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홉총] 밀회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b/3/db3c63de16f6aba2a9c795a489f6d7ff.gif)
밀회
密會
01
「서두르지 않고 무얼 하는 것이냐! 하여간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 같으니!」
날카로운 호통이 온 집안에 울려퍼졌다. 호석을 포함해 집안의 모든 몸종들은 저마다 마루를 닦고 주춧돌에 광을 내기에 바빴다. 김태형이라는 사람을 만나고 대략 사나흘 정도가 지났을까, 집안에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동이 트기 전부터 몸종들을 닦달해 깨운 김 대감은 여전히 자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호석이 새벽부터 밥도 먹지 못하고 집안을 청소하느라 뻐근한 허리를 통통 두드렸다. 김 대감의 눈을 피해 부엌으로 잠깐 들어온 호석은 저와 같은 이유로 아궁이 옆에 앉아 있는 늙은 계집종을 발견하고는 해사하게 웃으며 그 옆에 앉았다.
「도대체 누가 오길래 이리도 광을 내는지 몰라.」
「어마마, 호석이 너 몰랐구나.」
「예? 그럼 아줌마는 아세요?」
「오늘이 영의정 댁 둘째아드님 생신이잖니.」
호석의 눈이 동그래졌다. 영의정 댁 둘째아들이라면 분명히 김태형이었다. 아, 아니 그런데 그 분 생신을 왜 여기서 축하한답디까? 호석이 만면에 당황스러움과 놀라움을 띄고는 계집종에게 되물었다.
「우리 주인이 팔촌인가… 먼 친척이라지 않냐. 그런데 평소에는 이 집에는 발도 안 들이시던 도련님이 스무 번째 생일 잔치는 여기서 하고 싶다고 하셨대.」
「왜 하필 여기서…」
「그러게나 말야. 괜히 우리만 골병 들지. 호석아 우리 이러다 들키면 경을 치겠다. 얼른 나가자.」
근처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화닥닥 일어난 계집종이 부엌을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하지만 영의정 댁 둘째아들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다리에 힘이 탁 풀린 호석은 멍하니 제 발을 내려다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황스러움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호석은 설레어오기 시작했다. 내 살면서 그리도 아름답고 기품 있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었건마는, 그 수려한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어린아이처럼 호석의 뺨이 붉어졌다.
*
「윤기야.」
「예, 폐하.」
소년과 남자의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사내아이가 지루하다는 듯 읽던 책을 사납게 덮었다. 그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금빛 곤룡포 역시나 갑갑했던지 그것을 신경질적으로 벗어 침대에다 던져놓은 사내아이는 그것을 묵묵히 보고 있던 제 뒤의 남자를 불렀다. 보랏빛이 도는 부채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눈만을 내어놓고 있던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슬쩍 웃었다.
「지루하다.」
「제가 어떻게 해 드려야 좋겠습니까.」
시녀들을 모두 물린 채였다. 나즈막하게 전정국 폐하. 라고 덧붙인 윤기는 오른손을 움직여 부채를 살랑거렸다. 두 팔을 쭉 뻗어 오랫동안 책을 읽어 뻐근해진 근육들을 몇 번 이완시킨 정국이 흰 속곳 차림으로 책상에 푹 엎드렸다.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정국의 두 눈이 장난끼로 반뜩, 빛났다.
「연회를 열자.」
「명분도 없이 웬 연회입니까.」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느냐.」
어떤 명분을 만드시려고 그러십니까. 윤기가 물었다. 그러게, 무슨 명분이 좋을까. 정국이 눈을 도르륵 도르륵 굴렸다.
「영의정 둘째아들.」
「예.」
「오늘이 생일이지 않느냐?」
「맞습니다만 이미 생일잔치를 하고 있을 겁니다.」
「까짓거 한번 더 하면 되지.」
하여튼 폐하는 못 말리십니다. 윤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생일을 두 번 축하해서 무에 쓴단 말입니까. 딱 열여덟 살의 소년스러운 미소를 얼굴 만면에 가득 띄운 정국이 황제의 생일 축하를 받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 게다가 갓난아이 때부터 봐왔던 친구이기도 하지 않느냐. 라고 합리화를 했다. 윤기의 부채가 살랑거렸다.
「내일 연회를 열 것이야. 대신들에게 통보해두어라.」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폐하.」
*
호석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김태형도 모자라 김석진이라니. 한 명씩도 모자라 둘 모두를, 그것도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너무도 눈이 부셨다. 장안의 모든 아녀자들이 다 날 부러워하겠네, 속으로 중얼거린 호석이 작게 웃었다. 태형은 저번에 봤던 그때보다도 화려한 색의 옷을 차려입고 있어 더욱 수려했고, 석진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어서 호석은 석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세상에 김태형만큼 잘난 사람이 또 있었구나. 완벽하게 떨어지는 선과 넓디넓은 어깨, 태형보다는 덜하지만 집안 내력인지 석진의 머리카락에도 은은하게 짙은 주홍빛이 감돌고 있었다. 어느 하나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이목구비와 고풍스러운 분위기까지. 왜 김 씨 형제에 그렇게들 목매어하는지 호석은 이제야 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 다 저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도련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옵니다!」
「…고맙습니다.」
연회는 바깥 별채에서 열렸다. 기녀들이 각자 가야금과 거문고를 퉁겼고, 춤을 추었다. 별채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음식들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져 있었고, 그 중심에는 영의정, 영의정의 양 옆으로 석진과 태형이 앉아 술잔을 조금씩 들이키고 있었다. 태형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속이 훤히 보이도록 아첨을 떨고 있는 김 대감의 목소리가 태형은 듣기 싫었다.
「이렇게 크게 우리 둘째놈의 생일을 축하해 주어 고맙네.」
「아닙니다, 대감! 저희 집을 찾아 주시어 영광입니다!」
「둘째놈이 하도 이곳을 와야겠다고 부득부득 우기는 바람에, 허허.」
이것 참 영광이군요, 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제 집과 태형의 집안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나이가 든 남자의 입을 한 대 쳐 주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억누른 채로 태형이 남자의 말을 끊었다.
「제가 굳이 이곳에 와야겠다고 아버님께 간청드린 것은 대감께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예? 아,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부탁이…?」
「저 아이를 제게 주십시오.」
태형의 손가락이 별채의 계단 아래쪽을 향했다. 별채 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고, 그곳에는 호석이 있었다. 갑자기 수많은 시선이 제게로 쏠리자 당황한 듯 호석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쭈삣거리며 들었다가 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태형과 시선이 마주쳐 황급히 다시 고개를 내리깔았다. 붉어진 귀가 귀여워 태형이 큭큭거리며 웃자, 영의정이 도대체 무슨 소리냐며 제 아들에게 물었다.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시고 저 아이를 제게 주시지 않겠습니까.」
「도, 도련님. 하고 많은 아이들 중에 왜 하필,」
「저 아이를 갖고 싶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호석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금 태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농담이라기에는 너무도 진지했으며 무엇보다도 정말로 태형은 호석을 데려가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은 전혀 접점도 없었을 텐데 호석을 대체 어떻게 알고. 남자가 한참 동안 당황해 대답을 하지 않자 태형이 다시금 물었다.
「그러실 수 없겠습니까.」
문장은 다정했으나 그 속에서 풍기는 것은 저 아이를 넘기지 않으면 니 새끼를 죽여버리겠어, 와 비슷한 류의 느낌이었다. 아, 그러고 말고요. 남자의 거의 반강제적인 승낙이 떨어지자 태형이 환하게 웃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웃음이어서 갑작스러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자식들을 몹시 아끼는 영의정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우, 우와….」
호석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연회가 끝나고 다짜고짜 제 손목을 잡아끄는 태형 덕에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고 태형이 탄 가마의 옆자리에 앉게 된 호석은 처음 앉아 보는 푹신한 방석과 그 위를 둘러싼 매끄러운 비단결에 연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다른 가마를 타고 있었기 때문인지, 태형은 체면을 차리지 않고 즐거운 감정을 숨기려 들지 않았다. 태형의 뒤에 앉아 있던 석진이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툭 한마디 쏘아붙였다.
「대체 저런 게 뭐가 좋다고 가마에까지 태우려 드는 건데?」
「내 선물 내가 내 가마에 태우겠다는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저, 실례지만…」
금방이라도 서로를 물고뜯고 으르렁거리며 싸울 기세인 두 형제 사이에서 잔뜩 움츠려 있던 호석이 갑작스레 끼어들었다. 뚝, 흐름이 끊기고 석진과 태형의 시선이 동시에 저를 향하자 호석의 얼굴이 다시금 붉어졌다.
「저, 정말 저를 데려가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푹 숙인 호석의 정수리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지나도 대답이 없는 태형에 슬며시 고개를 든 호석의 시선과 자신의 시선을 태형이 따뜻하게 마주했다.
「나중에 말해주도록 하마.」
안녕, 독자님들 :)
마당쇠예요. 밀회 너무 늦었지 힝.. 미안해요.
시험기간+기숙사 크리ㅠㅠ 정말 미안해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늦었다..
내일은 자기야 써야겠어요. 많이 기다리게 해서 진짜로 미안해..
그래도 사랑하는 거 알죠? 읽어줘서 정말정말 고마워요. 다들 사랑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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