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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35화
W.쿠키가죠아
#. 자철집 근처 공터
창피함에 무작정 뛰쳐나온 성용과 그를 쫓아갔던 자철은 사람 드문 공터에서 멈춰섰다.
죽어라 성용을 따라잡아 겨우 멈춰세운 자철은 숨을 몰아쉬었다.
성용은 숨을 몰아쉴 정신도 없었다. 지금 자철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창피함과 미안함에 이미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차마 자철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의 발끝만 보고 있던 성용은 자철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에 고개를 들었다.
"미안해"
***
그 한마디에 고개를 번쩍 들어 녀석을 보았다. 녀석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순간 나도모르게 정말 녀석이 잘못했구나, 느꼈을 정도로 진심이 느껴져왔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대체 구자철은 자기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사과를 하는 것일까?
혹시라도 정호의 말과는 다른 사실이 녀석에게는 있었던 것일까? 내게 사과할만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녀석의 사과가 멘붕을 일으켜 머리를 헤집고 다니고 있을 때 녀석의 입이 다시 열렸다.
"전화 안해서 미안해, 니가 그렇게 힘들어할 줄은 몰랐어."
"…뭐?"
"내 생각이 짧았어. 충분히 오해할만 했어. 내가 잘못했어"
녀석의 말에 할말을 잃었다. 착해도 이건 너무 착해빠졌다.
누가봐도 제멋대로 오해하고 의심한 내 잘못인데, 먼저 사과해오는 녀석에 착함을 넘어서 바보스럽고 멍청함을 느꼈다.
괜시리 눈시울이 달아올랐다. 항상 나는 녀석에게 허리를 당당히 펴고 살았다. 절대 굽히는 일 없이 그저 녀석이 굽히고 들어오기만을 바래왔다.
그런 내가 너무도 싫어졌다. 전에도 느꼈지만 고치지 못했기에 더 싫었다.
눈물이 뚝뚝 흐른다, 나는 팔로 벅벅 눈을 문지르며 눈물을 훔쳐내고선 앞에 있는 녀석을 발로 콱 차버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녀석이 맞은 다리를 부여잡고 낑낑댄다. 그런 녀석을 노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
"너 병신이냐?"
"…"
"니가 뭘 잘못했는데."
"…"
"대체 니가 뭘 잘못했다고 사과하는건데? 누가봐도 내잘못이잖아! 내가 멋대로 너 안믿고 오해하고 의심한건데, 뭐가 그리 미안한건데?!"
"내가… 내가 오해하게 만들어…ㅆ…"
"전화안한거? 내가 표현안해서 그런거라매! 틱틱거리기만 하니까 그게 괘씸해서 그런거잖아! 내가 너한테 잘 못하니까 그런거면서 왜 사과하는건데?!"
"성용아… 그런거 아니야."
"아악, 진짜. 너 왜 자꾸 날 그렇게 나쁜놈 만드는거야? 그딴식으로 감싸주면 와, 하며 좋아라 할 줄 알았냐?!"
"…"
"찌질한 새끼… 내가… 내가 꼭 이렇게 비굴하게 사과하게 만들어야 속 시원하냐?"
"…"
"나한테 불평 한마디 하는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속앓이만 하고 있고… 진짜 이 병신같은게…"
이게 바로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그 짝인가. 결국 참고 참으려했던 눈물을 제어하기를 포기하고 소리까지 크게 내며 펑펑 울었다.
녀석은 아무말도 없이 마냥 서있었다. 병신아, 다른때는 잘만 안아주면서 이번엔 왜 그리 서있기만 하는건데…
나는 결국 녀석에게 먼저 다가가 안겼다. 녀석을 꽉 안아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뻣뻣하게 서있기만 하던 녀석이 어느샌가 평소처럼 토닥토닥, 따뜻한 손길로 등을 천천히 두드렸다.
그 손길에 어느정도 진정한 나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훌쩍거리며 녀석의 어깨에서 얼굴을 뗄 수가 없었다.
서서히 울음을 그치고 숨을 고르던 나는 작게 한마디를 속삭였다.
"미안해, 잘못했어"
"…"
"앞으로는 너 믿을게, 표현도 잘할게.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자철이 마지막 한마디에 나를 홱 떼어내 얼굴을 마주했다.
순간 놀란 나는 딸꾹질을 하며 눈을 껌뻑였다.
녀석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또 뭘 잘못한걸까… 나는 왜 녀석한테 잘못만 하는건지 또 터져나오려는 눈물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게 무슨소리야."
***
사실 내가 사과를 결심한 것은 성용이 독일에 와 얼굴을 봤을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성용의 마음을 알면서도 내 이기심에 성용에게 못된짓을 하는 것 같아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
성용이 독일에 말도 없이 찾아와주었을 때 내심 기뻤지만, 정호에게 한 행동은 차마 넘어갈 수 없었다.
나와 성용의 사이를 위해 여러 면에서 신경써주고 있는 녀석에게 그런 심한 태도를 한 성용이 나중엔 반드시 그 행동을 후회하며 마음아파할 것이기에 미리 막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나와 정호의 사이를 의심하며 뛰쳐나가버린 녀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 아파하는 성용을 보기 싫어 말린 것이었지만, 확실히 몇시간 연락없이 기다리다 마주친 이 상황에서 내가 정호의 편을 들어주는 행동은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당장 달려가 성용을 붙잡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정신을 차리고보니 이미 집안에 들어와있었다.
그래서 또다시 뛰쳐나가는 성용의 모습을 봤을 때는 누구보다 빨리 반응하며 녀석을 뒤쫓았다.
죽어라 달리는 녀석덕분에 나도 따라 죽어라 달렸다. 겨우 녀석을 잡아 미안하다고 했는데 녀석은 얼굴 벌겋게 달아올라 버럭 화를 내었다.
이내 펑펑 울며 스스로 내게 안겨오는 녀석에 나 또한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안겨오는 녀석을 다독였다.
곧 진정된 성용이 작게 속삭였다.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내게는 또렷하게 들려왔다.
"… 나 버리지마"
그 한마디에 표정이 굳었다. 저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들었다.
저런 말을 하는 성용이 맘에 안든다는 것이 아니라, 저런 생각을 하게끔 만든 내가 맘에 안들었다.
녀석과 얼굴을 마주하자 녀석의 얼굴에 또다시 불안이 깃들어갔다. 이런,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나…
하지만 굳이 고치지 않았다. 고치려 했어도 못했을 테지만…
"그게 무슨소리야, … 내가 널 어떻게 버려"
"…"
"난 죽어도 너 못버려, 넌 내 소유가 아니야"
"…"
"나는 널 가질 수 있을만큼 대단하지 못해. 니가, 기성용이 구자철을 가지는거야. 그러니까 나에게 널 버릴 힘도, 생각도 전혀 없어."
내 말에 순간 성용의 눈동자가 떨렸지만, 내 말을 끝까지 들은 녀석의 눈동자는 서서히 잔잔해져 더욱 깊어져갔다.
"바보같아, 그럼 나도 널 못가지겠네. 나도… 내게도 널 버릴 힘이나 생각같은건 전혀 없을테니까"
피식, 성용에 말에 웃으며 녀석을 꽉 껴안았다. 나 진짜 병신이었어. 이렇게 이쁜 말도 서슴없이 해주는 녀석에게 표현력이 없다고 투정이나 부렸으니…
녀석이 팔을 올려 함께 안겨왔다. 그런 녀석의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손으로는 허리를 감쌌다.
녀석의 품을 즐길 때 내 귓가에 간지러운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사랑해, 구자철… 딸꾹"
***
집에 덩그러니 남겨져 어색하게 앉아있는 청용과 정호사이에서는 길고 긴 침묵이 계속됐다.
그 침묵이 답답할만도 했지만 정호는 왠지 그 침묵이 편했다. 청용도 간만에 느끼는 조용함에 마음이 편했다.
문득 정호가 고개를 돌려 옆을 봤을 때, 청용 역시 고개를 돌려 정호를 봤다.
동시에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 둘은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아마 둘은 같은 것을 상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철과 성용이 웃으면서 돌아오는 상상을…
몸을 쭈욱 늘려 기지개를 핀 청용은 소파에 쓰러져 누웠다.
정호는 그런 청용의 모습이 살짝 부러웠다.
어쩜 그리 편해보이던지, 사실 속으로는 두사람 잘못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고 있던 정호였기에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청용이 부러워졌다.
기어코 색색거리며 잠까지 청하는 청용을 반짝이는 눈으로 존경하던 정호는 굳게 마음을 잡고 자신 또한 바닥에 머리를 붙였다.
한번 긴장을 풀자 확 밀려오는 잠에 정호의 눈 또한 스르르 감겼다.
정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청용이 보이지 않았다. 부스스 일어난 정호는 몸에 덮혀있는 이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불을 걷어 자리에서 일어나 청용을 찾아보았지만 역시 집안에 그는 없었다.
정호는 머리를 긁적이다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자철인가 하며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그러나 자철이 아닌 청용이었다.
청용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고, 정호는 그런 청용을 보며 물었다.
"어디갔다왔어요, 형?"
"독일 방문 기념품 사러, 두녀석은 아직 안왔어?"
기념품…? 정호는 청용이 자꾸 보이는 예상외의 행동에 그의 이미지가 서서히 부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피식 웃은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용의 물음에 답했다.
"네, 그런것같아요"
"뭐하느라 이렇게 안와, 웃는 얼굴은 보고 가려고 기다려주고 있는데"
"아, 그런거였어요?"
"그럼 내가 한가해서 이러고 있었겠냐?"
…네, 그래보였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정호였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날카로운 청용의 이미지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
청용이 손에 들고 있던것을 휙, 정호에게 던지고는 부엌으로 가 냉장고를 이리저리 뒤지더니 주스를 꺼내 한잔 따라마신다.
아무리봐도 제집마냥 행동을 하는 청용을 신기했다. 그를 바라보던 정호는 던져진 것을 두손으로 받아들었다.
"이게 뭐에요?"
"배고플 것 같아서."
"우와, 안그래도 진짜 배고팠는데."
봉지를 열자 한가득 담겨있는 빵을 보며 정호가 신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청용은 작게 웃었다. 빵쪼가리 하나에도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호가 우적우적, 빵을 입안에 쑤셔넣었고, 청용은 냉장고에서 이번엔 우유를 꺼내 따라 정호에게 건네고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우유잔을 받아든 정호는 새삼 청용을 다시보게 됐다.
정말 소리없이 자연스레 챙겨주는 타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청용을 보고 있으니 성용이 왜 그렇게나 의지하고, 자철이 왜그렇게나 믿을 수 있었는지 약간 알 것 같기도 했다.
정호가 다시 눈을 돌려 빵 먹기에 집중하자 또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진짜구나, 청용도 정호도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 앞에서 자철과 성용을 맞이했다.
집으로 돌아온 자철과 성용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자철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두사람의 모습에 싱긋 웃어보였고, 두사람 또한 따라 웃어주었다.
그리고 이내 세사람의 눈이 성용에게로 모였다.
***
세사람의 따가운 눈동자가 동시에 나에게로 향하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나때문에 여기까지 온 청용과 괜한 오해를 받은 정호의 얼굴을 볼 낯이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으니 자철이 내 손을 끌어당겼다.
"이렇게 화해 잘 했으니까 이제 걱정마"
내 어깨를 감싸쥐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나도 그제야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살짝 들어 둘을 힐끗 쳐다보았다.
정호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쉬었고, 청용은 시큰둥하게 우릴 보고 있었다.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네, 진짜"
"…"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하는 청용이었지만, 나는 작게 웃어보였다.
저 말 안에 담겨있는 뜻을 읽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나 귀찮게 굴어도 녀석은 결국 우리 둘을 위해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말은 저래도 우리가 힘들어할때 옆에서 챙겨주고 아껴주는 청용의 마음이 물씬 다가와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고맙다, 청용아"
"… 징그럽게 무슨, 뭐 얼굴봤으니 이제 난 간다"
이제 볼일 다봤다는 듯이 말한 청용이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서려했다.
지금 가려고? 묻는 말에 녀석이 멈추고는 잠시 돌아섰다.
"그래, 야 기성용. 또 울면서 찾아오면 저녀석 또 때린다. 그리고 구자철, 너도 또다시 울리면 한대로 안끝나."
살벌한 표정으로 나와 자철을 순서대로 가리키며 말하는 청용의 말에 나도 자철도 입 꾹 다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정호가 옆에서 킥킥대며 웃었다. 나도 자철도 그런 정호를 흘겨봤다.
그 눈길에 큼큼, 거리며 헛기침하던 정호는 이내 청용에게 인사를 건넸다.
"형, 잘가요. 빵 잘먹었어요"
"그럼 따라나와,"
"네?"
"잘 먹었다며, 빨랑 따라나와."
"에엑?"
청용과 정호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나와 자철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자철 눈에도 역시 의아함이 가득했다. 청용이 자철에게 키내놔, 한마디 하자 자철이 멍하니 키를 내밀었다.
키를 받아든 청용은 다시한번 정호에게 빨리나와, 한마디 던지고는 집에서 빠져나갔다.
정호는 그런 청용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나 또한 벙쪄있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정호의 옆구리를 찔러 정신차리게 한 후, 녀석의 등을 툭 밀었다.
"부탁해, 정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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