연을 힘들게 했다. 


“여섯이 모여 다시 만나겠죠…. 여기서.”

“으, 오글거리게.”


재환과 서로 눈인사를 하며 둘은 그대로 나가버렸다.





*

 

둘만 남은 숙소 안, 공기가 왠지 모르게 텁텁해 숨쉬기가 버거웠다. 지긋이 학연을 쳐다보고 있는 재환의 눈길…

사랑해요, 형. 예상치 못한 재환의 짧은 입맞춤이 순식간에 지나가 학연은 두 눈을 감고 뜨기를 반복했다. 방금 자신의 입술을 스쳐지나간게 뭔지도 파악 못한 학연이었다. 그런 학연의 행동을 일부로 따라 하는건지, 지긋히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는 재환이다. 이제껏 이해 안되던 재환의 행동들이 학연의 머릿속으로 서서히 스쳐지나갔다. 갑작스런 많은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러워 왔다. 한 손으로 머리를 지탱하고는 재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이 한번도 눈치를 못 챘다는게 참 웃겼다. 항상 스케줄이 늦게 마쳐 혼자 숙소로 돌아오면 항상 자신을 기다렸던 재환…. 힘든 일이 있어 혼자 시무룩 해져 있으면 그걸 또 어찌 알아챈건지 곁에 와서 항상 위로 해줬던 재환이… 참 고맙고 아꼈던 동생 중 한 명이었다.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눈치 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놀랐죠…”

 

딱딱해진 말투, 왠지 재환에게 거리감이 느껴졌다. 항상 웃으며 장난치던 재환과 영 다른사람 같아 보였다.

 

“…미안해요, 형.”

 

아쉬웠다.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게 왠지 재환을 마지막으로 보는 것만 같아서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나한테 느꼈던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본인이 알아버렸을땐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자신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충격이었을지도 안다. 그래서, 그래서… 재환을 붙잡았다. 손목을 잡은채 놓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우린 까먹은 채로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놔.”

“…”

“…나 가지도 못하게 잡으면 어쩌라고”

 

축 처진 어깨가, 그의 슬픔을 말하는 것 같았다. 사랑하지 않으니,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재환을 보내기도 싫은 학연이었다.

 

“…나한테 단 한번도 사랑이라는 감정 느껴본적 없잖아요.”

“…”

“나만 미친놈처럼, 형한테 그런 감정이나 느낀거잖아요. 안그래?”

“…”

“나, 더럽죠. 그죠?”

 

대답대신, 학연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인 재환은 힘없이 학연의 손을 빼냈다. 지금 뒤를 돌아 학연의 얼굴을 본다면, 재환은 자신이 어떠한 짓도 할 수 있을것만 같아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끝까지 참고 있던 마지막 끈을 여기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학연에게 미안해 할 짓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게 재환의 진심이었다.

진심이라도, 그게 또 힘든거지만 말이다.

 

“…나 지금 형 얼굴 보고 싶은데, 못 보겠어.”

“…”

“아까의 입맞춤보다 더 더러운 짓을 할것만 같아서, 보고 싶어도 못보겠어.”

“…”

“그러니까, 나 먼저 가도 되죠?”


잡지 못했다, 놓아 주었다. 그 어느 단어도 맞는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엔 어떠한 단어가 도대체 맞는 것일까….

또 한번 학연은 재환을 잡았다.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은 학연의 마음은 알지만, 이러면 이럴수록 재환에게는 고역이었다. 알 수 없는 학연의 행동이 계속 될수록 혼란스러운건 재환이었다. 이미 자신은 모든 걸 다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학연은 아니었나보다. 아직 재환에게 할말이 남아있는 표정이었다. 끝까지 뒤 돌지 않고 학연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재환은 그저 미칠지경이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 눈 앞에 있어도 존재만으로 만족해야했다. 만질수도, 가질수도, 없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참고 참아냈던 그 긴 시간이 아무 소용도 없었다. 최대의 위기가 재환에게 찾아 왔으니 말이다.

 

“…왜 자꾸 이래.”

“이재환”

“아, 내 이름은 왜 부르는데.”

 

신경질적으로 뒤돌은 재환에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뭐하는건데,”

“…재환아.”

 

학연의 입맞춤 뒤로,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몸을 잠깐 움찔했다. 예상치도 못한 학연의 행동에 놀란 재환은 뒤로 한발 물러섰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가지고 만진다는건… 이해 할수 없었다. 아까보다 더 딱딱해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

 

“…뭐하는거냐고.”

“…네가 말하는 더러운 짓이 뭔데, 이런거야?”

 

허벅지 안쪽으로 스쳐지나가는 학연의 손길을 차갑게 쳐내며 학연을 어느때보다 무섭게 노려다 보았다.

 

“…이런거냐고,”

“…”

“해줄까? 해줘?”

 

미친, 짧게 욕설을 내뱉은 재환은 학연의 두 눈을 들여다 보았다. 여태껏 보던 학연이 분명히 아니었다. 눈동자가 풀린걸 보니, 뭔가 이상했다. 말투와 행동…. 꼭 다른사람 같았다. 6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학연의 행동이었다.

 

“…씨발, 형 왜이래요. 갑자기”

“너도 원하잖아, 그러니까 해준다니까? 내가, 해줄게-. 마지막이니만큼 잘해줄게.”

“뭔 말 하는ㄱ…”

 

또 한번 깊숙이 들어오는 입맞춤에, 정신을 간신히 붙잡았다. 학연 따라서 살짝 풀린 눈으로 몽롱한 느낌을 받았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재환은 학연을 밀치며 어깨를 흔들었다. 정신 좀 차려봐요. 형, 갑자기 왜 이래.

흔들리는 느낌에 제 정신으로 돌아왔는지 학연이 멍하니 재환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풀린 눈동자가 아니라는 걸 느낀 재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목을 휘감고 꽉 막히게 했던 무언가가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형, 학연이형.”

“…”

“형.”

“…응?”

“…아까 나한테”

“내가 너한테 뭐 했어?”

 

…네? 그, 아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뒤돌아서는 재환에게 학연은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잘가, 재환아. 집에 도착하면 전화하고….

 

“…무슨, 마지막까지 잔소리야.”

“차 조심하고 알겠지?”

“네, 네. 알겠어. 그럼 저 먼저 갈게요. 형도 집갈 때 차 조심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학연은 제 자리에서 그만 주저 앉아버렸다. 아까 자신이 재환에게 했던 행동이 도저히 뭐였는지 생각이 도통 나질 않았다. 미치겠네…. 혹시나 자신이 이상했다라는걸 눈치챈건 아닌지 불안한 학연이었다. 끝까지 숨겼어야 했는데 갑작스런 재환의 입맞춤에 그만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다중인격장애…. 학연이 몇 년 전부터 앓고 있는 거였다. 아무도 모르게 숨겨왔던 유일한 비밀이었다. 끝까지 들키지 않은게 대단할정도로 학연은 끝까지 숨겼다. 모든 걸….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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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쩐다...대박..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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