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헐... 남,남우현이다!!!! "
호원의 카트 뒤에 서있던 아줌마들이 얼른 가라며 볼멘소리를 했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호원이 서둘러 카트를 밀고 계산대를 빠
져나왔다.우현이 달달달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머리가 너무,아프다.
*
[ 5년 전 ]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있는 성열과 호원에게 담요를 덮어준 성규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낡은 저택의 거실을 계속
어슬렁거렸다.한참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결국 못 참겠는지 지하로 가는 문을 연 성규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연구실의 문을 열
었다.
" 어떻게 됐어요 ? "
" ...... "
폴앤 엠이 부들부들떨리는 손으로 녹색 액체에 반짝이는 액체 몇 방울을 떨어트렸다.녹색액체가 잠시 반짝거리는가 싶더니 번
개가 치는 것처럼 번쩍하며 온 방안을 순식간에 환히 비췄다.강한 빛에 눈을 가린 성규가 곧 잠잠해지는 느낌에 살며시 손등을
내려 주위를 살폈다. 폴앤 엠의 손에 들려있던 녹색액체가 어느새 투명한 액체로 변해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성규가 액체를
살펴보며 물었다.
" 방금 그 빛...잘 된거에요 ? "
" ...흐윽..."
" 폴...앤 엠님 ? "
" 흐윽...흡...이제...이제 모든게 완성됐어.
'수백년간 멈춰있던 내 연구가 드디어 완성됐다고'하고 흐느끼며 말한 폴앤 엠이 손에 비약을 꼭 쥐고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폴앤 엠이 어깨를 들썩거릴때마다 비약이 반짝반짝거렸다.
*
" 비약을 완성하긴 했는데..."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비약 3병을 뚫어져라본지도 한참이다.
" 일단 삼신님한테 먼저 말씀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생명초 구해다주신것도 삼신님이니깐..."
" 그래.그게 나을 것 같다."
성규의 말에 동의하며 호원과 성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소파에 앉은채 일어나지않는 폴앤 엠. 힐끗 그 모습을 본 성열이
물었다.
" 아저씨는 왜 안 일어나요 ? 안 갈꺼에요 ? "
" 허허.안 가는게 아니라 못 간단다."
수백년전에 추방당했었거든.폴앤 엠이 씁쓸하게 웃으며 비약을 낡은 주머니에 담아 성규에게 건넸다.
" 그냥 같이 가요."
" 맞아요.수백년전일인데...분명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꺼에요."
" ...내가...다시..."
천상에 간다니.
폴앤 엠의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괜찮다니깐요.얼른 가요."
" 그래도...될까 ? "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고 폴앤 엠에게 손을 내밀었을때 초인종이 울렸다.
" 누,누구지 ? "
" 그러게.여길 찾을 사람을 없을텐데."
순식간에 거실이 싸늘한 분위기로 휩싸였다.침을 한번 꿀꺽 삼킨 성규가 호원에게 나가보라는 식의 시선을 던졌고 폴앤 엠과 성
열 역시 비슷한 시선으로 호원을 쳐다봤다.호원도 역시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초인종이 두어번 더 울리더니 이내 쿵쿵거리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4명이 동시에 흠칫하며 현관문에서 멀찍이 떨어졌고 성열이 '빨랑 열어봐요'하며 호원을 현관문 쪽으로
휙 밀었다.가오가 깨지지않게 아무렇지않은척 문손잡이에 손을 얹은 호원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 뭔 문을 이리 늦게 열어 ! "
" 아..."
호원이 얼른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자 삼신할매가 고개를 끄덕이며 먼지 가득한 거실 공기와 벽에 가득 걸린 인간세상의 잡
동사니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부채질을 했다. 성규와 성열이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다가가 물었다.
" 여긴 어떻게..."
" 입단속 잘허라고했드니만 이런걸 놓고댕기면 우쩌자는겨 ? "
" 아아..."
삼신할매의 손에 들려있던 지도와 자신의 하얀 가방을 얼른 받아들었다.
" ...오랜만이구먼."
삼신할매가 기다란 소파 뒤에 숨어있듯이 서있는 폴앤 엠에게 먼서 인사를 건넸자 뒤늦게 모습을 나타낸 폴앤 엠이 살찐 자신의
몸이 부끄러운건지 하얀 가운으로 몸을 덮고 꾸벅 인사를 했다.
"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 나야 뭘 늘 안녕하지..."
'많이 변했구마'하는 삼신할매의 한마디에 폴앤 엠이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 내가 구해준 생명초는 어찌됐는가 ?"
" 성공적으로 완성됐어요."
" 다행이구먼.일단 다들 올라가지.텁텁한 이 곳에 더는 있기가 싫으니께"
" 네."
" 자네도 따라오게."
" 예."
호원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고 성열과 성규와 함께 천상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그 가운데 뻘쭘히 서있는 폴앤 엠을 위아래
로 훑어본 삼신할매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 그 차림으로 천상에 갈라카나 ? "
" ...네 ? "
" 그 꾸죄죄한 차림으로 갈끼냐고."
" 아,아! "
폴앤 엠이 후다닥 방안으로 들어가 입고있던 후줄근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
어 ? 사관부인이잖아 ? 그러게,사관부인이 여긴 어떻게...그나저나 저 남자 완전 잘 생겼다.
어머,얘는 참 말하는 것두...근데 저 옆에 있는 뚱뚱한 남자는 누구래 ? 새로 온 사람인가 ?
천상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수백년전의 폴앤엠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더군다나 지금 이
뚱뚱한 모습이 폴앤 엠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삼신할매의 넓직한 방에 들어온 네 명이 다소곳하게 소파에 앉
자 문을 닫고 창문에 걸린 커튼을 친 삼신할매가 흔들의자에 앉으며 끄응차하는 소리를 냈다.
" 어데 한번 만든 비약 좀 꺼내보드라고."
성규가 커다란 주머니에서 비약 3병을 꺼내 조심스럽게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다.
" ...너그들 후회 안 하겠능가 ? "
" ...... "
잠시 성규와 성열,호원의 시선이 공중에서 교차했다.
" 네. 후회,안해요."
" 저도요."
" 나도."
단호한 세 명의 대답에 삼신할매가 잠시 비약을 만지작거렸다가 폴앤 엠에게 물었다.
" 인간이 된다는 것만 문제가 아닌건 자네도 잘 알제 ? "
" 네..."
" 너그들도 잘 들어. "
인간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여. 이제부턴 너들 힘으로 알어서 살아가야허는법이제. 첨에는 이것저것 도움을 줄터지
만 그것도 잠깐이여,무슨 말허는지 알지 ?
진지한 삼신할매의 말에 셋이 쪼르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이런 일은 처음이라 뭘 준비해야될지 모르겠구먼."
" 제가 사실 준비해놓은게 있습니다만..."
폴앤 엠이 안주머니에서 길게 접힌 종이를 꺼내더니 테이블위에 척척 펼쳐놨다.
" 인간세상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준비해놓은 것들이죠.
성규와 성열과 호원이 종이안에 써있는 물품들과 지도등을 훑어봤다.
" 이 지도는 뭐에요 ? "
" 집주소다. 내가 언젠가 인간이 됐을때 지내려던 곳이였는데...이젠 너희들의 집이 될 예정이지."
" 우와...어떻게..."
" 완벽한 인간은 아니지만 반은 인간으로 수백년을 살아왔으니깐 이까짓쯤이야."
단,너네들도 준비해야할게있어.
한참 들여다보고있던 종이를 홱 잡아채간 폴앤 엠이 다시 차곡차곡 접어 자신의 주머니에 쏙 넣었다.
" 준비라면...어떤...?"
" 공부해."
" 에엑 !? 공,공부요 ? "
성열이 공부란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 그래. 내가 아는 것 만큼.아니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인간세상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도움,줄 수 없어.전문서적
들은 내 저택 서재에도 가득하니깐 걱정말고."
' 공부,맞는 말이구먼'하며 할매가 껄껄 웃자 성규가 애써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 인간세상에 대해선...어느정도...아는데..."
" 어느정도 ? 설마 겨우 한달동안 내려가있었던 시간을 말하는건가 ? "
" ...... "
" 인간세상은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곳이야.한 달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
완벽히 끝내기전까지 이 비약은 내가 가지고 있지.
투명한 비약들마저 폴앤 엠의 품으로 돌아갔다. 성규,성열,호원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공부라니!
*
[ 다시 현재]
호원과 성열이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씨익 웃으며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였다.뒷자리 7자리수는 달랐지만 생년월일은 모두 같
게 표기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우현과도 같은 년도에 태어난걸로 적혀있었다.그렇다면 호원=성열=우현=명수=동우라는 관계가
성립된다는 건데...
" 성규도 있어요 ? 똑같이 ? "
" 그래.성규도 있어."
호원=성열=우현=명수=동우=성규까지 !
우현이 말도 안 된다는 눈으로 몇 번이나 주민등록증에 박힌 호원의 사진과 성열의 사진을 살펴보고 지갑에서 자신의 주민등록
증을 꺼내 비교를 해봤다.
" 이,이거 진짜맞죠 ? "
" 그럼 가짜 들고 다니겠냐."
" 어떻게..."
" 생사의 근본적인 걸 관리하는 생관부에서 이런 거 하나 못할 것 같아 ? 아무튼 거의 1년동안 공부만 하다가 1년 다 되는 날에 드
디어 이 곳에 다시 내려온거야."
" 뭐에요,그럼 ...거의 3~4년전에 인간세상에 왔다는 얘기잖아요 ! 왜 안 찾아왔어요 !? "
" 아,배불러."
마트안에 위치한 롯데리안에서 햄버거를 거하게 먹어치운 성열이 배를 두드리며 쟁반을 슥 밀었다. 트림까지 꺼억 하는 걸 보니
정말 완벽한 인간이 된 것 같아 이상하게 소름이 오슬오슬돋아왔다.
" 나랑 성규랑,그리고 얘랑 다같이 한 약속이 있거든."
" 약속이요 ? 대체 무슨 약속인데 4년동안 한번도 안 찾아온거에요 ? "
" 너네들한테 또 신세를 지기 싫었거든. 떳떳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었어. 천상인으로 인간세상에 내려왔을땐 어쩔 수 없이 신
세를 졌다치지만 이제 똑같은 인간인데 예전처럼 신세를 질 순 없잖아. 우리힘으로 어느정도 자리잡고 만나려했어."
" 그럼 자리잡기전까지는 안 만나려고 했어요 ? 몇 년이든,몇 십년이든 ? "
우현이 조금 서운하단 빛을 내비치며 말했다.
" 아니. 성규가 하는 일만 마무리되면 찾아가려고 했었어."
" ...성규가...하는 일이요 ? "
" 그래.성규가 하는 일."
" 김성규가 무슨 일을..."
질문을 끝마치기도 전에 우현의 핸드폰이 징징 울려댔다. 김명수다. 액정을 확인한 우현이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 어 ? 뭐야.핸드폰 받았으면서 왜 이렇게 안 와.]
" 후우...김명수.놀라지마라."
[ 왜 ]
" ...... "
아무말없이 핸드폰을 슥 성열에게 건넨다. 입모양으로 '김명수?'하고 물은 성열이 손바닥에 잔뜩 베어나오는 땀을 호원의 허벅
지에 스윽 닦고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 아니 이 새키는 불러놓고 대답을 안 해,왜.]
" ...... "
[ 야,뭔일났음 ? 왜 말을 안 해 . 야,멍청새끼야.거지새끼야.어이 ! ]
" 여...여보세요 ? "
[ ... 뭐야,누구야.]
까칠한 명수의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고 어느새 성열의 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맺히기 시작했다.
" 흐으...김명수우..."
[ ...... ]
" 명수야아...흑...나야... "
존나 청승맞네.
우현이 그 말을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하지만 아마 자신도 성규와 통화를 했다면 저리 징징 울 게 분명했다.
[ 너...너...]
" 보고싶었쩌흐어어엉!!!"
정말 서럽게 우는 성열의 모습에 사람들의 이목이 모두 이 쪽으로 박혔다.
[ 이,이거 거짓말아니지 ? 그치 ? 너,너 일단 너 어디야 ? 응 ? 남우현 바꿔봐.아니다.계속 말해봐.목소리.이성열 맞지 ? ]
" 으응...나야...멍청아..."
[ 와,미치겠네.아,존나...]
목소리가 덜덜떨리며 한껏 흥분된 말투로 어찌할바를 모르는 명수의 목소리에 성열이 코를 킁 들이키며 푸흐흐하고 웃었다. 성
열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빼앗아든 우현이 어제 갔던 술집 앞 사거리에 있는 대형마트 안 푸드코트로 오라고 시크하게 말한
뒤 전화를 홱 끊었다.
" 왜 끊어이씽 !!! "
" 목소리만 들을꺼냐.실제로는 안 볼꺼야 ? 아,장동우도 같이 올거에요,아마."
" 동우도... ? "
'아이씨,큰일났네'하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거울로 된 벽면에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머리도 슥슥 매
만지고 입고 있는 셔츠도 잘 매만졌다.
" 야,이성열. 지금 내 옷 어떠냐 ? "
" 몰라.그저그래."
" 아,하던 얘기 계속 해봐요. 성규는...성규는 어딨어요 ? "
" 성규형 요즘 바빠."
" 그러니까 왜 ! "
" 책쓰느라 바빠. 진짜 눈 코 뜰새없다니깐."
" 책이요 ? "
" 그래,책. 삼신님이 내려주신 퀘스트랄까 ? "
" 동화책같은거 말하는 거에요 ? 소설책같은거 ? "
" 아니. 인간세상에 대한 전문서적. 성규가 직접 쓰고 편집까지해야돼."
" ...지금 어디있어요,그럼 ? "
" 잠시만."
주머니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꺼내 성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현이 상체를 일으켜 호원의 볼 옆에 자신의 볼을 바싹 들이댔고 호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살짝 우현을 밀어냈다.
" 어,여보세요 ? "
[ 어어 ! 왜 ? ]
아,김성규 목소리다.
우현은 유스타키오관이 사르르 녹아내리는것만같은 느낌에 눈을 감고 좀 더 목소리에 집중을 했다.
" 어디야 ? "
[ 하아...지금 ?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암튼 무슨 공원이야. 곧 집으로 가려고. 무슨 일인데 ? ]
" 그게 말..."
" 여보세요 !??!! 야,김성규 !!! "
[ 누구...세요 ? ]
뭐 ? 누구세요 ? 누.구.세.요 ? 벌써 애인 목소리마저 까먹은건가 ? 하긴 꽤 많은 시간이 지났긴했지만 나를 기억해주곘다고 지가 먼저 말해놓고선. 우현은 들어오는 괘씸함을 억누르고 다시 부드럽게 말했다.
보고싶어,김성규. 어디야,빨리와
*
큰일났네요.
다음주가 당장시험이라서
내일부터라도 야자를 하거나 도서실을 달려야하는데
에그몽 연재가...
수시로 가는 분들은 알다시피
중간고사가 굉장히.....개앵장히 중요해서 ㅠ온 심혈을 기울이려구요!
일단 내일 에그몽 연재는 어떻게 될지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진짜 고3인 저에게는 이번 중간고사가 조금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어요ㅠㅠ
이번 중간고사를 잘 보느냐에 따라 갈 수있는 대학의 수준이 높아지는지라..ㅠㅠㅠ
죄송합니다ㅠ
일단 내일 상황봐서 모바일이라도 공지 띄어드릴께요ㅠ
정말 죄송합니다ㅠ
에그몽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완결까지 함께 고고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