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씨."
태형이 입을 옷을 찾아야 한다며 칭얼 거리는 코디에 제가 오늘은 대신 하겠다며 먼저 집에 가라 말 한게 화근이였다, 옷을 찾아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 지는 게 아닌가 빌린 옷이 비에 젖으면 안 되었기에 제 품에 옷을 넣고 후다닥 뛰어 차에 도착했다. 트렁크에 옷을 예쁘게 걸어 놓고 대충 제 몸에 묻은 옷을 털어냈다, 재수가 없으려나. 물을 털고 차에 타 시동을 걸었다. 오늘 하루도 시작이였다.
매니저! 매니저!
태형은 빅힛 엔터테이먼트에서 매우 고심 끝에 데뷔 시킨 비밀병기였다, 반반한 얼굴에 노래면 노래 춤도 잘 췄다. 연기도 곧 잘 했고 예능감도 뛰어나 팔색조라는 별명을 붙어
고공 행진 했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회사 내에서 입지도 좀 피는 듯 했으나 태형에겐 하나의 흠이 있었다, 욱하는 성격 그게 문제였다. 욱하는 성격을 참는다고 참았지만 제게 부당한 요구만 해오는 감독에 결국 참지 못 하고 화를내며 싫다는 의사를 표시 한 것이 다였는데 태형은 그 드라마를 강제 하차 하게 되었고 이상하게 소문이나 본의 아닌 자숙 기간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인기 아이돌에서 졸지에 강제 자숙기를 가진 태형은 바짝 열이 올라 있었다, 제가 뭘 잘 못 했다고. 그게 매일 제 매니저인 저에게 하는 말이였다. 바짝 열이 오른 태형에 회사에서도 한 두달만 기다리라며 계속 태형을 달랬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 했다며 배우를 데뷔 시켰기 때문이다. 이름은 전정국이라나 뭐라나, 태형이 그랬던 거 처럼 정국은 어느 새 대세가 되어 있었다. 감독들은 앞다퉈 정국을 캐스팅 하길 바랬고 광고는 물 밀듯 몰려 들어 왔으니 어느 새 회사에서 태형의 입지는 사라진 뒤였다. 그에 한 두달이면 될 거라는 태형의 자숙 기간은 2년에 접어 들었고 태형은 어느 덧 포기한 듯 제게 늘 하던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제가 복귀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였으니. 그리 쉬던 태형에게 오랜만에 섭외가 들어 왔다, 그리고 그 말에 태형은 2년만에 제 회사를 찾았다. 그리 달가워 하지 않았기에 달래는 데 애를 쓴 것은 역시 또 저였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도착한 회사는 태형의 전성기 때 처럼 온 건물에 정국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그에 태형은 성질이나 미간을 잔뜩 구겼지만 말이다.
"이번에 들어 온 섭외가 말이야, 그 최근에 기사 봤어? 김작가 또 드라마 한 다는 거."
김실장은 자연스레 테블릿을 들어 태형의 앞으로 내밀었다, 불빛이 들어온 테블릿엔 태형에 흥미를 끌만한 기사가 있었다.
'김은수 작가, 차기작 여름과 바다 남자 주인공은 김태형 군이 해 줬으면 좋겠어.' 라는 제목을 단 기사에 태형이 올라 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숨겼다, 김은수 작가라. 누군지 어렴풋 기억이 났다. 갓 데뷔한 제가 맘에 든다며 자신의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며 애원 했던, 그 작품을 통해 태형은 입지를 다졌고 결국 대세가 됐으니 이리 저를 잊지 않은 이가 있다는 것에 태형은 감동에 잠겼다. 그도 잠시 김실장은 다시 입을 열어 왔다.
"근데, 우리가 봐서 복귀 하자마자 이런 이름 있는 작가 드라마에 주인공은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런데. 태형이 니가 조연하고 니 앞으로 들어온 자리 정국이가 하는 게 어떨까 싶은데."
신이나 테블릿을 쳐다 보던 것도 잠시 태형의 미간에 빠직하고 핏줄이 튀어 오를 것 같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고도 담담히 입을 여는 김실장에 원망이 서렸다. 제가 얼마나 복귀 하고 싶어 했는지 아는 사람이 뭐? 전정국한테? 머리가 어질 어질했다. 사실 저는 정국과 잘 아는 사이였다, 저랑 같이 아이돌을 준비 했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정국은 마음을 바꿨다, 배우를 하고 싶다고. 그렇게 팀을 준비하던 태형의 데뷔는 연기 되었고 고심 끝에 태형은 홀로 서기를 해야했다, 그 녀석이랑 나랑 어느 사이인지 알면서 뭐라고? 또 욱 할 것만 같았다. 저를 바라보며 참으라는 저 작고 귀여운 매니저만 없었다면 말이다.
"제가 그렇게 하면 전에 했던 약속 지키 실 건가, 김실장님."
기분이 나쁨을 티내며 쇼파에 기대는 저를 걱정 하는 듯 안절부절 하는 매니저에게 작게 윙크 했다, 제가 아무리 한 물이 갔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세상엔 이치가 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은 이치를 어기는 것이다. 왜냐니 김은수 작가에 영원한 주인공은 나인데 무슨 전정국인가. 밀려 오는 화를 가라 앉히며 예전의 약속을 이야기 했다, 제가 복귀 할 때 쯔음에 새로 해주겠다던 차랑 집 저는 잊을 수 없었다. 정정 기사 하나 내주지 않던 게 이 회사였고 제 앞에 앉아 있던 이 김실장이였으니까, 그러고는 제게 찾아와 말 했다. 바빠 쉬지도 못 했는데 이 김에 좀 쉬고 복귀 할 때 집도 더 크게 이사가고 차도 바꿔 줄 것이라며 저를 달래던 것도 이 자리에 저를 마주한 김실장이였다. 허나 복귀 하자는 말은 거품이였고 제 인기도 거품이였다, 그렇게 온 기회인데 뭐? 주인공 자리를 전정국한테? 머리에 피가 터질 기분이였다. 제게 오랜만에 온 주인공 자리를 건네며 고작 저런 기본 약속만 받아 낼 것은 아니였다, 거기 추가 할 것도 많았다. 제게도 생각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여러 의미를 담은 제 말에 김실장은 고갤 끄덕였다.
"당연하지, 복귀 할 때 해준다고 했잖아. 지켜야지 태형아."
저 능구렁이 같은 인간, 그렇다며 끄덕이는 저 고개가 맘에 들지 않았다. 지킬지 안 지킬지 모르는 약속에 김은수 작가의 드라마 주인공 자리를 내 놓을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완전 흥이였다, 흥. 원래 성격대로 말 할 것 같다면 뭐 같은 거 겠지만.
"복귀 할게요, 그 여름과 바다 주인공 한다고 전하세요. 그리고 김실장님 말대로 복귀 할 때 해주신다고 한 거니까 다 지켜 주시고요, 주인공이 제 앞으로 들어 온 건데. 넘겨 주기엔 아깝잖아요."
제 반응에 김실장이 눈을 굴렸다, 자신이 생각한 반응이 나오지 않자 그런 것이겠지만 저는 확실했다. 이번이 마지막 일 것이다, 제게 복귀의 기회는 그런데 어떻게 다시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기회에 함부로 주인공을 넘겨 주겠는가. 어떤 미친'놈이 말이지, 예상과 다른 제 반응에 김실장은 이것 저것 제게 제안을 해 왔다. 해외 휴가도 보내 주고 전담 마케팅 담당 팀도 만들어 주겠다고 다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젓는 제게 결국 두손 두발 다 든 것은 김실장이였다. 원하는대로 하자는 김실장에 대충 이야기를 끝내고 나왔다, 속이 좀 후련했다. 온 건물을 장식한 정국의 얼굴도 곧 제 얼굴로 바뀔 것 같은 행복감에 사로 잡혔다, 나 김태형이야.
그 일이 있고 그 뒤의 진행은 일사천리였다, 제게 다시 코디가 붙었고 매니저는 바쁘게 차를 몰았다. 드라마도 촬영에 들어 갔고 복귀에 대해 다시 기자회견도 했다. 바쁘게 돌아간 지난 2주에 몸은 부서 질 것 같았다, 집에 쉬고 놀기만 하다 갑자기 강행군으로 진행한 스케줄 탓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내색 하지 않았다, 아이돌 김태형을 잊지 않고 기다려준 제 팬들 위해서 말이다. 다 좋았다 전부, 상대역도 맘에 들었고 내용도 제가 딱 좋아 하는 스타일이였다. 단 하나의 흠은 정국과 함께 출연 한다는 것이였다. 그에 뭐 기자들은 난리였다, '대세의 드라마, 전정국 여름과 바다 조연으로 발탁.' 그래, 녀석은 제 드라마에 꽤나 비중 있는 조연이였다. 뭐 다 괜찮고 좋았다 무시하면 되니까 그런데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따로 있었다.
"하하, 매니저님 오랜만이에요. 저 잊은 신 건 아니죠?"
저렇게 제 매너지를 잘 안다는 듯 저렇게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제가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려 난리였을 때 회사에 매일 출근하던 제 매니저와 안면 좀 익혔다고 난리였다. 짜증나게, 녀석은 늘 저랬다. 짜증, 짜증. 온 몸에서 짜증이 몰려 나왔다, 제 귀엽고 작은 매니저한테 저런 곰 같은 전정국은 위험했다. 다급히 말을 걸려는 제게 촬영을 시작 하자는 감독은 도움이 안 됐다.
길게 이어진 촬영에도 신경은 온통 제 매니저였다, 저 작고 조마난게 어떻게 차를 운전 한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국이 곁에 다가갈까 안절부절이였다. 다른 사람만 없었으면 녀석한테 뭐라 하는데. 늘어지던 촬영도 끝이 났고 퇴근만 남았다, 얼른 가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매니저에 주위를 둘러보자 또 녀석이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는 녀석과 제 매니저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 매니저랑 놀 것이지. 뭐람? 제 가방을 들고 다가가 녀석을 바라 봤다.
"김 매니저님, 가시죠 저희. 촬영도 끝났으니까."
제 말에 놀라 가자는 탄소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정국을 바라 봤다, 재수 없는 자식.
"조심히 들어 가시고 연락 하세요!"
재수 없다는 듯 자신을 쏘아 보는 제 시선은 상관 없다는 듯 탄소에게 인사하는 녀석에 열이 올라 평소에 하지도 않는 어깨동무를 하며 퇴근했다, 전정국 넌 이것도 못 하지? 라는 듯 뒤를 돌아 녀석을 보고 실컷 비웃었다. 지가 대세면 뭐해, 다시 대세는 나야 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왔다.
현 대세 전정국 X 김태형 매니저 김탄소 X 과거 인기 아이돌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