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은 책상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보고서들을 보고 작게 신음했다. 월차를써 지방 본가에 내려갔다 온 까닭에밀린 결재서류와 보고서들을 처리하려면 아무래도 야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 진 루한은 쿵 소리를 내며책상에 머리를 찧었다. 내가미친.놈이지.잠이 많은 루한은 야근을 한 다음날이면 녹진녹진 녹아내리는 몸에 세훈이 거의 끌고오다시피 출근을 해서 절대 야근만은 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속으로 다짐해 놓았기 때문에 더 걱정이었다. 루한은 잠시 후 겨우 몸을 일으키고 보고서를 펼쳤다. 아무래도마케팅팀이다 보니 하루하루 바뀌는 트렌드에 상부에 올려야 하는 보고서의 양은 많아져 갔고, 이에 팀원들은 항복을 선언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번에는 팀원들을 생각해서성질을 좀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깊게 한숨을 쉬고 표지를 넘긴 순간, 루한은 열로 얼굴이 핫핫해지는 것을 느꼈다.
"변백현씨. 국민학교 안나왔습니까?"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던 백현이 고개를 돌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네?
"맞춤법 몰라요? 어제 술마셨습니까?"
...네. 백현이 울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팀원들은 애써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또 누구하나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백현씨일 줄이야.
루한은 대답이 어이가 없었는지 보고서로 책상을 두드려가며 이야기했다.
"여자친구나 와이프가 해장 안해줍니까? 이게 보고서지 받아쓰기입니까?"
금방이라도 제 책상 앞으로 걸어나올 기세에 백현은 의자 뒤로 깊게 들어가며 몸을 사렸다. 루한이 보고서를 거의 던질 분위기가 되자,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뭐야. 루한 왜요?"
"내가 이 회사 사표를 쓰던가 해야지 진짜. 오세훈, 오팀장님. 팀장으로서 봐봐. 니가 볼때는 이게 보고서로 보여? 이게?"
세훈이 보고서를 보더니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확실히 좀 심하긴 했다. 어제동기들과 한잔 하고보고서를 써야겠다며 집에 들어가는 걸 봤을때부터 일 치겠다 생각했는데. 일단 세훈은 루한을 진정시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응응. 진정해요. 루한 화났구나.
열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루한을 감싸안고 세훈이 살짝 고개를 돌려 팀원들에게 살짝 윙크했다. 이에 팀원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너도나도 늘어지기 시작했다. 회사 복도에는 루한의 목소리와 세훈의 달래는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저런 상사 하나라도 있으면 무료봉사는 무슨 돈 내고 회사 다닙니다!안녕 예쁜 독자분들? 이 조각은독방에서 올린 걸 끌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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