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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밝은 햇살이 비치는 좋은 날씨, 나는 또 할 일이 없어 연습실로 향하고 있던 중이었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내 어깨를 잡아돌리는 손길. 목소리가 영락없이 김형태구나,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니 왜 똥씹은 표정이냐며 묻는다.
표현을 해도 꼭 저렇게 김형태같이해요. 아니야, 하고 대답하고는 다시 연습실을 향해 걸어갔다.
“형, 할 일없어서 연습실가는거죠?”
“엉”
“그럼..”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김형태. 그의 뒤로 반짝이는 햇빛이 비춘다.
“나랑 데이트할래요?”
-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되버린건지. 여느 때와 같이 나는 김형태의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있다.
혼자 신나가지고 이것저것 구경하는 김형태.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만....혼자 남아있을 브래드가 떠오른다.
김형태 덕분에 괜찮아진 기분이 다시 가라앉으려 하는 걸 느낀다. 그 때 내 손을 잡고서는 어떤 가게로 들어가는 김형태.
비싸보이는 남자 옷들이 가지런히 옷걸이에 걸려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브랜드의 옷가게같다.
“여긴 왜?”
“형 패션 구려요”
“내 패션이 어때서.”
“몰라서 물어요?”
혐오가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다보는 김형태. 그러나 곧 신나서는 이 코너 저 코너를 뒤져가며 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한 군데에 멍하니 서 있었더니 나에게 다가오는 여자 종업원. 생글생글한 서비스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어떤 스타일 찾으세요? 하고 물어본다.
“아. 전 그냥 따라온건데...저기, 검은머리 애가 고를거에요.”
“그래요? 옷도 같이 사러오시고..형제사이가 좋으신가봐요?”
“아...네.”
우리 둘의 사이를 형제라고 단정지어버리는 종업원의 태도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냥 엉겹결에 대답하고는 가만히 김형태를 기다렸다.
옷을 다 골랐는지 옷걸이 서너개를 들고는 계산대로 다가가는 김형태. 나도 그를 따라 계산대를 쪼르르 걸어갔다.
“이거 다 얼마에요?”
“15만 4500원입니다 손님.”
“이 카드로 계산할게요”
어디서 났는지 카드를 종업원에게 건네주고 나를 향해 씨익 웃는 김형태. 나에게 옷을 사준 게 뿌듯한지 기분이 좋아보인다.
결제를 다하고 종업원이 김형태에게 영수증과 카드를 건네주는데 종업원이 약간 얼굴을 붉히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저기...혹시 전화번호, 알 수 있을까요?”
“네?”
“실례가 안 된다면...”
벙찐 표정으로 김형태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 척 해오는 김형태. 종업원에게 미안하다고 어색하게 웃어준 뒤 가게를 나왔다.
김형태는 무엇을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나를 보며 말문을 연다. 어째 그의 눈에 서글픔이 맴도는 것 같다.
“우리 둘이 만약에 사귀어도...연인처럼은 안 보이겠죠?”
“어?”
“남자끼리니까...”
“..그거야 우리하기에 달렸지, 난 어느 곳에서라도 티내줄 자신있어.”
왠지 쑥쓰러운 기분에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자 흐흐흐 웃음소리를 내며 내 뒤를 따라오는 김형태.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아무리 김형태가 좋다고 하지만...으아,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형, 형!”
“...왜”
“정말 티내줄거에요? 우리 둘이 연인이다 막 그렇게?”
“...”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쫄래쫄래 내 뒤를 따라오던 김형태가 내 등짝에 부딪친다.
그러고보니, 브래드까지 거절했으면 김형태에게 고백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닌가? 김형태 마음도 알았는데..
“아 뭐에요! 왜 갑자기 멈추고 그래!”
“야, 김형태.”
“네?”
“우리, 연애 한 번 해볼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 하고 소리 질러오는 김형태. 그에게 목소리 좀 낮추라고 한 뒤 쑥쓰러웠지만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했다.
“나랑 사귀자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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