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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 전체글ll조회 1210


큰 빌딩 앞에서 걸음을 멈춘 루한이 주먹을 말아쥐고 제 종아리를 콩콩 두드리기 시작했다. 익숙한지 다리를 풀어내는 손길이 야무지다. 다리가 저려오는지 한참을 허리를 굽혀 다리를 두드려대다가 루한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허리를 곧게 세웠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자세가 흐트러지면 모델로서 제대로 습관을 들이지 못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루한이 가라앉은 기분을 살짝 감추며 고개를 돌려 찬열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숙소 어디야. 금방이라며."

웅얼거리다시피 칭얼대는 말투에 찬열이 살짝 손을 뻗어 루한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대답했다. 앞으로 딱 3분. 골목만 돌면 바로 호텔 하나 있어. 찬열이 앞에서 끌다시피 해 겨우겨우 호텔에 도착한 둘은 키를 받은 후바로 짐을 풀기 시작했다. 습관이 철저하게 배어 버린 탓에 씻기도 전에 손이 가는 것은 포인트 아이라이너들과 옷들이었다. 쇼핑백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다시 풀어 에이전시의 오디션별로 정돈해 새로 구해 온 쇼핑백에 넣어 놓고, 바쁜 여정에 섞인 큐빅들은 색별로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놓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숙소였기에 찬열과 루한의 쇼핑백을 질서있게 늘어놓자 방의 4분의 1이 꽉 찼다. 한결 깨끗해진 숙소에 한숨을 내쉰 루한이 겨우겨우 물품들을 정돈해 놓고 루한이 씻기 위해 파우치를 열었다.

"씨발. 나 안해!"

파우치 안은 분리된 아이셰도우가 안에서 흔들리며 빻아져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손을 대어 정리할래야 해 볼 수도 없는 모양새에 루한이 파우치를 그러쥐고 화장실 쪽으로 던져서는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애써 쇼핑백들을 밀어넣으며 공간을 더 확보해 보려던 찬열은 그 모습을보고는 기가 찬 듯이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루한의 곁으로 누웠다.

"루한, 저거 버릴 거야?"

"몰라. 아이셰도우는 또 어디서 사."

찬열은 루한이 원래 사소한 것에는 신경을 잘 쓰지 않고 넘겨버리고, 그다지 걸릴 게 없는 성격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소한 것에 난감해하고 속상해 하는 모습에 속으로 가만가만 생각해 보고 있었다. 오케이. 상태를 보니 그림이 나오네. 휙 돌아누워 발을 동동 구르며 제게 매달려 칭얼대는 모습에 꽤 토라진 것 같아 보여 찬열이 웃음을 삼키며 애써 말을 걸었다.

"내가 같이 사러 가 줄게. 됐지? 그거 뭐 속상할 일이라고, 딱 보니까 견적 나오는데. 많이 시달렸어?"

루한이 같이 가줄 거지? 하며 재차 물어보고는 이내 확답을 얻은 걸로 확신한 모양인지 아으, 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찬열을 바라보도록 몸을 휙 돌렸다.

"큐빅을 붙이니 마니 아이라인이 이렇고 저렇고 모델은 빼놓고 자기들끼리 상의하고, 다른 데서는 사진은 이것밖에 없느냐고 갈구지를 않나. 아니 갑자기 컬러렌즈를 가져와서 껴보라는 건 또 뭔데. 응? 내가 모델이지 강아지야? 그런 건 피팅모델이나 시키지. 누가 쇼핑몰 알바생인 줄 아나. 아 몰라. 니가 가. 짜증나."

물어보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빠르게 말을 뱉어내는 모습에 찬열이 못말린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침대 시트에 푹 파묻혀 말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있을 즈음, 루한이 찬열의 앞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찬열에게 말을 걸었다. 말을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어가던 찬열이 뒤로 흠칫 물러나며 말을 끊었다.

"이번엔 또 뭔데."

너, 내가 무슨 맨날 사고만 치는 것처럼 말하지 말고. 루한이 투덜대며 말을 이었다.

"우리 오늘 첫 번째로 오디션 본 에이전시 알지. 거기 한국인도 있어?"

찬열이 잠시만, 하고는 제 스마트폰의 홀드를 해제해 에이전시의 이름을 탁탁 눌러대며 검색했다.

"응. 있네. 이름 보니까 오세훈 맞을걸? 지금 스물...셋. 오, 우리보다 젊네? 열 여섯살 때 프랑스로 이주해서 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국적은 한국이래. 갑자기 이건 왜? 거기서 한국어 들으니까 신기했던 거야?"

루한이 찬열의 휴대폰을 낚아채 프로필을 훑어내기 시작하고는 어느 한 부분에서 루한의 눈이 커졌다.

"이 에이전시에서 모델 일도 했었어?"

찬열이 스마트폰을 다시 가져가 자세히 살펴보고는 다시 루한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웬만하면 묻는 말에 대답은 좀 해. 대가없이 핸드폰만 빼 갈 거야? 루한이 도리질을 쳤다. 찬열이 두 손을 들어 항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는 다시 액정에 시선을 고정해 사실 반, 주관적인 생각 반이 섞인 프로필을 읊었다.

"응. 그런가 보네. 지금도 내킬 때마다 하고 있나 봐. 그 기럭지에, 그 얼굴에 그 몸빨이면 하지 않는 게 더 아까운 몸이다."

루한이 그건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짜 궁금하다. 이 사람은 왜?"

찬열이 집요하게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아니...그냥."

루한이 뒷말을 삼켰다. 아니...그냥, 섹시해서.

 

창문 틈 사이로 세느 강의 바람이 불어들었다. 파우치 안의 금빛 아이셰도우가 바람에 날려 루한의 긴 속눈썹 위로 내려앉았다. 파리 패션위크, 첫 번째 밤.

 


청옥입니다!

2편은 언제 나올지 저도 몰라요♬ 또 장편으로 끌어가보고 싶은 소재는 마구 샘솟고... 이 아이는 구독료를 붙이지 말고 끌고 가고 다른 소재는 구독료를 붙여서 가는 방안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사실 죄송해서 받아질지는 잘 모르겠네요.

파리 패션위크의 첫번째 밤이에요! 모든 독자분들, 암호닉 분들, 신알신 해 주시는 분들 모두들 너무나도 감사하고, 다음에 더 예쁜 이야기 더 예쁜 세루로 뵈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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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청옥님그래서다음편은언제죠?밀레니엄입니다처음에제목잘못와서뭐지?!했어요근데이렇게나왔네요언제나오나기다리고있었다구요목이빠져라ㅠㅠ세훈이가많이섹시했니루한아ㅠㅠ빨리세루들이만났으면좋겠어요글써주셔서감사합니다!다음편도응원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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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옥
약간 쉬어가는 편 느낌이실 거예요:) 다음 편 부터는 아마 세훈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겁니다XD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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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제가 세루 동반자살픽에서 먹물을 뿜고 여기서 또 먹물을 뿜어여...ㅎ ㅏ...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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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헐헐헐 ㅠ쵸코칩이예요 ㅠ 오랜만이예요 ㅠ 드뎌 오셧군여 ㅠ보고싶엇어요 ㅠ세후나 루한아 ㅠ ㅠ ㅠ섹시한 세훈이 언능빨리 보고싶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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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섹시해서...!그냥섹시해서....!이줄계속 읊어보고잇어요ㅠㅠㅠ뭔가 의심미...ㅎ 암호닉신청해도 되나요?된다면 넠다운이욯ㅎ 감사합니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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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뀰이에요 ㅠㅠ 언제오시나 기다리면서 0편 복습많이 했는데 이번편도 역시 꿀잼이네요 ㅠㅠ 읽고 다시 읽고 또 읽고 ㅠㅠ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합니다 ㅜㅠ글 써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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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ㅠㅠ완전 좋네요ㅠㅠ섹시해서ㅠㅠ차녀리나오는것도 좋고ㅠㅠ신알신하고 가여! 암호닉 신청 가능하면 진리로 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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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버블버블입니다!청옥님 기다렸어요ㅠㅠ와 진짜 보면볼수록 소재 너무좋아요 장편으로 써주시면 저야 감사하죠..♡루한이가 세훈이한테 조금 관심이 생긴거 같네여 섹시하다니..하앍 근데 여섯번째 줄에 오타있어요 가라앉은인데 가자앉으로 오타나셨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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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섹시해서라니ㅠㅠㅠ다정한찬열이도좋고 세루의 다음만남도 기대되네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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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 대박이에요ㅠㅠㅜㅠㅜㅠㅠ정주행 하고 왔습니다!!작가님 짱ㅠㅠㅠㅜㅠ하루빨리 세루 행쇼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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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섹!!!!!!!!!!!!ㅅㅣ!!!!!!!해!!!!!!!!!서!!!!!!!!!!!!!!!!!!!!이;게뭐죠!!!!!!!!!!!!좋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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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엄청 기달렸는데 1편이 나오다니ㅠㅠㅠㅠㅠㅠ 좋타쿠나~~ 잼께 읽오 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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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예전에 패션위크 관련 방송 봤었는데 그게 생각나는 글이네요!ㅠㅠ 신알신하고 갈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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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저귀요미입니다!!!아까아침에신알신확인하고와서지금에서야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세루는사랑입니다ㅠㅠㅜㅜ투덜투덜거리는루하니가너무귀엽네요!!그리고세훈이가섹시해서좋다니...저도세후니가섹시해서좋군만요!!!!다음편도기대할께요 사랑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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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독방에서 추천받고 왔어요! 다 읽자마자 바로 신알신ㅎㅎ 세루가 어떻게 만나게 될지 기대되네요. 맘같아서는 장편으로 연재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암호닉 코코 신청하고 갑니당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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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신알해요 작가님ㅠㅠㅠㅠ 다음편 기다릴 동안 정주행 하고 있을께요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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