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글마다 브금이 달라요 각 글에 맞는 브금 골라 들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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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든 눈 앞으로 햇살이 길게 내려앉았다. 하얗게 부신 눈에 인상을 찌푸린 성규의 눈 앞에 흐릿한 얼굴이 보였다. 성규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는 제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성규는 외마디 탄성을 내뱉었다. 그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를 않았다.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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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으로 네모난 책 같은 것이 불쑥 내밀어졌다. 우현은 살짝 고개를 뒤로 빼곤 한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성규의 귀가 붉었다. 힐끔 성규에게 시선을 준 우현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것을 열었다. 속에는 얇은 자켓 사진집과 까만색으로 덮힌 CD 한 장이 들어있었다.
˝앨범 나온 거예요?˝ ˝네, 네! 저 그, 그, 데뷔 앨범이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은 성규의 얼굴이 귀와 같이 붉어졌다. 우현의 시선이 잠시 성규의 얼굴에 머물렀다. 터지겠네, 아주 그냥. 옅게 웃은 우현이 천천히 앨범 자켓을 넘겼다. 우현의 손 끝에서 넘어가는 자켓 사진들을 바라보던 성규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 진짜 바보인가. 차가운 손 끝에 닿은 얼굴이 뜨거웠다.
˝예쁘네?˝ ˝네?˝ ˝아, 아니. 멋있다구요, 사진.˝
두 손에 묻혀 있던 얼굴이 번쩍 들어올려졌다. 깜짝 놀라며 저를 바라보는 성규의 행동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 우현이 큭큭대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저 놀리시는 거예요?˝ ˝그건 아닌데, 성규 씨가 지금 너무 귀여워서.˝
소리 내어 웃는 것은 멈추었지만 여전히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분명 우현의 얘기는 그런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성규는 괜시리 놀림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삐죽거리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성규에게 우현이 한 손을 뻗었다. 흡. 성규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그대로 성규의 머리에 얹어진 손이 부드럽게 성규의 머리를 헤집어 놓았다. 손 끌에서부터 간지러운 기분이 훅 끼쳐왔다. 우현의 손이 거두어지고 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졌다.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를 해 주겠다며 커피를 내리는 우현의 뒤에서 성규는 두 손을 모아 제 가슴께에 얹었다. 손바닥 가득 둥둥거림이 느껴졌다. 엄마, 어떡해. 나 진짜……
˝반했나 봐……˝
자그마한 혼잣말이 윙윙거리는 기곗소리에 섞여 사그라졌다. 온 가게에서 커피 향이 풍겨 올라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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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거니까 말 걸지 마.˝
황당했다. 간만의 음악 방송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리허설을 마치곤 힘 없는 걸음으로 대기실에 들어가려는데, 언제부터 서 있었는지 대기실 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던 김명수의 손에 손목이 탁 잡혔다. 그대로 질질 끌려간 나는 어느 새 김명수의 대기실 소파에 앉혀진 채 김명수의 베개 셔틀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안 그래도 번쩍이는 조명에 얼떨떨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 ˝말 걸지 말라니까.˝ ˝저 화장 고쳐야 되는데.˝
나는 내 말이 끝나는 순간 번쩍 뜨여진 김명수의 눈에 깜짝 놀랐다.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떠는 내 행동이 웃겼는지 명백한 비웃음을 지은 김명수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이번 컨셉이 나쁜 남자라더니 짙게 한 스모키 화장이 안 그래도 짙은 눈을 더 짙게 만들었다. 더 무서워. 호러야.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한 번만 더 주둥이 놀리면˝ ˝…˝ ˝입술 부르터서 무대 못 서게 만든다?˝
입술을 감쳐 물고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다시 눈을 감는다. 이게 얼마만의 무대인데, 망칠 수야 없지. 코디 누나를 여기로 불러야 하나. 이것저것 떠오르는 잡생각에 가볍게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든 나는 소파에 깊게 몸을 묻었다. 나도 잠이나 잘까. 문득 내려진 시선 가득 들어차는 얼굴이 평온했다. 이 인간은 진짜, 나를 지 봉으로 아나. 제 더러운 성격을 잘 아는 건 가까운 관계자와 나 뿐이니 내 앞에서는 더욱 제멋대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짜증 나. 이 재수 없는 인간의 매력이 대체 뭐길래 온 대한민국이 이렇게 열광을 하냔 말이지. 잘 뻗은 콧대? 깊은 눈매? 아님 적당히 도톰한 입술?
˝아이, 씨….˝
…잘 생기긴 더럽게 잘 생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