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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말고 이라고 불러줄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려는 어중간한 이 시점이 난 좋다. 아마 오늘 새벽부터 억세게 내리던 때아닌 장맛비 때문인지 한껏 서늘해진  공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센스있는 교수님 덕분에 개강과 함께 휴강이라는 보너스 방학에 만족하며, 비도오는데 집에서 휴식! 이라는 계획을 떠안았다. 이렇게 지키고 싶은 계획은 또 없었는데. 밤새 투닥거리던 키보드는 이제 질려버렸고 뜨끈하다 못해 뜨거워진 본체에게 미안해 하며 전원을 껐다. 아직도 비가오려나. 밖에 비가 오는지 그쳤는지 해가 중천에 있는지 달이 떴는지도 모르게 가려진 암막커튼을 활짝 열었다. 비가많이온다.  




" 라면도 떨어졌는데. 뛰어갔다와야하나 " 




어제 점심 이후로 먹은게 없으니 배가 고플만도 했다. 아오, 꼭 이럴때 식량이 떨어지지. 배는고프고, 편의점은 갔다와야겠고, 비는 오고. 짜증난다. 뭐라도 시켜먹는게 좋을까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하며 창문을 살며시 열어 시선을 밖으로 뒀다. 거참 많이도 내리네. 이런 날씨에 주문하면 오토바이 배달부의 원망이나 듣겠다 싶어서 배달 생각은 접기로 했다. 그냥 뛰어갔다 와야지 하며 다시 창문을 닫으려는데 어라, 





우리집 동 입구 앞에 노란색 후두티를 입은 남자가 간신히 비를 피하며 입구 앞에 서성이고 있다. 자기 몸뚱아리만한 큰 쓰레기 봉투를 들고서. 그의 목적지는 바로 다섯 발자국 앞에 있는 초록 쓰레기차 인듯해보이는데.. 제법 억세게 내리는 빗물에 겁을 먹었는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뒷걸음도 못치고. 눈에띄게 발을 동동 구르며 서있다. 게다가 쓰레기 봉투가 무거웠는지 한손으로 들지도 못하고 두손으로 이리 들어다 저리들었다 하면서 용케 부여잡고 서있다.  




마음을 단단히 먹은듯 후드를 자신의 머리 꽁꽁 싸매고는 쓰레기 봉투를 고쳐잡았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세는건지 몸도 함게 움찔 움찔 거리는데 괜히 나도 같이 하나 둘 숫자를 셌다. 내리는 비를 그대로 몸으로 받은 남자는 초록 쓰레기차 앞으로 냉큼 뛰어가는데 그 폼이 엉성한게 굉장히 웃겼다. 쓰레기는 무겁지 비는 맞기싫지 바닥은 추적거리지.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더 웃긴건 쓰레기 봉투를 단번에 골인 시켜 넣지도 못했다는것. 패기있게 던졌지만 다시 제 몸으로 받고는 눈썹을 내리며 한껏 울쌍을 지었다. 분명 샛노란색이었던 후드티가 점점 진한 개나리색 빛으로 변해가고있다.


 


 

" 귀엽네... "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꺼내진 말이었다. 글쎄, 남자에게 귀엽다는 말을 해본적이 있었나. 한번은 동기 녀석이 내 앞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술사달라고 애교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뒷통수를 여러대 갈겨줬던 적은 있었지. 심지어 20살 새내기 여 후배들에게 장난이라도 귀엽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 나인데 왜 이 말이 내 입에서 나온걸까. 그것도 안면도 없는 남.자.에게
 


 

두번의 시도 끝에 쓰레기를 처리한 남자가 출발지 였던 우리동 안으로 뛰어들어왔고, 난 그 모습을 채 다 지켜보기도 전에 난 뭐에 홀린듯한 사람 처럼 뛰쳐나왔다. 어디로? 문밖으로. 1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는 분명 그 남자가 누른걸테고 나는 궁금했다. 그 남자가 몇층에서 내릴지. 근데 난 왜 그게 궁금한거지? 그냥 난 같은 동 이웃으로서 나중에 마주치면 인사나 할 생각으로 그런거다. 다른 마음 다른 뜻은 1도 없는거라고..그런거라고 생각하고싶다.  


 


 


2층..3층..그리고 띵- 

" 문이 열립니다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또렸하게 들려왔다. 우리집 바로 아래층이다. 2년째 자취하고 있는 동안에 그를 본적이 없었으니 그는 분명 최근에 이사를 온게 분명했다. 난 그냥 그가 사는 층을 확인하고 싶었고, 궁금했던것 뿐인데 난 왜 때문에 몸이 자꾸 그쪽으로 향하고 있는걸까. 아랫집 남자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고 그 순간이 금방 끝나지 않길 바랐다.




나는 아무렇게나 구겨신은 운동화 상태로 계단 세네칸씩 뛰어내려갔고, 그건 상당히 무모한 짓이었다.

 계단을 세네칸씩 위험하게 뛰어내려간것 때문이 아니라 아무 생각도 없이 그를 가까이 보고 싶었다는 그게.. 


 


 


" 저기! " 

" ...? " 


 


 

토끼눈이었다. 날 이상한 놈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머리 보다 몸이 더 먼저나가는 충동적인 행동은 잘 하지 않는 나인데.. 빗물에 푹 젖은 후드를 여전히 둘러 쓰고 있는  남자가 상당히 놀란듯 몸을 살짝 움츠렸다가 이내 헤맑게 씨익 웃으며 후드를 벗는데 진짜 미쳤나봐. 왜이렇게 귀여운건데.. 


 


 


 

" 저...전 위층 살아요 " 

" 아..안녕하세요. 어제 이사왔어요. 어제 밤에 와서 오늘 아침부터 짐을 정리해서..많이 시끄러웠죠. 죄송해..ㅇ..  " 

" 아니요. 시끄럽진 않았는데...그냥 인사가 하고 싶어서요 " 

" 아..근데 제가 밖에 나와있는줄 어떻게 아시고.. " 


 


 


 

그렇네.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사실 우연히 창 밖을 보는데 우연히 앞에서 서성이는 남자가 너무 귀엽게 알짱거리길래 무작정 뛰쳐 나왔어요를 어떻게 돌려 말해야 놀라지 않을까. 작은 얼굴에 비해 두꺼운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면서 말을 하는 입술에 눈길이 멈췄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정국 생각해! 뭐라고 설명할건데! 


 

 


 

" 아...사실 이사 온다는걸 알고 있었는데..."  


 


 

몰랐잖아 


 


 

" 자...잠깐 나가려는데 인기척이 들리길래요. 혹시 이사오신분...이 아닐까..해서 그냥 인사하려고요.. " 

" 아-잘됐네요! 잠시만요! 잠시만 계세요 알았죠? " 

" .... ... " 


 


 


 

시발.  

이쁘다. 귀엽다. 

미쳤다. 


 


 


 


 


 


 


 


 


 


 


 


 


 

-------------------------------------------------------------------------- 


 


 

이 두 커플을 밀어요 전.... 

같이 지지해주실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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