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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룻밤만 재워줘 -이동혁 편
어제 우리 부모님 모임에서 제주도 가셨음. 이게 무슨 뜻이냐, 바로 통금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지!! 워호우!!! 오랜만에 황인준 집가서 위 마리오카트랑 저스트 댄스 털어재끼다가 슬슬 졸리길래 시간 봤더니 벌써 새벽 한 시인거야. 와 망했네- 황인준이 빨리 꺼지라고 지랄 지랄을 해서 바로 집간다고 나왔지. 인정없는 황인준은 잔다고 데려다주지도 않음ㅜ 개새끼
밤에 혼자 집갈 때 무슨 느낌인지 아는사람? 아무도 없는데 괜히 골목에서 누구 튀어나올 것 같고 나만 이런 거 아니잖아요? 이동혁 이 자식은 전화 안받는게 자고있는 것 같고 엄마한테 전화했다간 혼날게 뻔해서. 그럼 마지막 방책은 뭐다? 집까지 존나게 뛰는 거다!
현관열고 호다닥 들어가서 안녕히 다녀왔습니다-하는데 대답이 없네. 맞다 제주도갔지.. 벙쪄있는데 현관 센서등 틱 하고 꺼진다. 아까 황인준 집에서 괜히 공포영화본다고 까불어서 별게 다 무서운거임. 집에 혼자 있긴 글렀고. 안되겠다 이동혁 집 가야겠다.
이동혁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이랑 같이 제주도 가셔서 이때다 싶었지. 같은 모임이거든. 여튼 가방들고 무작정 이동혁 현관문 앞에 섰음. 띵-동- 띵-동- 띵띵ㄸ띵띵-동- 테런으로 갈고닦은 연타실력 여기서 뽐낸다. 이동혁 일어날 때까지 초인종 손가락 부서져라 누름. 안에서 부시럭소리 들리더니 이동혁 신경질적으로 인터폰 든다.
“누구세요”
“둘도 없는 베스티 죽마고우입니다”
“똑바로 말해”
“김여주요...”
“모릅니다 그런 사람“
“야 이동혁 제발!!! 사랑한다고!!!!”
급하니까 본심나오고요. 현관문 두드리고 생난리를 피니까 이동혁 결국 문열어준다.
이동혁 정색할 때 진짜 무섭거든요.. 오줌 지릴 것 같고 그렇거든요.. 안 그래도 이동혁 깊게자서 잘 때 웬만하면 잘 안깨는데 깨웠다는 건 뭐 잠자는 사자의 코딱지를 판 거임.
“하.. 지금 몇 시야”
젖혀진 문 앞에서 이동혁 팔짱끼고 벽에 기대서 서있음. 넌 왜... 화낼 때도 잘생긴거지? 자다 깨선 다 잠긴 목소리에 졸음 앉은 눈은 잔뜩 풀려있는데 장꾸 이동혁이랑 너무 다른 이미지라 조금 놀랐음.. 무서워서 닥치고 있다가 들어오래서 개쭈뼛하게 들어갔다.
“뭐 한다고 이제 들어와, 그것도 우리집에”
“여주랑 인주니랑 곤지암 봐썽.. 무서워서.. 혼자 못있게덩..”
“술마셨냐? 아오”
장화신은 고양이? 그거 따라한다고 주먹쥐고 양볼에 갖다대니까 이동혁 표정 개썩음 리얼.. 한대 치는 줄 알았음. 아니나 다를까 베개로 내얼굴 뭉갠다..
"아아!! 하지말라고"
"응 그래~ 당장 나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
"응 동혁아 이거 포상이지? 어우 이거~ 베개피가 되게 부드럽네 막 향기로워 그냥"
이동혁 정색하다가 내 말에 갑자기 피식 웃는다. 화는 풀린 것 같으니까 바로 함정카드 꺼낼 준비..
"나 자고 갈래"
"아 뭐래, 또"
사람 말하는데 귓구멍 파는 거 봐라. 개얄미워 이동혁; 귀찮다는 듯이 귓구멍 후비적거리고 가라고하는데 불굴의 김여주가 순순히 가겠음? 절대 아니지.
"좀 자자- 이 누나가 곤지암을 보고와서 심히 무섭구나"
"니네 집 바로 위층이잖아"
"알지 알지"
"알면 얼른 나가세요~"
"싫다고!"
"왜 싫은데!!"
"집 가면 혼자라고!!!"
"애냐고 니가!!!!"
"아아 왜 집가라고 하냐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아아아- 안들린다- 시전함. 나잇값 못한다고요? 근데 무서운걸 어째? 이동혁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한숨 푸욱 쉰다. 그리고 고개 끄덕끄덕.
"진짜 김여주 나없으면 어떻게 살았냐"
"나 이제노한테 차였을 땐 재워줬잖아. 왜 이렇게 튕기냐? 차암나"
"넌 좀 튕겨라.. 맨날 깜빡이도 안키고 훅 들어와 짜증나게"
응 오쪼라고. 자게 이불 좀 줘. 와 너 진짜 뻔뻔하다. 이동혁이 혀차면서 말함. 세상 츤데레 이동혁 짜증 부릴대로 다 부리고 베개랑 이불 가지고 나온다ㅋㅋ 귀여운 자식. 그러다 베개랑 이불 던지고 비키라고 어깨 툭툭친다.
"나 바닥에서 자라고?"
"내 방가서 자"
"응? 나 혼자 못자"
"뭐래 거실에 나 있잖아"
"아니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구"
내가 말해놓고 나도 좀 어이없어서 웃음나옴. 네, 그냥 이동혁이랑 같이 자고싶은 겁니다. 한 방에서요. 아니 뭔가 이상하게 들리는데 정말 순수하게 한 공간에서 자고싶은거임. 진.짜. 이동혁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바닥에 이불 세팅 해놓는다. 그러고 자기는 침대에 눕는다.
"나 바닥에서 자라고?"
"싫으면 거실에서 자던지"
"동혁이 굳나잇"
또 쫓겨날까 엄지 치켜세우고 다시 누웠다. 속으로 뻐큐 날림. 매정한 자식.. 사실 내가 잠자리 좀 가리는 편이라 바닥에서 잘 못자는데 집주인이 여기서 안자면 쫓아내겠다잖아요.. 잠 안오길래 누워서 휴대폰 만지작거리는데 이동혁은 금방 잠들었는지 색색거리는 소리난다. 아 등이 배겨서 잠이 안오네- 괜히 혼잣말하고 침대에 베개 슬쩍 올렸다.
"이동혁"
"..."
"이동혁 자?"
"..."
"멍청이 찌질이 코파서 먹는대요"
조용한걸 보니 자는구나. 그래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자렴. 살금살금 기어 올라가서 이동혁 옆자리 안착. 이동혁 얼굴 코 앞에 있는데 숨 못쉬겠다. 잘생겼네. 어릴 땐 왜 몰랐을까. 하긴 우리가 너무 남매같은 사이이긴 하지. 머릿 속 복잡해지려는데 이동혁 숨 규칙적으로 얼굴에 닿는데 기분 오묘하고. 나도 모르게 볼에 손 가져다댔는데 이동혁 눈꺼풀 바르르 떨다가 가늘게 눈 뜬다. 근데 5초 정도 쳐다보다가 다시 눈 감아버림. ..이거 뭔가 들킨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던가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