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백] 츤데레 경수 X 여고생 감성돋는 백현이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0/b/d0bf98c397440020de261ae6a41544b3.jpg)
본 글은 위의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음을 알려드립니다
백현의 끈덕진 구애 끝에 경수가 반기를 들어 휴대폰 배경화면에 ‘도경수♡변백현 1일 째’ 라는 유치한 위젯을 띄우던 날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일주일이 지나고 또 일주일이 지나 모태솔로 변백현은 첫 남자 애인과의 투투데이를 앞두며 평소 부르지도 않던 변백현 작곡의 출처 모를 콧노래를 여기서도 흥얼, 저기서도 흥얼 거렸다. 이 날 만큼은 철벽남 도경수도 할머니 제사다, 누나 생일이다 갖은 핑계를 대며 저와의 데이트를 미룰 수 없겠지. 백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제 손바닥보다 조금 클 달력위에 형광펜으로 색을 칠하고, 투박한 손으로 정성스레 꾸몄다. [D-1 경수♡백현 22♥]
“ 변백현 병신아, 약 빨았냐? 뭘 쳐 웃어. ”
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님의 신장은 184cm 이며 이름은 박찬열 일 것 같네요. 하고 말해줄 것 같은 새끼라고 생각한 백현이 축 쳐져 더 올라갈 것 도 없어보이는 눈을 애써 씰룩거렸다. 이 새끼는 밥 쳐먹고 하는일이 똥 싸는 거랑 시비터는 거랑 배고파지면 또 밥 쳐먹는 일 밖에 없는건지, 찬열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새끼라고 느낀 백현이 말없이 달력을 품에 꼭 껴안았다. 그것이 찬열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을리가 없지. 찬열은 그 작은 몸에서 그 작은 달력을 빼앗으려 안간힘을 썼고 백현 역시 손 놓고 눈 뜨고 당한 역사가 한 두 개가 아닌 상황인지라 필사적으로 달력을 꼬옥 안고 있었다. 아직 커밍아웃은 존나 이르다고! 찬열의 끈질긴 면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달력을 놓칠 수 없었다.
“ 달력에 뭐가 있길래 개껌 문 개새끼마냥 집착을 부려? 어? ”
“ 미친 새끼야 힘만 세면 다야? 이거 놔 빨리. ”
끝나지 않을 것 만 같던 큰 개새끼와 작은 개새끼의 몸싸움은 어느 새 찬열의 품에 안겨있다는 것을 알아챈 백현의 붉어진 양 볼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답지않게 버벅거리는 말투에서도 하얗게 텅 비어버린 머릿속에서도 경수가 생각나 백현은 그냥 교실을 나와버렸다. 박찬열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도움이 존나 안돼요, 하여튼.
츤데레 경수 X 여고생 감성돋는 백현이
written by 오백병자
처음 먹어보는…, 이름이 뭐였더라. 오세훈이 매일 노래를 부르던 이름모를 음료는 마시는 내내 오세훈의 취향을 한 번 의심하고, 두 번 의심 해 볼 만큼 백현이 먹어본 음료 중 가장 맛 없고 예쁜 음료였다. 아래에 가라앉은 이 개구리알 같은것도 음식인지, 음식이 아닌지 궁금했지만 그것까지였다. 음식이라고 해도 먹고싶지는 않았다.
백현은 옆 테이블의 깔깔 거리는 소리, 이따금씩 연인들의 입맞춤 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크게 들려 두 귀를 손으로 막고싶은 심정이였으나 야속하게도 귀를 막는다고해서 공기의 얄미운 진동들이 제 손을 뚫고 달팽이관을 자극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었다. 오늘 백현은 카페에 앉을 때 부터, 아니 오늘 아침 떠지지도 않는 눈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눈곱을 뗄 때 부터 엿같은 음료를 먹고있는 지금까지 경수의 생각을 멈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오늘은 변백현이 그렇게도 고대하던 사귄지 22일째가 되던 날이였고 백현이 예상한 시나리오 대로라면 경수와 저는 사랑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였다. 물론 사랑을 주는 쪽은 일방적으로 이쪽, 백현 쪽 이겠지만.
경수가 백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졸졸 따라다니는 백현이 쪽팔리고 귀찮아 대충 사귀어 준 것이라는 것 정도는 백현도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는 사실이였다. 경수의 이상형은 아담하고, 청순하고, 경수처럼 눈이 크고, 피부가 하얀 여자라고 했던가. 경수와 중학교 때 부터 친구라던 그 까만 애 이름이 뭐였지, 아무튼 그 애가 말해준 사실에 의하면 그랬다. 그리고 변백현은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아주, 매우, 정말로 멀었다. 그래도 약속장소에 안 나오는 건 너무하잖아.
분명 카톡 확인 했을텐데, 몇일 전 부터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녔는데, 할 거 없을까봐 스케줄 쫙 쫘 놨는데. 혹여 경수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에 백현은 손톱만 까드득 까드득 물어대기 바빴다. 그랬는데, 거기까지 눈 한쪽 감고 평화롭다 대충 쳐 줄 수 있었는데. 뜬금없이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 변백현 여기서 뭐 하냐? ”
박찬열 이였다.
“ 혼자 여기서 뭐 하냐고.”
“ …… ”
“ 오빠 시간 비어있는 거 어떻게 알고, 따라와 병신아. ”
따라오랄땐 언제고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백현은 무언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고 느꼈다. 어 씨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백현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교복 데이트 존나 내 로망 어쩔거야 박찬열 개새끼야. 백현은 터지는 울화통을 삼키고 또 삼켰다. 이 멀대같은 새끼를 뿌리칠 수 도 없는 나를 용서해 줘 경수야. 와중에도 찬열의 손이 참 뜨겁고, 엄청 큰 데다가 또 엄청 크다고 백현은 느꼈다. 이 집 유전자는 다 큼직큼직 한 가봐.
백현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다면 박찬열은 e남고에서 제일 밝은 애라는 사실이였다. 안 먹어도 기운이 넘치고, 먹으면 더 기운이 넘치는 애. 해가 중천에서 제 사명을 다 하고 있을 때 부터 몸이 으슬으슬 해 지고 제법 찬 바람이 교복을 스칠 때 까지 찬열과 백현은 영화를 보고, 노래방을 가고, 맛집이란 맛집은 다 돌았더란다. 찬열은 맵다고 소문난 떡볶이를 먹을 때에도 요즘 한창 뜨고있는 공포영화를 볼 때에도 헤실헤실 웃으며 치아 자랑을 하기 바빴다.
그렇게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 늦은 귀가에 대한 어머니의 엉덩이 체벌을 몇 번 받고 나서야 백현은 보슬보슬 섬유유연제 향내음이 나는 이불을 덮을 수 있었다. 참으로 정신없는 하루였노라고, 그렇게 백현은 경수를 잠시 잊고 잠에 들었다. 그렇게, 쥐 죽은 듯.
“ 아 엄마 이제까지 안 깨우면 어떡해? ”
“ 인석아 네가 일찍 잘 일어 난다며? 아침밥이라도 먹고 가. ”
“ 나 지각이야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 엄마 나 다녀올게요! ”
백현은 들은 것 없이 텅 비어 요란히도 들썩거리는 가방을 허겁지겁 들춰메며, 신발도 신는 둥 마는 둥 대충 꺾어 신다 어머니의 불호령과 함께 등짝 위로 설설 퍼지는 둥그스름한 고통을 이 악물고 받아내야 했다. 신발 꺾어 신는다고 세상이 뒤집히기라도 하나, 지금 제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백현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익숙한 담장을 넘고, 허리를 숙인 채 사뿐사뿐 교실에 도착했을 땐 1년 365일 생리를 하는 것 같은 앙칼진 담임의 손아귀에 갇혀있는 우리 경수…, 경수? 경수야! 헐, 경수야!?
“ 변백현, 너도 지각이야? 왜 오늘따라 쌍으로 지각이야 아주? ”
“ 선생니임…. ”
“ 무슨 말을 해도 씨알도 안 먹히는 거 알고 있지 백현아. ”
백현은 그저 조용히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말없이 서 있던 경수도 제 처지와 다를 바 가 없이 고개를 푹 떨군 모습에 괜시리 서러운 감정이 백현의 마음속 여기저기에서 치밀어 올랐다. 얘는 왜 지각을 해서는 진짜, 그와중에 오늘따라 정갈한 검은 빛 머리칼과 단정한 교복 핏…, 백현은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진짜 징하다 백현아.
선생의 따발총 같은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경수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듯 짙은 속 쌍커풀이 진 눈을 느리게 깜박이고 있었다. 백현은 최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며 제발 이 긴긴 잔소리가 빨리 끝나기를, 빨리 끝나기를. 세상의 온갖 신이란 신은 다 찾으며 마음속으로 싹싹 빌었더란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비굴하게 두 손 모아 싹싹 기도를 하고 있는데. 어, 어? 이게 뭐지? 백현은 무언가 말랑말랑 하면서도 따뜻한 무언가가 제 손을 감싸고 있음을 느꼈다. 깜짝 놀라 쳐다본 경수의 입꼬리는 잔뜩 말려올라가 있었다. 아 나 병신같이 또 얼굴 달아오르면 어쩌지, 내 심장 존나 나대. 백현은 짧은 시간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간절했던 기도가 이루어졌던 것 인지, 오늘따라 눈꼬리를 길게 빼 더욱 앙칼져 보이는 여선생이 경수와 백현, 둘만 복도에 덩그러니 세워두고 요란히도 교실 문을 열어 들어가자 얼마 안 있어 경수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백현은 황홀함을 느꼈다.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해 경수야. 도경수가 변백현을 처음으로 온전히 쳐다보고 이야기 하는 줄도 모르고, 경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 이였다.
“ 좀 늦게 온다고 그새 박찬열 손 잡고 졸졸 따라가? ”
“ …어? ”
“ 엊그제 그 달력은 뭐야? 나도 아직 너 못 안아봤는데. ”
“ 경수야… ”
“ 아무한테나 살랑대지 마, 알았어? ”
경수는 백현의 작은 손을 세게 쥐었다. 백현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오백개짱 |
휴 제 처녀작ㅜ 부끄부끄 하네여 번외도 있는데 별로 안 궁금해 하시면 걍 짜질게여.. 네..ㅜ 근데 이렇게 쓰는 거 맞아요? 뭘 자꾸 출처를 밝히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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